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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2:56 1,387회 0건
NWRS - Chapter 22
Chapter 22

" 밥도 안먹고 술만 계속 마시니 영 속이 거북해. 넌 어때? "

동민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짓고 있는 승호를 팔꿈치로 툭 치며 물었다.

" 어? 난 괜찮아. "

" 자식,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거야? "

" 재밌지 않아? "

동민은 승호의 느닷없는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뭐가? "

" 저것좀 보라구. "

동민은 승호의 시선이 향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 뭘 보라는 거야? "

" 쉿! "

승호는 아까의 그 바텐데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민은 바텐더의 모습이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 잘 보란 말이야. 벌써 취한거야? "

" 무슨... 이런, 하하하. "

동민은 그제서야 바텐더가 선채로 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정말 자세히 보지 않으면 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움직임이 없었지만 분명히 그녀의 머리는 앞뒤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눈은 감고 있었고 두손은 앞에서 모아쥔 상태 그대로였다.

" 많이 피곤했나 보군. "

" NWRS 출신의 바텐더가 근무시간에 손님앞에서 졸았다면 어떻게 될까? "

승호의 말을 듣고 동민은 그녀가 NWRS 출신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 저러다가 큰일 나는것 아닌가? "

" 어떤 일이 일어날지 한번 볼까? "

" 뭐? "

동민은 놀란눈으로 승호를 바라보았다.

" 무슨 짓이야? "

그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바텐더를 향해 다가가려는 승호의 팔을 잡았다.

" 가만히 보고만 있어. 저 아가씨의 엉덩이를 보여줄테니까. "

동민은 승호가 무슨짓을 하려는지 깨닫고는 굉장히 복잡한 기분이 되었다. 평소의 그였다면 분명히 다른 사람의 실수를 감싸주려고 했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승호를 말려야 한다는 생각과 잠자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고싶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던 것이다. 그는 슬그머니 잡고있던 승호의 팔을 놓아주었다. 승호는 동민을 향해 씨익 한번 웃어보이고 바텐더 바로 앞으로 다가가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

" 아가씨. "

그의 목소리가 너무 작았는지 부드러운 음악소리에 묻혔는지 그녀는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 아가씨! "

승호는 갑자기 목소리를 키워 다시 한번 그녀를 불렀다. 바텐더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뜨고 자신의 바로 앞에 다가와 있는 승호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손님의 눈을 마주 바라보아서는 안된다는 규칙도 근무시간에 졸거나 다른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규칙도 생각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 얼음 좀 다시 채워 줘요. "

그녀는 그제서야 무슨일이 있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놀란 표정이 사라지고 대신 당황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 죄송합니다. 손님. 금방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

그녀는 허둥지둥 얼음을 가지러 가고 승호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 너무 심한거 아니야? "

동민은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지만 승호는 계속해서 싱글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 자 이제 기다려봐. 마침 저기 지배인이 오는군. "

큰 소란은 아니었지만 지배인이 눈치채지 못할만큼 작은 소란도 아니었다.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지배인은 두사람이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와 정중히 인사를 했다.

" 저희 직원이 무슨 실수라도... "

" 아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얼음이 떨어져서요. "

승호는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말을 했다. 동민은 그런 승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 이래서 변호사하고는 가까이 지내면 안돼. "

얼음을 가져오던 바텐더는 지배인이 와 있는 것을 보고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 손님, 얼음을 다시 가져왔습니다. "

" 무슨 일이지? "

지배인은 조용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 저... 그게... "

분명치 못한 그녀의 태도는 지배인에게 그녀가 뭔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확신을 주었다.

" 죄송합니다. 저희 직원이 실수를 해서 두분을 불편하게 해드렸다면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

" 지배인님... "

" 조용히 해요. "

바텐더는 뭔가 변명을 하려했지만 지배인의 한마디에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동민은 그런 바텐더의 모습을 보면서 지수가 실수를 해서 스스로 벌을 받겠다고 하던때의 일을 떠올렸다.

" NWRS 출신이라고 모두 같은건 아닌가 보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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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희는 강남의 한 가운데 위치한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가족들은 모두 지방에서 살고 있었고 그녀는 대학진학을 위해 혼자 서울로 올라온 것이었다. 지방 고등학교를 다니던 꽤 예쁘장하게 생긴 소녀가 서울이라는 곳에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가 결국 서울의 대학에 입학을 하고 세련된 직업여성이 되었다는 어떻게보면 식상하고 다르게 생각하면 억척스러운 생활이 상상되는 그런 이야기로 민소희라는 여자의 지금의 모습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소희는 어렸을때 부터 굉장히 샘이 많은 아이였다. 그녀가 서울로 올라오게된 것도 TV에서 나오는 대도시 직장여성들의 모습에 샘이 났다는 조금은 어이 없는 이유에서였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그녀는 지금의 생활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어떤 여자와 비교해도 모자랄 것 없다는 자신감은 언제나 그녀의 행동을 당당하게 만들었다. 물론 얼마전에 이지수라는 여자를 보기전까지는 샘을 낼만한 대상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소희는 자신의 침대에 누운채로 천장의 한곳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오늘 같이 나이트에 가자는 친구들의 권유를 마다하고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소희는 며칠동안 그녀의 머리속을 복잡하게 만들던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 출근할때 입었던 복장 그대로 누워있는 그녀의 모습은 남자들이 보면 한번쯤은 마른침을 삼킬만큼 도발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미스코리아나 슈퍼모델들을 보아도 코웃음을 치던 자신을 한순간에 초라하게 만든 이지수라는 여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예의바른 말투와 태도에는 아무런 가식도 없어보였고 자신을 한껏 낮춘 태도에서조차 자신감이 느껴지던 여자였다. 물론 한순간에 이 모든것을 느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지수를 만난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든것을 자신과 비교해 보고 내린 결론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그녀가 자신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고 얼굴이 예뻐서 샘이 난다고 생각했지만 적어도 소희가 생각하기에 그녀가 더 예뻐서 그런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 연봉이 두배라고? "

소희도 같은 일을 하는 다른 여자들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수는 소희의 1.5배 정도 되는 연봉을 받는다는 말이였다.

" 3개 국어에, 기획, 관리? "

소희는 사장이 자신에게 읽어보라고 주었던 팜플렛에서 지수가 말한 3개국어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팜플렛에는 영어나 일어중의 하나는 기본언어고 그외에 3개국어를 더 배우게 된다고 나와있었다. 결국 한국말까지 더한다면 5개국어라는 말이었다. 소희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 불편했던지 한쪽으로 돌아누웠다. 그녀는 가끔 우스개 소리로 한국말 포함해서 3개국어를 한다고 말하곤 했지만 사실 그녀가 할 줄 아는 언어는 영어와 별로 자신이 없는 일어 뿐이었다.

소희는 한참을 누워있다가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저녁도 먹지 않고 몇시간 동안 곰곰이 생각에 빠져있던 소희가 내린 결론은 얼굴이 좀 더 예쁘다는 것을 빼면 자신이 지수보다 나은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무엇인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침대 옆에 놓여있는 네온빛을 내는 전화기로 손을 뻗었다.

" ...... "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의 손은 움츠려 들었고 얼굴에는 망설이는 표정이 떠올랐다. 한동안 전화기 위에 멈춰있던 손으로 수화기를 든 소희는 다른 손으로 몇번이나 보아서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를 누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천천히 버튼을 누르던 그녀의 손가락은 마지막 버튼을 누르지 못한채 멈추고 말았다.

" 휴우~ "

그녀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다시 침대위에 누워 버렸다. 아직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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