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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3:12 1,391회 0건
SF] 혹성상인 60. --- 속죄양

60.

“그리고 김이사, 김이사는 타이힐에서 패트리샤 일당에게 구금되었을 때 회장님이 부친이라는 사실을 그들에게 스스로 밝혔습니다. 회사 전체의 파멸을 부를 지도 모르는 정보를 적에게 제공한 것입니다. 이사는 이 점에 대해서 말해보시오. 이 사실도 부인할 건가요?”
“…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 대목에 이르러 한스는 고개를 떨구고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비록 눈을 감고 있지만 이 결정적인 사실에 의해 한스가 대권에 도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느낌에 나머지 참석자 모두가 매우 기뻐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였다.

“김이사, 그리고 이사는 마리브 행성에서 적에게 구금되어 위기에 처했다가 구출되었을 때 또 반역집단의 수괴인 한 서버의 목숨을 살렸소. 그렇지 않소?”
드디어, 드디어 마칼레나의 이야기가 나오는구나. 한스는 앤슬롯의 언급에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온몸의 신경이 날카롭게 일어났다.
“네, 그런 적이 있습니다.”
“왜 그녀를 살려줬오?”
“너무 예뻤습니다.”
“그녀는 지금 어디 있나요?”
“제, 제 별장에 있습니다.”

이사라고 부르는 호칭이 마치 ‘피고는’이라는 말처럼 들렸다. 한스는 식은 땀이 흐르는 목덜미를 손으로 닦고 체념하듯 말했다.
“그 서버는 처형대상이었습니다. 그런 반역죄인의 목숨을 살려주고 회사의 주요 정책결정 인사인 이사의 지근에 두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입니다.”
“그녀의 여색에 빠져 제가 이성을 잃었습니다.”

한스의 자백에 또다시 다른 참석자들이 기뻐하는 느낌이 느껴졌다. 그러나 앤슬롯의 취조는 계속되었다.
“김이사, 이사는 사실 나사미야 행성에서 세운 공로 때문에 이사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런데 그 행성에서도 한 서버를 데려 왔지요.”
“네.”
“그녀는 비록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더러운 변절자고 배반자입니다. 그런 저열한 심성을 가진 서버를 지근에 데리고 있는 이유가 뭡니까?”
“… 예뻤습니다.”
한스는 한숨을 내쉬듯 답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자책의 한숨으로 보였겠지만 사실 한스에게는 마칼레나에 대한 추궁이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넘어갔다는 안도의 한숨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제 한스가 모든 걸 포기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전달되었다.

“김이사, 이사는 스키타이 파크에서 놀음을 한 적이 있습니까?”
“네.”
“어떤 종목이었죠?”
“룰렛이었습니다.”
“당첨됐습니까?”
“네.”
“보통 룰렛은 당첨확율이 낮은데 어떻게 당첨됐죠? 그리고 당첨금은 얼마였습니까?”
“… 64개 번호중 63개에 걸었습니다. 당첨금은 서버였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도박을 한 것이 아니고 그 서버를 산 것이지요?”
“네.”
“어떤 바보 같은 도박장 주인이 모든 번호에 돈을 다걸고 사도 남는 당첨금을 걸겠습니까. 결국 김이사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서버를 샀다는 걸 인정합니까? 그것도 회사 공금으로 말이지요.”
“…네. 인정합니다.”

여기까지 말한 앤슬롯이 이제 한스에게서 시선을 떼어 모든 참석자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여색에 관심이 없어서 회사 상품의 가치에 둔감해지는 것도 큰 일입니다. 또 한 서버를 인간으로 느끼고 상품임을 망각하는 것은 중대한 문제입니다. 하나 반대로 무분별하게 여색에 빠져서 이성을 잃는 것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분들이 회사의 이사로 회사를 이끌어 나간다면 회사의 장래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 이사들께서는 심각한 자기 반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앤슬롯의 이 말이 야마니, 카를로스, 한스의 지위나 장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몰라도 이 순간만은 심각한 문제여서 모두 침통한 자세로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틈에 리에는 장리웨이를 살폈다. 회장 자리의 경쟁자는 보통 장리웨이, 카를로스, 야마니, 한스 정도로 회자되고 있었다. 그중 세 명이 치명적인 지적을 당했다. 그런데 이 멋진 남자, 장리웨이 만이 지적을 안받은 것이다. 이 남자가 회장이 될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리에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순간 앤슬롯이 장리웨이를 지칭했다.

“장이사.”
“네.”
“이사는 현재 몇 명의 서버를 소유하고 있습니까?”
“한 명입니다.”
“그녀를 소유한 지 얼마나 되었죠?”
“3년입니다.”
“그녀가 장이사가 소유했던 서버 중에 처음입니까?”
“아닙니다.”
“그전에도 여러 명의 서버들을 소유했었지요?”
“네.”
“그들중 가장 오래 소유한 서버는 기간이 얼마나 됩니까?”
“… 아마 6개월쯤 됩니다.”
“그렇지요. 그런데 이 서버, 그러니까 이 주우칸란이라는 서버는 왜 3년이나 소유하고 있는 겁니까?”
“맘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뜻이지요?”
“그녀가 제 마음에 들었다는 뜻입니다.”
“사랑한다는 뜻인가요?”

사랑!

앤슬롯의 입에서 나온 이 단어는 모든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그동안 여러 이사를 강하게 질책하면서도 이 단어는 사용된 적이 없었다. 앤슬롯이 가급적 단정적 단어를 쓰지 않고 자백을 유도했던 방식에 비하면 파격적인 것이다. 즉 앤슬롯이 그만큼 확신을 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스는 이제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이지스에서, 회사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말이 무엇인가를. 그건 회장의 이름도, 영업의 비밀도, 무고한 학살도 아니었다. 그건 바로 사랑이라는 말이었다. 결국 이곳 회사가 지배하는 이지스에서는 사랑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마칼레나의 말이 맞았던 것이다.

모두가 조용한 가운데 장리웨이의 입을 주시했다.
장리웨이는 굳은 표정으로 묵묵히 앉아 있었다. 한동안의 침묵이 흐른 뒤에 앤슬롯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장이사, 다시 묻겠습니다. 주우칸란에 대한 말이 사랑한다는 뜻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장리웨이가 무심하게 앤슬롯의 말에 답변을 했다. 장내에서 한두명의 탄식이 낮게 퍼졌다. 앤슬롯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장이사, 회사에서 상품을 사랑해선 안된다는 사실을 몰랐습니까?”
“…”
“장이사, 이미 지난 일은 덮어두기로 하겠소. 하지만 이제부터 장이사는 이 회사의 정점인 이사회 멤버가 되었소. 이제부터 나와 장이사가 해야할 일은 명백한 것이요.”
“…”
“장이사, 주우칸란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고 다시는 서버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겠소?”
“…”
“장이사, 이게 회사가 주는 마지막 기회요. 선택은 장이사에게 달려있소.”

앤슬롯의 강요에 다시 장내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장리웨이는 깊은 상념에 잠긴 듯 했다. 한동안의 깊은 침묵 끝에 장리웨이가 입을 열었다.
“만일… 만일, 제가 이사직을 사임하면 어떻게 됩니까?”
장리웨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자 모두가 다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자는… 장리웨이는 진짜로 주우칸란을 깊이 사랑하는구나. 이사직을 버리면서까지, 아니 이사직만 버리는 것이 아니라 회사내에서의 성공을 포기하면서 까지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 하다니.

앤슬롯이 허탈하다는 듯이 말했다.
“장이사 그건 이사도 잘알지 않소?”
”압니다. 다만 다시 한번 확인하려고 하는 겁니다.”
장리웨이가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앤슬롯은 베조프를 찾았다.
“베조프이사, 그런 경우에 어떻게 되는지 말해주시오.”
“네, 회사와 합의되지 않은 사직의 경우, 주요간부직은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별도 구금됩니다. 그리고 회사가 준 모든 물건은 회사에 다시 귀속됩니다.”
베조프가 유난히 ‘물건’이라는 말에 악센트를 주어 말하자 사람들은 사직해봐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이해했다.

이거 완전히 마피아 조직아냐. 한스는 들어올 때는 네 맘대로지만 나갈 때는 그렇지 않다는 베조프의 말에 회사가 덩치 큰 마피아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 나는 어떻게 되지. 나도 이제는 내 맘대로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 아닌가.

“이제 됐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말해 보시오. 장이사.”
앤슬롯의 재촉에 장리웨이는 고뇌에 빠지는 듯이 보였다. 그러더니 마침내 입을 열어 앤슬롯이 원하는 것을 주었다.

“네. 포기하겠습니다.”
“고맙소, 장이사. 회사를 위해 큰 결단을 내려주었소.”

장리웨이의 말이 떨어질 때 한스는 리에의 얼굴을 보았다. 이 순간 여태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왔던 리에의 얼굴에도 한줄기 실망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여자란 정말 묘한 존재다. 리에는 장리웨이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에게 접근했다면 방해물인 주우칸란을 떼어내려 별 짓을 다했을 것이다. 장리웨이가 계속 주우칸란을 사랑한다고 하면 리에는 그녀를 저주했을 것이다. 그런데 장리웨이가 주우칸란을 버리자 출세를 위해 사랑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남자에 대해 크게 실망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장리웨이의 수난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앤슬롯은 옆의 서버에게 주우칸란을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바로 문이 열리며 두 명의 서버에게 인도되어 아니 연행되듯 주우칸란이 장내로 들어왔다. 이미 주우칸란을 장리웨이의 별장에서 잡아와서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우칸란은 끌려와 테이블의 정면 앞에 섰다. 서버치고는 조금 작은 키. 괜찮은 몸매와 얼굴이지만 이지스에서 미인급에 드는 외모는 아니었다. 그러나 선량하고 착해보이는 커다란 눈망울과 얼굴 표정은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천천히 빨아드리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장이사, 이 서버 앞에서 다시 한번 아까의 결심을 다시 한번 밝혀 보시오.”
뭔가 심상찮은 상황에 주우칸란의 표정은 긴장과 두려움에 싸여 떨리고 있었다. 장리웨이는 무표정하게 주우칸란을 외면하고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장이사, 이 서버를 사랑할 겁니까?”
“아닙니다.”
장리웨이의 이 한 마디 말에 주우칸란이 맥을 잃으며 쓰러질 듯 휘청했다. 두 서버가 옆에서 받쳐줘서야 간신히 몸을 지탱해 섰다.

“장이사, 이 서버를 회사에 반납하겠소?”
“네, 반납하겠습니다.”
“지금 즉시 반납할 수 있습니까?”
‘네. 지금부터 제 소유가 아닙니다.”

한번 말을 뱉은 장리웨이는 이제 청산유수처럼 앤슬롯이 원하는 것을 주어 나갔다. 이 남자는 이런 장점이 있었구나. 한스는 장리웨이가 왜 출세 가도를 달려왔는지 알 것 같았다. 모든 일에 미련이 많고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은 한스에 비해 장리웨이는 한번 방향을 정하면 미련 따위는 두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사실 어찌 그러겠는가. 실은 장리웨이는 너무도 괴로운 이 자리를 빨리 마무리짓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일은 그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고맙소, 장이사”
앤슬롯은 장리웨이에게서 눈을 돌려 주우칸란을 보았다. 그녀는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믿기지 않는듯 꿈을 꾸는듯 멍한 눈으로 몸을 옆 서버들에게 기대고 서있었다. 앤슬롯은 주우칸란을 음흉하게 쳐다보더니 서버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년의 옷을 벗기고 커프를 채워라”

다른 서버 둘이 달려들어 주우칸란의 옷을 벗겨냈다. 주우칸란은 반항도 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맡기고 있었다. 순식간에 주우칸란은 완전 나체가 되었다. 적당한 크기의 유방 위에 매달린 젖꼭지가 공포심에 떨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여섯개의 목걸이가 채워졌다. 두 팔목과 발목, 목과 허리에 가죽으로 만들고 고리가 달린 커프가 채워져 애처로운 나체에 에로틱한 공포를 더한 모습으로 변신시켰다.

“위에 매달아.”
앤슬롯의 말에 서버들은 그녀의 두 손목의 고리를 맞대어 잠그고 천정에서 내려온 쇠사슬에 두 팔을 연결시키고 다시 쇠사슬을 당겨 올렸다. 주우칸란은 두 팔을 위로 높이 든채 앞을 보고 서있는 자세로 묶였다. 한스는 장리웨이의 표정을 살폈다. 장리웨이의 얼굴에는 고통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바로 한 시간 전까지 한스는 장리웨이를 증오했다. 마칼레나를 욕보인 더러운 놈, 죽이고야 말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지금 장리웨이를 바라보는 한스의 마음은 연민으로 가득차 있었다. 링링이 이상한 보고를 했더라면 지금 이 일을 당하고 있는 것은 장리웨이가 아니라 한스 자신이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저기 묶여있는 여자도 주우칸란이 아닌 마칼레나일 수 있었던 것이다. 한스는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땀을 닦으려 손을 올리다 리에와 눈이 마주쳤다. 리에의 눈빛을 바라본 순간 한스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리에는, 리에의 눈빛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오빠, 마칼레나를 사랑한다고 했지, 내가 그 얘기를 여기서 해줄까? 한스는 절박하고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리에, 제발 봐줘, 부탁이야. 그러나 리에의 눈빛은 차가운 경고를 담아 보냈다. 언제라도 까불면 불어버리겠다는 차가운 경고에 한스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야마니 이사, 앞으로 나와 보시오.”
앤슬롯의 말에 칼리프가 일어서 앞으로 나왔다. 서버가 다가와 그에게 길고 야멸차 보이는 연편을 건냈다. 앤슬롯은 칼리프에게 주우칸란을 때리라고 지시했다.
“야마니 이사, 당신의 결심을 확인시킬 기회요. 저 서버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때리시오.”

칼리프는 장리웨이를 힐끗 쳐다보았으나 장리웨이는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칼리프에게도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칼리프는 앤슬롯에게 물었다. 이렇게 앞쪽을 때리냐고. 앤슬롯은 고개를 끄덕였다.

칼리프가 연편을 휘둘렀다. 짜악하는 소리와 함께 주우칸란의 흰 배에 뱀처럼 붉은 줄이 그어졌다. 칼리프는 연속해서 연편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주우칸란은 손이 묶인 채 발버둥치며 칼리프의 매질에 비명을 질렀다.

순식간에 주우칸란의 유방과 배, 허벅지에 무수한 징그러운 붉은 줄들이 생겨나고 여기저기서 터져나온 핏물은 천천히 아랫쪽으로 번져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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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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