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에 핀 꽃(1)

첨 올리는 글이라 다소 미숙해도 이해하시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저 보기만 하자니 매일 신세만 지는 느낌이라, 미안스러워 서툴지만 올려봅니다.

공사장에 핀 꽃
1부
“아줌마! 나물 좀 사가, 싸게 줄께…”
어둑해질 무렵 길가에 장사치 할머니들이 고만고만한 찬거리를 앞에 두고 행인들을 불러댄다. 지친 몸을 이끌고 시장어귀에 들어선 영호엄마. 주머니에 만져지는 얄팍한 지전들을 속으로 헤아리며 늘어선 좌판들을 주욱 둘러보며 걷다 생선가게 앞에서 문득 걸음을 멈춘다. 통통한 은빛 갈치가 맛깔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갈치 들어가시게?” 반가이 맞는 생선 아줌마,
“어떻게 해요?”, “응! 한 마리 만 오천원…”
그 중 젤 큰놈을 들어보이며 아줌마가 대답했다. ‘만 오천원이면 삼일 부식값인데…’ 만 삼천원까지 준다는 생선아줌마의 흥정을 뒤로하고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영호가 젤 좋아하는 게 갈치였다. 갈치 - 식구들에게 맛난 밥상한번 제대로 차려준게 언제였던지, IMF - 10년을 근무하던 직장이 파산하여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영호아빠, 이후 출판사 외판원이며 택시운전이며 여기저기서 발붙일 곳을 찾아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상황은 너무나 힘겨웠다. 설상가상으로 직장선배를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어렵사리 취직자리를 부탁하고, 오랜만에 기분 좋게 귀가하던 밤, 교통사고 ? 뺑소니 차량에 치어 보상한푼 제대로 받지못한체 그렇게 6개월을 병원 생활을 하고 나니 남는 건 월셋방 한 칸에 장애자 남편, 그리고 철없는 아들… 막막했다. 돈을 벌고, 집안일하고, 남편 병수발에 아들 뒷바라지까지 막상 닥쳐진 상황에 어떻게든 버텨보지만 이젠 너무도 힘겹다.
실직자 100만 시대에 자연 이번엔 남편대신 부인들이 생업전선으로 쏟아져 나왔다.
대학까지 졸업한 영호엄마지만 나이 서른 여덟에 아무 경험도 없는 그녀를 환영하는 곳은 없었다. 하물며 평소엔 생각지도 못했던 파출부자리마저 하늘에 별따기였다.
몇 번을 망설인 끝에 찾아간 직업소개소에 선금을 주고 기다렸다.그렇게 20여일 을 기다려 얻은 일자리가 빌딩청소 용역이었다. 60여 만원 남짓한 봉급으로 생활비에 애 아빠 약값까지 너무나 빠듯했다. 하물며, 만 오천원짜리 갈치는 꿈도 꾸지 못했다.
평소 같으면 “좀 더 주세요, 깎아 주세요.”같은 실랑이도 여러 번 오갔을 테지만 오늘은 묵묵히 반찬 몇 가지를 사들 곤 시장을 빠져 나왔다.
너무나 우울하고 또 막막했다. 누구라도 만나서 하소연이라도, 신세한탄이라도 실컷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친구들도 친척들도 이미 연락 끊고 산지 오래 였다.
“영호엄마~?”
터벅터벅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하는 영호엄마를 불러 세운다. 뒷집 사는 창규엄마였다.
”아니, 왜 이렇게 넋 놓고 가? 몇 번을 불러도 모르고, 힘도 하나도 없이..”
“아! 네에…” 한동안 내 뒤를 따라왔나 보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 힘들지? 애 아빠는 좀 어때? 우리 어디 가서 시원한 것 좀 마실까? 시간괜챦지?”
대답할 겨를도 없이 반 억지로 창규엄마에 이끌려 동네어귀 생맥주 집에 들어선다.
빈속이라 그런지 차가운 맥주가 입을 통해 식도를 타고, 내장 구석 구석을 확인하듯 흘러내린다. 커다란 잔이 거의 비워갈 무렵 마주앉은 창규엄마를 찬찬히 살폈다. 마흔을 조금 넘었을까? 약간은 그을린 얼굴이었지만, 적당히 봉긋한 가슴에 몸매도 그렇게 보기 싫지 않았다. 일찍이 혼자됐다는데 고등학생, 중학생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살아왔을까?
창규엄마도 시장엘 들려오는지 그녀 옆에 있는 두툼한 까만 봉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술잔이 새로 채워지고 다시 오가가며 두 여자의 신세 타령이 계속됐다.
“영호엄마, 너무 힘들구나 쯧..쯧..”
한참을 듣고 있던 창규엄마가 진심어린 눈으로 영호엄마를 걱정했다.
“창규어머니는 무슨 일 하세요?”, “어! 나아?”
갑작스런 질문에 창규엄마가 당황했다.
“네에, 궁금해서요. 일찍 혼자되셨다는 데 아이들도 잘 키우시고…”
“어~ 나~! 조금 힘든 일해.”
잠시 망설인 끝에 창규엄마가 대답했다.
남의 집살이며, 식당일등 안해본일이 없다는 얘기 끝에 지금은 공사장엘 나가고있고 잡일이라 힘들지만 그래도 벌이는 젤 낫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버시는데요?”, “으응, 한달 꼬박 빠지지않고 나가면 한 120정도 되고, 또…”
대답하던 창규엄마가 아차 싶은지 말꼬릴 자른다. 눈치가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남의 돈 얘기를 따져 묻기도 그렇고 해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120만원 ? 내 봉급에 곱절이다. 그 돈이면…’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한참을 망설인 끝에 자기도 일을 할 수 없는냐는 말을 어렵게 건냈다.
“글쎄, 거기도 일하자고 하는 사람이 많아서…하여튼 내 한번 알아보고 전화해줄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