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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4:49 886회 0건
복수(1부-6장)





저녁 무렵. 선우혁의 서울 집 담을 넘는 그림자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예상대로 대문이 잠겨있음 확인 후. 담이 가장 낮은 곳을 찾아 그 곳을 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익숙한 발걸음으로 너른 마당을 지나 집 안 가장 깊은 곳으로 숨어들었다.

“누구?”

정신없이 발걸음을 옮기던 광인의 뒤에서는 깜짝 놀라 두려움을 담은 너무나 익숙했던 사랑스런 여인의 놀란 물음이 들려왔다. 아무도 없다고 안심하고 들어온 집에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에 그도 역시 놀랐다. 하지만 그 여인의 목소리는 너무도 익숙한 음성이었다. 광인은 여인의 정체를 확인하고자 의문의 마음과 두려움이 동시에 들었다. 그는 동시에 일어나는 그 마음으로 자신의 몸을 돌렸다.

“어머!” “쨍그랑!” “광...인...!”

“누...나?”

놀랍게도 그 여인은 다름 아닌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누나 선우영림 바로 그녀였다. 그녀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몸을 돌려세운 남자가 광인임을 확인한 그녀는 손에서 쟁반이 떨어뜨렸다. 그리고 울먹이는 소리로 그의 이름을 끊어서 불렀다. 광인 또한 눈이 휘둥그레지며 거의 동시에 영림을 불렀다. 순간 광인을 바라보는 영림의 두 눈에는 그리운 이의 생사를 확인한 기쁨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내 그에게 달려가 그를 와락 끌어안고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다.

“흑흑흑...!”

광인은 그런 영림를 말없이 안아주었다. 얼마나 그리웠던 사람인가 쫒기는 와중에도 늘 자신의 옆에 있는 것만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품에서 울고 있으니 꿈인지 생신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누님 어떻게 된 거요?”

어깨의 들썩임이 잦아들자 광인 품에서 영림을 살며시 떼어 냈다. 광인의 음성에는 원망이 깔려있었고 추궁하듯 다짜고짜 상황을 물어보았다.

“우선 방으로 가자.”

영림은 대답하지 않은 채를 광인의 손을 잡고 그를 안방으로 유도했다.


“얘는 누구요?”

방으로 들어서자 광인은 또 한 번 놀랐다. 방안에는 웬 세 살 남짓 어린 사내애가 새근거리며 자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아기야. 우리 아기...!”

“예?” “우리 아기라고요?”

영림의 대답은 광인을 더욱 놀라게 했다. 그래서인지 말하는 그의 음성이 조금 높아졌다.

“그래...우선 앉아...!”

반면 영림의 음성은 차분했다. 광인은 영문을 몰랐지만 그의 눈을 응시하는 그녀는 그의 놀람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두 마디로 끝날 상황이 아니라고 여겼다. 그 때문에 멍한 채 대답을 요구하는 그를 방바닥에 앉혔던 것이다. 자신도 광인을 따라 앉았다. 그리고 오랜 세월의 얘기를 시작하려는지 두 사람 사이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광인아...!”

차분한 어조로 영림은 두 사람 사이의 정적을 깨뜨렸다.

“......!”

하지만 영림의 부름에 광인은 침묵을 유지했다. 그의 침묵과 상관없이 영림은 광인을 응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어찌된 일인지. 모두 얘기할 게...!” “우선 말없이 너를 두고 떠난 것 너무 미안해!” “그때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영림은 우선 광인에게 사과를 했다. 그리고 그녀는 서서히 지나온 얘기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해방된 이후. 친일 활동으로 민족반역자로 낙인 찍혔던 선우혁은 귀신같은 처세술을 발휘하여 이승만의 측근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친일로 축적한 재산을 동원하여 이승만이 국내에서 정치적 기반을 닦는데 상당부분 역할을 했다. 즉 김구와 상해 임시정부 세력 및 여운형에 비해 국내기반이 약했던 이승만을 측근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던 것이다. 그것은 성공을 거두었고 그 덕분에 그도 많은 친일파들이 그랬던 것처럼 친일파에서 민족주의자로 탈바꿈에 성공하게 되었다. 마침내 반민특위의 제거 대상에서 단숨에 도약하여 제2대 국회의원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든가. 승승장구, 탄탄대로만 있을 것 같았던 그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닥쳐왔다. 그것은 바로 한국 전쟁이라는 민족사의 비극이었다.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아침은 서울, 점심은 평양, 저녁은 의주에서 먹겠다!’던 이승만 정권은 세월호선장이 그랬던 것처럼 국민들에게는 서울을 지킬 것을 당부하고는 자신은 몰래 서울을 빠져나왔고 자신의 피난에 방해된다고 조선 선조 임금이 그랬던 전철을 되살려 한강 철교를 부수는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승만의 피난 대열에 같이한 선우혁은 부인 정란에게 미리 피난 짐을 꾸릴 것을 통보했고 이승만이 피난하기 하루 전날 그와 광인을 제외한 그의 모든 식솔들은 이동시키게 된 것이다.

영림이 광인을 버리고 피난 간다는 사실을 안 것은 그들이 대전쯤에 다다랐을 때였다. 영림의 엄마와 오빠들은 끝끝내 그녀에게 그 사실을 숨겼다. 피난 짐이 모두 꾸려지자 영림을 강제로 차에 태웠고 신속하게 집을 빠져나왔던 것이다.

영림은 몇 일전부터 하인들을 시켜 짐을 꾸리는 등 식구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것은 자신의 혼사 문제로 그런 줄로 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차에 강제로 태워진 영림과 가족들 모두는 서울역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선우혁에 의해 미리 준비된 열차에 신속히 몸을 실었고 열차는 대전역에 도착했다. 몇 시간 만에 생전처음, 꿈속에서도 와본 적이 없는 곳에 도착한 영림은 거기서 열차가 정차하는 사이에 광인을 찾았으나 그는 없었다. 엄마 정란을 찾은 그녀는 광인에 대해 물었지만 싸늘한 정란의 대답을 듣고 난 후에야 그가 같이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몇 분을 정차한 열차는 곧바로 부산으로 달렸다.

사실 한국 전쟁이 터지지 않았으면 영림은 선우혁이 정략적으로 추진한 집안으로 시집을 갈 처지였다. 여자 나이 스물두 살은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당시에는 혼기가 지난 때였다. 선우혁은 예전부터 교분을 맺던 집안이 있었고 그 집안의 둘째 아들과 영림의 혼례를 성사시켰던 것이다. 그 사실을 엄마 김정란에게 통보 받은 영림은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영림은 혼인을 한사코 거부했다. 하지만 그게 영림의 뜻대로 되겠는 가. 선우혁의 호통 한 번으로 모든 사실은 종료되고 말았다.

영림은 광인에게는 그 사실을 숨겼다. 하지만 광인도 누이 영림이 시집을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영림에게는 자신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숨겼다. 왜냐하면 자신을 돌보는 것을 일생의 낙으로 여겼던 영림이 자신을 남겨두고 시집가는 게 얼마나 마음 아파할 런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고, 또한 자신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알게 되면 그녀의 마음이 더욱 더 무너지리라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광인은 내색하지 않은 채 평상시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영림은 오빠 광국과 엄마 정란의 짐승 같이 엉겼던 그 광경을 목격한 이래로 자신의 마음속의 주인은 광인 하나뿐이었고 그 광인을 위해 살 것을 결심했던 여인이었다. 그런 그녀가 광인을 두고 어떻게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간단 말인가. 그래서 영림은 결심했던 것이다. 바로 자신의 힘으로 이 혼사를 못 막을 바에는 차라리 광인에게 자신의 순결을 바칠 것을. 그 결과 혼례식 하루 전 날 밤에 광인을 찾아 그와 몸을 섞었던 것이다.

광인과 몸을 섞고 그의 품에서 그가 잠이든 것을 확인한 영림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누워 눈물로 베개를 적시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가 방문이 열리더니 이미 외출복으로 준비된 엄마 정란이 들어섰다. 방안으로 들어선 정란은 불을 밝혔고 영림을 재촉했다. 그리고 그녀는 영림의 옷을 입힌 후 곧바로 광인만 남겨둔 채 남쪽으로 피난을 떠났던 것이다.

같이 피난길에 오르려던 돌쇠는 어수선한 틈에 거기서 빠져나왔고 광인을 깨워 가려고 했으나 차는 이미 떠난 후였다. 낙담한 돌쇠는 모든 사실을 광인에게 알렸고 광인 또한 신속히 뒤따랐지만 그들과는 만날 수 없었다. 요행이도 돌쇠의 판단으로 서울을 빠져나온 광인은 대전까지 피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행운은 거기서 끝이었다. 거기서 광인과 돌쇠는 강제 징집 열차에 태워졌다. 물론 돌쇠는 징집 대상이 아니었으나 광인과 휩쓸려서 엉겁결에 입영열차에 태워지게 되었다.


되돌아가서 광인도 함께 데려 가야한다는 영림의 의견은 묵살되었다. 그리고 정란에 의해 그녀의 모든 것은 차단되어 버렸다. 선우혁은 이들과 별도로 했고 이승만을 모시면서 정부와 함께 남으로 내려왔다. 남으로 내려오면서 그는 미리 생각하고 있던 일을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그는 우선 이 전쟁이 오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럴 바에는 생사가 오가는 전쟁터에 있는 것은 너무나 무모한 일이라 여겨졌다. 차라리 여기서 이렇게 지낼 바에는 가족들을 데리고 안전한 외국으로 건너가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되어졌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다시 돌아오리라 결심했던 것이다. 결심이 서자 선우혁은 곧바로 그것을 결행했다. 이승만 일행을 버리고 부산으로 이동했고 스무 명 남짓 식솔들을 이끌고 도일(渡日)을 감행해 버렸다.

선우혁의 결행에 영림은 다시 좌절을 맛봤다. 부산에 있으면 광인도 이곳에 오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가족들이 나라를 버리고 일본으로 이동할 줄이야. 영림은 억장이 무너짐을 느꼈다. 이때부터 영림은 말을 끊었다. 특히 가족 누구와도.


선우혁 그가 일본으로 건너갈 때 가지고 갔던 재산은 엄청난 것이었다. 급하게 챙겨왔지만 그 양은 엄청난 것이었다.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친일파 시절 자신과 막역한 관계를 유지했던 일본 정치가의 도움으로 그곳에 정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선우혁은 거기서도 한국 전쟁이 끝나길 기대하면서 호의호식하면서 지냈다. 뒤에 어떤 일이 자신에게 닥쳐올 지 짐작도 못하면서.

1953년 8월 어느 날. 선우혁은 휴전협정으로 한국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서둘렀다.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영원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이틀 후 아침. 그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던 것이다.

선우혁의 갑작스런 죽음 후 그의 장례식을 치룬 식솔들은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일본에 정착할 것을 결심했다. 이것은 장남 선우광국과 부인 김정란의 합작품이었다. 장남인 광국은 어머니 김정란과 서로의 육체를 탐하며 모든 일을 모의했다. 광국은 정란을 내세워 식솔들을 장악했다. 그리고 식솔들을 장악한 뒤 이후 모든 일을 주도해나갔던 것이다.

물론 선우혁의 갑작스런 죽음 또한 독자들의 짐작대로 어머니 김정란과 장남 선우광국의 합작품이었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그들은 일본에서도 육체적 관계를 계속해서 이어나갔고 그런 일본 생활을 아주 만족해했다. 그런 생활에 젖어버린 그들에게 한국전쟁의 끝났다는 소식은 암울한 앞날을 예고하는 소식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 전쟁이 끝나고 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선우혁의 말에 두 사람은 낙담했다. 그들 두 사람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왜냐하면 전쟁으로 남아나는 곳이 없는 한국으로 돌아가면 온갖 고생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들은 선우혁에게 한 번 더 생각할 것을 청원했다. 척박한 그이 안정된 후에 돌아갈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선우혁은 모든 것을 묵살했다. 왜냐하면 혼란한 때에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예 영화를 누려볼 심산이었던 것이다. 그는 지금의 도망자의 신분보다 예전의 자신의 권력을 되찾아 권력의 핵심으로 부활할 것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곧바로 광국과 정란이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꿈쩍도 않는 선우혁을 막을 방법을 공모했다. 마침내 그를 독살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선우광국은 선우혁의 재산을 그대로 물려받은 직후 예전 선우혁과 친분이 있던 지인을 통해 야쿠자와 결탁하게 이르렀고 그들의 후원과 자신의 사업적 수단을 발휘하여 사업가로서 변신을 꾀했다. 그 작업은 성공적으로 끝나 1960대 초반에는 일본에서 손꼽는 제과회사를 거느리는 총수로 자리 잡게 되었다. 훗날 한국의 경제개발 붐을 틈타 일본과 똑같은 제과회사를 한국에 진출시키게 된다. 물론 광국 본인은 일본에 모기업 회장 자리를 차지하고 바로 밑에 동생 광식을 전면에 내세우고 말이다. 한국에 사업 진출에 성공한 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선우혁의 어마어마한 토지를 환수 받고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일은 한 가지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광인의 생사를 모른 채 끌려오다시피 일본으로 건너간 영림은 가족을 멀리했다. 그런 그녀의 인생에 새로운 전기가 찾아왔다.

도일(渡日)한지 2개 월 정도 지난 때. 몸에 이상한 징후가 발견되었고 그것이 임신이라는 사실에 영림은 새로운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시집도 안간 처녀가 애를 밴 것이다. 엄마 정란은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숨겼다. 그리고 영림의 애를 떼려고 했다. 영림의 아버지 선우혁이 이 사실을 알면 딸자식 간수를 제대로 못한 자신에게 불똥이 튈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영림의 입을 통해 애 아빠가 광인이란 사실은 정란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모든 문제를 풀기 위한 가장 적당한 방법은 영림의 임신 사실을 숨긴 채 가족 몰래, 특히 남편 선우혁 몰래 영림의 애를 떼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영림의 완강하게 저항했다. 급기야 영림은 정란을 위협했다. 정란과 광국의 사이를 알고 있음을 밝혔던 것이다.

그 위협은 정란에게 주요했다. 정란은 다른 수를 내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우선 영림을 병을 핑계로 선우혁의 눈에서 벗어난 곳으로 이주시켰고 거기서 영림의 몸을 풀게 했다. 열 달을 채워 태어난 갓난아기는 예전 집 대문 앞에 버려졌던 광인을 빼다 박은 모습이었다. 정란은 더 이상 두 모자를 방치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애를 고아원에 맡기려했다. 그러나 이도 미리 낌새를 알아챈 영림의 방어에 막혀 그럴 수가 없었다. 이런 일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으리라 생각된 영림은 엄마 정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자신과 아이를 서울로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제안을 받은 정란으로서는 달리 어쩔 수 없었다. 그 방법이 최선이라고 그녀는 생각했었다. 그녀는 선우혁 몰래 아들 광국과 일을 공모해 모자를 서울로 돌려보내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게 딸과의 영원한 이별일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누님!”

“.....!”

긴 이야기를 끝낸 영림을 광인은 가슴에 안았다. 짧은 포옹 후 두 사람은 팔을 거두지 않은 채 떨어졌고 서로의 눈을 응시한 채 마음으로 온갖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영림은 광인의 눈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겠다는 듯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고 이슬 맺힌 눈망울을 깜빡이고 있었다.

“후읍!”

다시 두 사람은 붙었다. 이번에는 가슴이 아닌 입술로. 영림의 입술은 약간 벌어져 있었고 광인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혀를 밀어 넣었다. 급기야 영림의 입속에서 두 사람의 혀는 엉키기 시작했고 서로의 타액을 주고받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이 옆에 몸을 누였고 광인은 영림의 옷고름을 당겨 그녀의 가슴을 풀어헤쳐나가기 시작했다.

“흐음!”

광인은 영림을 이내 알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풍만하고 부드러운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젖무덤을 움켜쥐자 풍선이 위로 솟아오르듯 젖꼭지가 발딱 일어서며 그의 입술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미 수영을 통해 여자를 알아버린 광인은 능숙하게 영림을 리드해나갔다. 혀로 꽃판 주위를 원을 그리며 핥아나갔고 입술로 젖꼭지를 깨물며 빨아댔다.

“아아!” “광인...아흑!”

영림은 자지러질듯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두 팔은 방바닥에 널브러뜨린 채 저항 없이 그에게 몸을 맡겨나갔다. 비록 한 아이의 엄마이지만 경험이 일천한 그녀로서는 광인에게 의지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능숙하게 가슴을 유린한 광인은 입술을 옮겨가기 시작했다. 알몸 곳곳을 오르내리며 입술로 빨아댔고 혀로 핥아 나갔다. 배꼽의 깊은 구멍은 혀를 동그랗게 말아 후벼 팠다. 입술이 배꼽 아래. 즉, 무성한 씹거웃이 자리 잡은 두덩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는 급히 바지를 까내렸다. 그리고 성난 좆을 움켜쥐고 여인의 가랑이 사이를 활짝 벌리며 씹거웃 아래에 가져갔다. 귀두는 여인의 도톰하게 살이 오른 씹을 둘러싸고 있는 한 쌍의 주름을 가르며 비벼지고 있었다. 즉, 광인은 씹구멍 언저리 주름에 귀두를 비벼대며 영림에게 삽입이 임박했음을 알렸던 것이다. 이에 여인은 본능적으로 두 다리를 더욱 벌렸다.

“아아아!”

긴 신음 소리가 들렸다. 이는 들어와도 좋다는 여인의 신호였다. 이에 그는 좆을 구멍 깊숙이 밀어 넣기 시작했다. 영림은 광인의 좆이 몇 년 전 자신이 처음 경험했던 그것보다 더욱 우람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씹구멍의 빈틈이라고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 찢어질듯 밀려드는 느낌에 숨이 막혀왔다. 거대한 좆이 구멍 속으로 파고들자 그 속의 살들은 일제히 좆에 달라붙기 시작했고 좆을 물어대기 시작했다. 처녀의 그것과 다름없는 영림의 씹구멍은 자신의 또 다른 여인과는 많이 달랐다. 능숙했던 수영과는 달리 본능에 가까운 떨림이었던 것이다.

“퍼억!”

“흐윽!” “아아...깊어!”

깊숙이 좆을 삽입한 채 한동안 씹구멍의 떨림을 만끽하던 그는 드디어 사타구니를 세게 압박하는 용두질을 시작했다. 장검이 칼집에서 길게 뽑아 나오듯 길고 굵은 좆이 살들과 엉기며 뽑아져 나왔다가 삽시간에 들어갔다. 여인의 사타구니와 남자의 허벅지, 여인의 회음과 남자의 불알 두 쪽이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퍽퍽퍽!”

곧이어 짧고 긴 부딪힘이 연속해서 일어났다. 여인은 그것을 온 몸으로 다 받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이 남자. 이제는 놓아주지 않으리라!’고 다짐하며.

“아아...광인!” “사랑해!”

연이은 펌프질로 씹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좆기둥에는 허연 씹물이 마찰에 의해 진득하게 달라 붙어있었다. 여인은 남자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많은 씹물을 몸 바깥으로 내어보낸 탓인지 타는 목마름을 느꼈다. 여인 자신의 몸을 모두 바치며 남자에게 매달리고 매달렸다. 여인은 인정사정없는 좆질에 몇 번의 절정을 맛봤는지 몰랐다. 머리를 새하얗게 만드는 절정에 씹물을 울컥 토해내길 반복하고 있었다.

남자는 지칠 줄 몰랐다. 여인이 절정에 오를 때마다 남자의 허벅지는 끊어졌고 등짝은 손톱자국으로 파였다. 씹구멍은 쉴 새 없이 윤활유를 제공하고 있었다. 거대한 좆의 연속적인 용두질에 배겨나려면 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읍. 쭈웁!”

“음아. 하아!”

연이은 좆질에 남자 또한 갈증을 느꼈다. 목마름에 남자는 여인의 입술을 찾았다. 게걸스럽게 여인의 입술을 빨아댔다. 여인은 입으로 자신의 모든 것이 빠져나감을 느꼈다. 좆질을 쉴 새 없이 해대며 여인의 입술을 빨아대던 남자는.

“아욱...!” “크으윽!”

절정의 폭발을 위해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흘렸다.

“아앗...느껴져!” “아아...들어오는...게!”

마침내 좆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여인의 구멍을 가득 채우며 그 속으로 엄청난 양의 좆물이 흘러들어갔다.




해가 지나 소백산에도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그 많던 빨치산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수영의 배는 완전히 불러 있었다. 광인은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수영의 배를 만지고 있었다. 수영은 광인의 머리를 쓸어가며 그런 모습을 눈에 담고 있었다.

“왈칵!”

두 사람의 정적이 깨뜨리며 말례가 들어섰다. 들어서는 말례의 배도 예전의 말례의 것이 아니었다.

“어서와!”

수영은 말례를 반갑게 맞이했다.

“내가 시킨 대로 준비는 해놓았니?”

“예!” “진즉에 다해 놓았어요.”

그랬다. 출산이 임박했던 것이다. 오늘 아침에 양수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수영은 말례를 깨워 그녀에게 출산이 임박했음을 알렸고 준비를 주문했던 것이다. 모든 준비를 끝낸 말례는 그것을 수영에게 전달하려고 두 사람이 있던 안방으로 들어선 것이었다.




“아악...아파!” “살살...조금만...살살!” “아악...잠깐...잠깐!”

커다란 좆은 스무 살 처녀의 살 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처녀막을 깨뜨리며 들어서는 파과의 고통에 여인은 남자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쭈웁!”

남자는 일단 더 이상 진행을 멈추고 있었고 대신 여인의 고통을 덜어주려고 입술을 빨기 시작했다. 여인은 허둥지둥 거리며 남자의 목에 매달리고 있었다. 아직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고통은 계속되고 있었다.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여인의 숙명을 받아들인 눈물이 그녀의 양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하음! 하아아!”

좆을 끼운 채. 두 사람은 멈춰 있었다. 하지만 그 멈춤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어느 순간 몸이 두 쪽으로 갈라지던 고통도 점차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인은 고통의 신음 대신 뜨거운 숨결을 내 뿜기 시작했다. 입술 사이로 여인의 달뜬 신음이 새어나왔다.

“퍽퍽퍽!”

“앗앗앗!”

남자는 용두질을 시작했다. 씹구멍을 드나드는 좆 기둥에는 시뻘건 앵혈이 묻어나왔다. 그리고 끝날 것 같지 않은 쾌락의 방아질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다름 아닌 말례와 광인이었다. 수영과 광인의 흘레붙는 현장을 목격한 말례는 수영의 씹구멍을 파고들던 광인의 거대한 좆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수영을 따라 열다섯 어린 나이에 이곳 소백산에 왔던 그녀는 이때까지 남자를 접할 기회를 많지 않았다. 그런데 스무 살, 밤송이가 벌어지듯 씹구멍이 벌어질 대로 벌어진 과년한 처녀가 남자의 좆을 품고 말았으니 그 상상의 고통에서 헤어 나오기란 쉽지 않았다. 그 바람에 말례는 시름시름 앓았다. 수영이 걱정되어 원인을 아무리 물어봐도 말례는 대답하지 못했다.

앓기 시작한지 사흘 정도 지난 후 어느 날. 수영은 말례가 걱정되어 그녀의 방을 찾았다. 거기서 말례가 왜 앓고 있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말례는 광인의 이름을 부르며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소리는 방밖으로 새어나왔다. 그때서야 수영은 말례가 왜 아픈지 이유를 알게 되었고 큰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미 광인에게는 첫사랑의 여인이 있었고 지금도 그 사람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수영은 그가 자신의 남자로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애초부터 그를 독차지하고자 하는 욕심은 없었다. 불쑥 나타나 자신의 여인을 일깨워주고 자신을 품어준 것만으로도. 이렇게 그의 씨앗을 자신에게 뿌려주어 아이를 품게 해 준 것만으로도. 즉, 포기했던 여인의 일생을 살게 해준 것으로 만으로도 만족해했던 것이다.

그가 첫사랑의 여인을 찾아 떠난다고 해도 자신으로서는 말릴 수가 없는 처지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수영은 그의 여인이 한 사람 쯤 더 생긴다고 해서 그를 원망하거나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서 말례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광인을 그녀의 첫 남자로 연결시켜 주리라 결심했던 것이다.

결심이 서자 광인과 잠자리에 들었던 수영은 광인에게 말례의 병과 그 원인을 얘기했다. 그리고 자신의 결심을 들어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뜬금없는 얘기에 처음에는 거부하는 듯 했으나 수영의 차분하고 집요한 읍소에 수긍하고야 말았다. 광인의 허락이 떨어지자 수영은 말례를 찾았고 두 사람을 합방시키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비록 자신의 부탁으로 마련된 두 사람의 질펀한 합방이었지만 방문 너머로 들려오는 여인의 쾌락의 교성과 남정네의 헐떡이는 교미의 소리에 수영은 잠자리를 뒤척이며 있었다.




달을 채운 수영은 난산 끝에 자신을 닮은 딸을 낳았다. 딸아이의 이름은 수인, 선우수인이다. 하지만 하늘은 수영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이듬해 가을 서른을 넘기지 못한 채 하늘이 그녀를 데려갔다. 수영을 양지 바른 곳에 묻은 수인, 말례와 그녀의 딸 정인, 그리고 광인은 말례를 앞세워 수영의 친정에 들렀다. 거기에 딸들과 말례를 맡겨 놓은 광인은 혼자서 서울로 왔고 이렇게 영림과 뜨거운 재회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되었구나!”

알몸인 채로 광인 품에 안긴 영림이 그의 가슴에 입술을 붙인 채 광인의 긴 얘기에 듣고는 이해하겠다는 듯 답을 했다. 이때.

“으으으응!”

두 사람은 동시에 옆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긴 시간 뒤척이기만 할 뿐 잘 자던 녀석이 일어나려는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재빨리 일어나 옷을 입었다. 그리고 녀석이 눈을 떴을 때는 영림의 품에 녀석이 안긴 채였다. 눈을 뜨자 엄마 품에 안긴 녀석은 안도했는지 방긋 웃었고 이내 배가 고팠든지 입술을 쪽쪽 빨며 엄마에게 안겨들었다.

“군아!”

영림은 다정하게 웃으며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그때서야 광인은 아이 이름이 ‘선군’임을 알게 되었다.

“군이 아빠야!”

아이를 광인 쪽으로 돌리며 녀석에게 광인을 소개했다. 낯선 남자의 모습에 아이는 자꾸만 엄마 품을 파고들어갔다.

“아아앙!”

하지만 영림은 아이를 광인에게 넘기며 안아보라고 했고 그 바람에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선군이에요. 선군!”

이름을 광인에게 알려주며 광인의 품에 녀석을 넘겼다. 발버둥치는 선군을 넘겨받은 광인은 영림의 의도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아들을 품에 꼭 안았다. 처음에는 반항을 하던 녀석은 핏줄의 당김이었을까. 몸부림이 잦아들더니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편안하게 안기었다.

“호호호!” “어쩜...애가 아빠 품인 줄 느꼈나 봐요!” “낯가림이 심한 편인데...!”

영림은 그 모습에 지금까지 걱정과 두려움이 한순간에 사라짐을 느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지아비로 광인을 섬길 것을 결심했고 그것을 광인에게 존댓말로 표현했던 것이다.

“아참!” “배고프지요. 애 좀 보고 있어요. 밥상 차려올 게요.”

“아니. 누님!” “군이가 배고픈 것 같으니까. 군이 것을 먼저 챙겨 주시구려!”

“같이 챙겨올게요.” “잠시만 기다려요.”

“덜컹!”

영림이 밥상을 차려오는 동안 선군과 아버지 광인은 그동안 못 나누었던 부자간의 정(情)을 나누었다.





1부-6장(끝)

여기까지 1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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