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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축제 리메이크 - 9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4:55 1,337회 0건
"만일 성욕이라는 것이 이토록 맹목적이고 조심성 없고 경솔하여 사려가 없는 성질을 갖지 않았더라면 인류는 사멸하고 말았을 것이다.

원래 성욕의 만족은 전혀 종족의 번식과는 결부되어 있지 않다. 성교시에 번식의 의도가 수반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말이고 극히 드문 일이다." -니체-

시험을 마친 후 잠깐의 여유랄까.나는 친구들과의 유흥이라는 대학문화에 젖고있었다.수업을 마친후 동기들과 왁자지껄하게 맛집 찾아 몰려다니고 술을 마시고 끝도 나지 않는 시덥쟎은 보드게임도 하고 다시 술을 마시고 소음과 욕망이 가득찬 클럽을 가고 다시 거기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다시 술을 마시고. 대학가 거리를 몰려다닐땐 이 동네전체가 다 우리집 같았다. 청춘이구나. 공중에 분 뜬 것 같은 나날들이었다.그렇게 잠시나마 내 몸과 시간과 돈을 혹사시켜서 엄마와 정훈이.라는 내 청춘의 유일한 심각함을 도외시하고 있었다.

"아, 엄마, 오늘도 너무 늦었지, 어, 아빠도 계셨어요? 헤헤, 죄송합니다. 술 한잔 했음~~돠. 죄송"
"어허, 아들, 오랜만에 봤는데, 완전 인사불성이네.이 몸으로 집에 들어온거 자체가 용하다.여보, 이 녀석 요새 맨날 이러나?, 너, 아침에 아부지랑 면담시간 좀 잡자"
"맨날은 아니고, 이번주에 좀 그렇네.대학 첫 시험 끝나서 그런가본데 좀 봐줘요.이노무시퀴, 어서 올라가 씻고 자, 땀냄새에 술 냄새에. 너 내일도 이따구로 들어오면 집안에 못들어 올줄 알어.알았어? "
"네헤, 헤헤, 소자는 씻고 자겠습니다."

귓가에 들리는 소리로 아빠는 야단 좀 치라고 닥달했고 엄마는 알았다며 아침에 일어나면 조져버리겠다(?)고 걱정말라 하셨다. 그래, 행복한 가정이구나.죽을땐 죽더라도 지금은 잠이나 자자. 난 씻을 생각도 못한체 기절한듯 잠에 빠졌다.

극심한두통에 눈이 강제로 떨어진 시간은 아침 8시.귀가 멍할 정도의 두통과 온 몸을 두들기는듯한 숙취로 강제 조기 기상한 아침이었다.습관적으로 들여다본 폰에선 주말에 또 보자는 징글징글한 동기남자들의 카톡들과 약간의 썸을 주고받았던 여자들의 안부카톡들로 도배되어있었다.

"그래도 내가 어디가서 빠지진 않군"

큭, 실없는 소리와 함께 나는 욕실로들어갔다.세차게 나오는 뜨거운 물에 몸을 맡기자 그제서야 근육들의 감각이 슬슬 돌아오는 것 같았다.술 냄새 땀냄새를 씻어내자 머리도 맑아지고 또 다른 정신력도 생겼다.오늘은 뭐하고 놀지??

따르르릉

무심코 받으려고 든 전화기에서 무척이나 거북스러운 이름이 보였다.

"개쉐이"

한참을 망설이다 끊어질때즘 통화버튼을 눌렀다.내가 피할 이유는 없쟎아.

"어이, 아침 일찍인데 전화받네"
"그걸 아는 놈이 이렇게 일찍 왜 전화질이냐."
"아, 나, 당분간 서울 못 올 것 같아서, 생각보다 의대공부가 쎄서 오피스텔 하나 구했다."
"오우,정말? 니가 공부를 하겠다??"
"야, 이번에 학고 뜰뻔 했다.의대생 타이틀이라도 있어야 아부지한테 용돈도 얻고 여자도 만날거 아니냐."
"얼마나 놀았기에, 첫 학기에 학고의 위기냐"
"아, 시험기간에 좀 바뻤지.중요한 놀거리가 많더라고.학점을 희생하고 청춘을 즐겼지.크크"

그래.바빴지.나도 안다.

"그래서 리커버리를 이제서야 하시겠다?? 되겠냐?? 여하튼 독립 경축한다"
"땡큐우, 야, 글고, 엉아 여친 생겼다.크크 어제부로."

응? 뭐라고? 여자가 생겼다고? 이 새끼가??
지금 뭐하잔 소리지??

"엥?? 진짜?? 갑자기??"
"크크, 어젯밤에 갑자기 그리 되었다.뭐 딱 내 스타일은 아닌데 한번 만나보려고."
"재주 좋다."
"에이, 뭐,재주씩이나. 어쩌다가 보니 술잔이 오가고 썸들이 오가다가 보니 어쩌다 보니 어느새 모텔에서 설왕설래 하고 있더라.역쉬, 연애든 섹스든 술을 마셔야 해,크크"
"그럼 그렇지.니가 공부한다고 할 애가 아니지.아예 살림을 차리는구나.거기다가.어,그그럼, 이제 우리집엔, 안, 올거,냐??"
"가긴 가야지.근데 이제 어머니한테 부탁드릴 일은 없을것 같아.쪽팔려서 감사하단 말은 직접 못 하겠다.니가 좀 전해줘라.베리베리 땡큐 했다고"
"그래, 뭐, 좋은일이니,"
"오케이, 그럼 다시 전화할게"
"그래, 잼나게 놀아라"

연애를 한다고?? 이 말을 믿어야하나?? 그제까지 우리 집 안방에서 그 사건을 벌인 새끼가, 연애를 한다고??
하루하루가 다른 스무살의 우리이기에, 특히나 노느데 천부적 소질이 있는 녀석이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뭔가 백프로 받아들이기엔 꺼림직했다.아니면 몰래 우리집에 오기로 아예 작정을 한건가? 하기야 그때 엄마도 그랬쟎아.연락하고 오라고.

하지만 연락하고 자주 들락날락하기에 대구라는 그 녀석의 위치는 호락호락하지 않다.정말일까?? 정말이라면 엄마는 어떤 기분일까?? 섭섭해 할까?? 슬플까??

호기심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살금살금 일층으로 내려갔다.냄새부터 맡아보니 음식냄새는 나지 않았다.두분 다 아직 안 일어나셨나.?

"쫄지마,아들,아빠,새벽같이 낚시가셨다."
헉, 잡아먹을듯 째려보는 엄마의 시선이 부억쪽에서 날아왔다.
"아, 이 아침부터, 글쿠나, 엄마, 밥 먹었어?? 식빵이 어디있드라,"
"솔선수범해서 저기 소파옆에 가서 무릎꿇고 손 들고 있어, 아빠가 오늘 들어오셔서 니 면상이 멀쩡하면 본인이 조진다고 하셨다.냉큼 가서.손들어."
"이제부터,오늘부터 당장 금주 실시해"
"에에, 엄마, 나도 신입생인데 좀 놀아야지, 에이, 좀 봐줘, 우리끼리, 왜 이래."
"통금시간도 11시야, 어길시 아빠가, 아, 이건 너무 잔인해서 차마 못 전하겠다, 하여튼 각오하래"
"에에?? 내가 여중생도 아니고 무슨 통금이 있어?? 11시에 클럽에 가봐.고딩들이 반이야,엄마."
"지갑 내놔,카드 다 꺼내,그리고 그것도 일체 금지."
....
....
..

"하긴,놀만큼 놀았지,여기서 손들고 있으면 되?
한시간쯤 들고 있을까?? 그 정도면 되겠지??"
"두시간,그리고,집안청소,설거지,이의 있어??
....
....
..
"하긴, 계절이 바뀌니,대청소도 한번 해야지,오케이,걱정마셈,"
"그래야지, 한번만 더 떡이 되서 헤롱거리고 들어와봐, 아주 그냥 니가 떡인지 떡이 넌지 구분안되게 조져버릴테니깐,알아먹었어?? 이노무시퀴야!,내가 너땜에 아빠한테 얼마나 잔소리를 당했는지 알어?? 엄마가 말이야,"

"네,네,찍소리 안할게요.할 말 없슴돠"
"당연한 소리,죄인이 무슨 할 말이 있어?? 손이나 번쩍 들고있어!!"

죄인도 자신을 변호할 권리가 있다는 법학도다운 항변을 한번 하려다가 금세 포기했다.여긴 실정법이 못 미치는 치외법권지역이니까.ㅠㅠ

아, 정훈이 소식,전해야지, 손들고 있기도 힘든데 이걸루 국면전환을 해야겠다.짐짓 걱정되는 어른스러운 말투로 엄마에게 화제를 돌렸다.

"아,엄마, 좀전에 정훈이 전화왔는데,대구에서 당분간 못 올라온데, 오피스텔을 하나 얻었데나 뭐래나.."
"그래?? 잘됐네, 걔도 너무 자주 서울 오더라,맘잡고 공부도 좀 해야지, 서울오면 내내 놀기만하지,좋은생각이네"
"어,글고, 여친 생겼데,연애한데,신기하지??"
"어?? 진짜?? 잘됐네, 진짜.축하할일이네, 하긴 정훈이는 여자애들이 좀 따를 타입이긴 하지."

잉? 왜 저렇게 쿨하지? 3일전만 하더라도 본인이 한동안 놔줄거라더니.?

"정우 이노무시퀴, 손 바짝 안 올려??"
"아! 들게들게, 근데 엄마, 갑자기 연애하고 그러니까 좀 그렇지 않아? 난 좀 그런데, 얼마전까지 같이 엄마도움 받던 처지였는데,음,그러니까,내 말은,"
"야, 그렇기는 뭐가 그래? 속이 다 시원하다.한 손 덜게 됐는데 얼마나 좋아, 빨리빨리 또래들하고 연애도 하고 해야지,청춘이쟎아,좋을때다,"
"아,엄마,그럼 나도, 헤헤헤, 여친 만들어도 되?? 나도 청춘이쟎아,"
"넌,안돼,결혼할 여자 아니면 안돼.그때까진 로스쿨준비나 철저히 해, 등록금값을 할 생각을 해야지? 어딜 놀 생각을!"
"아, 왜? 정훈이나 나나 같은 청춘인데 왜 나는 안돼?? 그런게 어딨어??"
"야, 이노무시퀴야, 걘 남의 자식이고, 남의 자식이 연애를 하든,전쟁터에 나가든, 그건 엄마관심사항이 아니고, 너는 안돼지,넌 공부나 해.용돈 팡팡 줘, 욕구해소까지 시켜줘, 철마다 보약 해 먹이지,이런 헌신스타일 엄마 없다, 드물거다,어디가서 물어봐라, "

남의 자식이라.관심사항이 아니다.뭔가 안도감이 드는건 왜일까? 그래,순간의 욕정일뿐이지,엄마가 엄마를 버릴리는 없지,너무 걱정하고 괴로워했나??

여하튼 이번 일로 계기로 엄마의 철저한 외로움과 결핍을 알게 되었으니,내가 할 수 있는 한 그 빈 공간을 메울수 있도록 해야겠다.

"엄마, 효도할게, 믿어보셈"
"아양떤다고 안 넘어가,손 바짝 들고 청소기 돌리고 알았지??"
"오케에에~~이.ㅠㅠ"

겉으로는 울상을 짓고 있었지만 마음한구석 안도감이 은은하게 도는게 평화로웠다.구석에서 손 들고 있는 꼬락서니가 우습긴해도 이 모습마저 그림같다는 생각을 했다.

몇일후 난 처음으로 엠티라는걸 가게 되었다.술이 바다를 이룬다는둥,소주로 샤워를 한다는등,남녀혼숙을 해서 환락의 밤이 된다는등 실제 10초만 생각해봐도 말이 안되는 소문이었지만 스물살의 우리에겐 그 무슨 일이든 설레고 들뜨게 만들었다.

아침부터 학교에서 출발한 전세버스는 이미 술판이 벌어져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었고 나도 해가 지기도 전에 이미 떡이 되어가고 있었다. 클럽 뺨치게 씨그러운 음악과 청춘들의 광분속에서 난 그 순간 중요한 문자 하나를 놓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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