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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0:08 1,136회 0건
## 자주 올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통 짬이 나질 않네요...





내가 유미 누나와 섹스를 할 수 있었을까? 예전에는 유미 누나의 입에 정액을 쏟아낼 만큼의 육체적인 접촉을 가진 적도 있었지만, 그것은 누나의 출생에 대한 사실을 알기 이전의, 그리고 내가 유미 누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이전의 그저 유희에 불과한 행동이었을 뿐이었다.

누나와 내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이후에는 오히려, 그녀의 옷을 벗기기는커녕, 유혹하듯 봉긋하게 솟아 있는 가슴에도 손을 대기가 어려웠다. 누나에게서 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누나와 키스나 포옹을 할 때에는 내 정직한 사타구니는 잘만 고개를 쳐들었다.

사실, 가족들의 눈을 피해 잠깐씩 가지는 둘 만의 시간에서, 키스를 마친 후에 뭔가를 더 용납해 줄 수 있다는 듯, 도발적으로 빛나는 누나의 눈을 쳐다볼 때마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범해 버리고 싶은 유혹을 참기는 무척이나 힘들었다.

내가 원한다면 그녀는 나를 받아주었을 게 분명했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유미 누나가 내 친 누나이던, 아니면 피가 다른 여자이던, 육체적인 관계를 가지는 데 있어 조금이라도 고려할 만한 문제는 아니었다. 내게 있어서는 그저 섹스는 섹스일 뿐이고, 혀를 섞는 키스나 성기를 섞는 섹스나 그다지 다를 바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우리의 아빠가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유미 누나는 달랐다. 만약 나하고 섹스한 후에 실은 우리가 절반은 피가 섞인 남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경우,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 동안 같이 살아온 경험으로 보아 그녀는 그 후유증을 감당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 날 밤 내가 유미 누나의 이마에 키스한 것을 훔쳐본 사람이 숙모나 삼촌이었다면, 그다지 걱정할 게 없었다. 그저 남동생이 며칠 동안 죽도록 일한 누나가 가련해서, 세상의 어떤 남동생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애정 표현을 한 거라고 우기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선미 누나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선미 누나의 추리력은 어지간한 수사관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은, 그간 같이 살아온 경험에서 잘 알고 있었다.

그 그림자의 주인공이 선미 누나였다면, 그녀는 내 행동이 남매사이보다는 뭔가 다른 감정에 의한 거라는 걸 쉽게 눈치챌 수 있었고, 어쩌면 내가 유미 누나를 여자로서 사랑하고 있다는 것까지도 알아챌 수 있을 터였다. 그래서 이삼일 동안 나는 선미 누나에게 신경을 몰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경계심이 누그러진 것은 선미 누나의 행동이 평소와 전혀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성격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오래 담아두지 못하고, 즉시 표현하는 쪽이었기 때문에, 만약 내 행동을 목격했다면 그 다음날 아침 또는 저녁 퇴근 후라도 어떻게든 그걸 표시하려고 했을 텐데, 그저 아무 내색 없이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니 나도, 그 그림자의 주인공은 숙모가 아니면 삼촌이었을 거라고 간주하고, 찜찜한 느낌을 털어내고 말았다.

토요일엔 모처럼 유미 누나와 둘만의 데이트를 했다. 놀이 공원에도 가고, 자전거도 타고, 다른 커플들이 하는 데이트 방법을 우리도 그대로 따라하는 우리는 누가 봐도 남매가 아닌 연인이었고, 우리 스스로도 서로가 이성이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는 내 발걸음은 뭔가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무겁기만 했다. 누나도 같은 마음이었던지...

“저기 가 봤어?”
“한 번, 고등학교 때...”

“가볼까?”

그 시절의 비디오 감상실은 영화 관람보다는, 연인들의 은밀한 행위를 위한 데이트 장소로 더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누나가 먼저 그런 제의를 한 것은 의외였다. 누나도 자신의 제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금새 얼굴이 달아올랐다.

“어쩐 일로, 누나? 놀랐어.”
“원하는 건 내 스스로 가지라며...?”

둘 다 영화의 예술성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즐비하게 꽂혀 있는 비디오테이프 중에서 아무 거나 골라 종업원에게 내밀었고, 그는 우리를 사방이 검은 색으로 칠해진 작은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소파에 앉아 신기한 듯 방을 둘러보던 유미 누나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재빨리 TV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의미 없는 영화가 시작되었고, 우리는 한동안 TV만 쳐다보고 있었다. 영화에 몰입되어 있는 듯 정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던 누나의 고개가 내 쪽으로 돌려졌다.

“왜... 아무 것도 안 해?”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내가 응큼한 늑대처럼 굴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뭘 하라고?”
“쳇!”

“누나가 해. 누나가 원해서 왔잖아.”
“몰라!”

샐쭉하게 토라진 표정으로 누나는 다시 TV를 쳐다보기 시작했고, 나는 그녀보다 한 번이라도 더 와본 고수답게 의자의 등받이를 뒤로 눕힌 다음, 누나의 뒷모습과 TV 화면을 한 시야 안에 넣고 감상하고 있었다. 스크린의 귀퉁이를 가리고 있던 누나의 머리가 내 쪽으로 돌려지더니, 그 다음에는 상체가 방향을 틀었다.

누나의 손가락이 내 얼굴을 탐색하듯 쓰다듬기 시작했다. 뺨을 지난 그 손가락이 입술로 넘어오더니 입 주변을 천천히 돌며 동그라미를 그렸다. 나는 눈을 감았다. 당연한 약속인 것처럼 누나의 상체가 굽혀지고 머리가 내 얼굴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의 체취가 강해지자 사타구니가 꿈틀거리며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누나의 입술과 내 입술이 포개지고, 이내 서로의 혀가 뒤엉켰다. 그녀의 몸을 당겨 내 몸 위에 겹치도록 올려 놓고 내 다리 사이에 그녀의 다리를 가두었다. 누나의 가슴이 내 가슴을 짓누르고, 내 사타구니는 누나의 눈덕에 눌렸다. 그녀의 허리를 쓰다듬고 있던 내 손은 어쩔 수 없는 욕구 때문에 스커트의 벨트를 넘어 엉덩이의 융기를 타고 올라갔다. 두 손으로 풍성한 살을 뭉텅이로 쥐고 힘을 주어 돌리자, 이미 단단해진 기둥이 내 치부와 누나의 치부 사이에 굴려지며, 짜릿한 쾌감이 느껴졌다.

누나의 몸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입술이 내 목에 수없이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거기가 목적지가 아니라는 듯 그녀의 몸은 더 아래로 내려가고, 이제는 바닥에 무릎을 대고 앉았다. 누나의 상체가 TV 화면 전체를 가렸다. 검은 음영으로 윤곽만 보이는 얼굴에서 반짝거리는 두 눈...

누나가 그 다음에 뭘 하려고 하는 지, 깨닫자 어쩔 수 없이 밀려오는 흥분 속에서도 나는 갈등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적극적이기를 요구했던 내 주문대로, 그녀는 충실히 자신의 욕구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었고, 나는 그것 때문에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그냥 내버려 둘까? 아니면, 다시 누나를 끌어올려 멋진 키스로 마무리하고 일어설 것인가?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누나의 손은 내 바지의 혁대를 풀어버리고, 마지막 보루인 단추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그만 두게 하려면 그 때가 가장 적당했다. 하지만, 내가 미처 제지할 사이도 없이 단추는 툭 소리와 함께 무기력하게 열려 버렸다. 누나의 손이 팬티 위쪽으로 뱀처럼 파고들더니, 딱딱해진 기둥을 지그시 눌렀다. 짜르르 퍼지는 전율... 그 쾌감이 내 선택을 한쪽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중지시키기에는 너무나 강한 유혹...

삽입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아주 편리한 결정을 내리고, 나는 누나의 애무를 즐기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들어주자 바지와 팬티가 한꺼번에 허벅지로 내려가고 굵은 살 기둥이 천정을 향해 고개를 세웠다. 덜렁거리는 기둥을 손에 쥔 누나는 그 끝에 입을 맞춤으로써 그것마저 그녀가 사랑하는 나의 일부라는 것을 표시해 주었다.

“오랜만이다, 너.”

예의바른 인사에도 버르장머리 없이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건방을 떨고 있는 그것을 누나는 용서하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목이 끊어져라 조이더니 잔인하게도 입을 벌리고 그 둥근 머리를 먹어버렸고, 그녀의 입속에서 그것은 참혹한 쾌감에 몸을 떨었다. 나도 모르게 똥고에 힘이 들어가고 허리가 위로 치들렸다.

난희 누나나, 유진의 새엄마에 비해 형편없는 실력이기는 했지만, 누나가 내 것을 입에 머금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나는 흥분하고 있었다. 갈수록 뻣뻣해지는 자지와는 반대로 몸의 긴장은 완전히 풀어져 가고 있었다. 영화가 끝나기에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는 걸 잘 안다는 듯, 누나도 서두르지 않았다. 호기심 많은 그녀의 혀가 뿌리부터 끝까지 수차례 왕복하고, 목구멍으로 얼마나 깊이 넣을 수 있는 지를 시험해 보는 듯 입술이 기둥을 타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갔다.

“누나 잠깐만...”

나는 그때까지 허벅지 언저리에서 걸리적거리던 하의를 모조리 벗어 버리고, 누나의 몸이 허벅지 사이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누나의 손과 혀는 기둥 뿐 아니라, 그 아래의 알주머니와 주변의 살에까지 무차별한 애무를 가하기 시작했다. 몇 번의 섹스 경험을 통해 단련된 내 자지는 그녀의 잔인한 자극을 어렵게 견뎌냈다.

드디어 나도 누나의 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누나의 겨드랑이를 받치고 다시 위쪽으로 끌어올린 후 그대로 몸을 돌려 그녀를 아래에 두었다. 셔츠를 닫고 있던 단추가 하나씩 내 손에 풀려나가는 동안 누나는 내게 몸을 맡기기로 작정했다는 듯,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바르르 떨리는 눈 끝...

누나를 벗겨내고 그 알몸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불안한 곳에서 하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워, 그냥 옷깃만을 양쪽으로 벌렸다. 내가 누나에게 선물한 목걸이가 반짝거리며 모습을 드러내자, 왠지 흡족한 기분... 내 손은 갑옷같은 그녀의 브래져를 위로 젖혀 버리고, 연한 살덩이를 노출시켰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팽팽한 살덩어리 가운데 분홍색의 앙증맞은 작은 꼭지... 그걸 보자 순간적으로 못된 상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나중에 이걸... 내 아이가 물고 있을 수도 있겠지? 흐흐흐. 시선의 추행을 누나가 참지 못했다.

“그만 봐...! 부끄럽게...”

그러면서 내 머리를 자신의 가슴 쪽으로 잡아당겼다. 꼭지를 입술로 감싸 첫 인사를 한 다음, 혀를 내밀어 그 끝으로 긁어주자 누나가 마른 침을 삼키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 한쪽 가슴은 손바닥으로 쥐어 주며, 내 쪽의 가슴은 입술로 살을 베어 물고 강하게 빨아 당겼다.

“하아.....!”

누나는 내 뒤통수를 당겼다 놨다 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더욱 집요한 애무를 가했다. 가슴을 매만지던 내 손이 아래로 내려와 무릎 안쪽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어도, 그녀는 나를 제지하기 위한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허벅지 깊숙이 파고 든 손이 반대쪽 허벅지를 밀며 문을 열어줄 것을 강요하자, 그러기를 기다렸다는 듯 다리마저 벌려 주었다.

‘이 여자가 근데...’

점점 뜨거워지는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나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냥 모르는 척...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내 살을 그녀의 몸 속에 넣고 첫 남자가 되어 버릴까? 이미 절반쯤은 통제를 벗어나버린 내 손은 그러는 중에도 분명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결국 그녀의 팬티의 중심에 움푹한 함몰을 만들며 파고 들었다.

으윽! 머리가 갑자기 핑 도는 듯 했다. 최대한 섬세하게 손끝을 움직여 누나의 갈라진 금 사이를 부드럽게 쓰다듬기는 했지만, 이미 주체하기 어려울 만큼의 강렬한 욕구가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누나가 그렇게 쉽게 달아오르리라고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녀의 벗은 가슴이 바쁘게 오르락내리락하고, 입에서는 뜨거운 숨결이 토해져 나왔다.

그녀의 가슴에서 눈을 떼자, 의아하다는 눈길이 내 얼굴을 향했다. 나는 의자에서 벗어나, 그녀가 조금 전에 했던 것처럼 그녀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내가 무얼 하려는지 알아챈 그녀의 고개가 모로 돌려졌다. 두 손을 스커트 아래로 밀어 넣고 팬티의 양쪽을 쥐고 당기자 슬며시 엉덩이가 들리고, 팬티가 엉덩이의 최대 폭을 넘어 아래로 흘러내렸다. 흐물거리는 그 천조각을 발목을 통해 벗겨 버렸다. 가슴의 옷깃을 여미며, 야무진 각오를 하고 있는 듯한 누나의 경직된 얼굴...

수치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스커트를 걷어 올리지는 않았다. 대신 허벅지 안쪽에 몇 번 입술 도장을 찍은 후 슬며시 혀를 내밀어 그 부드러운 살을 맛보았다. 점점 위로 올라가는 내 입술... 벌어지는 누나의 다리... 스커트 자락이 얼굴에 무기력하게 밀려 올라가고,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누나의 허벅지의 떨림이 심해졌다.

얼굴에 닿는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더니 어느 순간 허벅지가 끝이 나고, 혀끝에 도톰한 대음순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대로 허벅지 사이를 타고 둔덕까지 올라탄 후에 다시 혀끝을 아래로 향했다.

“음....!”

살이 갈라지기 시작하는 곳에 있는 작은 돌기에 혀끝이 닿자 수줍은 듯 작은 탄성과 함께 누나의 허벅지가 뻣뻣해졌다. 첫 경험이었지? 그녀의 순결한 음부를 유린하는 내 자신이, 아랍의 순수한 영혼을 유린하는 사나운 제국주의 침략자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알아야 할 사실을 숨긴 채, 그녀 스스로 나를 원하도록 만든 내가 협잡꾼처럼 추하게 느껴졌다.

그 작은 돌기를 입술로 말고 슬며시 힘을 주어 입 속으로 빨아 당겼다. 강한 자극을 견디지 못하고 누나의 허리가 뒤틀렸지만, 내 중심은 서서히 힘을 잃고 있었다. 그 키스를 마지막으로 나는 누나의 사타구니에서 머리를 들어 올렸다. 누나는... 숨을 몰아 쉬면서 그런 나를 의아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왜....?”
“누나 순결을 지켜주고 싶어.”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뻔한 대사를 읊으며, 나는 누나의 팬티를 주워들고 발목을 통해 말아 올리기 시작했다. 무릎까지 올라간 내 손을 누나가 뿌리치고 스스로 팬티를 입기 시작했을 때에야 나는 그녀가 화가 나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토라진 그녀의 표정을 보고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멋적게 옆에 앉아 주섬주섬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셔츠의 단추를 다 채운 누나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나는 누나의 얼굴을 마주보지 못했다. 머리끝에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

“언니한테는 잘만 하더니!”
“그게... 무슨 말이야?”

제주도에서 있었던 일이 머릿속을 스쳤다. 억울함보다는 신기하다는 생각이 앞섰다. 세상에... 김 유미가 질투를 하네?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누나를 따라 나갔지만, 누나의 뒷모습은 벌써 어둠 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차라리 삼촌이 누나에게 진실을 말하도록 내버려 둘 걸 그랬나?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풀린 실타래처럼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았다. 아래층에 내려가 장식장에서 절반쯤 먹다 둔 양주병을 몰래 하나 꺼내 들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병나발을 불었다.

‘나는 뭐 남자가 아니라서 누나를 내버려 둔 줄 알아? 다 누날 위해서지...’

어렵게 잠이 들었지만, 오래 잘 수는 없었다. 내 가슴 위에 머리를 올려놓고 있는 사람이 유미 누나라는 건 만져보지 않아도 눈을 뜨자마자 알 수 있었다. 내 심장의 고동소리를 듣는 듯, 머리를 모로 돌리고 있었다.

“누나....”
“조용히...”

한참 동안 그러고 있던 누나가 내 한 쪽 팔을 옆으로 곧게 펴더니 그 위에 머리를 올려 놓고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나도 몸을 옆으로 돌려 누나의 허리를 감아 당겼다. 따스하게 느껴지는 누나의 체온... 자연스럽게 내 무릎이 누나의 무릎 사이를 파고들었다.

“날 그냥... 그냥 여자로 생각해 주면 안 돼?”
“무슨 말이야?”

“순결 같은 거... 중요하지 않아. 나한테...”
“누나.”

“언젠가는 다른 누군가하고 이렇게 누워 있겠지만... 수호 네가... 내 첫 남자가 되면 좋겠어.”

춥지도 않은데 몸서리가 쳐졌다. 나는 누나의 눈을, 누나는 내 눈을 쳐다보았다. 흐릿한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눈에 담겨 있는 뭔가에 대한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응.”

“나중에 무슨 일이 있어도 말야. 절대로 후회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
“약속할게... 절대 후회하지 않을게.”

꿈틀거리는 욕정과 함께, 뭔가 알 수 없는 진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누나에게 팔베개를 한 채 상체를 세워 그녀의 입술을 찾았고, 입술이 닿자 누나가 먼저 그것을 탐했다. 식구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집안에서 그런 행위를 하는 게 무척 위험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누나에게 입술을 내 준 채, 손으로 가슴을 더듬었다. 얇은 원피스 천 아래에 당연히 있어야 할 브래져의 견고함 대신, 물컹한 젖가슴의 탄력이 느껴졌다. 서서히 원을 그리듯 그 젖무덤을 쓸어주는 동안 처음에는 느껴지지 않던 꼭지의 감촉이 점점 단단해지면서 손바닥을 긁기 시작했다.

손을 원피스 자락이 끝나는 곳까지 쓸어내린 후, 매끈한 허벅지의 맨살을 타고 서서히 위쪽으로 올렸다. 입술을 떼자 누나의 눈이 감기고 고개가 힘없이 내 쪽으로 돌려졌다. 누나는 남자를 유혹하러 온 진짜 색녀가 될 셈이었던지, 아래쪽마저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다. 허벅지가 시작되는 곳까지 손을 쓸어 올리자 팬티의 감촉 대신 말랑말랑하고 두터운 바깥살의 감촉이 느껴졌다.

스치듯 움직이는 내 손가락 끝에 부드럽지만 건조한 누나의 조갯살이 쓸렸다. 누나의 머리를 놓아두고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자리를 잡은 후 양 손으로 허벅지를 바깥쪽으로 밀어 다리를 ‘ㄷ’자 형태로 벌어지게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는 스커트 자락을 허리까지 밀어 올렸지만, 어둠에 익은 눈으로도 컴컴한 음부의 윤곽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그저 두 손으로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간혹 까칠한 수풀을 위쪽으로 쓸어 올려 주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누나의 숨소리는 이미 거칠어져 있었다. 엄지를 조갯살 위에 대고 슬며시 문질러 주자 드디어 누나의 샘이 열리며 매끈한 액체가 손가락 끝에 느껴졌다.

고개를 숙이고 누나의 중심에 얼굴을 접근시켰다. 뺨에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 혀끝을 내밀어 둔덕의 위치를 확인하고 서서히 아래로 미끄러뜨렸다. 살이 갈라지기 시작하는 곳에 도착하자 혀를 넓게 펴고 가운데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공알에 지그시 압박을 가했다.

“흐음~~!”

고양이의 울음과 같은 탄성을 신호로 누나의 숨소리가 내 귀에 들릴 정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혀로 음핵을 괴롭히는 동안 그 거친 숨결에 섞인 신음 소리가 점점 더 또렷해지고, 허리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누나의 음부를 오랫동안 탐닉하고 싶었지만, 그 와중에도 누나에게 내가 섹스 경험이 많다는 것은 알려주고 싶지는 않아서인지, 내 혀는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정도의 애무로도 손가락으로 건드려본 누나의 샘은 기다렸다는 듯 뜨거운 열기와 함께 질컥거리는 야릇한 소리를 흘려 냈다.

몸을 위로 올려 허리를 누나의 다리 사이에 두고 여전히 뜨거운 숨결을 토하고 있는 그녀의 입을 다시 한 번 내 입으로 막았다. 그녀에게 목을 잡힌 채 마치 굼벵이처럼 꿈틀거리며, 잠옷과 팬티를 벗어버리고 막대처럼 딱딱해진 자지를 드러냈다. 그 끝이 누나의 아랫배를 건드리자 그녀도 긴장한 듯, 숨소리가 갑작스레 작아졌다.

“아프면 말해...”
“으응...”

기둥을 쥐고 끄트머리를 누나의 조갯살 사이에 문질러 매끈거리는 액체를 바른 다음, 그녀의 입구에 댔다. 내 심장이 유난히 쿵쿵거리는 이유가 단지 성적인 흥분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섹스는 섹스일 뿐이야... 마음 속으로 아무리 우겨도 마치 무슨 의식처럼 느껴지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누나가 약속은 했지만, 그녀에 대한 죄책감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되돌리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을 나는 머리를 흔들어 떨궈 버렸다. 어차피 뭘 선택하든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 아니겠어? 미래의 불안 따위는 염려하지 말고, 누나가 지금 원하는 것을 해주자.

“윽...!”

좆 끄트머리에서 강한 저항이 느껴지고, 누나의 얼굴이 찌푸려지는 것이 보였다. 침대에 거의 수평으로 누워 있던 그녀의 무릎이 M 자 형태로 세워져 내 허리를 둘러쌌다. 지그시 허리를 더 밀자 누나의 손이 내 잠옷을 강하게 움켜쥐고, 얼굴은 마치 휴지처럼 구겨졌다.

“아파?”
“아니... 괜찮아...”

귀두를 동그랗게 둘러싼 저항이 조금씩 벌어지기는 해도, 마치 생살에 구멍을 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조금 전진했다 멈추고, 다시 전진했다 멈추고 하는 작업이 반복되는 동안, 누나는 끙끙거리면서도 그만 두라는 말을 하지 않았고 어느 순간 저항이 사라지면서 누나의 몸속 깊숙이 자지가 밀려들어갔다.

“흐으윽~~~! 아아~~~!”

그 상태로 움직이지 않고 기둥을 빽빽하게 조여 오는 보짓살의 감촉은 한 동안 음미하고 있었다.

“다 들어온 거야?”
“으응.”

“기분 이상하다.”
“아파?”

“아니... 아까보단... 아까는 죽는 줄 알았어.”
“주사기가 커서 그래... 크크.”

“어디...”

누나의 손이 슬며시 다가오더니 자신과 내 몸의 결합 상태를 확인하는 듯 깊숙이 박혀 있는 기둥 둘레를 탐색하였다.

“신기해...”
“누나.”

“응?”
“사랑해.”

“으윽~!”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자 누나가 힘을 주며 매달려왔다. 처음에는 조금만 허리를 움직여도 끅, 끅 하는 작은 비명을 질러대던 누나도 좆질이 계속되자 점점 힘을 풀고는 뭔가를 느끼는 듯... 하지만 난희 누나처럼 격렬한 반응은 기대할 수 없었다. 누나에게는 마찰을 견디는 것마저도 힘이 들어 보였다.

내 수컷은 그녀에게는 그것이 첫 경험이라는 걸 그다지 배려해 주지 않았다. 그 좁은 구멍이 주는 강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내 허리는 점점 더 빨라지고, 누나의 입에서는 쾌감보다는 고통 때문인 것이 분명한 작은 신음소리가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누나...”
“으응...응.”

“안에 해도 돼?”
“응..”

늦추려고 애를 쓰는 의지하고는 달리, 허리가 저절로 움직이며 그녀의 연한 살 속으로 기둥을 거칠게 쑤시기 시작했다. 위쪽으로 조금씩 도망가는 누나의 어깨를 눌러 제압하고, 신음소리를 흘리는 그 입을 내 입으로 막았다. 사정이 임박했다는 걸 아는지, 허벅지로 내 허리를 있는 힘껏 조여 주는 그 갸륵한 정성...

“으읏!”
“하아...!”

퍽, 퍽 소리가 날만큼 허리를 쳐올리며 누나의 몸속에 정액을 쏘아냈다. 황홀한 쾌감과 함께 엄습하는 알 수 없는 포만감... 패륜이라는 금단의 벽을 깨부쉈다는 성취감 때문이었을까? 마지막 수축을 멈추고도 나는 여전히 그녀의 몸속에 내 몸을 넣은 채로 그 포만감을 만끽했다.

“수호야...”
“응?”

“행복해.”
“나도 그래.”


모든 것이 다 좋았다. 미래만 생각하지 않으면, 그 순간만큼은 유미 누나와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연인이었다. 일주일만 있으면 큰 누나가 광식 군과 함께 살기 위해 집을 나갈 것이고, 그 만큼 우리의 사랑도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더 좋았다.

하지만, 우리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우리의 관계를 불장난으로 볼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우리 엄마와 아빠, 그리고 선미 누나에게는 불장난 정도가 아니라, 우리 가족을 파멸시킬 수 있는, 입에 담지도 못할 범죄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행복에 빠진 유미 누나와 나는 우리가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떻게 보일 지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두지 않았다. 물론, 우리의 관계를 다른 사람들에게는 숨겨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누군가가 우리 사이를 엿보게 되었을 때 그 결과가 어쩔 거라는 건 유미 누나도 나도, 분명히 과소하게 평가하고 있었다.

월요일 저녁 모처럼 유진의 집에 들렀다. 그 동안 오지 못해 죄송하다는 내 인사를 여전히 건성으로 받는 유진의 새엄마가 섭섭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 때 내 마음 속에 있는 여자가 오직 유미 누나뿐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집에 가자마자 평소처럼 유미 누나의 방을 노크했다.

유미 누나는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고, 문을 열고 들어간 나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녀의 뒤로 다가가 장난삼아 두 눈을 가렸을 때, 내 손에 물기가 묻어나는 것을 보고서야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나 왜 그래?”
“수호야, 어떡해.... 흑!”

“무슨 일이야?”
“내 일기가 없어졌어..”

“일기가 없어지다니?”
“엊그제 산 건데... 아마 내가 깜박 있고 책상 위에 두고 갔나 봐...”

거기 뭐가 적혀있느냐고 물으려다 그만 두었다.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다면, 유미 누나가 그렇게 눈물을 찔끔거리고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 왜 항상 치밀한 유미 누나가 하필 일기장을 두고 가는 실수를 했는지 따져 묻고 싶지도 않았다.

“분명히 두고 간 것 맞아?”
“응... 강의 끝나자마자 왔는데...”

“누가... 가져간 것 같아?”
“언니가... 낮에 잠깐 집에 들렀나 봐. 엄마랑 가구 보러 가려고...”

정말이지 재수 없는 우연이 겹치고 만 것이었다. 엄마 같으면 유미 누나의 방에 들어오지도 않으실 뿐 아니라, 방에 들어와도 책상 위의 일기장 같은 것엔 아무 관심도 없을텐데... 하필 선미 누나가 집에 와서, 하필 유미 누나의 방에 온 것이고, 하필 그 때 책상 위에 일기장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유미 누나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는 해 주었지만, 눈앞이 캄캄하기만 했다. 그것은 가벼운 실수가 아니었다. 그제서야 나는 유미 누나와 나의 관계를 다른 사람들이 어떤 시각으로 볼 지,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내 방으로 돌아가 선미 누나의 핸드폰 번호를 누르고는 있지만, 변명할 말 같은 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선미 누나가 그 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나야, 누나.]
[수호?]

[응. 매형이랑 함께 있어?]
[아니, 지금 헤어지는 길이야. 잘 됐다. 그렇잖아도 내가 전화하려고 했는데...]

[집에 올 거야?]
[아니 밖에서 보자. 동네 앞에 카페 있는 것 알지?]

[그래.]
[유미는 데리고 나오지 않아도 돼. 나중에 만날 거야.]

선미 누나도 내가 왜 전화를 했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의외로 차분한 데 대해 나는 놀라기도 하고, 묘한 희망도 생겼다. 평상시의 그녀로 볼 때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어쩌면 선미 누나도 우리의 관계를 이해해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 카페로 향하면서 나는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내려 애썼다.

만약, 선미 누나가 강경하게 나온다면, 차라리 유미 누나가 우리 핏줄이 아니라고 말해 버릴까? 하지만 그건 꿈도 꾸기 힘들었다. 여우 같은 선미 누나의 성격으로 볼 때, 유미 누나의 생부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을 리가 없고, 그렇다면 실제 유미 누나와 우리의 아빠가 같다는 걸 아는 것은 너무나도 쉬웠다.

그렇다면 나는, 친누나의 출생에 관한 비밀을 숨기고 그녀의 몸을 갈취한 희대의 패륜아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유미 누나도 알게 될 것이고... 그러니 선미 누나에게는 유미 누나의 출생에 관한 어떤 것도 말해줄 수는 없었다.

선미 누나를 기다리는 몇 분 동안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물 컵을 두어 번 비운 후에야 선미 누나가 도착해, 테이블 건너편 의자에 와서 앉았다.

“뭐 마실래?”

그녀가 예전처럼 다짜고짜 쏘아붙이며 손찌검을 하지 않는 건 놀라웠다. 사실... 선미 누나에게서 어른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이 몇 해 되지 않았을 때였다. 어렸을 때에는 유미 누나보다는 네 살, 나보다는 여섯 살 많은 선미 누나가 누나라기보다는 폭군과 다름없었다. 그 여섯 살의 차이를 극복해본 것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커피를 주문하고 나서 선미 누나가 핸드백 속에서 뭔가를 빼더니 내 앞에 툭 던져 놓았다. 작지만 두툼한 그 책이 뭔지는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것 때문에 나 보자고 한 거지? 펴 봐.”

펴보지 않아도 내용이 뻔했지만 선미 누나의 신경을 거슬르고 싶지 않아, 그 일기장을 집어 들고 책장을 넘겼다. 겨우 세 장 밖에 적혀져 있지 않은 데, 그 세 장 중에 유미 누나와 내가 나눴던 단 한 번의 정사가 기록되어 있었다. 게다가 다른 글자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크기로 쓰인 ‘수호’라는 두 글자는 예쁜 하트 무늬의 옷까지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확인이라도 하듯 맨 마지막 줄에 쓰인... ‘사랑해 수호야’.

“유미 이 년도 미친 년이지, 세상에. 그런 걸 버젓이 책상 위에 올려놓고...”
“.....”

“나 도대체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


“언제부터 그랬어?”
“거기 쓰여 있잖아. 첫 경험이라고...”

“그거 말고... 감정 말야. 그 유치한 감정...”
“나도 잘 몰라. 하지만... 오래 전인 것 같아. 유미 누나도...”

“내가 어떻게 해야겠니? 박수라도 쳐 줄까?”
“누나.”

“말해.”
“우리 그냥 내버려 두면 안 돼?”

“뭐라고? 너 지금 제정신이야?”

선미 누나가 느끼는 것만큼이나 나도 내 말이 황당무계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선미 누나에게 다시는 유미 누나를 여자로 생각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럼... 나중에 둘이 결혼이라도 할래?”
“나중에 누군가 다른 짝이 생기면.. 그때 그만 둬도 되잖아? 응?”

“그럼 그때까지는 지금처럼 하겠다고? 밤마다 살금살금 방에 찾아가 섹스도 하고 그럴래?”
“섹스는 안 할게.”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
“그럼 어떡하라고? 신한테 맹세라도 할까? 다시는 이 여자랑 섹스하지 않겠습니다 하고?”

선미 누나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화산처럼 느껴졌고, 누나에게 보이는 내 얼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 날따라 누나는 잘 참고 있었고, 참으려 애를 쓰고 있었다. 누나도 나도 앞에 놓인 커피는 쳐다보지도 않고, 대신 물 컵을 쥐었다. 물 한 모금으로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듯 누나가 차분히 말을 이었다.

“내 말 잘 들어, 수호야. 너희 둘을 위한 거야.”
“.....”

“광식 씨 아버지가 우리 회사 사장인 거 알고 있지?”

그걸 모를 리가 있나? 그게 누나가 광식 군을 선택한, 그리고 빨리 결혼하기로 작정한 결정적인 이유니까...

“유미를... 우리 회사에 취직시켜 줄 수 있대. 우리 회사가... 지방에 지사도 많고, 해외 지사도 있잖아?”
“그...그럼 학교는 어떡하고?”

“대학 졸업하고 교사가 되는 것보다 월급도 많고... 애들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더 재밌을 거야. 유미가 영어 잘 하니까... 외국 나가면 적응하는 것도 문제 없고...”
“누나 몰라? 유미 누나 꿈이 선생님 되는 거라는 거?”

“내 말 들어, 망할 자식아! 그러게 누가 너보고 그런 짓 저지르라고 그랬어? 세상에 여자도 많은데 친누나를... 그게 내가 너희들한테 해줄 수 있는 최선이야.”

최선은... 그냥 내버려 두는 거야, 누나! 유미 누나가 얼마나 선생님이 되고 싶어 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이 부모님의 친딸이 아니라고 알고 있는 지금은 그 희망이 유미 누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라는 것도... 그런데 그 꿈을 접으라니..

“차라리 내가 학교 그만두고 갈게.”
“헛소리 하지 마! 엄마랑 아빠가 너한테 거는 기대를 몰라서 그래?”

“왜 그걸 내게 얘기해? 유미 누나한테 해야지?”
“유미는... 내가 얘기하면 시키는 대로 할 거야. 네가 문제지.”

무기력한 나를 선미 누나는 구석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그 영리한 머리로 유미 누나와 나를 떼어놓을 생각을 해낸 것이다.

“못하겠다면?”
“그럼 아빠 앞에서 무릎 꿇을 각오 해!”

유미 누나와 나의 관계가 부모님에게 알려진다는 것을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아빠도 물론 유미 누나와 나를 떼어놓으려 할 것이고, 엄마는... 가뜩이나 원수의 딸이나 다름없는 유미 누나에게 온갖 증오는 다 보여줄 것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우리 사이를 전해들은 부모님이 그 충격을 견디실 수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벼랑 끝까지 몰린 나에게 선미 누나는 최후통첩을 하고 있었다.

“내일 밤까지 결정해 가지고 와! 안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지?”

아무리 궁리를 해 봐도 적당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집에 들어가서 다시 유미 누나의 방을 찾았다. 침대에 누워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던 그녀는 내가 이불을 잡아당기자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걱정하지 마, 누나.”
“언니가 뭐래?”

누나한테 학교 그만 두고 외국 나가라고 했어..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별 얘기 하지 않았어. 내가 해결할게.”
“수호야.”

누나가 몸을 일으키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 역시 선미 누나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응?”
“언니가 뭐라 했든... 시키는 대로 할게.”

“뭐.. 시키지 않았어.”
“거짓말이지? 내가 바본줄 알아?”

“누나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돼. 누구도 누나한테 뭔가 요구할 권리가 없어.”

유미 누나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고 방으로 돌아왔다. 말 그대로 사방이 절벽이었다. 운명의 신이 있다면 그 신은 우리에게 너무 가혹한 짓을 한 것이다. 삼촌에게 거짓말을 하게 한 내 과오에 대한 벌일까? 죄는 내가 저질렀는데 왜 벌은 유미 누나가 받아야 하는가? 벌을 주더라도 우리에게 좀더 시간을 줄 것이지... 유미 누나가 행복해 하는 시간을 조금만 더 주지.

선미 누나만 눈을 감아주면 되는데... 그녀가 우리를 모르는 체 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밤새 내내 뜬 눈으로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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