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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계절로 - 1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5 03:31 1,541회 0건
[창작]빛나는 계절로1
이.. 이건 야설인가?! 과연 야설인가?!
단순한 야설이 아니라 에로티시즘 레터로 인정받고 싶다아아!!!
...라는 주접을 떨고 있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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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따스하다고 느껴지는 계절, 바람결에 은근히 실려오는 꽃 향기. 그 속에.
두 아이가 아무것도 깔지 않은 채, 흙바닥에 앉아 있다.
열심히 흙을 주물럭거리던 여자아이-그렇다, 소녀라 하기엔 너무 앳되고, 마냥 꼬마라 부르기엔 큰 눈과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이 그 말을 무색케 한다.-가 접시처럼 보이는 무언가에 그것을 담아, 남자아이-이 쪽도 마찬가지다.-에게 건넨다.
"자 다 됐어요"
"야아, 피자다. 맛있겠다아"
"많이 먹어요"
"으응"
남자아이는 흙덩이를 집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입에 집어 넣는다.
"아앗, 진짜로 먹으면 어떡해"
"콜록콜록… 퉤퉤…"
"괜찮아?"
"네… 네가 만들어 준 거니까… 안 먹을 수 있어"
"…"
"왜 그래?"
"이, 이런 거 말고 진짜 피자 해줄게"
"정말?"
"으응. 나, 그래서, 오빠한테 피자 말고도 더 맛있는 거 해줄거야"
벚꽃이 쏟아지는 봄날의 오후, 어린 때의 그 약속.
이제 영원히 지킬 수 없게 되었다.

처음 마시는 술은 썼다.
쓴 맛이란건 아직 혀에 익지 않아서 생기는 거부반응이라 생각한 나는 그 씁쓸한 맛이 소위 "감미롭다" 라는 느낌이 될 때까지 마시리라고 다짐했지만 맛은 그대로요, 정신만 계속 몽롱해 질 뿐이었다.
쓰다. 젠장!
나는 들고 있던 소주병을 집어던졌다. 꽤 들어 있었던 모양인지 병은 맑은 유리병 특유의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굴렀다. 빛 하나 없이 깜깜한 이 방에서는 지녀석이 어디로 구르든지 내 알 바 아니다. 그저 내가 등을 붙일 장소에 그 망할 놈의 액체만 고여있지 않으면 된다.
[후우]
나는 열기로 달아오른 몸에서 증기와 같은 숨결을 뿜어냈다. 아니 토해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보통 이럴 때 어른들은 기분이 알딸딸하게 좋다고 하던데 도무지 그렇지 않다. 괜히 마신 것 같다. 빌어먹을! 역시 사람이 죽었다는 것은 술이란 걸로 가뿐히 풀어질 기분이 아니란 거다. 그것도 가족 중의 하나가 죽었다는 건.
오늘 유희가 죽었다. 같은 집에 살고, 같은 밥을 먹고, 같은 학교를 다녔던 동생……. 아니다. 동생이 아니었다.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동생은 내게 전혀 가족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그 생각은 내가 어릴 때부터 계속 이어져왔던 것 같다. 나는 유희를 동생으로 인식한 적도 없었고, 그렇다고 하나의 이성으로 인식한 적도 없었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나를 대해주고, 나를 보살펴주고, 나를 걱정해주는 유희는 특별한 존재였다. 특별한 존재.
사람들은 신이 여성인지 남성인지 모른다. 모르지만 경외심을 가지고 공경하며, 받들어 모신다.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에겐 유희가 그와 같은 존재였다.
……정정해야겠다. 내가 유희를 이성으로 인식한 적이 없다는 것은.
[이제 와서 그런 것 따져 봤자 뭐할 거야.]
자신에게 이렇게 한마디 툭 던지고 난 후 나는 누워버렸다. 도저히 사고를 할 수가 없었다. 문득 고개를 돌리는데 머리맡에 꽃잎을 담아놓은 유리병이 보였다.
벚꽃.
연한 분홍색의, 아니면 연한 보랏빛일지도 모를 그 보드라운 색.
유희가 제일 좋아한 꽃이었다.
벚꽃이 일본의 국화란 것쯤은 어릴때 아버지에게 배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4월만 되면 벚꽃보러 가자고 졸라대는 유희에게 쏘아붙였다.
[너는 국화인 무궁화는 보러 안 가고 매년 일본국화인 벚꽃을 보러 가냐?]
그렇게 말하면 언제나 유희는 배시시 웃으면서
[이쁜 걸 어떡해.]
라고 말할 뿐이었다. 이 조그만 녀석에게 국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르쳐 줘야겠다고 생각했으나, 고집에는 당할 수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은 그렇게 구경만 가다가, 중학시절엔 그 패턴이 바뀌었다. 학교에서 집까지 돌아오는 길의 가로수가 벚꽃이라 역시 4월이 되면 "오빠, 입구 쪽의 벗나무 아래에서 기다릴게." 이런 식으로 제멋대로 말해놓고 가버려, 결국 중학 3년동안 4월만큼은 꼭 등하교를 같이 했던 일도 있었다.
[이제 제발 그만둬!]
나는 내 자신에게 소리를 질렀다. 더 이상 유희 생각이 나면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젠 기억하기도 싫은 추억, 추억들은 나를 회상의 갈고리에서 빼주지 않는다.
문득, 유희가 처음 우리집에 올 때가 생각났다….
그 때는 분명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의 크리스마스 이브였었다. 직업이 외교관이던 아버지는 크리스마스나, 설날 연휴 또는 그 외의 명절 외에는 거의 집에 계시는 날이 없어서, 아버지가 돌아오시는 그런 날은 내가 가장 기다리는 날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날은 좀 달랐다. 원래 7시에 들어오시기로 했던 아버지가 8시 반이 되도록 들어오시지 않았다. 나는 조바심이 나서 눈이 쌓인 길을 몇 번이나 나가보았지만, 전혀 감감무소식 이었다.
[아, 오신다.]
저 만치서, 검은 색의 롱 코트를 입고, 큼직한 서류가방을 든, 틀림없는 아버지가 걸어오시고 있었다. 나는 반가워서 달려가다가, 아버지 옆에 따라붙어 오는 검은 무엇인가를 발견하고서 멈칫했다.
그것은 사람.
나보다 더 키가 작은, 그러나 나보다 훨씬 긴 머리카락을 지닌, 나보다 더욱 큰 눈동자를 가진 소녀. 아니, 꼬마 계집애.

놀라는건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와 계속 뭐라고 하시는 모양이었으나, 어른들 얘기를 듣는 것은 취미가 아니었기에, 나는 그저 아버지가 가지고 온 짐더미에 나의 선물이 있는가 뒤적거리고 있었다.
[…]
문득, 눈 앞에 조그마한 발이 보이길래 올려다 보았더니, 반짝거리는 커다란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어.]
생긋.
[…?]
나를 보고 웃었다. 나는 그저 얼떨떨해서, 역시 가만히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꽈악.
그 아이는 나를 껴안았다.
[어?]
나는 당황해서, 앉은 채로 눈을 커다랗게 뜰 뿐이었다.
-저것 봐요, 벌써 유신이가 마음에 든 모양인데.
-정말이네…
그렇게 두 분이 나오시면서 웃었다.
그 날 이후, 그 아이에겐 유희라는 이름이 지어졌고, 내 동생이 되었다. 당시의 나는, 왜 이 아이가 내 동생이 되었나 하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그렇게 된 것이니 그런 것이다라는 말도 안되는 유아틱한 논리에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으니까. 그만큼 유희라는 애는, 남에게 기쁨을 주는 아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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