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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주, 제왕이 되다. - 33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4:45 1,476회 0건
1
완전히 널부러진 여자 둘...그녀들은 결국 혼절상태에 빠져버렸다.
용주는 이 여자들과의 관계에서도 다시 자신의 안에 숨은 악성(惡性)을 봤다.

이미 용주는 자신이 가진 악성(惡性)은 필경 고성환의 유전자라는 것을 인식했다.
이 유전자는 고명희도 고명준도...그 외 고성환의 2세들에겐 다 있었다.
때문에 이들이 지금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살 수가 있었다.
또 동생이 누나를 타킷으로 흉계를 꾸미고 누나는 이를 방어하려고 경호를 강화했다..

색을 밝히는 유전자도 있어서 이 또한 고명희나 고명준이 같은 길을 간다.
고명희는 엉겁결이든 어떻든 임신한 아이의 아버지가 같은 핏줄임을 안다.
고명준은 허영선이 같은 핏줄인줄 알면서 연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허영선도 마찬가지다.
고명준이 배다른 오빠라는 것을 안 이후에도 연인관계에서 죄의식이 없다.
이 모든 것이 다 고성환이 뿌린 악성(惡性) 유전자다.

용주는 벌써 며칠 전부터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사실 모든 것이 귀찮아져 버렸다.

보연이는 자기 일이 바쁘면서도 법원을 통해 성본창설 허가를 받아냈다.
그리고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하고 주민등록까지 받아냈다.
이제 고용주는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용주가 원하기만 한다면 정상적 공부를 통한 사회인이 될 수 있었다.

용주는 보연의 정성과 사람에 감복, 그렇게 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부질없는 생각이란 것을 깨달았다.
고명준과 허영선의 관계를 알고부터였다. 이후 생각을 달리헸다

고명희가 자신의 아이를 출산하든 말든 고명준이 망하든 말든 그것 그들의 일이다.
허영선이 고명준에게 이용을 당하든 말든 그 또한 그녀의 일이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다 모른척하고 다시 산으로 들어가서 숨어버릴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 또한 고성환이 뿌린 악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어떻든 나만 좋으면 돼’ 심리...이런 심리가 세상을 더 악하게 만든다.
그리고 바로 자신에게 그런 심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용주는 스스로 그 악성(惡性)에 진저리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스스로 길파를 잡지 못하는 와중에 오늘 다시 최연수를 품어버렸다.
하지만 그 때문에 이 운명은 자신이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최연수라는 부족함이 없는 여자가 섹스에서만은 누구보다 더한 메조키스트란 사실...
이는 그녀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경 가장 취약한 아킬레스 건이 될 것이었다.
만약 자신보다 더한 악성을 가진 나쁜 남자를 만난다면 연수만이 아니라 화영이나 지수까지 위험했다.

그래서 결국 고성환의 악성 유전자를 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스스로의 힘으로 타고난 성정을 이길 수 있는 사람...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럴려면 고명희를 아주 종속시켜야 했다. 그래서 오늘 더 심하게 다뤘다.
그랬으니 그녀들이 지금 온전할 수가 없었다. 뻗어버린 것은 아주 당연했다.

용주는 눈을 감고 소파에 앉아 조용히 지난 반년여의 시간을 되돌아 봤다.
할아범이 죽은 뒤 반년여...그중 세상과 교류를 한 시간은 길어야 석 달이다.
그 석 달...참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조화영...
사내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접한 여자다.
암컷으로 처음 자신의 몸에게 항복을 고백했다.
그리고 그의 딸 최지수도 마찬가지가 되었으나 제자리로 돌려줬다.

주옥선과 고명희...
한 자리에서 암컷과 수컷의 차이를 알려준 상대들이다.
그리고 지금 고명희는 암컷이 되어 수컷인 자신의 씨를 몸 안에 담고 있다.

최보연...
사랑이라는 감정을 갖게 한 여자다.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내어주면서 고용주의 여자인 것이 행복하다.

박주희...
용주가 딸 보연의 남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몸으로 운다.
몸이 울면 모든 것을 내던지고 죽어가므로 암컷임을 고백한다.

정미경...
결정적으로 인생 자체를 고민하게 한 여자다.
운명적으로 안아버렸지만 더 생각하지 않아도 그녀는 인간 고용주를 세상에 내놓은 여자다.
그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나 이미 용주는 그녀의 정체를 알았다.

허영선...
고용주 자신만큼 불행을 태생적으로 안고 태어난 여자다.
그런데 그 불행을 뛰어넘지 못하고 지금 더 불행한 골짜기로 들어가고 있다.
그 골짜기 입구에서 만나 여자로 취했으나 그것이 더 안쓰럽다.

최연수...
조화영의 딸이다.
천재지만 지독한 메조키스트다.
용주는 지금 널부러진 연수를 보면서 운명적으로 만나야만 했던 여자임을 깨닫는다.

이중 누구를 어찌할 것인가?
단 한 명 주옥선만 예외이지 누구도 용주가 허투루 대할 수 없다.
강철준에게 섹스머신이 될 능력을 부여하기 했으나 지수도 용주와 맞닥뜨리면 넘어간다.
고명준의 여자인 것은 분명하나 허영선도 용주와 맞닥뜨리면 넘어간다.
그래도 이들 3명은 그냥 둔다고 별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조화영과 최연수
박주희와 최보연
고명희와 정미경...이들을 생각하면 결국 모두가 흡족한 마을이 필요하다.
원하면 누구나 들어가서 살 수 있는 마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마을...

용주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 깊은 상념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문득 고명준이 개발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무인도를 생각했다.
그 섬을 모든 이들이 꿈꾸는 섬 21세기 엘도라도로 건설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이 나자 용주는 무릎을 치면서 일어섰다.

‘그래...그거다. 아직 아무도 찾지 못한 아마존의 이상향 엘도라도를 내가 건설하자’

이 생각에 모든 생각을 맞춘 용주가 실신하여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여자들을 두고 욕실로 들어갔다.

2
“엄마!!”
“응”
“아직도 밖이세요?”
“그래 왜?”
“혹시...”
“혹시 뭐?”
“전화 같은 것 없었어요?”
“무슨?”
“오빠께서 혹시 연락하시진 않았는지...”
“아니?”
“그래요? 알았어요”
“왜? 그분 같이 안 있어?”
“응...오늘은 연락도 없어”
“무슨 일이 있겠지”
“응...”
“그래 마냥 기다리지 말고 특별한 일 없으면 퇴근해서 집에서 기다려”
“알았어요. 엄마. 엄마도 빨리 들어와요”
“그래...”

전화를 끊은 보연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요즘 용주 오빠는 어쩐지 자신에게 건성이다. 벌써 2~3일이 그렇다.
무슨 일인지 요즘은 관내에서 강력사건도 없다.
그런 사건이라도 있으면 용주의 도움을 받으면서 더 가까이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샌 그런 일도 없다.

사실상 지난 한달 여 자신은 메스컴을 장악한 뉴스메이커였다.
이제 최보연 경정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지난 대선 당시 경찰 2인자와 대립하여 유명세를 얻은 여자 경정은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 때문인지 요즘 보연을 보는 경찰 동료들의 얼굴이 다르다.
언론을 가까이 해보면 이는 더 확연하다.
그래서 요즘은 그게 부담으로 작용하므로 언론을 피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그래서 오빠도 내가 피한다고 생각하나?’

마음이 잡히지 않으니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퇴근준비를 하느라 주섬주섬 책상을 정리했다.
그때 책상 위의 내선 전화가 울었다.
내선 비상 전화면 사건이다. 보연은 급히 송수화기를 들었다.

“최보연입니다”
“.....”
“네”
“....”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보연은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관내도 아닌데 호출이라면 강력 사건이다.
다시 용주 오빠의 신출귀몰한 능력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며칠은 또 곁에 있을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우선 몸이 더 뜨거워진다.
그에게 안겨 느끼는 열락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러니까 저더러 수원으로 출장을 가라는 말씀인가요?”
“아니...당분간 파견근무야”
“그쪽도 지능 수사팀이 간단치 않은데요?”
“그래 경기청도 본청이나 서울청과 다르지 않지”
“그런데 왜?”
“블루하우스 특명이야”
“네에?”
“지금 정치적으로 여러 불편한 일들이 있으니까...”
“아!”
“거기다 민심이 강력 범죄에 까지 동요하면 어렵지”
“네에”
“그래서 이번 사건을 빨리 정리하고 싶은 거겠지”
“알겠습니다”

서장을 만나고 내려 온 보연은 바로 내막을 이해했다.
서장이나 본청의 명령이 아니라도 이런 사건의 범인은 하루빨리 검거해야 했다.
보연은 이미 언론의 보도로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그가 파악한 바로 이 사건은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할 사건이다.

한 등산객이 팔달산 등산로에서 까만 비닐봉지 안에 든 이상한 물체를 발견, 신고했다.
비닐봉지 안의 물건을 확인한 경찰은 그게 ‘장기가 없는 토막 시신’임을 확인했다.
시신은 머리와 팔이 없는 여성의 상반신이었다.
이 시신은 가로 32㎝, 세로 42㎝으로 내부에 뼈는 있었지만 장기가 없었다.
토막이 난데다 심장이나 간 등 주요 장기가 없어 장기 밀매 범죄와 연관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경찰은 이 시신의 신원을 밝힐 근거도 찾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기동대 인원과 경찰 수색견을 투입했으나 다른 부위 시신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 만한 단서도 확보하지 못했다.
옷가지, 신발 등 현장에서 수거한 물품 200여점도 사건과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팔달산 진출입로 등에 설치된 모든 CCTV의 영상을 분석 중이나 특이점이 없는 상태다.

그래서 이제 마지막으로 시신의 DNA 분석에 희망을 걸고 있다.
시신의 DNA를 분석하여 확보돼 있는 실종자 DNA와 대조해 신원 파악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만약 여기서도 맞는 DNA가 없다면 난감한 일이다.
비교할 대상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원 파악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나타난 유일한 증거는 피해자의 혈액형이다.
그리고 시신을 훼손할 때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장갑 정도다.
이런 어려운 난관에서 본청의 수뇌부는 보연을 경기청 지능수사대로 파견한 것이다.
지금까지 최보연 경감이 해결한 사건들을 보면 이는 당연한 수순이다.

현재 나오는 여러 추정들 중 범죄 심리 전문가들 까지도 인육캡슐 문제를 거론한다.
중국에서 만들어 진 뒤 밀반입되어 파는 인육캡슐은 우리나라에서는 자양강장제로 통한다.
이 인육캡슐은 벌써 상상할 수 없는 정도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특히 말기 암, 만성신부전증, 중증 당뇨, 난치병, 수술을 마친 환자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
이들 환자에게 좋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면서 만병통치약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태반보다 뛰어난 미용효과가 있다는 소문에 일부 중년 여성도 찾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사실이 아니다.
보연은 이미 이런 문제에 대한 조사를 했었다.
그리고 밀반입을 하다 적발되어 수거된 인육캡슐을 식약청에 보내서 검사를 시켰다.
그 후 식약청이 통보한 검사 결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인육캡슐은 건강에 좋다는 소문과 달리 건강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육캡슐 1정에서 박테리아 등 세균 187억 마리가 검출됐다.
B형 간염바이러스가 발견된 것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인육캡슐에 대한 망상적 기대심리도 존재한다.
국내에 거주하는 일부 중국인 또는 중증 환자들이다.
이들은 인육캡슐을 "자양강장제"나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며 찾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인육공급이란 단어를 검색해보면 그 실태가 적나라하게 나온다.
인육공급 및 장기밀매가 허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육섭취 단체관광객의 입국 실태 고발 영상과 기자회견이 나온다.
또 실제 인육공급에 가담했던 조폭 조직원의 증언도 이어진다.

증언은 이렇다.
주로 젊은 여자를 납치해서 장기는 적출 후 중국으로 밀반출한 뒤 팔아먹는다.
인육은 여러 조각으로 분해하여 포장육으로 닭고기 냉동탑차에 실어서 배송한다.
단체 관광객으로 위장 입국한 중국인들이 주택가나 콘도 등에서 집단 시식 후 출국한다.

대략 이런 증언들인데 이들 증언이 다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런 동영상들을 본 경찰 강력팀과 지능 수사팀은 은밀하고도 강력하게 움직였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어떤 증거도 찾아낼 수 없었다.
따라서 거의 100% 과장된 증언으로 일축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이런 강력범죄에 보연 같은 지능범죄 수사의 권위자는 빠질 수 없다.
그래서 이번의 토막시신 사건 해결 팀으로 보연이 차출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보연은 두렵기도 하다.
용주 오빠가 없다면 지금까지 자신의 명성은 다 허상임이 밝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하루 종일 연락도 없는 그가 더 그립다.

‘오빠...어디 계세요? 빨리 와요’

보연은 오늘따라 용주가 더 그립다.
그리 생각하니 보지도 더 뜨겁다.
보지에서 물이 왈칵 다시 나온다.
이번 사건이 해결되기 전에는 제대로 집으로 퇴근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용주에게 안겨 보지도 정신도 마음도 행복할 시간들은 더 드물게 된다.
그러니 오늘...파견지로 가기 전에 그의 품에 안겨서 뜨거운 천국행을 하고 싶다.

3
“나야...”
“....”
“좀 만나”
“....”
“꼭 할 얘기가 있어”
“....”
“자기...나...고 회장...그 분”
“....”
“어때? 내가 지금 그리로 갈까?”
“....”
“그렇다면 차라리 고 회장 호텔은 어때?”
“....”
“36층 라운지 우리가 늘 만나던 방”
“....”
“조용한 방이라면 거기가 좋을 것 같아서”
“....”
“그럼 30분 후에 봐”
“....”

전화를 끊은 화영은 급히 진료실을 정리했다.
그런 다음 바삐 진료실을 나섰다.
마침 회장실을 다녀오던 중이었는지 방을 나서는 화영을 지수가 보았다.
지수는 아직 연수가 귀국한 것도 모른다.

“엄마 퇴근해?”
“응”
“조금 이른데?”
“그래..약속이 있어서...”
“늦어요?”
“아니..모르겠어.”
“나도 오늘은 일찍 정리하려고... 강서방하고 약속이 되어서...”
“환자 없으면 뭐...”
“그래 엄마...오늘은 그럼 여기서..”

모녀는 서로 눈인사를 나눈 뒤 헤어졌다.
화영은 일단 연수와 그분이 맺어진 것을 지수가 모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수는 요즘 사는 게 즐겁다.
그분에게서 치료(?)를 받은 뒤 몸의 모든 부분이 개운하다.
그동안 뭔가 부족하던 강철준과의 섹스도 지금은 부족함이 없이 좋다.
종종 그분의 강렬한 터치가 생각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세상의 눈이 더 두려울 정도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지수는 자신이 섹스 중독에서 치유되었음을 느낀다.
그 전엔 세상의 눈도 윤리도 도덕도 법도 다 필요없이 일단 그분에게 안기고 싶었다.
그를 받으면 모든 시름이 다 없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대로 되었다.

지금 엄마가 그분과 어떤 관계일지라도 상관이 없다.
그것은 엄마 인생이다.
엄마의 밤...엄마의 방...엄마의 섹스...세상 구설수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화영은 급히 차를 몰고 호텔에 도착했다.
화영도 프리패스 카드 사용자이므로 엘리베이터는 어디든 터치가 된다.
36층을 터치하고 기다린다.
그때 바로 주희가 도착했다. 둘은 조용히 눈인사로 대치했다.

역시 7성급 호텔 엘리베이터는 초고속이다.
순식간에 36층에 멎었다.
둘은 말없이 내려서 약속이나 한듯이 자신들의 방으로 갔다.

그 방은 사실상 고명희가 은밀한 손님을 만나기 위해 꾸민 방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고명희와 4인방의 고정 룸으로 낙착되었다.
누구든 은밀한 VIP 접대가 필요하면 이 방을 사용한다.
물론 그럴 때는 호텔 주인인 고명희와 4인방 친구들에게 사전 연락을 하는 것이 예의다.
그 예의만 지키면 누구라도 비토한 일은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4인방 중 2인인 고명희와 주옥선에게 사전 연락도 없이 둘이 만난다.
사실상 두 사람이 없어도 4인방 모두의 일이란 것을 조화영과 박주희가 공유하고 있음이다.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비치된 술을 마실 때 필요하면 라운지 서비스 팀을 호출하면 된다.
차도 밥도 안주도 다 마찬가지다.
그러니 안 마시거나 필요 없으면 부르지 않아도 되는 특권도 있다.

방으로 들어 온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빙긋이 웃었다.
만나는 목적이 무엇인지 대강은 알 수 있는데 서로 웃음으로 인사한다.
그러다가 화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좀 뻘쭘하다. 그치?”
“그러게...”
"그냥 둘이서 맹숭맹숭한 정신은 그러니까 한 잔 할까?”
“괜찮겠어? 병원 안 들어가도 돼?”
“응 아주 퇴근 했어”
“이렇게 일찍 퇴근해야 할 심각한 일이야?”
“그렇다고 할 수 있어”
“뭔데?”
“그냥 한 숨 돌리고...”

화영이 이전에 자신들이 마시다가 둔 술병과 함께 잔 두 개를 들고 와서 술을 따랐다.
그리고는 한잔을 주희에게 건네더니 안주도 없이 단숨에 들이켰다.
그런 회영을 보는 주희의 눈이 동그래지면서 자신도 한모금 마셨다.

뒤끝이야 좋지만 독한 양주는 언제나 첫 입맛이 쓰다.
그래서 주희는 술잔을 내리면서 인상을 썼다.
하지만 화영은 다시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른 뒤 또 훌짝 넘겼다.
술병을 빼앗은 주희가 화영에게서 잔도 빼앗으면서 말했다.

“뭐가 그리 심각해?”
“자기...”
“응”
“자기는 그 분에게서 해방될 수 있어?”
“아!”
“이거 진짜 심각한 질문이야”
“글쎄....그런 그러는 자기는?”
“그러니까 심각하다는 거지”

화영이 눈을 빤히 뜨고 바라보자 이번엔 주희가 남은 술잔을 홀짝 넘겼다.
그런데 이번에 넘긴 술은 쓰지 않았다.
잔을 내리면서 주희도 화영의 시선을 맞잡았다.
그러는 주희를 바라보며 화영이 벼락을 때리는 것 같은 말을 했다.

“연수와 그 분을 맺어줄까 해”

주희는 잠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분명히 화영은 주희 자신과 보연이 용주와 한 잡에 살고 있는 것을 안다.
그리고 보연과는 이미 부부처럼 지내는 것도 안다.
물론 그들 사이에 자신이 끼어서 그분 앞에서는 암컷 노릇을 하는 것도 안다.

그렇다고 주희가 화영과 지수 그리고 용주와의 관계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이미 용주는 지수를 접수한 뒤 집에 와서 자신들에게 ‘치료’때문이엇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회영은 미국에 있는 연수를 용주의 짝으로 말한다.
이는 도전이다. 이는 싸우자는 거다. 이는 안 될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한 주희가 눈에 힘을 주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보연이...보연이하고 알잖아?”
“그래 알아”
“그런데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날 우습게 본다는 거네?”
“그게 아냐...”
“그럼?”

다시 술병을 들어 잔에 따르는 화영을 주희는 말리지 않았다.
화영은 잔에 반쯤 찬 술을 단숨에 들이킨 뒤 말을 이었다.

“지금 그 분이 연수와 함께 계셔”
“뭐? 뭐라고?”

가슴이 떨려왔다. 온 몸이 사시나무가 떨리듯 떨려왔다.
그냥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화영이 쥐고 있던 술병을 빼앗다시피 가져와서 거의 한 잔의 술을 따랐다.
그리고는 꿀꺽꿀꺽 냉수를 들이키듯 들이켰다. 술이 전혀 쓰지 않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건데?”
“나도 잘 몰라”
“모른다니?”
“그러니까 미치겠는 거지. 그래서 자기를 보자고 한 거고...”
“그래도 같이 있는 거 알 정도면 뭔가는 알 거 아냐?”

화영은 이미 술이 취해오고 있음에도 다시 술병을 들어 잔에 채웠다.
그리고는 이제 천천히 술잔의 술을 입으로 넘겼다.
그제서야 술이 참 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을 찌푸리며 입맛을 다신 화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조기에 수료할 수 있었나 봐”
“??”
“박사학위 논문을 다 마친 뒤 제출했으니 논문 심사만 남았나 봐”
“응...그...그래서?”
“미국에서 더 공부할 것이 없으니까 자기딴엔 연수원에 들어갈 요량이었겠지”
“그야...”
“그래서 그냥 바로 귀국한 거래”
“그랬는데?”
“오늘 아침에 인천공항에서 이 호텔로 오는 셔틀을 탔다는 전화를 받았어”
“그래서?”
“도착 시간이 한참 넘도록 집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없는 거야”
“아!!”
“그래서 전화를 했어”
“응”
“딸이 받더니 호텔에서 쉬고 있다고...”
“근데?”
“그런데 통화 도중에 전화기에서 불쑥 그 분이 튀어 나왔어?”
“뭐어? 어떻게?”
“몰라. 그냥 그 분 억양 그대로...나여. 하더니 고 회장과 같이 19층 2호로 오라고...”

4
‘툭’

주희가 쥐고 있는 술병이 카페트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주희의 눈에 힘이 빠졌다.
불과 한두 시간 전 보연의 전화를 받았다.
그 전화에서 보연은 뭔가 불안하다는 기색을 보였다.
그런데 그 보연의 불안한 예감이 현실로 나타났다.

어느 면으로나 연수에게 보연은 밀린다.
지금은 친구지만 화영도 명희도 주희에겐 콤플렉스다.
연수의 아버지는 죽었지만 의대 교수였다.
화영은 개인병원이지만 알아주는 산부인과 의사다
큰 딸 지수는 내과 의사이며 사위는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지검 특수부 검사다.
마지막으로 당사자인 연수는 천재 법학자라고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그런데 자신은 어떤가?
물론 현재는 한국 제일의 디자이너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엄격하게 말하면 다 로비로 이뤄진 실적들이다.

당사자인 보연도 마찬가지다.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인 것은 자랑이다.
그러나 체육 특기자로 대학을 들어가서 마쳤으니 연수와 비교할 수 없다.
현재 경찰의 꽃으로 장래가 촉망된다고는 하나 그도 연수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주희는 어떤 면으로도 저들을 넘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그런데 요즘 와서 저들에게 조금은 당당하게 설 수 있었다.
다 용주 때문이었다.
용주 그분이 보연을 챙기고 있으므로 그거 하나로 승리자인 것 같았다.

조금 전 보연은 뭔가 불안한 기색을 보이며 용주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그런데 지금 그분이 연수와 같이 있다고 한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머리의 계산이 헝클어지고 있다.
급하게 마신 술이 취하면서 온통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

‘풀석’
“엇”

시선이 흐려지던 주희가 풀석 쓰러졌다.
회영이 급히 주희를 부축했으나 잡을 수 없었다.
그런데 쓰러진 주희의 동공이 풀리고 있었다.
갑자기 닥친 충격으로 혈압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의사인 화영은 주희를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한다.

‘삐익’

위급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곧바로 흉부 마찰을 하며 시간을 벌었다.
이 버튼은 명희가 급한 일이 생겼을 때 경호원을 호출하는 버튼이다.
비상 대기 중이던 경훈은 그러나 이미 용주에게 제압되어 있다.
그래서 호텔의 경비는 일상경비 이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떻든 KM호텔은 국내 유일의 7성급 호텔이다.
비상 버튼을 접한 프론트 지배인은 일상 경호시스템일 때 최고 지휘자다.
그가 긴장하면서 소리쳤다.

“긴급이다”
“옛”
“비상 대기조, 최대한 빨리 36층 밀실 룸”
“알았습니다”

일사분란한 경호대가 순식간에 밀실 룸에 도착했다.

“빨리요. 급해요”

화영이 경호대에게 주희를 넘기며 소리쳤다.

“거그..내비 둬”

화영에게 천둥같은 소리가 들렸다.
언재나 그리던 목소리...그 소리만으로 보지가 젖는 목소리...그 소리였다.
화영이 눈을 돌려 소리나는 방향을 바라보는데 거기 거인이 있었다.
주희를 만지려던 경호대원들이 소리없이 쓰러지고 주희는 거인의 품에 안겼다.

“아!!!”
“푸우~~푸우~~”

화영의 감탄사와 같은 시간에 주희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터졌다.
용주가 주희의 막힌 맥을 타통시킨 것이다.

순식간에 받은 충격에 의해 뇌혈관 한 곳이 멎을 뻔 했는데...
그래서 뇌에서 심장으로 전달하는 명령체계가 멎을 뻔 했는데...
용주가 가볍게 터치하면서 그 맥을 타통시켜서 호흡을 돌아오게 했다.
이런 상황은 의사인 화영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어떻든 화영은 창졸간에 그 분...언제나 잊을 수 없는 분을 만났다.

그것은 주희도 마찬가지였다.
놀람의 연속으로 긴장하여 쓰러졌는데 그 분의 품에 있다.
거친 호흡도 부끄럽게 그분이 자애로운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주희는 그 시선을 받으면서 바로 보지가 젖어버려서 그냥 눈을 감았다.

“가자”

그 분이 한마디 던지더니 성큼성큼 명희의 방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주희는 용주의 품에 안겨 있으니 어쩔 수 없고 화영도 자연스럽게 따라서 들어왔다.
그러나 침대를 바라보는 순간 두 여자는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 알몸의 두 여자...배가 볼록한 중년의 임신녀와 매끈한 젊은 미녀가 뻗어 있었다.

....작가의 말

한수효는 59부까지 나와서 카페에 있습니다.
카페 주소는 http://cafe.soraber.info/joyo52021 입니다.
쪽지로 카페 접속이 안 된다고 묻는 분이 계시던데요.
소라 도메인이 바뀌면 당연히 카페 도메인 주소도 바뀌지요.
그러므로 카페주소를 기억할 때 /joyo52021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앞의 주소는 소라 도메인을 늘 따라가니까요. 이점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참 이제 용주는 에필로그 말고 딱 한 편 정도 분량의 이야기가 남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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