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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2:57 1,493회 0건
Chapter 13
동민은 지수와 소영이 떠난 사무실에 혼자 앉아 상념에 빠져 있었다. 진한 가죽 냄새가 풍겨오는 회전의자에 파묻혀 있는 앉아 있는 동민의 손에는 아내인 소영과 함께 찍은 사진이 들려 있었다.

" 6개월이라. 참을 수 있을까... "

동민의 생각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복합되어 있었다. 소영이 6개월 동안 NWRS의 생활을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자신이 소영이 없는 6개월을 혼자서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이었다. 그는 소영과 보낸 마지막 밤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모든 열정을 태워버리려는 듯이 동민과의 섹스에 집중했었다. 지수와 결혼한 이후로 그녀와의 섹스에서 어제밤처럼 만족했던 적은 없는것 같았다. 물론 소영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늘 하던 후희도 잊은채 서로 끌어안은 채로 잠이 들었던 것이다. 동민은 어제밤의 느낌이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에 신기해 하고 있었다.

" 후우~ "

동민은 눈을 감으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힘들게 내린 결정이 과연 두사람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것인지 궁금해졌다.

" 사장님. "

얼마나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었을까 인터폰이 울리며 비서인 소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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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는 오늘 지수가 다시 회사에 나타난 것을 보고 호기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번에 그녀로부터 받은 팜플렛을 보고 그녀가 NWRS에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는 소희에게는 그녀의 출현이 놀라운 사건이었다. 게다가 잠시후엔 동민의 아내인 소영까지 회사에 왔고 한참후에 두 사람이 함께 회사를 떠났다는 것은 소희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소희는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결론은 한가지라는 것을 알고 스스로 내린 결론에 놀라고 있었다. 바로 소영이 NWRS에 입학을 했다는 결론이었다.

" 사모님이 NWRS에 입학한 이유가 뭘까? "

소영이 동민의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지 않아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오직 동민이 뿐이었다. 회사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부모님이나 가까운 친구들조차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소희는 다만 최근에 동민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은 것을 보고 무슨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 그건 그렇고... NWRS... 나도 지수처럼... "

소희는 어느덧 지수를 부러워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당황스러운 기분이 되었다.

" 왜 내가 지수라는 여자를 부러워 하고 있을까? 어째서... "

그녀는 지수라는 여자가 자신이 가지고 있지 못한것을 가졌다는 것에 대해 질투를 느끼고 있다는 것 까지는 깨닫지 못했다.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이성은 애써 그것을 무시하고 있었다. NWRS라는 곳은 자신과는 전혀 관계없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며 지금 느껴지는 감정을 부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 일 때문인지 동민은 오후까지의 스케줄을 전부 비워놓으라고 소희에게 말했었고 그 덕분에 지금 소희도 조금은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때 전화벨이 울렸고 소희는 정신을 차리고 수화기를 들었다.

" 네 비서실 민소희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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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이지? "

동민은 상념에서 깨어나며 인터폰을 향해 말했다.

" 손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

" 오늘 찾아올 손님이 있었나? "

그는 소희의 말을 듣고 자신이 오늘 회사에서 약속을 한적이 없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오후의 스케줄을 비워놨기 때문이었다.

" 예, 한변호사님께서 오셨습니다. "

" 승호가? 무슨... 들어 오시라고 해요."

동민은 얼마전 이혼서류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던 사람이 승호였다는 것을 생각해내고 그동안 아무말도 해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내가 아무래도 정상이 아니군. "

금방 문이 열리며 동민의 친구이며 변호사 일을 하고 있는 한승호가 들어왔다. 동민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반갑게 친구를 맞이했다.

" 어서와라. 정말 오랜만이다. "

동민은 승호를 향해 걸어가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승호는 그의 손을 마주잡고 힘있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 짜식, 오랜만이다. "

" 말투하고는... 변호사 말투가 그게 뭐냐? "

동민과 승호는 한손으로는 악수를 하며 다른 손으로는 서로의 어깨를 치면서 반가움을 표시했다. 두사람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공부를 했던 친구로 서로 모든것을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이였다. 동민은 늘 승호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걸 표현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둘 사이에는 그런 고마움의 표현조차도 쓸데없는 가식일 뿐이었다.

" 이리 앉아. "

한참동안 두사람이 인사를 나누고 쇼퍼에 앉는 것을 보며 서있던 소희는 살짝 웃으며 동민에게 말했다.

" 사장님, 음료수를 준비할까요? "

" 넌 뭘로 마실래? "

" 그냥 시원한걸로. 날씨가 꽤 덥다. "

동민은 소희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동민의 대답을 알아들은 소희는 사장실 밖으로 나가며 문을 닫았다.

" 빨리 바른대로 말해. "

승호는 쇼퍼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동민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 하하, 그래 알겠어.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에 술 한잔 하려고 했어. "

" 설마 그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은건 아니겠지? "

승호는 궁금해서 못참겠다는 듯이 급하게 질문을 했다.

" 좀 천천히 얘기해라. 오랜만에 만났는데 요즘 사는 얘기도 좀 하고 그러지. "

" 필요없어. 난 지금 니가 무슨 생각으로 이혼서류를 만들어 달라고 했었는지 그게 알고 싶으니까. "

" 도장은 찍은적 없고 그 이혼서류는 이미 없애버렸어. 됐지? "

동민은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간단하게 대답을 했다.

" 도대체 왜 만들어 달라고 한거야? "

" 잠깐. "

동민은 승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일어서서 자신의 책상쪽으로 갔다. 그는 서랍을 열고 서류봉투를 꺼내 손에 들고는 다시 쇼퍼로 돌아왔다.

" 읽어봐. "

승호는 동민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서류봉투를 열고 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봉투안에는 NWRS의 팜플렛이 들어 있었고 승호는 그 팜플렛의 표지만 보고도 놀란 표정이 되었다. 동민은 그런 승호의 태도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다.

" 알고 있었어? "

" 하하하. "

동민의 질문에 승호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동민은 어리둥절해진 표정으로 승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야, 설마 너... 제수씨를 여기 보낸거야? "

" 형수님이라니까! 아무튼 보내긴 보냈어. 근데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

승호는 동민을 묘한 웃음이 담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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