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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4:17 1,479회 0건
블루스케치 6부

"설마했는데 정말 교복입고 왔네.."
카페로 들어서는 태혁을 반기며 미수가 말했다.
"가방은??..교복윗옷은??"
"지하철 보관함에...오다가 면티 사입었어.."
"하여간 엉뚱하긴.."
"커피마실래??"
"커피안마셔.."
"왜??"
"돈아까워서.."
"깔깔깔.."
태혁은 말을 한 후 쥬스한잔을 시켰다.
미수는 그런 태혁을 뚫어질듯 바라봤다.
"왜??"
"그냥.."
"싱겁긴.."
"이렇게 보니까 좋다..그날이후 자꾸 니모습 떠올렸는데 확실히 그려지지 않더라."
"그러면 일찍 헤어진다더라.."
"정말?? 누가그래??"
"지어낸거야.."
"하하하..못말려.."
"보고싶었어.."
"응.."
"핏..그럴땐 "나도"라고 말하는거야.."
"나도.."
"에그그..말한 내가 바보지.."
말은 그랬지만 미수의 얼굴을 대하는 순간 태혁은 그녀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배안고파??"
"별로"
"그럼 우리 뭐하지??"
"음..술은 마시지말자.."
"엉뚱해..그래..나도 술마시긴 싫어.."
"영화볼까??"
"그럴까??"

태혁은 극장앞에서 영화표를 끊으면서도 내심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 그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영화관을 찾아야하는 자신이 서글펐다..
흔히 뉴스에서 노인들의 문화공간이나 놀이공간이 너무나 희박하다는 이야기를 하곤했지만 그와 비슷하게 젊은이들이 찾을 공간도
빈약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유래없이 노래방.비디오방.게임방.방방방같이 그들만의 작은공간들이 탄생하고 유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영화 시작하나봐.."
"들어가자.."
"나 팝콘먹고싶어.."
"사올께.."
태혁을 말을 하고 커다란 종이상자에 가득 들어있는 팝콘과 음료수를 들고 미수와 영화관에 들어섰다..
영화관안은 적당히 사람이 들어차있었다.
영화재목이 "글루미선데이"..풀이하면 "우울한일요일"이란 영화였다.
따분할지도 모를것같다는 예상관 달리 태혁은 영화속으로 빠져들었다.
영화의 대략적인 이야기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 두남자가 서로 그녀의 반쪽이나마 사랑하고 싶어하는 ..그와중에 한남자는 그녀를 위한 노래를
작곡했고 그 노래가 수많은 젊은이들을 자살하게 만들었다는 실화였다..자신을 흠모했던 또 한 독일인에 의해 결국 두사람을 모두 잃어야 했던
한여자..그리고 그들의 분신인 한아이..
자기것을 나눠주기란 얼마나 힘든것인가..
특히나 그것이 물질이 아닌 사랑이란 것일때 스스로 포기하기 보다 어려운것이 공유하는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사랑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그리고 그들을 위해 생을 연장하며 짜릿한 복수극을 펼치는 한여인에게도..
순간, 태혁은 미수를 바라본다..
미수도 영화를 보고난후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둘이 아니기에 그녀의 양쪽자리중 어느 한자리에만 서야하는 지금의 태혁은 비워진 한자리를 보며 슬며시 의미있는 웃음을 지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지??"
"응.."
"왜 그런 순간있잖아..꿈중에서도 돈을 줍는다던가..눈뜨면 보지못할 아름다움을 경험한다던가..현실관 다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이루어진다던가.."
"글쎄..난 개꿈만꿔서.."
"하하하..내가 미쳐..."
"암튼 그런데??"
"응..그런 꿈을 꾸다가 누군가에 의해 깨어나 바라본 세상은 꼭 칼라텔레비젼을 보다가 흑백텔레비젼을 보는 그런 느낌이었거든.."
"...."
"영화나 책도 그런것같아..물론 아주 자주 접하진 않지만 볼때나 읽을때면 그 순간만은 내 자신이 그 이야기속 주인공이 된것같아..마치 그 좋은
꿈들처럼..또 다른 세상속으로 빠져드는것 같아..그러다 벗어나면 갑자기 허무해져.."
"지금 그래??"
"응.."
태혁은 미수가 말하는 의미를 이해했다..
그자신도 막연히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그런 느낌 들땐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아??"
"어떻게 해야하는데??"
"밥을 먹어야해.."
"푸하하....정말 너란 애는..."
그들은 웃으면서도 그들의 허전함을 채워줄 무언가를 찾아 거리를 걸었다.

그들이 다시금 거리로 나왔을때 미수가 말했다.
"오늘 나 너무 재미있었어.."
"그래.."
"바보..그럴땐 "나도"라고 하는거야..가르쳐준것도 금방 잊어먹니??"
"나도... 즐거웠어.."
순간,미수의 눈에 잔물결이 일었다..
미수는 슬며시 옆에서 걷는 태혁의 팔짱을 끼곤 말했다.
"내가 영화를 볼때 앞으로 내 옆자리에 네가 있었으면해.."
태혁은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본다..
"왜??"
태혁이 무언가를 찾아 두리번거리자 미수가 말했다.
"어두운곳 없나하고.."
"어두운곳??"
"키스하고 싶어서.."
"내가 정말 미쳐.."
"풋.."
태혁이 자신이 생각해도 우스웠는지 실소를 터트렸다..그순간..
"여기서해줘.."
어느새 미수가 걸음을 멈춘채 눈을 감고 있었다..
살며시 벌어진 입술사이로 새하얀 치아가 살그머니 보였다..
태혁은 그녀의 입술로 얼굴을 가져간다..
촉촉한 그녀의 입술이 태혁의 입술을 느끼며 벌어진다.
이틀전 느꼈던 그 향기로움이 다시금 그날의 기억을 일깨우고 있었다..
한참을 그 향기해 취한채 살며시 미수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녀의 눈이 꿈속을 헤메고 있는듯했다..
태혁도 다시금 눈을 감고 그녀처럼 그녀의 꿈속에 동참하고 있었다..

이런게 사랑일까...
미수가 곁에 없는 지금 태혁은 왠지모를 허전함을 느끼고 있었다.
다시금 전화를 걸어 그녀의 목소리라도 들어야 했을만큼...
한순간 고개를 숙인채 걷던 태혁은 그런 감정을 떨쳐버리려는듯 밤거리를 달렸다.
시원한 바람이 머리칼을 날리고 머리속엔 커다란 누군가의 얼굴이 그려지고 있었다.


태혁이 집앞에 다가선 순간이었다..
"태혁아.."
"철한아.."
철한이 태혁의 집앞에서 서성이고 있다가 태혁을 보고 반색했다..
"뭐야...나몰래 데이트라도 하고 온거야??"
"이자식..얼굴이 왜그래??"
애써 웃음을 짖고 있었지만 녀석의 얼굴은 엉망이었다..
"뭐야..누구랑 또 푸닥거리를 했길래 이래??"
"영화처럼..17대1로 한바탕했다.."
"미친놈..."
"들어가자 맞은데 쑤셔 미치겠다.."

방으로 들어온 태혁은 약통을 뒤져 녀석의 얼굴을 치료했다..
"너 마법의 약이 뭔지아냐??"
"갑자기 무슨소리야??"
"군대 갔다온 우리형이 그러더라..군대에선 대갈통이 부서져도 빨간약만 바르면 낳는다고..한마디로 만병통치약이란 소리지..하하하.."
"미친놈 ..웃음이 나오냐??"
"아프니 웃기라도 해야지..찡그리면 더 아프다.."
"누구랑 이런거야??"
"3반 혁재패거리랑 한판 붙었다..당구장에서.."
"죽일놈.."
"괜찮아..나 맞은것 이상 패주었으니.."
아마도 그말은 맞는 말일것이다..철한은 왠만하면 맞지 않는 놈이니..
"씨팔놈들이 겜뺑이 치는데 마무리에서 쓰리가락 돌린게 살짝 뭍었는데 안뭍었다고 꼴통피우잖아 ....새우싸움이 고래싸움으로 변한거지
뭐..안그래도 마땅치않게 생각하던 터였거든.."
"미친놈..그냥 돈던져주고 나오지 그랬냐.."
"미쳤냐..쌩돈날리게..알잖아..내가 지기싫어하는거..거기다 이겼는데 돈을 왜줘??"
"그래..잘했다.."
"하하..그새끼들..꽤많이 나왔을거다..칠판 사승제까지 갔거든 겜뺑이에서.."
"인물났다.."
"근데 너 어디갔다 이제 오는거냐??"
"미수만났다."
"자식..미수 괜찮냐??"
"모르겠다.."
"짜식...그러고 보니 이거 내 깔치 소개시켜 주러 나갔다가 오히려 너만 봉잡았잖아??...너 한턱 내야겠다.."
"그래.."
"소주있냐??"
"먹다남긴거 있을거다.."
"한잔하자.."
태혁은 녀석의 말에 냉장고에서 술과 쓸만한 안주를 꺼냈다..
녀석은 술한잔을 들이키며 가뜩이나 엉망인 얼굴을 더욱 찡그렸다..
"캬~~~조타..태혁아 나 오늘 여기서 잘거다.."
"그래.."
"역시..친구가 좋구나.."
"난 괴롭다.."
"하하..미안하다..미안해.."
불청객이었지만 오늘밤 철한의 방문으로 태혁의 방은 오랫만에 생기가 돋는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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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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