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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2:57 1,489회 0건
Chapter 6
소영은 동민이 결코 농담삼아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이런 식의 결론을 바란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도 동민을 사랑하고 있고 몇번이나 그가 얘기하는 것처럼 자신을 고쳐보려고 노력도 했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에게 스스로 실망한 적도 있었다.

"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어 또 소영이가 노력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고. 잘 알기 때문에 무조건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어달라는 것은 아니야. "

그녀는 동민의 말을 듣고는 한가닥 희망을 찾아냈다.

" 어떤것이든지 할께 동민씨가 원한다면 어떤것이든지. 그러니까 제발 이러지만 말아줘. 응? "

" 두가지 중에 한가지를 선택해 줬으면 해. 하나는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고 이제 서로 다른 길을 가는거야. 물론 소영이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두 사람이 다 행복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겠지. "

" 아니야! 동민씨, 그렇지 않아. 난 절대 행복해 지지 않아. "

" 다른 하나는... "

동민은 일부러 말을 멈추며 약간 시간을 끌었다. 그는 소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는 잔뜩 기대감에 찬 시선을 그에게 보내고 있었다.

" 이 입학원서에 도장을 찍는거야. "

" 입학원서? "

소영은 동민의 말을 자신이 잘못 들은것 같아 다시한번 확인을 하기 위해 물었다.

" 그래, 입학원서. 긴 설명은 하지 않겠어. 단지 그곳에서 6개월 동안 교육을 받고 나면 지금 내가 소영이에게 원하는 것, 또 우리를 이런 상황까지 오게한 그런 문제들이 다 해결된다고 믿고 있어. 물론 지금까지 소영이가 알고 있던 그런 교육은 아닐꺼야. "

" 6개월? 동민씨 그건 너무 길어. 난 동민씨랑 6개월 씩이나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 다른 방법은 없을까? 앞으로 정말 열심히 노력할께, 동민씨. "

동민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 아니, 다른 선택은 없어. 내가 얘기한 두가지 중에서 한가지를 선택해야해 이미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한 일이야. 내가 제안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는 수밖에 없어. "

" 동민씨... "

그녀는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남편의 표정을 살펴보았지만 다른 조건을 제시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동민의 냉정하고 무뚝뚝한 태도 속에서 자신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분명히 그건 사랑이었다. 잠시 그렇게 그를 바라보고 있던 소영은 결심을 한듯이 말을 꺼냈다.

" 동민씨가 원한다면... 또 그렇게 해서 우리가 계속 함께할 수 있다면... 나... 어떤 곳이든 갈께... 아무것도 묻지 않을래. 나를 위해서 동민씨가 선택한거라고 믿어. "

그녀의 눈에는 조금씩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 내가 입학원서에 도장을 찍지 않는다고 해도 동민씨는 나를 버리지 않을거라고 생각해. 물론 그랬다면 내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도 않았겠지만... "

동민은 그녀의 말을 듣고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다.

" 사랑스러운 여자... 내가 선택했고 또 나를 선택해 준... "

그녀는 이제 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미안해 동민씨... 나 열심히 교육받을께... 어떤 교육인지는 모르지만 동민씨를 위한것이고 또 동민씨가 선택한 곳이라면... 정말... 정말로 열심히 할꺼야. 나... 나... 어떤것이든 할테니까 다시는 헤어지자는 말... 하지 말아줘... "

그녀는 말을 제대로 마치지도 못하고 일어서서 그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참고있던 울음을 터뜨렸다.

" 나... 흑- 정말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흑흑- 하지만 이제 기뻐... 동민씨가 싫어하지 않게 할 수 있을테니까... "

소영은 그의 품속에서 울먹이며 말을 했다. 동민은 그런 그녀의 어깨를 가만히 감싸안으며 한손으로 천천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소영아 미안해... 나도 널 사랑하니까. 참을 수 없었던거야. 하지만 이제 안심이야. 소영이가 내가 선택한 것을 따라주니까... "

동민은 양손으로 소영의 뺨을 살짝 잡고 몸을 일으키게 했다. 눈물때문에 그녀의 화장이 엉망이 되어 있었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 살며시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어 갔다. 그녀는 살짝 눈을 감으며 동민의 입술을 그리고 그의 사랑을 느끼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한동안 그렇게 서로를 끌어안고 사랑을 확인하고 있었다.

긴 입맞춤이 끝나고 동민은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

" 바보! 이제 그만 울어. 얼굴이 그게 뭐야? "

그녀는 남편이 자신을 안아 올리자 기대감과 행복함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 피이~ 내가 왜 바보야? 동민씨가 바보지! 자기 아내를 울리는 사람은 좋은 남편이 될 수 없는거야. "

" 하하하하. 좋아 그럼 다른 방법으로 한번 울려볼까? "

" 몰라! "

소영은 그의 장난기 섞인 말에 살짝 주먹쥔 손으로 그의 가슴을 때리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다. 동민은 그녀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침실로 가서 살며시 그녀를 내려놓았다. 침대 위에는 평소에 적극적이던 소영의 자세는 온데간데 없고 마치 신혼 첫날밤의 신부 같은 모습의 소영이만 남아있었다.

동민은 그녀의 옷을 하나씩 벗겨내었고 소영도 마찬가지로 그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사람은 천천히 하나가 되며 쓰러졌다. 그의 오른손이 침대옆에 있는 스위치를 더듬거리며 찾기 시작했다.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침실의 어둠은 두사람의 모습을 감추어 버렸고 어둠속에서는 하나가 된 두사람의 숨소리만 간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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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며칠 동안은 소영에게 바쁜날들이 계속 되었다. NWRS의 기숙사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준비라고 해봐야 별 것 없었지만 그녀에게는 또 다른 일이 있었다. 자신이 없는 동안 남편이 혼자서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를 위해서 이것저것 준비를 하느라고 더 바빴던 것이다. 6개월 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이었기 때문에 모든 준비를 갖춰 놓을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한달 동안은 남편이 불편해 하지 않기를 바랬던 소영은 양복, 셔츠 등 옷가지와 밑받찬까지 준비해 놓았다. 예전의 그녀라면 생각하지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소영은 남편과 그 일이 있은후에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동민으로서도 놀랄만한 변화였다. 그리고 한가지 이상한 것은 소영이 NWRS에 대해서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동민이 그녀에게 궁금하지 않냐고 물어볼 정도였으나 그녀는 어떤 곳인지 알게되면 오히려 자신의 결심이 약해질까봐 두려워서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채 입학을 하고싶었던 것이다.

소영은 자신이 없는 동안 집안일을 해줄 사람을 구해놓고 마지막으로 NWRS에 가지고 갈 짐을 싸기 시작했다. 동민이 지수에게 받아 그녀에게 보여준 준비물 목록은 정말 간단한 것이었다. 속옷 두세트와 입을 옷 두벌, 그것이 전부였다. 소영은 작은 가방에 준비물을 챙겨넣고 현관으로 향했다. 그녀는 신발을 신다가 잠시 집안을 둘러보았다. 오랫동안 떠나 있을 생각을 하니 문득 섭섭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뭐하는 거지 지금? 못 돌아올 곳도 아닌데... "

그녀는 자신의 이상한 행동에 피식 웃으며 현관을 나섰다. 그녀는 문을 잠그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에게 열쇠를 건네주고는 남편이 보내준 차에 올라탔다.

그녀는 한편으로는 두렵고 또 한편으로는 설레이는 마음이 되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결혼하고 나서 처음으로 동민의 회사로 찾아간다는 생각을 한 소영은 자신이 그동안 정말 그에게 무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동민씨... 미안해... 정말 사랑받을 수 있는 여자가 되어서 돌아올께... "

그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느덧 기사는 회사 정문으로 차를 몰아서 들어가고 있었다.

" 도착했습니다. 사모님. "

그녀는 차에서 내려 남편이 있는 층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소영은 비서의 안내에 따라 사장실로 들어갔다. 안에는 남편과 처음보는 여자가 한명 있었다. 왠지 모르게 그녀에게 질투심을 느끼게 하는 여자였다. 자신보다 더 아름다운 외모가 아니었는데도 소영은 그녀가 자신보다 낫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 어서와. 오랜만에 사무실에 온거지? "

동민은 소영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그녀를 안으로 데려갔다.

" 인사하지. 이쪽은 내가 일전에 얘기했던 이지수씨. NWRS에서 오신 분이야. "

지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깊숙히 고개를 숙이며 소영에게 인사를 했다.

" 처음뵙겠습니다. 이지수입니다. 만나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

소영은 어색하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받았다. 왠지 모르게 갑자기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나랑은 전혀 다른 사람같아... NWRS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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