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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3:00 1,168회 0건
젊음 그 열기 속으로 2부
그렇게 미나와의 재회는 전혀 의도하지않는 시점에 찾아왔다.
3년만의 만남이라는 시간적 간격과 변해버린 미나의 모습은 내가 당황하기에 충분했지만 미나의 경우에는 조금 다른것 같았다.
처음부터 미나에게 기선을 제압(?)당한 나는 시종일관 미나에게 끌려다녔고 미나는 언젠가 나에게 꾸지람을 당했던 것을 분풀이라고 하듯이 나를 놀려댔다. 으........
처음 얼마간은 미나의 놀림과 나의 당황이 겹처서 정신이 없었고, 당연히 미나를 찬찬히 살펴볼 여유따위는 갖지못했다.
머피스의 비어홀은 이런 나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시간이 깊어갈수록 사람들의 열기, 그리고 한 여름밤의 열기 때문에 충분히 달아올랐고 나로 하여금 그 분위기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었다.
몇잔의 맥주를 서로에게 따라주었고 그렇게 약간의 어색함을 털어내고나서야 비로소 미나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미나의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 많이 변해있었다. 어릴 때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문득 그때의 미나가 기억속에서 나타났다.

그때의 미나는.... 짧은 커트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 훤칠하다못해 꺽다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을 정도의 키, 톡톡쏘아대는 말투와 덤벙대는 행동 때문에 그 또래의 여학생들이 가지는 새침함과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었고 오히려 남학생같이 보였다. 그것도 지독하게도 말 안듣는 악동......
당연히 미나에대한 나의 태도는 과외선생이라는 태도보다는 그날 그날 미나와의 거센 드잡이식의 말싸움의 연속이었고... 미나의 부모님 또한 그동안 속석이던 딸에게 따끔하게 야단도 치지못하던 심정이었던지 나의 이런 태도에 대해서 기뻐하면 기뻐하셨지 절대로 싫어하시지는 않았다.
부모님의 소리없는 성원은 나로하여금 더욱더 힘을 내게하였고 급기야 미나의 나에대한 태도는 상냥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의심하는 수준를 넘어 차라리 적대적(?)이라고 말하는것이 사실에 더 가까울 지경이 되었다.
하지만 미나의 성적은 나와의 치열한(?) 투쟁의 산물이었는지는 몰라도 계속 올라갔다. 부모님들이 나에게 주시는 보수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실정도로....
처음 미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을 때는 반에서 거의 40등 수준이었지만 1년여가 지났을 때에는 전교석차 50등 정도를 하게되었다. 그정도가 되자 미나에 대한 내 노력이 결실을 거두는듯해서 뿌듯하기도했지만.... ... 왠지 마치 고슴도치같이 쏘아대는 미나와의 실랑이가 재미있게 여겨지기도 했기때문에 그러했던것 같다.
하지만 미나의 놀라운 성적향상은 미나 부모님으로 하여금 대학합격에 대한 기대를 품게하기에 충분했고, 당연히 대학입시까지 계속 미나를 맡아주었으면 하는 요구를 하시기에 이르렀다. 어린 나로서는 이런 기대감이 상당한 부담이 되어가고있었다.
그렇게 미나와 아웅다웅하는 사이에 시간은 어느새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당연히 나에게도 입영통지서는 날아들었다. 별생각없이 군에는 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있던 나로서는 미나 부모님께서 나에게 보내시던 기대가 부담스러웠던터라 입대를 핑계삼아 그만 두자는 생각을 갖게되었다.
그렇게 생각을 굳힌 나는 그때까지 나에게 성심성의껏 대해주신 미나의 부모님께 입대소식을 알려드렸고, 미나 부모님은 행여나 보수가 작아서 그러는가 싶으셨는지 보수를 더 올려주시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그때 당시로서 나는 거의 백만원에 육박하는 거금을 받고있었던터라 (보수에대해 섭섭하기보다는 거의 황송해하는 수준이었다) 절대로 보수때문에 그만두는것이 아니라고 간곡히 말씀드렸고, 심지어는 입영통지서까지 보여드리고 나서야 부모님께서는 그만 단념하시는듯했다. 그래도 아쉬우신지 저녁이라도 같이하자는 말씀을 하셨고 차마 거절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미나에게도 알려야했기때문에.....
마지막으로 인사차 미나의 집에 들렀을 때는 입대 하루 전이었고, 미나네 식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비로소 미나는 내 입대소식을 듣게되었다.
그동안 나에대한 미나의 태도는 처음과 별반 달라지지않았고... 당연히 나로서는 미나가 섭섭해할것이라고는 생각하지못했다.
하지만 미나의 태도는 내 상상을 깨기에 충분했다. 식사하던 도중에 알게된 미나는 그만 식사도 하지않은체 나가버렸고, 부모님들께서는 많이 섭섭해서 그러니 나가서 위로를 부탁한다고 말씀하셨다.
마당으로 나온 나는 우선 미나를 찾았고, 미나는 대문옆 담장에 기대어 서있었다. 가까이에서 본 미나는 우는듯했다.
"어....... 미나야.......?"
미나의 반응에 대해 당황한 나는 뱉어낼 수 있는 단어를 찾느라 땀을 흘려야했지만 내 입에서는 별반 의미있는 말은 나오지않았다.
"그렇게 내가 싫었어요? 군대간다는 말로 속일 정도였어요?"
미나는 거의 고함치듯이 말했고 나는 적잖이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어....... 그게 아닌데...... 진짠데......."
미나는 내 입대를 자기가 싫어서 관두려고 꾸며내는 거짓말로 생각하고 있었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때는 나도 당황했었기에 제대로 미나에게 설명해주지도 못했다. 그저 오해라는 말, 그 동안 열심히 해줘서 고마웠다는 말, 그리고 건강하라는 말 정도밖에는 해주지못했다. 그렇게 미나에게 어줍잖은 위로를 한 다음 대문을 나섰지만 미나는 나와보지도 않았고...... 그렇게 미나와는 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입영열차를 타게되었다.

"뭐해요? 진수씨?"
미나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나는 마시던 맥주를 급하게 삼키느라 켁켁거리면서 기억으로부터 다시 하이야트 머피스로 돌아왔다.
"뭐? 진수씨? 그래, 인제 대학생되었다고 나랑 맞먹겠단는 거야?"
"피이...... 그럼 안되요?"
"흐이그....... 그 버릇 어디가니?"
어이없어하는 나를 바라보면서 깔깔거리던 미나는 "버릇"이라는 내 말을 듣고서는 약간 움찔했었지만 이내 다시 웃으면서 물었다.
"도대체 이런 미인을 앞에 두고서 무슨 생각을 하는거에요? 진수씨이~~?"
"나아~~참~~! 못말리겠군. 꼬마는 몰라도 되니까 신경꺼라, 응?"
피식거리는 나를 한동안 바라보던 미나는 갑자기 심각(?)해져서는 다시 물었다.
"뇨자구나? 누구야? 내가 아는 언니에요?"
헉...... 얘가 왜 이러나? 이녀석이 술이 취했나?
"임마! 여자는 뭔 여자야?"
미나는 옛날 그대로 끈질기게 나를 몰아대었고 결국은 내 자백을 받아내고 말았다.
"헤에~~ 그랬구나."
그 뒤에 이어진 우리의 대화는 농담이 50%였고 우격다짐과 호통, 그리고 내 입에서 쏟아지는 체념이 50%였다.

그렇게 맥주를 마시는 사이 어느새 시간은 11시를 넘기고 있었고 머피스는 댄스홀처럼 변해갔다. 사람들의 목소리와 음악때문에 거의 소리치듯이 말할수밖에 없었고 술도 어느정도 마신 나는 미나를 데려다줘야겠다는 생각에 일어서자고 말했다.
미나 역시 너무 소란스러워진 머피스에 질렸는지 아무 말없이 따라서 일어났다. 밖으로 나온 미나와 나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마치 처음 마셔보는 사람들처럼 들이켰고 둘 다 그런 상대방의 모습에 웃었다.
"괜찮냐? 꼬마가 그렇게 맥주를 마셔대더니...."
약간 휘청이는 미나를 잡아주면서 건넨 내 말에 한 마디도 질 수 없다는 듯 미나는 큰소리로 외쳐댔다.
"하아~~ 얼마 먹었다고 그런 소리를 해욧? 2차 가요, 2차!"
"으이그.... 인젠 다 커서 어디 쥐어박을곳도 없구나...."
"헤에~~"
미나는 귀엽게 웃어대면서 제자리에서 한바퀴 돌았다.
"음냐.... 쬐끔 취했네.... 진수씨, 우리 조금만 걸어요."
또다시 이어지는 내 호칭때문에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름을 부르는 대신에 오빠라고 부른다는 것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합의한 우리는 조선비치호텔쪽으로 산책을 했다. 미나의 걸음걸이는 조금 위태위태했고, 때문에 나는 미나를 부축할 수 밖에 없었다.
"잉? 이거 뭐야? 왜 팔짱을 끼고 그래? 남들이 보잖아, 임마!"
"피이~~ 그건 미나가 이뻐서 보는거니까 신경쓰지 마세용!"
"야, 임마! 덥단 말이야!"
"흥! 속으로는 좋으면서!"
"으이그... 어걸 그냥 콱.....!"
미나는 은근슬쩍 내 팔을 잡았고 미나의 가슴이 내 팔에 와닿는 순간 나는 그만 찔끔거리고말았다. 하지만 내심 그렇게 싫지는 않았고..... 그런 내 생각에 당황했다. 하지만 미나의 팔을 내가 붙잡고 가는 것 보다는 미나가 내 팔을 잡는 것이 더 보기에 낫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에게 최면을...... 크.......이것 참............
그렇게 조선비치까지 간 우리는 집에가자는 말과 2차 가자는 말을 침 튀기면서 외쳐댔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우리를 보면서 웃어댔다. 결국 내가 조금 윽박지른 덕택에 미나와 나는 가까스로 택시에 올라탈 수 있었고, 차 안에서도 미나는 내 팔을 계속 끼고있었다. 여전히 내 팔에 와닿는 미나의 가슴 때문에 당황한 나는 참 덥다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음... 이대로 집에 들어가면 혼 나는데....... 오빠, 어떻하쥐?"
"그러게 왜 많이 마시냐, 임마!"
결국 우리는 미나 집 근처에 내려 조금 걸은 뒤에 집 앞에 도착했다. 이미 시간은 12를 넘기고 있었고 너무 늦었다는 생각때문에 걱정을 하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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