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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3:34 522회 0건
(속)숨결-26부
" 그럼.. 재훈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거냐.... "
" 네..... "
선민으로부터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상훈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말에 대답하는 선민을 바라보았다.

" 그럼.. 이젠 수술도 안되는거냐... "
" 네... "
" 선민아.... "
" ......... "
선민의 대답에 상훈이 소리를 지르며 선민을 바라보자 선민이 고개를 아래로 떨궜다.

" 너.. 어쩔려고 그랬어... "
" ......... "
" 안되겠다.. 내가 재훈이 만나서 이야기하마... "
" 안돼요.. 오빠... "
" 안된다니.. 그러면 도대체 뭘 어쩌겠다는거야... "
" 오빠.. 제발 그것만은... "
" 너.. 그럼 혼자 애를 낳겠다는거냐... "
" ........ "
" 너.. 부모님은 생각해봤어.. 그리고 나중에 재훈이가 이사실을 알게되면 어쩔꺼야.. "
" 재훈 오빠랑은.. 이제 상관없는 일이예요.. "
"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야... "
" 오빠.. 도와주세요.. 그냥 제가 알아서할께요... "
" 알아서 하다니.. 알아서 하는놈이.. 일을 이지경으로 만들어... "
" 오빠... "
" 그래.. 어쩔수 없으니까.. 애는 낳는다치자.. 그다음엔.. 그다음엔 어쩔건데... "
" .......... "
" 말해봐.. 어떻게할껀데... "
" .......... "
화가난듯 소리를 질러대는 상훈의 말에 선민이 아무말도 하지못한체 고개를 떨구며 눈물만을 흘렸고 그런 선민이 답답한듯 상훈이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뒤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보며 긴한숨을 내쉬었다.

" 정말.. 너무하시는군요..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저 사람들한테 이러십니까... 그만큼 상처를주고 아프게 했으면.. 이젠 가여워 하실만도 하지 않으십니까... 말씀좀 해보십시요.. 무슨 말씀좀 해보시라구요.... "
그렇게 어둠이 짙게 깔린 하늘을 바라보며 상훈이 혼자말로 중얼거리며 눈시울을 붉혔고 상훈을 쫓아 차에서 내린 선민이 그런 상훈을 바라보며 더욱 굵어진 눈물 줄기를 흘리고 있었다.


- 재훈씨가 스스로 믿고있는 사랑은.. 재훈씨의 집착일뿐이예요.. -

" .......... "
을씨년한 바람만이 휘감아도는 강어귀에서 자신의 가슴에서 숨을거둔체 한줌의 재로뿌려졌던 선영을 떠올리며 재훈은 도도히 흘러가는 강줄기에 멍하니 시선을 고정한체 수연의 말을 떠올렸다.

집착... 이루지 못한 선영에 대한 자신의 집착... 재훈은 떠나버린 선영을 그리워하며 살아왔던 그동안 의 시간이 과연 수연의 말대로 선영과 이루지못한 사랑에대한 집착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는듯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 보았다. 선영의 의지로 인했던 잠시의 이별.. 그리고 그 이별의 순간에 자신을 스쳐갔던 한여인과의 뜨거웠던 정사... 그리고 선영의 진심을 알고 돌아왔던 순간과.. 선영이 잠들어갔던 시간까지... 그렇게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재훈은 지난시간 선영을 증오하며 떠돌았던 자신의 행동이 어쩌면 지금 자신이 그토록 선영을 잊지 못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죽음 앞에서도 오로지 자신을 걱정하며 외롭게 떠나려했던 선영... 그러나 그런 선영을 자신은 증오하며 한여자와의 불륜적 관계를 벌였다는 사실이 어쩌면 선영이 잠들어간 이후 자신을 더욱 선영의 그늘밑으로 숨어들어가게 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을하며 재훈은 선영에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무언가를 이야기했다.

- 선영아... 그런거니... 내가 너를 잊지못하고 사는게.. 너에게 저지른 나의 잘못을 감추기 위하여 내스스로가 그렇게 너에게 집착하며 사는거니... 그런거니... 선영아... -

- 선영아... 정말로 그런거라면.. 난 어떻게 해야하는거니.. 정말로 내가 그런거라면.. 무슨 면목으로 나중에 너를 만나야 되는거니... 넌.. 나한테 그토록 큰 사랑을 전해주고 갔는데... 정말로 그렇게 큰 사랑을 전해주고 갔는데.......난.. 도대체..... -

그렇게 흐트러져가는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은체 재훈이 눈물을 떨구는 순간 잠들어간 선영이 그런 재훈을 내려보며 자신의 안타까운 마음을 재훈에게 전하려는듯 전하려는듯 한줄기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웅크리고 있는 재훈의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


- 디릴리리.. 딜릴리... !! -

" 여보세요... "
" ......... "
" 여보세요... "
" 정 재훈... 입니다..... "
" ......... "
너무도 뜻밖의 전화에 수연이 놀라며 문득 벽에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열두시 삼십분... 이토록 늦은 시간에 재훈이 전화를 걸어왔다는 사실에 수연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 지금... 좀... 뵐수있을까요... "
" 어디신데요... "
" 수연씨.. 집근처.. 놀이터입니다... "
" 술 드셨어요... "
어딘지 모르게 발음이 정확치 않은 재훈의 음성에 수연이 나즈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 네.. 조금 마셨읍니다... "
" 알았어요.. 금방 나가죠... "
" 기다리겠읍니다... "
말을마친 수연이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잠시 생각에 잠기다 이내 자신의 옷가지를 챙기며 외출 준비를 했다.


" .......... "
어둠이 짙게깔린 공원 한구석 벤치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재훈을 발견하며 수연이 서서히 걸음을 옮겨 재훈에게 다가갔다.

" 재훈씨.... "
" ......... "
재훈의 곁에 다다른 수연이 조용히 재훈을 부르자 재훈이 고개를 들며 흐트러진 시선으로 수연을 아무 말없이 바라보자 수연이 그런 재훈의 곁에 나란히 앉았다.


" 수연씨.... "
" ......... "
한참을 말없이 앉아있던 재훈이 수연을 부르자 수연히 천천히 시선을 옮겨 고개를 떨구있는 재훈을 바라보았다.

" 수연씨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적이 있읍니까... "
" 글쎄요.. 어떤 방식으로 사랑했던 사람을 물으시는지 모르겠지만.. 재훈씨가 물으시는게 남녀간의 사랑을 전재로 물으시는 거라면 그런적은 없어요... "
" 그러면 만약 수연씨가 사랑했던 사람을 잃었다면... 수연씨는 어떻게 하시겠읍니까... "
" 많이 슬프겠죠.. 그래서 많이 괴로워하며 힘들어할꺼구요... "
" 그래요.. 많이 힘들고.. 괴롭죠... 평생을 살아도 잊기 힘들만큼요.... "
" 아뇨.. 전 평생을 그렇게 괴로워하며 살지는 않을꺼예요... "
" ......... "
수연의 말에 그때까지 고개를 숙이고있던 재훈이 고개를 들어 수연을 바라보았다.

" 잊어야죠... 아무리 가슴 아프고 괴로워도 잊어야할 일이라면 잊어야죠... "
" ......... "
" 그리고.. 그렇게 잊어주는게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
"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구요.... "
" 네... 정말로 그사람을 사랑했다면 가슴에 새겨둔체 잊어주는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떠난 사람에게 남아있는 사람의 아프고 괴로워하는 모습은 또다른 상처를 안겨줄테니까요... 그러니까..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잊어주는게 진정 떠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
" 제 친구 녀석이랑 똑같은 소리를 하시는군요.... "
" ......... "
재훈의 자조섞인 음성에 수연이 재훈을 바라보았다.

" 참.. 수연씨도 아시죠.. 지난번 공항에서 만났던 재희씨 남편인 제친구.... "
" 네.... "
"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만약 자기의 아내가 자신을 잊어달라며 눈을 감으면 잊어줄수 있다고요... 사랑했던 자기의 아내가 마지막순간 남긴 부탁인만큼 자기는 잊어줄수밖에 없다면서요... "
" ......... "
" 그리고.. 그런게 자신이 아내를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하더군요... "
" 그분.. 재희를 정말로 사랑하시나 보네요.. "
" 네.. 정말 많이 사랑하죠... "
" 저 역시 그런게..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재훈씨처럼..... "
말을 이어가던 수연이 순간 말끝을 흐리며 말문을 멈추자 재훈이 그런 수연을 흘끗 바라본뒤 입을 열었다.

" 제가하는 사랑은 집착이라고 말씀하시고 싶은건가요... "
" ......... "
" 좋습니다.. 집착이라고 해두죠... 하지만 제가 지난번에 말했듯이 전 저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제 사랑을 지키고 있는겁니다.. 그것이 집착이든 사랑이든 말입니다... "
" 재훈씨... "
" 네... "
" 집착이라고 했었던 제말 취소하죠.... "
" ......... "
"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못하며 괴로워 하는것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주는게 더욱 힘들고 괴로운 일이란걸요... "
" ......... "
" 그리고.. 재훈씨에게 했던 제말 취소는 하지만..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
" ......... "
수연의 말에 재훈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보며 긴함숨을 내쉬었고 그런 재훈을 바라보며 수연역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재훈씨 말대로.. 재훈씨가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선영씨를 그렇게 붙잡아 놓는건.. 선영씨를 또다시 아프게 만들뿐이예요... "
" ......... "
" 이제... 보내주세요.. 선영씨란분 그렇게 재훈씨의 가슴에 자신이 남아있는걸 원하지 않을거예요... "
" ......... "
이어지는 수연의 말에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재훈이 시선을 옮겨 수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그랬으면 좋겠읍니다.. 지금 이러는게 수연씨나 다른 사람말처럼 선영이를 괴롭히는거라면 잊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선영이가 마음 편하게 떠날수만 있다면 정말로 그렇게 해주고 싶습니다... "
" ......... "
" 그런데.. 그럴수가 없어요..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봐도.. 잊을수가 없읍니다... 눈을뜨고 있을때도.. 눈을감고 있을때도 선영이는 언제나 제앞에서 늘웃으며 서있읍니다... 마치 손만 뻗으면 언제나 어루만질수 있을것처럼 그렇게 제앞에 서있는데.. 어떻게 잊으라는 겁니까.. 어떻게요... "
" 재훈씨..... "
눈물을 글썽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던 재훈이 등을 돌리며 어깨를 떨어가자 그런 재훈을 바라보던 수연은 재훈의 상처받은 슬픈 마음이 자신의 가슴으로 그대로 전해지는것을 느끼며 안타까운 마음에 재훈에게 다가가 재훈의 등을 가만히 끌어안았다.

- 잊어요.. 재훈씨.. 그게 선영씨나 재훈씨를 위하는 길이예요... 제가.. 도와드릴께요... 당신 곁에서 당신이 고통속에서 빠져 나올수있게 제가 도와드릴께요... 부탁이예요... 재훈씨... 재훈씨의 이런모습 더이상 지켜보고 싶지 않아요... 사랑해요.. 재훈씨.. 사랑한다구요... 재훈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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