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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2:58 1,466회 0건
Chapter 10
" 처음이라 모르는게 많을거에요. 하지만 그렇게 누군가를 똑바로 쳐다보는 버릇은 좋지 않아요. "

순간 소영은 미라가 자신에게 뭐라고 했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 아직은 부족한게 많아 보이는군요. 며칠만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요, 최선생님? "

교장이 소영의 태도를 살피다가 미라에게 말했다.

" 먼저 교장선생님께 인사를 드리세요. NWRS의 모든 책임을 맡고 계시는 분이십니다. "

소영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교장을 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좀전에 지수가 매를 맞는 것을 보고 두려운 마음이 생겼기 때문인 것도 같았지만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

그녀는 미라의 말에 교장을 향해 어색하게 고개를 숙이고 더듬거리며 인사를 했다. 하지만 교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가웠고 오히려 더 무섭게 말하는 것 같았다.

" 몰라서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는 용서를 받을수 있을거에요. 하지만 한번 지적 받은 실수를 되풀이 하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게 됩니다. 명심하세요. 그리고! 인사할때는 다리를 붙이고 똑바른 자세로 허리의 각도가 90도가 될때까지 깊숙히 고개를 숙이도록 하세요. 양손을 앞에 모으는 것도 잊지 말아요."

소영은 교장의 말을 듣기는 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당황스러워 졌다. 다시 인사를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그렇게 알고 있기만 한것인지 판단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 누군가에게 잘못을 지적받으면 즉시 자신의 잘못을 고치고 다시는 잊지 않도록 기억해 두세요. "

소영이 머뭇거리고 있는 것을 본 미라가 말했다. 그녀는 소영에게 말을 하고 나서 한쪽손에 들고 있던 작은 수첩을 펴고 무엇인가를 쓰기 시작했다. 지수가 벌을 받는 것을 본 소영은 함부로 말을 할수가 없었다. 여기까지 오는 차안에서 지수가 주의하라고 했던 것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랜동안 굳어진 그녀의 사고방식이 그렇게 쉽게 바뀔리는 없었다. 소영은 단지 분위기에 압도되어 있을 뿐이었다.

" 안녕하세요? "

소영은 양쪽발을 붙이고 다리를 곧게 편 상태에서 허리를 깊숙히 숙이며 다시 인사를 했다. 교장은 소영의 자세가 금방 좋아지는 것을 보고는 처음으로 입가에 보일듯 말듯한 미소를 지었다.

" 호칭을 붙이는 것도 잊지 말아요. "

계속해서 소영을 감시하듯이 보고 있던 미라가 다시 말을 했다. 소영은 다시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조금씩 반항심이 생겨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이 어린아이처럼 인사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린아이라도 이런식으로 몇번씩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도록 가르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소영의 주위에는 세명의 여자가 그녀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맞은곳이 계속 아픈지 표정을 펴지 못하고 있는 지수와 찬바람이 분다고 느껴질 정도로 싸늘한 표정의 교장, 그리고 소영의 관리자이자 감시자인 최미라 선생, 세사람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항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잘 알고 있는 소영은 다시 한번 인사를 했다.

" 안녕하세요? 교장선생님. "

소영은 자신이 백화점이나 전시장 같은 곳에서 고객에게 똑같은 자세로 인사를 하는 도우미 같다고 느껴졌다.

" 안녕하십니까? 교장선생님 이라고 정중하게 다시 인사를 드려요. "

충분히 정중하게 시키는대로 인사를 했다고 생각했던 소영은 미라의 말에 울컥 화가 치미는 것을 느꼈다. 평소대로 했다면 벌써 몇번은 대꾸를 하고 못하겠다는 말을 했겠지만 아직까지는 간신히 참아 낼 수 있었다.

" 안녕하십니까? 교장선생님. "

" 아직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최선생님, 조금 교육을 시키고 나서 기숙사로 데려가세요. "

벌써 네번째 인사였지만 교장은 한번도 제대로 인사를 받는것 같지 않았다. 결국은 좋지 않은 표정으로 미라를 향해 한마디 하고 나서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다.

" 죄송합니다, 교장선생님.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

미라는 익숙한 동작으로 고개를 숙여 교장에게 사과하고 다시 소영을 쳐다보았다.

" 소영씨는 90도가 어느정도인지 모르나요? 30번 반복해서 다시 하세요! "

소영은 지금까지 분위기에 눌려있던 또 억지로 참고 있던 감정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것을 느꼈다.

" 도대체 이렇게까지 인사를 시키는 이유가 뭐죠? 벌써 네번이나 했는데 30번을 하라구요? 앞에 아무도 없는데 허공에다 대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인사를 하라는 말인가요? "

막 등받이가 높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회전의자에 앉으려던 교장은 소영의 말에 멈칫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와 동시에 미라도 놀란 표정이 되어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소영을 노려보았다. 교장은 소영에게 두었던 시선을 거두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리에 앉았다.

" 죄송합니다, 교장선생님. "

미라는 죄송하다는 말이 아예 입에 붙었는지 또다시 교장을 향해 고개를 숙여 사죄하고는 소영을 향해 다가갔다. 소영은 자신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내고는 금방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차갑게 느껴지던 교장의 표정이 더 차갑게 보였고 방금전까지만 해도 무표정 했던 미라는 눈에 보일만큼 화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영은 두사람의 시선에 몸이 굳어지는듯 했다. 눈앞에 아까 미라가 매를 맞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 ...... "

자신이 실수한 것에 대해 사과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미라가 했던 것처럼 못할 것 같았다. 이 순간에도 소영은 미라나 지수의 태도가 조금은 비굴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비굴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곳에서는 당연한 예절이라는 사실까지는 깨닫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것 같군요. "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소영의 귀에 미라의 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지수양! "

" 네, 선생님 "

지수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소영을 쳐다보면서 미라가 부를거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 가방에 패들 가지고 다니죠? "

" 네, 선생님"

지수는 자신의 가방을 열고 동민에게 엉덩이를 맞을 때 사용했던 패들을 꺼내 두손으로 잡고 미라를 향해 공손히 내밀었다.

" 여기 있습니다. "

소영은 지수의 손에서 미라에게로 건네지는 넓적하고 많은 구멍이 있는 나무로된 도구를 보며 눈앞이 캄캄해 지는 것을 느꼈다. 어떤 용도인지는 너무도 뻔한 것이었다.

" 이곳에서는 누구라도 규칙을 어기거나 옳지 않은 행동을 하면 벌을 받아야 해요. 선생님들이라고 해도 예외는 없어요. "

소영은 미라가 말하는 것을 하나도 듣지 못했다. 그녀의 시선은 미라가 오른손에 들고 있는 패들에 고정되어 있었다.

" 첫날에는 보통 왠만한 잘못은 용서해 주는것이 관례이지만 소영씨가 한 실수는 용서해 줄수가 없어요. "

" 그... 그런... "

소영은 어떤 말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입안에서만 맴돌뿐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 지수양, 의자를 가져와요. "

지수는 교장실의 한쪽구석에 놓여있는 팔걸이가 없는 의자를 가지고 와서 소영의 앞에 내려놓았다.

" 소영씨는 교장선생님 앞에서 옳지못한 태도와 말투를 사용함으로써 규칙을 어겼습니다. 또 내가 지시한 것을 따르지 않겠다는 표현을 했고요. 패들로 30대를 때리겠어요. "

" 자... 잠깐만요! "

소영은 절대 벌을 받을 수 없을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대로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는 미라의 눈빛이 빨리 의자에 업드리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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