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짙은 담배연기가 달빛에 그늘진 창가를 뿌옇게 수놓으며 창문 밖으로 나가 사라졌다. 조금은 쌀쌀해진 날씨에 서

늘한 바람이 열어놓은 창문 틈새로 들어와 스치고 지나갔다. 준형은 몸을 살짝 부르르 떨었다. 잠을 자려고 누웠지

만 잠은 오지 안았고 결국 바람이나 쐬자는 마음으로 창가로 나왔지만 오히려 정신만 더 말짱해졌다. 열어놓은 창

문으로 비친 달빛을 따라 침대에 새근새근 자고있는 인영의 실루엣을 바라봤다. 이리저리 헝클어져 있는 짧은 머

리카락들과 귀엽게 솟아있는 이마, 그리고 꽤나 긴 속눈썹과 살짝 오똑하게 솟아있는 콧대. 길고 가늘게 뻗어있는

목 밑으로 도드라져 보이는 쇄골선이 보였다. 시선을 좀더 아래로 향하자 탄력을 잃지 안고 봉긋하게 솟아있는 가

슴과 그 끝에 매달려 손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떨어져 버릴것만 같은 유실과 아이를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균형을 잃지 안은 몸매 그리고 이불끝에 아슬아슬하게 감춰져 있는 배꼽 아래부분이 보였다. 계속해서 그 모습을

홀린듯한 눈으로 응시하던 준형은 오늘은 잠을 자긴 글렀다고 생각을 하며 침대 옆에 있는 냉장고에서 맥주 한켄

을 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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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형의 소개로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꽤 잘나가던 중소기업에 취직하게된 준형은 그곳에

서 능력을 인정받아 전체적인 주문 및 납품을 관리하게 되었고 어린나이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회사에서 기반을 다

질 수 있었다. 회사는 금형쪽에서는 나름대로 인정받고 있던 탄탄한 회사였고 준형 역시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러

던 와중에 지금에 아내를 만났고 아내와 결혼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 물론 순탄하기만 한건 아니었다. 중간중간 회

사에 어려움도 있었고 어렵던 와중에 사장은 준형에게 내맡기다 시피 회사를 물려주었고 준형은 회사를 물려 받은

후 악착같이 뛰어다녔다. 준영의 아내인 예지는 그런 준형을 안밖으로 도와주었고 회사 사정이 어렵던 준형이 혼

인신고만 올리고 결혼식은 나중에 제대로 하자는 말에도 흔쾌히 승낙했다. 회사를 물려받고 나서 몇년간 밤낮없이

일하자 회사 역시 어느정도 다시 자리를 잡았고 그는 그제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비록 와이프에게는 미안했

지만 그래도 30대 초반에 꽤나 잘나가는 회사 사장이 된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회사가 자리를 잡고 나자 준형은 아

내에게 다시금 관심을 쏟을 수 있었고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고 너무나 바쁘다보니 처갓집 식구들 얼굴하나 모르고

지내던 준형은 그제서야 조금씩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와이프의 부모님은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다 시피 했

던 준형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고 그 둘은 혼인 신고를 하고 4년 후에야 겨우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그 이

후로 준형은 시간과 돈에 그다지 구애받을 필요가 없었기에 아내와 여행을 다닌다거나 여가활동을 즐기면서 조금

씩 아내에게 그동안 못했던 신혼생활의 달달함을 선물해 주고 있었다. 아내인 예지는 준형에게 그동안 갖지 못했

던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매일 졸라대었고 준형 역시 그동안의 미안함 때문인지 아니면 삶의 여유를 찾다보니 성욕

이 일어나는지 2세 만들기에 온 힘을 쏟는 중이었다.

"휴...."

"무슨일이야?"

그동안 지어보인적 없던 수심 가득한 표정을 한 예지에게 준형이 물었다.

"내 동생 있잖아 예은이"

"응 알지. 왜"

"결국 이혼한다더라고...."

"그렇게 싸우더니 차라리 잘된거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물론 잘된거긴 하지만 그래도 동생이 이혼한다는데 걱정이 되지. 예은이 성격에 걱정도 되구.."

예지의 쌍둥이 동생인 예지는 예은이보다 일찍 결혼했는데 부모님들과 예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학

교에서 만난 선배와 결혼을 강행했었다. 처음에야 서로 죽고 못사네 했지만 그런 막무가내 결혼이 대게가 그렇듯

매일같이 싸우다 결국 이혼까지 가게 된 것이었다. 예지와 예은이는 자매지만 서로 많이 달랐는데 예지가 독립적

인 성격인 반면에 예은이는 순종적이고 여리고 남에게 기대기 좋아하는 성품이었고 예지가 세련되고 당찬 느낌이

라면 예은은 반대로 귀엽고 앙증맞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처음 예은이를 보고 쌍둥이면서도 이렇게 자매가 다

를 수 있나 라고 깜짝 놀랐던 준형이기에 예은이의 모습은 뇌리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한번 봐야 되는거 아니야? 식사라도 같이 하면서 이야기라도 해봐야 될거 같은데."

"안그래도 내일 점심쯤 한번 보기로 했어 자기도 같이 갈래?"

준형은 고민햇다. 비록 회사가 지신이 안나가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잘 돌아가고 있긴 하지만 최근에 예지와 여행

까지 갔다 왔던 터라 내일도 회사에 안나간다는건 조금은 마음에 걸렸다.

"아냐 내일은 회사에 한번 들러야 될거같아. 엊그제 여행도 다녀왔잖아. 그리고 내가 가는것도 좀 그런거 같기도 하고."

준형은 예지만 다녀오라고 하면서 기지개를 폈다. 벌써 저녁이 된듯 하늘은 어둡게 번져가고 있었다.

"나가서 먹자"

"나가서 먹자구? 나야 좋지~"

예지는 흔쾌히 승낙했고 둘은 곧 차에 몸을 싣고 밖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