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WRS - Chapter 19
Chapter 19

학교... 그리고 식당... 소영은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까지 한 상태였지만 그녀가 지금 있는 곳은 엄연히 학교라는 곳이었고 이것은 그녀에게 옛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 주었다. 친구들과 모여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곳, 실제로 밥먹는 시간보다 수다를 떨던 시간이 더 많았던 그 때를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는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5분전만 해도 이렇게 웃을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겠지만 지금은 즐거운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에 옛생각을 하며 웃을 수 있었다. 소영은 자신의 옆에서 무언가 계속 소근대고 있는 민정을 바라보았다. 몇마디 나누지는 않았지만 자신에게 웃음을 다시 찾아준 그녀에 대해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 저... "

그녀는 민정이 어떤 성격의 여자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활발하고 명랑한 성격이란 것만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민정은 금방 그녀를 쳐다보며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 뭐 궁금한 거라도 있어요? "

민정은 소영이 자신에게 말을 꺼냈다는 사실이 기쁜지 얼굴 가득 웃음을 띤채 그녀를 보고 있었다. 소영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민정이 자신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이 좋았다.

" 이런 질문...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

" 괜찮아요. 어서 해봐요. "

" 민정씨... 호칭이 너무 어색하네요... "

" 그건 그렇네요. 음... 소영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요? "

" 스물다섯이에요. "

" 난 스물 일곱이니까. 나를 언니라고 불러요. 그러면 나는 동생이나... 소영아 하고 부를테니까요. 어때요? "

소영은 민정의 말이 반갑기는 했지만 처음 본 사람한테 이렇게 까지 붙임성 있게 말을 하는 성격에는 조금 놀랐다.

" ... 네... 언니. "

" "네"는 무슨, 그냥 말 놓고 편하게 얘기해요. "

소영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친하게 지내던 선배 생각이 났다. 그녀는 선배와 스스럼 없이 지내던 생각에 웃으며 민정을 바라보았다.

" 언니는 왜 존대말 쓰는거야? "

" 어머! 얘좀봐. 그래 알았다. "

사실 소영도 집에 있는것 보다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던 만큼 민정 못지 않게 붙임성도 좋고 명랑한 성격이었다. 비록 NWRS의 분위기에 눌려 잠시동안 그녀 답지 않은 행동을 하긴 했지만 민정의 몇마디가 소영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았던 것이었다.

" 그래 궁금한게 뭔데? "

민정이 다시 말을 꺼내는 순간 지금까지 조용히 그녀의 옆에서 걷고 있던 여자가 슬쩍 민정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 목소리가 너무 커요. "

그녀는 거의 들리지도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말을 했지만 민정은 금방 알아듣고 목소리를 낮추었다.

" 미안. 고마워. "

민정은 자신에게 주의를 준 그 여자를 향해 작은 소리로 말을 하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 휴우~ "

소영은 그런 민정의 모습에 의아해 했지만 두 사람의 조심스러운 태도에 쉽게 말을 꺼낼 수 없었다.

" 사실 복도에서 떠들다가 걸리면 벌을 받게 되거든. 그래서 그런거야. "

민정은 소영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 조금 있다가 밥 먹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 너랑 얘기하는건 좋지만 매맞기는 싫거든. "

소영은 그녀의 말에 대답은 못하고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일단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걷기 시작하자 민정의 모습은 마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여배우처럼 보였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눈은 약간 아래쪽을 응시한채 물 흐르듯이 걷는 모습은 감히 흉내내기 어려운 그런 모습이었다. 소영은 그제서야 같이 걷고 있는 대부분의 여자들이 민정과 비슷한 모습으로 걷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들의 눈에는 일종의 자부심 같은 것이 비치고 있었다.

" 뭘까?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는거지? "

사회에서 꽤나 잘 나간다는 집안의 며느리로 귀부인 대접을 받는 소영이라도 그녀들의 모습에는 주눅이 들었다. 왠지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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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민은 자신의 술잔을 한번에 비우고 승호를 향해 내밀었다. 승호는 그의 잔에 다시 술을 채워주고는 자신의 잔에도 술을 채웠다.

" 왠일이야? 오늘 좀 무리하는것 같은데. "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벌써 양주 한병을 다 비운 상태였다. 물론 동민은 이정도에 취해서 비틀거릴만큼 술이 약하지도 않았고 또 그 정도로 술을 마실 만큼 자제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승호는 그의 모습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무슨 일 있는거지? 혹시... "

" 변호사들은 원래 그런거냐? 자식 눈치는 빨라서... 나도 이런 내가 싫어진다. "

" 이렇게 걱정을 할꺼면서 어떻게 제수씨를 NWRS에 보냈는지 알 수가 없다. "

" ...... "

" 오늘 시간이 안된다고 했다가 다시 술한잔 하자고 전화한거 보면 꽤 심각한 것 같은데 속 시원하게 털어놔. "

" 후우~ 이럴땐 정말 담배 생각이 간절하단 말이야. "

" 빨리 결정해 다시 피울건지 아니면 확실히 끊을건지. "

승호는 동민을 약올리듯이 담배 한개비가 삐죽이 튀어나온 담배갑을 그를 향해 내밀었다. 동민은 승호의 행동이 엄청난 유혹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무심코 담배를 향해 움직이던 그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 관둬라. 너답지 않아. "

승호는 담배갑을 입으로 가져가 하나를 빼어 물었다. 순간 그의 앞에 적당히 불꽃이 조절된 라이터를 든 손이 내밀어졌다. 아까의 바텐더였다. 승호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길게 한번 빨아들였다가 연기를 내뿜었다. 동민은 그의 모습을 부러운듯이 바라보다가 술잔을 들어 술을 한모금 마시고 다시 말을 꺼냈다.

" 분명 소영이 걱정되긴 해. 하지만 지금 내 기분은 그게 전부가 아닌것 같아. "

" 제수씨 걱정 말고 다른 것이라... 대충 짐작이 가는군. "

동민은 짐작이 간다는 승호의 말에 의아해 하며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 무슨 뜻이야? "

" Spanking 이라고 하지... 그건. "

" 그래, 알아. 얼마전에... "

" 얼마전에? "

동민은 그의 인생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을 기억을 남긴 그날을 떠올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