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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5:21 1,002회 0건
엉겁결에 한 쪽 다리가 들어 올려진 소희가 의아스러운 눈빛을 했다.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는 보지 속에서 흘러나온 진액으로 흥건했다. 그가 진액으로 번들거리는 보지 속으로 다시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보지 속을 가득 채운 페니스가 몸 속 깊숙이 밀고 들어오는 것을 의식한 그녀가 숨을 들이키며 종알거렸다.

“하 으! 또? 나 힘들어요. 그만.......하 아”
“난, 아직 완전한 사랑을 못 했어. 소희가 좋아서 미치겠어.”

비스듬히 누워 훨씬 자유스러워진 용우는 천천히 보지속의 페니스를 진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편한 자세로 그녀의 젖꼭지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말로는 지친 것 같았던 소희는 숨김없는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페니스가 보지 속을 헤집을 때마다 흔들리는 그녀의 젖가슴이 그의 손아귀에서 유린당했다.

“하 아! 어떡해........아 흠, 허 우, 하 아.........”
“헛, 헛 핫. 소희는 묘한.......여자야.”

용우는 보지 속의 근육이 페니스를 옥죄이는 감각에 신경이 마비되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성기능은 확실히 다른 여자와 달랐다. 또다시 거칠어지는 숨소리, 끈적이는 땀방울과 진액의 마찰음이 롬 안에 열기를 불러 일으켰다. 용우의 손에 들어 올려진 그녀의 다리가 오랜 시간동안 흔들렸다. 그녀는 연거푸 오르가즘의 절정에서 추락을 거듭했다.

“하 음, 핫, 아 하. 미, 미치겠어.”
“헉! 헛, 헉! 나도 더 이상은........”

거친 숨소리를 내며 헐떡거리던 용우는 참을 수 없는 엑스터시에 도달했다. 그는 소희의 다리를 내려놓고 다시 그녀의 몸 위에 체중을 실었다. 그리고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돌진시키고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지쳤으면서도 보지 속에서 점점 굵어지는 페니스가 광란하는 쾌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가 별안간 그녀의 허리를 들어 올리며 경직되었다.

“헉~!”
“아, 안 돼. 난 몰라.”

소희는 몸속으로 뿜어져 들어오는 뜨거움에 용우의 등을 움켜쥐고 매달렸다. 바들바들 떠는 그녀는 또 다른 황홀함에 젖어들었다. 찬규와 정사보다 또 다른 처음의 희열이었다. 자궁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생명의 씨앗을 느끼는 그녀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혔다. 그것은 희열의 눈물이기도 하고 또 다른 남자와 사랑의 행위로 정조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이기도 했다.

오랜 시간동안 거듭해서 격렬한 정사를 가진 소희는 지쳐서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용우와 소희는 창문 커튼으로 밝은 태양이 스며드는 늦은 시간에 눈을 떴다. 그들이 호텔 룸을 나오니 로비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공연히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소희는 옷깃을 세우고 몸을 웅크렸다.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의 정사 탓인지 소희는 허벅지가 뻐근하고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그런데 용우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호텔의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모습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한 감독의 신작 영화를 취재할 생각으로 한 감독의 사무실에 들렀던 방송국 PD 정 혜영이었다. 한 감독이 사무실에서 외출한 것을 알고 그가 자주 다니는 호텔 커피숍으로 들어가려던 혜영은 건물 모퉁이에 몸을 숨기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러나 다시 보아도 여자를 감싸고 가는 남자의 모습은 분명히 한 용우 감독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여자가 박 상욱의 아내 민 소희라는데 혜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여자의 직감인가. 아무리 보아도 감독과 여배우가 일 때문에 만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감독과 여배우 사이에 염문이 많은 것이 사실이고, 어떤 상황이던 남녀 간의 애정에 대해 관대하게 생각하는 혜영이었다.

상욱과 소희가 이미 타인이 되어 버린 상황이라는 것을 혜영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한 남자의 아내인 민 소희가 한 용우 감독과 호텔에서 나오는 모습은 혜영으로서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도 남자가 그리웠던 것인가?’ 화장기 없이 왠지 지처보이는 소희의 얼굴! 혜영은 그녀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민 소희는 정혜영에게 발각된 것을 모르고 호텔을 빠져 나와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 감독과 헤어진 그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위층으로 올라가 찬규의 눈치를 살피고 싶었다. 하지만, 한 감독과 정사를 가진 자책감이랄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거실을 배회하면서 망설일수록 소희의 마음은 위층으로 향해 있었다. 한 감독과 하룻밤을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엔조이라고 낙관을 해보지만, 실수라고 할 수없이 그녀의 미래가 달린 일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진 그녀는 결국 위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외박하고 돌아왔다는 것도 모르는 찬규는 여전히 그녀에게 사랑의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스킨십을 시도했다.

“피곤하지? 다음 달부터 영화 촬영을 시작할 테니 몸조리 잘 해. 각본은 어느 정도 익힌 건가?”
“네........!”

새삼스럽게 죄 의식을 느끼고 있는 소희는 찬규를 정면으로 바라 볼 수가 없었다. 마지못해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소희는 허리를 껴안는 그의 손길을 의식하고 흠칫하였다. 그녀는 그가 혹시 자신을 의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그러나 찬규는 소희가 어디서 하룻밤을 보내고 왔는지, 어디에 다녀왔는지도 묻지 않았다. 물론 그가 그녀를 의심하지 않았기에 외박을 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다른 남자의 사랑을 받았던 몸으로 다시 찬규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소희는 자신을 의심했다. 어쩌면 그가 적극적으로 집착을 하며 의심을 해주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며칠 지나지 않아서 죄의식에서 벗어났다. 여자는 요물인가.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찬규의 사랑에 젖어 들었다. 그녀는 한 감독과 정사를 가진 후 찬규와 키스를 하면서 혼란스럽게 느꼈던 감정에서도 벗어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희는 찬규에 대한 죄책감뿐만 아니라 두려움마저도 씻은 듯이 잊어버렸다. 자신의 정당성을 위한 변명인지 몰라도 그녀는 정말 사랑은 하나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에서 울어나는 사랑이라면 열정적으로 사랑하자고 그녀는 마음 편하게 생각했다. 찬규의 그윽한 눈빛 속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싶다는 한 감독의 말을 떠올렸다.

한 감독은 소희의 꿈을 실현시켜줄 남자였다. 그래서 찬규를 사랑하면서도 그녀가 한 감독의 사랑을 받아 들였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최고의 배우로 만들고 싶다는 한 감독의 말이 그녀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제작비 문제로 고민하는 한 감독을 위해 도움을 무엇이던 도움을 주고 싶은 욕구가 일어났다. 한 감독의 고민은 그녀의 꿈을 무산시키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영화 제작비! 그녀의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래! 내 상처를 보상 받은 이혼 위자료로 제작비에 투자 하는 거야!’

소희는 남편과의 이혼을 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실을 배회하며 생각에 잠겼던 그녀는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여러 번 통화를 시도해도 남편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동안 남편에게 전혀 전화를 하지 않았던 그녀였다. 의도적으로 전화를 받지 않는 다는 생각에 그녀는 화가 치밀고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그렇다고 그녀는 무턱대고 남편을 찾아 나설 수는 없었다.
저녁 무렵에 그녀는 다시 남편에게 통화시도를 했다. 의외로 신호가 가자마자, 남편의 퉁명스런 목소리가 들렸다.

“웬일이야? 전화를 다하고. 우리 사이에 전화할 이유가 남아 있나?”
“만났으면 해!”

“왜 만나? 나, 바쁜데.”
“꼭 만나서 말해야할 중요한 얘기야. 어디 있어? 내가 찾아 갈게.”

소희의 말에 상욱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대답이 없었다. 한번 결심한 소희의 마음은 조급했으나, 전화기에서는 전류음과 숨소리만이 들리고 침묵이 흘렀다. 그렇다고 그녀는 남편에게 자존심을 상하고 싶지 않아 기다렸다. 상욱 또한 이미 타인이 되어버린 아내이기에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잠시 후 상욱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무슨 얘기인지 몰라도 나중에 집으로 갈게.”
“아니, 길게 끌 필요 없어. 오늘 만나.”

“음.......! 그렇다면 조금 있다가 집에 잠간 들리던지.”
“당신이 원하는 것이니, 꼭 와!”

소희는 한마디 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긴장으로 갈증을 느낀 그녀는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어떤 표정으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할지, 얼마나 위자료를 보상 받아야 하는지, 과연 남편이 요구를 쉽게 받아 드릴지, 막상 이혼을 결심한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마음이 조급해진 소희는 남편을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지루했다. 점점 어두워지는 베란다 창문을 내다보던 그녀의 시야에 헤드라이트 불빛을 들어낸 남편의 승용차가 주차장 안으로 들어왔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미세한 진동소리마저 그녀는 민감하게 느끼고 있었다. 뚜벅거리는 발자국 소리에 이어 현관문이 열렸다.

거실로 들어온 상욱은 베란다를 내다보고도 있는 소희를 힐끗 보면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소희는 남편이 들어 온 것을 알면서도 말없이 등을 지고 서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상욱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흘렸다.

“바쁘니까, 뭔 말인지 빨리 해!”
“,,,,,,,,,,”

그때서야 소희가 뒤돌아섰다. 그녀는 발자국을 세듯이 한 걸음씩 느릿하게 걸어가서 남편과 탁자를 마주하고 소파에 앉았다. 그녀는 좀 더 냉정해지고 침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기다리던 상욱이 마지못해 다시 말을 재촉하며 불끈 일어섰다.

“지금 꼭 하지 않아도 되면 나중에 하고.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길게 말하지 않을게. 우리 이혼해!”

“이혼.........!?”

일어섰던 상욱이 한 숨을 내쉬며 다시 주저 앉았다. 소희는 마치 재판관이 된 것처럼 단호한 말을 해놓고 스스로의 말에 소름이 돋았다. 상욱은 자신이 원하던 일이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씁쓸한 회한에 젖었다. 그동안 그래도 고운 정 미운 정을 함께 했던 아내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가 소희 같은 아내를 마지 하기는 쉽지 않았다.

상욱이 권력과 기업에 대한 욕망으로 소희를 아내로 맞이했고 또 버리려 하지만 소희만큼 미모가 뛰어나고 매력을 지닌 여자를 아내로 맞이할지는 전혀 예측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아내 스스로 떨어져 나가기를 바라던 상욱은 도리어 도도한 자세를 취했다.

“왜, 갑자기 이혼을 하자고 하지?”
“그걸 꼭 말해야 돼? 이제 남남이 되 버린 우리가 사생활을 말할 필요는 없잖아.”

“하기는........! 그럼, 사람 시켜서 서류 보내 줄게.”

상욱은 흔쾌히 대답을 하고 소희의 눈치를 살폈다. 갑자기 이혼을 요구하는 그녀가 무슨 대가이던 요구할 것이 뻔했다. 그렇지만 그는 먼저 위자료라던가 보상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았다.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를 바라본 그가 거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는 새삼스럽게 살아왔던 흔적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일어서려는데 그녀가 불쑥 말했다.

“조건이 있어!”
“조건.......!? 무슨 조건.”

상욱은 소희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시치미를 땠다. 그녀가 날카롭게 그를 바라봤다. 그녀는 조건이 무슨 뜻인지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남편이 야만인 같았다. 입술을 바르르 떨던 그녀가 표독스럽게 말했다.

“잘 알잖아! 내 인생과 가족의 고통은 보상해 줘야지.”
“하하~! 보상? 얼마를 원하는데?”

“이십억 줘! 그리고 지금 제작하고 있는 영화 포기해.”
“하하하~! 장난하나? 영화 제작을 왜 포기해야 돼?”

상욱이 억지웃음을 터트렸다. 위자료를 줘야한다는 각오는 했으나 너무 큰 액수와 영화 제작을 포기하라는 소희의 말이 너무 황당하고 건방지다고 생각한 상욱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소희는 표정 변화 없이 쌀쌀한 말투로 거침없이 말했다.

“난, 한 감독 영화를 흥행시켜야 미래가 있어. 그동안 살아온 정을 봐서라도 그런 정도는 들어 줄 수 있잖아. 그리고 다른 영화를 제작하면 되잖아. 한 감독과 경쟁하면 서로 피를 흘리게 되고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잖아.”
“그건 한 감독도 마찬 가지지.”

“이건 나의 마지막 부탁이야. 더 이상 당신에게 피해 주기도 싫어.”
“...........!?”

상욱은 대답 없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거실 안에는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그들은 부부로서 헤어져야하는 감정과 서로의 이해타산을 계산하고 있었다. 상욱은 어차피 줘야할 위자료금액에 대해서 천박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말하던 건우그룹의 딸 이 하경을 떠올렸다. 그는 아내와 헤어지면 백화점을 운영하는 하경을 아내로 맞이하는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영화 제작을 포기하라는 요구에 그는 갈등이 생겼다.

물론 상욱이 기획사를 설립하여 첫 영화 제작을 하는 데는 많은 난관이 있었다. 스튜디오 문제도 그렇고 오디션에 합격시켜준 배우들도 문제가 발생했다. 우선 주연 남자배우인 강 준식도 그를 배반하고 한 감독의 군단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여자 주연 배우는 촬영시기가 늦어지니 중국과 합작 영화를 먼저 촬영하러 출국해 있는 상황이었다. 상욱은 이런 기회에 아내에게 인심을 쓰는 척하고 골치 아픈 이번의 영화 제작에 손을 떼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상욱이 생각하는 동안 소희는 더 이상 말할게 없다는 듯이 소파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팔랑거리는 원피스 자락을 흔들며 주방으로 향해 갔다. 가녀린 허리선과 관능적으로 흔들리는 아내의 둔부를 쳐다보며 상욱은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마지막이 될 순간 아내의 육체를 소유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소파에서 부스스 일어난 그는 소희의 등 뒤로 다가서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동안 살아왔던 정이 있는데, 생각해 보고 연락 줄게.”
“..........”

“당신 몸은 여전히 아름답군.”
“왜 이래?”

소희가 돌아서며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상욱이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능글능글하게 미소를 띤 상욱의 표정이 역겨웠다. 그녀가 순결을 받쳤고 여자로서의 성감을 일깨워준 첫 남자이었지만, 타인보다도 더 이질감을 느꼈다. 부부는 돌아서면 타인이고 무촌이라고 했다.

“넌, 아직 내 여자야.”
“내가 무슨 소유물인줄 알아. 이거 놔!”

상욱은 벗어나려는 소희를 끌어안고 막무가내로 젖가슴을 더듬었다. 성욕은 접촉만으로도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감정의 지배를 받기 마련이다. 그녀는 이미 세 남자의 남성을 몸 속에 받아드린 여자이지만 그만큼 냉정할 수도 있었다. 끌어안으려는 그를 밀치며 티격태격하던 소희가 뒤로 물러서면서 싱크대를 더듬었다. 그녀의 손에 식칼이 잡혔다.

“내 몸에 손 대지마. 이 자리에서 죽고 말테니까.”
“하하~! 앙칼지기는? 장난도 못하나.”

상욱은 파랗게 질려있는 소희를 바라보며 쓴 웃음을 지며 물러섰다. 그리고 그녀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그는 문득 민지의 보모 연경이 전달해준 소식을 떠 올렸다. 그는 아내가 정말 형과 은밀한 관계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했다. 가족 중에서 아내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형이었다.

그렇다고 상욱은 아내가 결혼 전에 형과 혼담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형의 다정다감한 성격과 아내가 민지를 돌보느라고 위층에 오르내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어쩌면 한 건물에 살면서 독신이 된 형과 아내 사이에 얼마든지 남녀 간의 정이 끈끈해질 수 있는 사실이었다. 소희를 노려보던 상욱이 툭 내뱉었다.

“형하고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무슨 말이야!?”

말을 날카롭게 쏘아붙이면서도 소희는 머리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았다. 남편이 어떻게 찬규와의 사이를 눈치 챘는지 그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강력한 변명이 도리어 비굴하게 인정을 하는 것 같았다. 상욱은 이왕 내뱉은 말이니 그녀를 몰아붙이고 싶었다. 그것은 형의 약점을 움켜쥐는 수단이기도 했다.

“민지 보모가 누구인지 알아? 어머니 고향의 여자야. 집안 망신시키지 않으려면 조심했어야지. 천박하게 노는 구만.”
“천박하다고!? 당신 집안에 이미 천박하게 배반당했어. 이제 당신 집안 식구도 아니니 사실이던 아니던 나에게 관심 갖지 마!”

“하하~! 너 같은 여자의 남편이었다는 것이 부끄럽다.”
“정말 부끄러운 건 당신이야. 결혼 생활하면서도 얼마나 많은 여자와 놀아났어? 내 입으로 당신이 가까이 하는 여자 이름을 말해야 돼?”

상욱은 하얗게 질려 대드는 소희를 보고 쓴 웃음을 지었다. 어쨌든 그녀가 형과의 사이에 대해서 더 이상 변명하지 않는 것을 보아 연경의 말에 신빙성이 있다고 느꼈다. 그녀가 형과 깊은 관계가 아니더라도 은밀한 정을 나누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고 끝까지 그녀의 입에서 실토를 받아 낸다는 것도 문제가 있었다. 그 자신도 아내에게 보라는 듯이 여자를 데리고 왔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이혼을 결심해서 타인이라고 생각해도 찬규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거실을 서성거리던 그는 현관문을 왈칵 열고 나갔다. 현관문 닫히는 소리를 듣고 있는 소희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혔다. 그녀는 찬규와의 관계를 강하게 변명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러나 지난 시간을 보상 받으려면 남편의 감정을 악화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그녀는 자신을 여자로 만들어 준 한 남자의 가슴에서 영원히 벗어난 것이다. 왠지 감정이 폭발하는 그녀는 소파에 주저앉았다.

지나간 과거의 상처가 아프지만 소희는 슬퍼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자에게 순결은 생명이었다. 그러나 지켜야 할 순결을 과거 속에 잃어버린 대신에 그녀는 사랑의 아픔과 희열을 동시에 알게 된 것이다. 그녀는 이제 남편이 아닌 남자의 사랑을 간직하는 것으로 미래의 행복에 만족하고 싶었다. 한 남자도 아닌 찬규와 한 용우. 그것은 각기 색깔이 다른 꿈의 황홀함이었다.

소희는 남자에게 사랑 받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진정한 여자로 거듭 태어난 것이라고 자위를 했다. 사랑은 정신적인 에너지와 육체의 희열을 안겨 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어느 남자의 사랑도 받아 드릴 자신감으로 뜨거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신적인 행복을 위해서는 육체는 단지 욕망의 도구일 뿐이었다. 어느 남자의 몸을 받아 드려도 순결을 벗어던진 여자의 몸에 흔적이 남는 것은 아니었다.

심호흡을 하고 소파에서 일어선 소희는 화장대 앞에 앉아 헝클어진 머리를 빗고 옅은 화장을 했다. 그녀는 남편과의 이별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그것은 자신감의 돌출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먼저 떠오른 사람은 비록 남편의 가족이기는 하지만 시아주버니 찬규였다. 어쩌면 그녀에게 진실한 사랑과 크나 큰 육체의 희열을 가르쳐 준 남자였다. 이제 그녀에게 찬규는 혈연이라는 벽을 허물고 다가설 수 있는 연인이었다.

소희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녀는 걸치고 있는 원피스와 브래지어를 벗고 팬티차림으로 거울에 몸매를 비추어 본다. 유혹적인 몸매! 그녀는 아직까지 찬규를 유혹해 보지 않았다. 오직 사랑을 받는 것에만 익숙했고 스스로 사랑을 표현할 줄 몰랐던 그녀였다. 몸매가 엷게 들어나는 나이트가운을 걸친 그녀는 현관을 나섰다.

위층으로 올라간 소희는 잠금장치의 비밀 번호를 누르고 발걸음 소리를 죽이고 현관 안으로 들어갔다. 조명등만이 켜진 거실 안에는 피아노 건반 두드리는 소리가 끊어졌다가 이어지고 있다. 유리벽 너머 피아노와 컴퓨터 장비가 놓인 작업실 안에 찬규의 뒷모습이 보였다. 긴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찬규가 한창 음악 작업에 열중인 모습을 그녀는 한동안 바라보았다.

소희는 까치발을 하고 조심스럽게 민지의 방문을 열었다. 그녀는 작은 침대위에서 쌔근거리며 잠들어 있는 민지가 자신의 몸속에서 태어난 친딸처럼 사랑스러웠다. 민지의 뺨에 가벼운 입맞춤을 해준 그녀는 살금살금 거실을 지나 유리벽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작업에 열중인 찬규는 그녀가 들어온 것도 모르고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 오선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벽에 기대선 소희는 등짐을 지고 찬규의 모습을 바라본다. 거의 움직임이 없는 그의 모습이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한 남자의 외모, 들판을 달리는 말의 갈기 머리처럼 늘어진 머리카락과 서글서글한 눈매의 그에게서는 이글거리는 정열이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태양 같은 열기와 폭풍 같은 카리스마에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적 속에 이따금 건반을 두드리던 그가 힐끔 뒤돌아 봤다.

“아......! 소희, 언제 왔어?”
“.........!”

찬규는 말없이 배시시 미소를 짓는 소희를 빤히 쳐다보며 다소 놀라는 눈빛이다. 엷은 나이티 가운 속으로 그녀의 나긋나긋하고 관능적인 몸매가 그대로 들어나 보였다. 그녀가 스스로 유혹적인 몸매를 그 앞에 들어내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그가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그녀는 자신을 향해 뻗은 그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사랑해 줘!”
“오늘따라 소희가 더 아름답네.”

의자에서 일어선 찬규는 소희를 가슴 속으로 끌어 당겼다. 그녀는 발 돋음을 하고 그의 가슴속에 갇히며 은어처럼 파닥거린다. 마주친 두 사람의 눈빛이 반짝거리고 책상 위에 놓인 스탠드 등불에 반사된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다. 천천히 입술과 입술이 마주하고 이내 허겁지겁 그들은 서로의 혀를 빨아들이며 하나의 그림자가 된다.

격해진 감정 때문인지 소희의 가슴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아니 잇닿은 그의 하복부에서 화산같이 뜨거운 열기가 그녀에게 전달되어 왔다. 불끈거리고 솟아오르는 우람한 남성이 그녀의 하복부를 꿰뚫을 듯하였다. 잠시 남자의 열정어린 타액을 들이 마시며 감정에 사로잡힌 그녀가 찬규의 손을 잡아끌었다.

“오늘, 사랑 받는 여자가 되고 싶어.”
“내 사랑, 소희가 뜨겁네. 무슨 일 있어?”

소희는 뒷걸음을 하며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남편과 이혼했으니 완전한 당신의 여자라고 그에게 말하고 싶었다. 찬규는 그녀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하듯이 그녀는 빤히 쳐다보며 이끌렸다. 안방으로 들어간 그녀는 그를 벽에 등을 지고 서게 하였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옷을 벗겨 주며 말했다.

“나, 이혼하기로 했어요.”
“이혼!? 어떻게? 왜? 뭐라고 그래?”

소희의 손에 옷이 벗겨지는 찬규는 이미 예견한 결과이지만 조금은 당혹스러워 했다. 엷게 펴져있는 침대 등불! 자잘한 눈웃음을 짓는 소희의 얼굴에 볼우물이 깊게 드리워졌다. 그녀는 자신의 나이트가운이 걸친 어깨 끈을 풀어냈다. 그녀의 나이트가운이 낙엽처럼 발밑으로 떨어져 내리고 조각만한 팬티만 걸친 그녀의 알몸이 들어났다.

비록 찬규의 사랑을 능동적으로 받아 드리려고 하지만 소희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녀는 공연히 곱게 눈을 흘기며 그의 손을 잡고 침대로 들어갔다. 팬티만 걸친 두 사람은 침대 위에서 하나가 되었다. 그녀는 이미 발기된 그의 남성이 팬티를 뚫고 허벅지 사이를 지그시 누르는 감촉에 치를 떨었다. 깊게 심호흡을 하는 그의 얼굴빛은 상기 되어 있었다. 자신의 팬티를 벗어던진 그가 그녀의 팬티도 벗어 내렸다.

소희는 소리 없는 감탄을 흘리고 있었다. 버거웠던 짐을 벗어 던지고 모든 의식의 꺼풀을 벗겨내고 남자의 속살의 체온을 느끼는 그녀는 가벼운 희열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가슴속에 묻혀 행복감으로 꼼틀거렸다. 그가 그녀의 얼굴을 양손으로 받쳐 들고 가벼운 키스를 했다. 혀와 혀가 다시 엉키고 그의 손길이 그녀의 젖가슴을 애무했다. 그리고 이따금 밑으로 내려간 그의 손끝이 그녀의 허벅지 사이를 더듬었다.

“아! 나, 정말 사랑하죠?”
“얼마든지 사랑한다고 말할게.”

“너, 너무 좋아........”
“이대로 영원했으면 좋겠어. 그런데 갑자기 이혼을........!?”

찬규는 솜털처럼 가볍고 보드라운 소희의 음모를 쓰다듬었다. 이미 사랑을 받고 싶었던 마음인지 그녀의 몸속에서 흘러나온 샘물이 보지 입구를 촉촉이 적시고 있었다. 그는 이슬을 머금은 꽃잎처럼 살아 움직이는 음순과 보지 입구의 피부를 어루만졌다. 습기가 묻어나는 그의 손끝에서 클리토리스가 거치적거리며 돌기를 일으켰다. 그녀는 그의 적극적인 애무를 재촉하듯이 허리를 비틀며 촉촉한 목소리를 흘렸다.

“하 으! 아! 이제 더 이상 갇혀 살수가 없어요. 그 사람도 바라던 일이고.”
“어떻게 하려고........?”

찬규는 소희의 이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무척 궁금했다. 그런 와중에도 그의 손길은 멈추지 않고 그녀의 민감한 감각의 피부들을 샅샅이 더듬고 있었다. 그의 손끝은 피아노를 치듯이 섬세하게 그녀의 피부를 터치하며 그녀의 입에서 감탄의 멜로디를 흘러나오게 했다. 그녀는 거칠어지는 숨소리와 함께 남편과 이혼을 제기한 조건들을 그에게 속삭이 듯이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위자료를 한 감독의 영화제작에 투자하려는 것만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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