N.W.R.S. chapter 37

[ 띠리리 리리 띠리리리리 띠리리 리리~ ]

소희의 휴대폰에서 익숙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한참을 계속되던 벨소리는 끊어졌다가 다시 시작되기를 몇번이나 반복했고 전화를 거는 사람이 포기를 해버렸는지 다시는 울리지 않았다.

[ 삐삐삑- ]

상대방은 소희가 전화를 받지 않으니 문자메세지를 보냈는지 메시지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전자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소희는 여전히 눈?gif border=0 align=right>ㅑ?못하고 있었다. 상대방은 분명히 화가 많이 나있을것이 뻔했다.

소희는 계속 생각에 잠겨 길을 걷다가 핸드백의 끈을 쥐고 있는 손에서 갑자기 느껴지는 차가운 느낌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소희의 바람을 알았는지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 어머! "

소희는 그제서야 오늘 약속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냈는지 허둥지둥 핸드백을 열고 휴대폰을 꺼냈다. 그녀는 메시지가 와 있는 것을 보고 급히 메시지를 확인했다.

[ 나 집에간다. 다시는 전화하지 마라!!! 기집애 죽었어!!! ]

" 어떻게 해~ "

소희는 미연의 휴대폰 번호가 기억되어 있는 번호를 누르고 연결음이 들리는 것을 기다렸다. 한참동안 기다렸지만 그녀의 예상대로 미연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 안받는것도 당연하지. "

소희는 평소 미연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럴 때 아무리 전화를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 한번만 용서해 주라^^ 미연 사랑해! ]

다른 사람이 본다면 동성애 커플로 오해할만한 메시지를 보낸 소희의 손가락은 다시 바쁘게 휴대폰의 버튼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 정말 미안해.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어. 한번만 봐주면 안될까? ]

[ 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 ]

소희는 계속해서 화면 가득히 미안한 마음을 다음 메시지를 입력했다. 소희는 보통 이정도만 하면 미연이 금방 답신을 보내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5분 주겠어 --; ]

짧은 메시지 였지만 미연의 화가 어느정도 풀어졌다는 것을 안 소희는 자신이 어디쯤 있는지 확인하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 도대체 어디까지 온거야...? "

한동안 주위를 둘러보던 소희는 자신이 바보같이 약속장소를 지나서 한참이나 더 왔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소희는 급히 자신이 걸어가던 반대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녀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다면 그녀가 남자친구와 헤어져 상심하고 있다가 메시지를 받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가득차 뛰어〈?것이라고 생각할수도 있는 행동이었다.

" 미연아 사랑해~! "

두 사람이 약속장소로 자주 사용하는 카페로 뛰어들어간 소희는 바로 미연이 앉아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녀를 와락 껴안으며 큰소리로 말했다.

" 저리가! 난 남자만 좋아한단 말야! "

" 헤헤. "

소희는 미연의 말에 약간은 멍청해 보이는 웃음을 지어보이며 반대편에 가서 앉았다.

" 아직 화나 있는건 아니지? "

" 그건 니가 무슨 이유로 만나자고 했는지 들어본 다음에 대답해 주겠어. "

미연은 여전히 쌀쌀맞은 표정으로-그녀의 눈은 웃고 있었지만- 소희를 향해 말했다.

" 너무 그러지마라. 나 요즘 엄청 고민이 많단 말야. 일단 차부터 한잔 하자. "

" 차 같은 소리한다. 배고파서 쓰러지겠다! "

" 미안미안... 대신 오늘은 니가 원하는 대로 해줄께. "

" 너 그말 진심이지? "

" 당연하지~ 대신 너 심각하게 고민해 줘야해. "

"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

미연은 계속 말은 하지 않고 쓸데없는 소리만 하고 있는 소영을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 일단 숨 좀 돌리고 얘기할께. 조금만 더 기다려줘. "

미연은 소희를 살짝 째려보면서 한손을 들어 종업원을 불렀다.

" 여기 발렌타인 20년산 한병하고 과일안주, 그리고 찹스테이크 하나 주세요. "

미연은 금방 테이블로 다가온 여종업원에게 주문을 하고 다시 소희를 보았다.

" 양주 마실 정도는 되는 문제겠지? "

" 미연아 너밖에 없다. "

소희는 아직도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질문하는 미연을 향해 씨익 웃어보이며 대답했다.

" 슬슬 서론이라도 꺼내보시지? "

소희는 계속되는 미연의 재촉에 잠시 머리속으로 자신의 고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막막했지만 일단 처음부터 모두 얘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주문했던 술과 안주가 테이블위에 놓여졌고 미연은 소희의 잔에 투명한 갈색빛의 액체를 한가득 따라주었다.

" 일단 한잔 마시고 얘기해봐. "

미연은 소희가 자신의 잔에 술을 따라주는 것을 기다렸다가 잔을 들어 앞으로 내밀었다. 소희는 습관처럼 자신의 잔을 들어 미연의 잔에 가볍게 부딪히고는 모든 고민을 떨쳐버리고 싶다는 듯이 고개를 젖히며 잔속의 내용물을 입안에 쏟아 부었다.

" 어머, 얘좀 봐? 천천히 마셔! 나 너 술주정 받아주러 나온거 아니야. "

" 얼마전에... "

소희는 미연의 말에 아무런 대꾸없이 머리속에서 맴돌고 있던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처음 NWRS에서 상담원이 찾아 왔었던 것부터 사장이 자신에게 팜플렛을 주며 읽어보라고 한 일, 그리고 얼마 뒤 사장의 아내가 NWRS라는 곳으로 교육을 받으러 간 일, 미연을 만나기 전까지 계속 고민했던 것이 무엇인지까지 사실 그대로 말하고 난 소희는 술병을 들어 자신의 잔을 직접 채우고 잔에 가득찬 술을 비워버렸다.

" 너도 알다시피 내가 욕심이 많잖아... "

미연은 소희가 하는 얘기를 심각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들었지만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고민을 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 너 욕심많은건 서울 인구의 반은 알고 있을거다. "

" 미연아 나 장난하는거 아냐... 심각하단 말야. "

" 도대체 니가 한 얘기 어디에 고민거리가 있다는 거야? 그렇게 욕심이 나면 가서 교육을 받고 오면 되잖아? 사장한테는 잘 얘기하고 돌아왔을 때 다시 받아줄 수 있겠는지 물어봐! 아! 거기서 교육 받으면 여기저기서 데려가려고 한다면서? 그럼 연봉 많이 주는데로 가면 되는거 아냐? "

미연은 답답하다는 듯이 술을 들이키고 잔을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 그건 그렇고 도대체 무슨 교육을 어떻게 하는데 그렇게 대단한 비서가 될 수 있다는 거니? "

소희는 내심 미연이 바로 이 질문을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그건... "

" 얘 오늘 왜 이렇게 답답... "

미연은 소희가 핸드백을 열고 무엇인가 꺼내는 것을 보고 중간에 말을 멈추었다. 소희는 핸드백에서 핸드백의 크기에 맞춰 몇번이나 접은 NWRS의 팜플렛을 꺼내 미연에게 건내주었다.

" 니가 직접 읽어봐. "

" 어... 그래... "

미연은 소희의 손에서 팜플렛을 받아들고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 표정?없던 미연의 얼굴에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갖가지 표정이 나타나고 있었다.

" 뭐야... 말...말도안돼! "

미연은 팜플렛의 내용을 다 보지도 않고 손에 들고 있던 팜플렛을 테이블 위로 던져버렸다.

" 넌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

소영은 미연이 던져놓은 팜플렛을 다시 집어들어 한손에 꼭 쥐었다.

" 나도 모르겠어... "

" 너 미쳤지? 나라면 아무리 돈을 준다고 해도 안가겠다. "

" 도대체 체벌이라니...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너 고등학교때처럼 매 맞아가며 공부할 수 있어? "

미연은 흥분한 목소리로 소희를 다그쳤다.

" 고등학교때는 그래도 어쩌다가 한번이지, 여기서는 아예 대놓고 체벌을 한다고 하잖아. 스파르타식 학원보다 더할 것 같아. "

소희는 아무 대답없이 미연이 하는 말을 듣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