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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5:32 642회 0건
43. 용서가 아닌 그 무엇

12월 30일. 밤 깨끗하게 치워놓은 다락방 창가에 의자를 놓고 앉아 눈이 오는 어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끄으응~ 끄으응
내 발치에 몸을 말고 앉아서 젖은 듯한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던 차차가 우는 소리를 낸다. 난 습관처럼 손을 개의 입가에 가져가 대었고 녀석은 반사적으로 혀로 핥는다.
“차차 너도 알고 있는 거니?”
물어봐도 말로는 대답 하지 못하는 차차.
끄으응~ 끄으응
나는 무표정하게 녀석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려서 무릎에 올려주었다. 녀석이 자리 잡자 따듯한 차차의 체온이 내 무릎에 전해져 왔고 나는 그제야 주변 온도가 상당히 낮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 옆에 있는 히터(7일째 내 곁을 지키고 있는 소라가 가져다 놓은 선풍기처럼 생긴 전기히터)를 돌아보았다. 타이머가 끝나서 꺼져 있는 상태였다. 나는 발로 타이머를 최대치로 올렸다. 곧 코일이 붉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열기가 내 쪽으로 전해져 왔다.
“오빠. 그만 자.”
소라 목소리가 들려서 살며시 고개를 돌려본다. 소라가 다락방 중간 바닥에 있는 입구에서 얼굴만 내밀고 있다. 그것을 보자 누나와 추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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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사랑을 나눈 날이 지나가고 다음 날. 누나는 10시쯤 들어온 아버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다락방을 열어놓고 나에게 어머니 물품들을 보여주라고 했고 아버지는 바로 승낙하지 않고 누나가 나랑 같이 해 놓은 밥으로 늦은 아침을 해결하고 오늘 신문을 보고 있다가 혼잣말 하듯 승낙해 주었다.
“알아서 해.”
누나는 아버지의 동의와 동시에 나에게 미리 적어 놓았던 준비물을 사오라고 지시했고 난 쌩하니 근처 가게들을 돌며 준비물들을 사와서 때 마침 오신 도우미 아줌마랑 같이 청소를 시작했다. 먼지가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우리는 전원 마스크와 목장갑을 끼고 일을 시작했다. 무수히 많은 거미줄을 제거하고 지붕을 지탱하는 나무 지지대 위에 있는 먼지를 장대로 닦고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드리고 6개의 걸레를 적어도 각각 20번은 빨아서 바닥을 닦고 유리창을 완전히 투명하게 만들고 엄마 물품들을 마당으로 다 가지고 내려와서 먼지를 털고 닦고 인형들은 빨아서 빨래 줄에 널고 나머지를 정리를 해서 아까 가게들을 돌다가 주문한 진열대가 배달되기를 기다렸다가 다락방의 적당한 위치에 진열대를 놓고 정리한 CD, 책, 앨범, 어머니가 팬들에게 받은 선물, 악기, 악보들을 예쁘게 배치했다. 도배를 할까도 생각 했지만 외벽이 니스를 바른 나무로 되어 있어서 닦기만 했다.
“우와~ 운치 있네요. 멋진 곳이네요.”
아줌마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렇게 말했고. 난 마지막 남은 일이 생각나서 감상은 뒤로 밀었다. 햇빛이 잘 드는 자리에 새로 산 나무의자를 4개 놓고 그 중앙에 조립식 탁자를 위치 시켰다. 이로서 오늘의 작업은 마무리 되었다. 현제 시각은 4시였다.
“끝.”
나는 박수를 쳤고. 다들 미소를 지으며 나를 따라서 박수를 쳤다. 그 때. 아버지가 고개만 내밀며 말해왔다.
“가희야. 병원 가야지.”
“1시간만 있다가 갈게요. 아버지도 올라와 보세요.”
누나가 그렇게 말 했지만. 그는 예전 기억 때문인지 바로 따르지 않았다.
“그냥 한번 올라와 보세요.”
“아버지. 누나랑 제가 잘 치워 뒀어요.”
“사장님. 어서요.”
다들 한마디씩 거드는 상황에 아버지도 고집피울 수가 없는지 천천히 계단을 걸어올라 왔다.
그리고 다락방을 한바퀴 돌고는 우리 앞에 와서 입을 열었다.
“수고했다. 아주머니 수고하셨습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뒤 돌아서서 팬이 그려준 엄마 초상화를 한참동안 바라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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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여기는 난방이 안돼서 춥잖아. 어서 내려가자.”
소라가 어느새 내 옆에 서서 그렇게 말했고. 차차는 우울한 목소리를 낸다.
끄으응
난 소라의 목소리 대신에 차차의 소리를 듣고는 잠시 지금 내 상태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이틀 전에 이모부가 나를 만나러 왔는데 ‘일시적 무감정증’이라고 진단을 해줬다. 심한 충격으로 인한 엄청난 스트레스를 차단하기 위해서 나 스스로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쓴 최후의 보루라고. 설명해 주셨다.
“오빠.”
내가 반응하지 않자 소라가 큰 소리를 냈고 난 뒤 늦게 대답을 했다.
“알았어.”
난 대답을 하고 차차를 바닥에 내리고 움직였다. 다락방에서 2층으로 향하는 길은 추가로 난간을 달아서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덕분에 사람은 내려가기 편했지만 차차는 너무 높은 계단 폭 때문에 무서워서 내려오지 못했다.
끄으응. 깡~ 깡~
나는 차차의 울음소리를 듣고 뒤 돌아 보았다. 하지만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왔는지 이제야 내려오기 시작한 소라가 차차를 이미 안아 들고 있었다.
“이모부 오빠 빨리 안 내려온다고 걱정 하셨어.”
“그래.”
소라는 계단을 다 내려와서 차차를 바닥에 내려 주었다. 그러자 녀석은 우리를 살며시 올려 보다가 현관 앞에 있는 자기자리로 가려는지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모부 기다리시겠다. 어서가.”
그렇게 말하고 소라는 내 방으로 들어갔다. 지난 6일 동안 난 내 방에서 자지 않았다. 누나가 떠난 후에 내 친지들은 다들 나를 걱정해서 평소엔 소라를 그리고 잘 때는 아버지를 내 옆에 붙여두기로 결정하고 그렇게 해오고 있는 중이다.
나는 소라가 들어간 내 방문을 잠시 보고 있다가. 주인을 잃어버린 방을 바라보았다. 이젠 올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이상하게 금방이라도.
“진아”
하고 부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것을 데자뷰 현상이라고 하나 이 집은 지나치게 그런 현상을 나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정원에서 식당에서 1층 거실에서 2층 거실에서 다락방에서. 이 집 구석구석 누나의 데자뷰가 나타난다. 하지만 망가져 버린 난 느낌이란 게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1층으로 내려와 아버지의 방문을 연다. 깨끗한 방. 커다란 침대, 장롱, 서랍장, 골프채 세트, 옷거리, 전신거울. 방의 넓이에 비하면 물건들이 많이 없는 곳이다.
“자라.”
아버지의 평소 목소리가 들렸고 난 그와 비슷한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예.”
나는 아버지와 등을 보이며 누웠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다. 누나가 선물로 준 손목시계를 보니 7:33 이었다. 아버지는 이미 이불을 정리해서 침대위에 올려두고 나간 상태였다. 난 그가 거쳐 갔을 문을 멍하게 바라 보고 있다가 일어나서 그와 비슷한 모습으로 이불을 정리해서 침대위에 올리고 문을 열고 나갔다.
밖에는 언제 일어났는지 외출복으로 가라 입은 상태인 소라가 TV를 보고 있었고 아버지는 씻고 있었다. 난 그가 나오는 걸을 기다릴 겸해서 아직 자고 있는 차차의 사료를 녀석의 밥통에 정당히 부어주고 자고 있는 모습을 구경했다.
그러는 동안 소라가 보고 있는 TV에서 나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투병 중이던 누님의 골수 공여자를 찾기 위해서 연예계에 다시 복귀했던 성가현씨가 누님의 사망으로 인해 실의에 빠져 출연 중이던 전 방송에 불참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참 안됐죠.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 결국 공여자가 나타나지 않다니.]
[아닙니다. 공여자는 나왔다고 해요. 그런데 성가현씨 누님이 너무 약해졌을 때라 이식이 불가능 했답니다.]
[노력한 만큼 상실이 크시겠죠. 부디 마음을 잡으시고 복귀하길 기원하겠습니다.]
[사실 제 딸이 가현씨 팬인데. 이틀 동안 달래느라 혼났어요. 이렇게 걱정하는 사람 많으니까 용기 내세요.]
기억난다. 겨우 공여자를 찾았는데 누나의 상태가 너무 나빠서 이식을 못한다는 진단을 의사에게 들었을 때가. 그 때 난 너무 예민해져서 금방 화를 내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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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곤 부장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를 천국으로 보냈다가. 곧바로 지옥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일순간 암흑천지로 뒤 바뀌고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면서 다시 물었지만 담당의사는 같은 말만 되풀이 할뿐이었다.
“불가능 합니다.”
“아니. 이식 해주세요. 그 방법뿐이라면서요. 겨우 찾았는데. 겨우. 겨우.”
너무 흥분한 난 숨쉬는 방법도도 잊어버린 듯 호흡이 불규칙했고 내 팬클럽 회원이 누나에게 주라고 준 종이학 1000마리 뭉치를 잡고 있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이식은 누님의 생명을 단축시킬 뿐입니다.”
“그럴 리가 없어요. 그럴 리가”
코가 찡해지고 곧 눈물이 떨어졌다. 지긋지긋한 눈물이지만 이번에도 멈출 줄 모르고 흘러내린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런 상황에서도 적어도 목소리만은 냉정했다.
“알겠습니다.”
그는 어느새 내가 떨어뜨린 종이학 뭉치를 주워들고 내 등을 떠밀었다.
“가자.”

병실에 온 나는 요즘은 약 때문에 하루 거의 20시간을 잘 수밖에 없는 잠든 누나의 야윈 손을 바라보며 흐느꼈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보기 싫은 건지 내 뒤에 한참을 서 있다가 병실을 나가셨고 나는 홀로 누나 곁을 지키며 흐느끼고 또 흐느꼈다.
“누나. 누나. 흐. 흑. 흑. 누나.”

그러다 잠이 들었나 보다. 난 누나의 침대에 얼굴을 묻고 있다가 부드럽게 머리를 매만져지는 느낌에 눈을 떴고 가늘고 또렷한 음색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미안. 일어났어.”
난 아직 잠이 부족한지 몽롱한 상태로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아냐. 괜찮아.”
“저녁 먹을 시간이네 배 안고파.”
휴대폰을 꺼내서 보니(시간을 휴대폰으로 확인 하는 버릇이 있어서 손목시계는 그저 액세서리 신세.) 6:30 이었다. 하지만 담당의사에게 들었던 그 이야기가 생각나 모든 의욕이 감소하고 있었다.
“괜찮아. 나 보다 누난.”
누나는 힘들게 자신의 몸을 일으킨 다음 이젠 박력이라곤 없는 목소리로 나무란다.
“안돼. 식사 거르면. 끼니 확실히 챙겨 먹어.”
이제 살 방법을 일어버린 누나가 나를 걱정한다는 사실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순간 터질 것 같은 눈물을 이를 물어 참으며 숨길 수 없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으응”
내 목소리에 누나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도무지 참지 못하고 눈을 쏟을 것 같아 고개를 돌렸다.
“울지 않겠다고 약속 하고선. 정말 구제불능이네.”
화난 듯 말하지만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미안.”
대답은 했지만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눈물을 보며 난 내가 너무 바보 같고 또 무능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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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언제 일어났는지 차차가 물을 마시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녀석은 일단 물을 조금 마신 후에 과자 같은 알갱이를 부시는 소리를 내며 꾸역꾸역 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차차가
부어놓은 사료를 다 먹을 때쯤 해서 전화벨 소리가 들렸고 소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________”
“응 오빠 일어났어.”
“________”
“그래도 될까.”
“________”
“뭐 일단 이모부에게 말해 놓고 올게. 뭣 하면 도우미 아줌마에게 30분만 봐달라고 하지 뭐.”
“_______”
“응 있다가 봐.”
소라는 전화를 끊고 나에게 다가와서 말해왔다.
“오빠 나 있다가 나가거든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있어. 밥 먹자.”
“씻어야해.”
소라는 때 마침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나오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오셨네.”
아버지는 식당으로 향하고 나는 그가 있었던 곳으로 들어가 간단하게 세수만 하고 나와서 식당에 갔다. 오늘의 메뉴는 상큼한 키위소스의 샐러드, 닭가슴살, 빵이었다. 난 자리에 앉아 일단 주스를 따라서 마시고 샐러드를 입에 넣었다. 하지만 무슨 맛인지 이게 과연 맛이 있는 것인지 인지할 수가 없었다.
“아직도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
나는 소라를 향해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큰일이네.”
소라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것도 먹어봐라 저것도 먹어봐라 하며 나의 이상이 주는 불안함을 그녀도 느끼고 있음을 표현했지만. 아버지는 평소 냉정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모부는 오빠 어떡해요.”
울 것 같은 얼굴의 소라가 아버지에게 물었지만 아버지는 대답이 없으시다.

식사가 끝이 나고 소라가 도우미 아줌마에게 잠깐만 나를 지켜 봐달라고 부탁을 하고 집을 나가버렸고 아버지는 긴 말 없이 아줌마에게.
“부탁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에겐.
“오후 3시쯤에 올 거니까. 병원 가보게 준비하고 있어라.”
“알겠어요.”
“그럼 있다 보자.”
아버지는 그렇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고 난 밖에서 뛰어 다니고 있는 차차를 구경하기 위해 마당으로 나가서 접이식 의자 펴서 베란다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군대 군대 녹지 않아 쌓인 정원으로 배경으로 예의 그 검은 고양이와 술래잡기 중인 차차를 바라보았다.
검은 고양이는 차차를 재미있는 친구쯤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요즘 녀석은 차차가 자고 있으면 근처까지 접근해서 앞발로 살짝 건드리기 까지 하는데 차차에겐 녀석은 친구 따위가 아닌지 죽어라고 ?아다니 다가 물려고 까지 한다.
하지만 차차가 고양이를 다 싫어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비 오는 날 일거다. 누나의 몸이 하루가 다르게 허약해지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이자 누나의 생일 9월 4일. 그날 집에 가보고 싶다는 누나의 고집에 우리 세식구는 집에 있었는데 차차가 비에 푹 젖은 모습으로 눈도 뜨지 못한 고양이 한 마리를 대리고 와서는 우리를 불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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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차차의 주인은 누나인지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이고 천천히 일어나 물을 열어 차차의 상태를 확인한다.
“진아 차차 수건 좀 줘. 두 개 들고 와.”
차차는 보통 비가 오면 처마 밑에서만 지낸다. 특히 차차의 집이 있는 곳의 처마는 제법 길어서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 이상 차차가 비에 젖을 일은 없었다. 그래서 난 의문을 느끼며 차차용이라고 적혀있는(차차가 쓴 것을 나와 아버지가 몇 번을 써 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해 표시를 해둠.)수건을 챙기며 의문을 느꼈다.
삐아옹 삐아웅
수건을 가지고 누나에게 갔을 때. 애달프게 어미를 찾는 얼룩무늬를 가진 눈도 못 뜬 어린 고양이를 한 마리를 보게 되었다.
“뭐야. 왼 고양이.”
나는 당황스러워 그렇게 말했고 누나는 내 반응에 조금 짜증을 낸다.
“진아. 어서 수건 줘.”
“으응.”
나는 수건 하나를 건넸고 누나는 조심스럽게 어린 고양이 몸을 닦아 주었고 나는 누나의 행동을 잠시 보고 있다가 어린 고양이를 데리고 온다고 젖은 것 같은 차차를 닦아주기 주기 시작했다.
“차차야 네가 데려왔어. 차차 착하네.”
내가 차차의 머리를 닦아주며 그렇게 말하자 누나가 배가 볼록한 앙증맞은 고양이를 나에게 보여주며 말해왔다.
“이렇게 어린 고양이는 키우기 힘든데. 어떻게 하지.”
“비 그치면 마당에 놔둬 보자. 어미가 보고 데려 가겠지.”
“응 진이가 그렇게 해줘. 오늘은 비가 안 그칠 것 같으니까.”
나는 누나가 오늘 저녁에 돌아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알았어.”
우리는 차차의 털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만 집안에 있겠다는 것을 아버지에게 약속을 하고 두 동물을 데리고 우리의 비밀 아지트로 올라갔다.
“방석 좀 가져와.”
나는 방석을 가져와서 바닥에 깔았고 그 위에 누나가 새끼 고양이를 올렸다. 꾸물꾸물 움직이며 ‘나는 살아 있다. 살아 있다고’를 연신 떠드는 녀석은 부들부들 떨며 ‘나는 불쌍하고 또 배고파요’라고 바디랭귀지를 했고 나는 그 뜻을 알아들었는지 결론을 낸다.
“우유 먹을 수 있을까?”
누나는 생각하는 표정으로 나 그리고 얌전히 내 옆에서 새끼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는 차차를 번가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주 살짝만 데워서 가져올래.”
나는 40정도로만 데워서 우유를 가져왔고 누나는 그 우유를 손가락에 묻혀서 조금씩 고양이에게 먹였다.

그리고 누나가 병원에 가고 없는 비가 그친 날. 차차랑 같이 고양이를 햇빛이 잘 드는 곳에 혼자 놔두고 어미 고양이를 기다렸고 장장 2시간의 눈 아픈 기다림 끝에 새끼랑 같은 얼룩무늬를 가진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서 새끼고양이를 데리고 사라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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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부터 차차가 나를 전혀 꺼리지 않고 내 무릎에도 잘 올라오는 상태가 되었는데 친해진다는 것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양면이다. 교류를 원하고 교류를 위해선 무언가를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차차는 귀찮은 요구를 한번씩 나에게 원하고 있었다.
차차가 고양이와 놀다가 나에게 달려와서는 내 다리 뒤 쪽으로 코로 콕콕 찌른다. 바로 산책 가자는 뜻인데. 다락방에서 바닥에 누워 있으면 녀석은 바닥에 내려와 있는 손아래에 코를 집어넣고 ‘이 손으로 목끈을 잡고 나를 데리고 나가라는 뜻으로’ 손을 들어올린다.
“산책 가자고.”
녀석은 혀를 내민다. 한번 짓는다. 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집안으로 들어가 아줌마를 불러보았다.
“아주머니.”
도우미 아줌마가 2분 쯤 있다가 내 앞에 나타났다.
“왜 그래요.”
“산책 다녀올게요.”
도우미 아줌마는 ‘소라의 부탁’ 때문인지 고민하는 표정이다.
“괜찮아요.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그러자 도우미 아줌마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그녀는 내 상태가 너무 평온해서 별 걱정을 안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저 ‘소라의 부탁’ 때문이었다.
“예 알겠어요. 다녀오세요.”
나는 집안으로 들어가 익숙하게 목끈과 신문지 2장, 검은 비닐봉지 하나를 챙겨서 나와서 차차를 데리고 대문을 나섰다.

12월 31일 올해의 마지막 해가 떠 있는 날이지만 이 주변은 절대 안 달라 질 것처럼 변화 따위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릴 적 누나랑 갔었던 작은 구멍가게도 그 자리에 있고 누나가 무리하게 많은 양의 물건을 비닐 에 담아가져오다가 쏟아버린 그 언덕도 그 자리에 있었으며 병원과 집만 전전을 하다가 겨우 병원 가는 횟수가 적어 졌을 때. 처음으로 혼자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고 울고 있다가 누나에게 발견되어져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던 그 놀이터도 그 자리에 있었다.

깡~ 깡~ 깡~
사색에 잠겨 있던 나에게 차차가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었다. 난 서둘러 주변을 살폈고 차가 한대 지나가고 있음을 알고 살짝 빗겨 주었다. 하지만 차차의 끈이 내 손목에 감겼고 차가 지나가고 나서 차차가 방향을 틀었을 때 갑자기 시계가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시계는 무언가 잘못 되었는지 초침이 움직이지 않았고 끈의 이음새 부분의 스프링 핀이 어디론가 나라가 버린 상태여서 당장 손목에 채울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난 이것을 고치기 위해서 차차의 산책코스를 변경해서 인근에 시계와 귀금속을 취급하는 가게가 있는 마트로 향했다.
가는 길에 나를 알아보고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그들은 다들 나를 향해 동정을 눈길을 보네고 있었는데 아무도 말을 걸어오지는 않아서 나의 행보엔 문제가 없었고 차차와 난 마트 옆에 있는 ‘국운당’ 이라는 간판을 가진 가게에 들어섰다.
째~ 앵~ 째~ 앵~
우리가 들어섰을 때는 주인의 자리로 보이는 편안해 보이는 듀오백 의자는 공석이었지만 문에 달려있는 종소리를 듣고 왔는지 잠시 40대 초반 쯤으로 보이는 주인이 오페라 무대 같은 곳에서나 볼 것 같은 커튼을 헤치며 등장했다.
“어서오세요. 어떻게~”
그는 나를 알아보고(요즘 내 이야기는 일반 뉴스, 연예계 소식 등지에 계속 나오고 있어서 못 알아보는 게 이상하다.)살짝 미소 지었다. 하지만 내 이야기가 생각났는지 그 미소를 억지로 지우고 객관적인 서비스업인으로 돌아갔다.
“뭘 찾으세요.”
나는 호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 놓고는 입을 열었다.
“바닥에 떨어졌는데 고장이 난 것 같아서요.”
그는 눈이 그다지 좋지 못한지 인상을 쓰면서 시계를 관찰하기 시작했고 잠시 후 중간보고를 해 주었다.
“일단 열어봐야 갰네요. 약이 나갈 수도 있으니까 그거부터 갈아 보겠습니다.”
그는 작업대로 보이는 투명한 아크릴 패널 사이에 시계를 가져가서 도구 몇 개로 뒤판을 열고 작은 배터리를 꺼내서 교환을 한다. 하지만 돌아가지 않았고 주인아저씨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확대경을 꺼내 놓으면서 입을 열었다.
“일단 배터리는 아니네요. 제가 손 봐드릴 테니 잠시 기다려 주시겠어요.”
“예.”
그는 나를 보지 않고 확대경으로 시계를 보면서 말했다.
“그 뒤에 의자 있죠.”
나는 뒤 돌아서서 의자의 위치를 확인하고 손을 벌려서 그 의자를 당겨서 정당한 위치에 놓고 차차를 무릎에 올리고 앉아서 눈에 들어오는 비싸 보이는 시계와 반지 각종 보석들을 구경 했다.
그 동안 차차는 얌전히 내 무릎에 앉아서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조용히 있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지져 되었다.
깡~ 깡~ 깡~ 깡~
난 녀석의 반응에 놀라서 녀석의 이마를 살짝 때리며.
“차차 조용히 해.”
하지만 녀석은 또 짖어 되었다.
깡~ 깡~ 깡~ 깡~
그래서 난 녀석이 무엇 때문에 짖는지 보려고 가게 문을 열고 나갔고 한참 동안의 탐색 끝에 전에 아주 잠깐 돌봐준 적이 있는 고양이와 너무 비슷한 무늬를 가진 동물의 사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난 그저 비슷한 녀석이겠지 하며 갓길에 버려진 고양이를 무심하게 바라보았지만 차차는 냄새를 맞아보고 앞말로 건드려 보는 행동을 한 후. 우울한 소리를 내었다.
끄으응~~
차차의 반응에 난 이 고양이가 그 때 그 고양이란 것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난 무감정한 상태였기 때문일까. 그저 차차에게 병이 옮겨가지 않을까만 생각하고 녀석을 들어 올릴 뿐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내가 들어올리자 내려 달라고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고 겨우겨우 떨어뜨린 위기를 넘기고 다시 가게로 들어가서 바닥에 내려놓자 그 죽은 고양이를 보려는지 가게 문을 앞발로 긁어 되었다.
“소님 죄송하지만 못 긁게 해주세요.”
난 가게 주인의 요구에 일어나서 녀석을 잡으려 했지만.
째~ 앵~ 째~ 앵~
손님인지 잡상인인지 아님 가게주인의 부인인지 모르는 중년여성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바람에 녀석을 놓쳐버렸고 녀석은 박으로 나가서 고양이 쪽으로 곧장 달려 나갔다.

끼~~~ 익~~
한 순간 이었다. 급제동 소리가 들리고 녀석의 외마디 비명이 들린 후. 차차의 몸은 심하게 부셔져서 바닥에 뒹굴다. 낙엽이 싸여있는 담벼락 구석에 정지했다.

“차~ 차~”
힘없이 흘러나온 녀석의 이름. 그리고 오래감 만에 느껴보는 심장을 죄여오는 감정에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엉망진창으로 보였다. 가게도 이 안에 있는 사람도 지독하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4차원 세계에 빠진 것 같은 느낌에 난 순간 공포를 느꼈고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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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내 생일 바로 전날. 누나의 병세는 정말 악화일로였고 그 것을 지켜보고 있는 난 반쯤 미쳤던 것 같다. 누나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 따위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누나 옆에 있기 보다는 캠페인 행사를 계속 돌아다니고 있었다.
사람들은 나의 상태를 모르고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이제는 누나뿐만 아니라 조혈모세포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시스템을 완성하려 한다고 나를 칭찬하고 진정한 바른 생활하는 국민 남동생이라고 치켜 새웠다.

“진아. 내일 생일이잖아. 지금 볼 수 있을까. 너도 알다시피 나 잤다 하면 언제 일어날지 알 수가 없잖아. 네 생일을 챙겨준 적도 한번도 없고 해서 이번엔 좀 챙겨주려고. 뭐 이런 몸이라 별것 아니겠지만.”
하이윈디걸즈의 콘서트 게스트 출연을 위해 대기 하고 있을 때. 누나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힘없는 목소리로 의견을 전달해 왔고 나는 모든 것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에 2주 정도 직접 대화하지 못해 사실은 만나고 싶은 것을 숨기려 했다.
“미안 콘서트 게스트 출연 중이라. 빨리는 못 갈지도 몰라.”
실망하는 목소리.
“으~ 응 그래.”
그 실망한 목소리가 몹시 마음을 아프게 했다.
“최대한 빨리 갈게.”
“응 그래.”
누나의 목소리는 이번엔 약간 화기가 돌았다.

하지만 난 그렇게 빨리 갈수가 없었다. 콘서트장은 지방이었고 돌아가는 길은 몹시 막혀서 내가 도착했을 때. 누나는 지인들에게 둘러 싸여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내 신경계가 엉망인 것 같았다. 사람들은 잘 돌아가지 않는 컴퓨터에서 게임을 하는 것처럼 순간 이동을 해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 이모가 나를 안고 울고 있고 또 어느 순간 소라가 내 손을 잡고는 역시 눈물을 흘린다. 또 다시 어느 순간 이모부가 이모의 어깨와 내 어깨에 손을 얻고는 슬픈 표정으로 위로를 한다. 그리고 그 침착한 아버지가 어느 순간 누워 있는 누나의 침대에 두 팔을 올려 상체를 지탱하고는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고 있었다.

모두들 눈물을 보이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난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누워 있는 누나와 사람들의 반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한참 후에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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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이제 없다.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곳으로 갔다. 그래서 몹시 슬프고 가슴이 아프다. 사무치도록 아니 도려내는 것처럼 가슴이 아파왔다. 나를 보호하기 위한 나 자신의 의지가 부셔져 버리고 그 동안 막혀 있는 것들이 모조리 나를 엄습했다.
“누나.”
눈물이 흘러 떨어져 내리고 온몸이 신경이 엉망진창인지 떨려왔다. 하지만 누나가 되려왔던 누나랑 같이 내가 모르는 시간을 살아왔던 반려견인 차차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기에 주변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천천히 비틀거리며 걸어 나갔다.
“성가현씨 괜찮아요.”
“이봐요.”
차차의 모습은 참혹했다. 하지만 녀석의 존재가치는 누나랑 연계된 것 때문에 나에게 있어 개 이상이었기 때문일까. 심한 모습에 혐오감을 느끼기 보다는 몹시 슬프고 괴로웠다.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서 민소매T 복장이 된 후. 벗은 셔츠에 아직도 따듯한 핏덩이를 올리고 조심스럽게 쌌다. 그러는 동안 차의 운전자인 듯한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러왔었다.
“아 죽었네. 기분 더럽네. 개 간수 좀 할하지. 하~~ 진짜.”
눈물을 범벅인 난 대답하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이런 상관없는 인간 따위는 눈곱만큼도 인지할 필요가 없는 사물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행동에 기분 나빴는지 그가 거칠게 말해왔다.
“와! 오늘 일진 사나워. 사람 무시 하지 마시지.”
나는 대답하지 않고 핏물이 스며나오기 시작하는 셔츠를 안아들고 집 쪽으로 몸을 돌렸고 그 남자는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봐 너 개 때문에 봐주는 줄 알아. 내가 누군 줄 알고.”
나는 내 몸에 손을 댔다는 것에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그의 손을 세게 쳐 버리고 돌아서서 흥분해서 내가 아닌 것 같은 말로 소리 질렀다.
“여기서 죽여 버리기 전에 꺼져 버러지 같은 자식아.”
근데 그는 낮이 익은 얼굴이었다. 23세 나이로 조기에 병역 비리를 저지르다. 그 과정 중에 세상에 알려져 버려 연예계 활동 중단중인 캐리의 전 남자친구 본명 현덕판 예명 케인이었다.
“아! 가현이었군.”
그는 나를 알아보고는 아는 척 하려고 했지만. 나는 그를 그냥 무시하고 뒤돌아서 걸어갔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그 핏덩이를 정원수 사이에 있는 탁자에 올리고 조용히 걸어서 집으로 들어갔다.
“가현군 왔어요.”
도우미 아줌마 목소리가 들렸지만 대답하지 않고 계단을 올라갔다.
“가현군이 맞네. 대답 좀 해줘요. 도둑인줄 알고 놀랬네.”
등뒤로 목소리가 들렸지만 난 대답을 하지 않았고 그녀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하던 일을 하려는지 발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어느새 다락방에 도착한 난 민소매T 배 부분에 묻은 피를 허망하게 내려다보았다.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것이 방금 하나 더 생겨 버렸고 앞으로 계속 생겨 나갈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을 수 없는 허무감에 어깨가 떨려왔고 외로움과 공포가 내 마음을 옥죄여 왔다.
“누나.”
동물의 울부짖음 같은 나의 목소리가 귀에 울린다. 모든 것이 부조리하게 느껴졌다. 태어난 생명은 언젠가는 죽어야 하는 다는 것도 부조리 하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부조리 하고. 그 착하고 착한 나의 누나가. 아름다운 누나가 그런 병으로 죽었어야 한다는 사실 무엇보다 부조리 하게 느껴졌다.
“말도 안돼.”
다시 울리는 내 목소리가 아닌 것 같은 울부짖음.

다음 순간 난 충동적으로 스스로도 모르게 그대로 신 고온 신발의 끈을 풀어서 올가미를 만들었다. 길이가 충분하지 않았지만 기둥들의 유격을 방지하는 굵은 나무 위를 청소하기 위해 가져다 놓은 사다리가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나는 끈을 단단히 묶고 사다리로 올라가 올가미 속으로 고개를 집어넣었다. 순간 하늘이가 푸르른 하늘 같이 해맑게 웃는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 또한 더 이상 만나지 못하는 존재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난 사다리를 발로 차 버렸다.

갑자기 목을 파고드는 고통에 반사적으로 끈을 잡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내 몸을 지탱하기엔 내 손아귀 힘은 너무 약했고 난 점점 의식을 잃어갔다.

하지만. 난 어느새 바닥에 새우처럼 몸을 말고 누워 기침을 하고 있었다.
콜록~ 콜록~ 콜록~
온몸에 힘이 없고 목이 몹시 아팠다. 하지만 내 귀에 무언가 나라가 여러 가지를 부셔 놓은 소리는 분명히 들려왔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처음 보는 몹시 화가 난 아버지의 목소리도.
“이 바보 같은 녀석아! 네 녀석이 왜 여기서 죽으려 하는 거야.”
아버지는 평소 나타내지 않았던 감정들이 다 쏟아 붙는 것처럼 무언가를 또 다시 집어 던지고 계속 소리쳤다.
“그렇게 죽고 싶어. 그렇게 죽고 싶으면 말해. 내가 죽여 줄 거니까!”
아버지는 이번에도 발을 굴린다. 미친 듯이 발이 으깨질 것처럼 그리고 이번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해왔다.
“이젠 우리 가족. 우리뿐이다. 너 까지 가버리면 난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는 그 말에 놀라서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기둥에 머리를 박고는 고개를 연속적으로 저으며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부탁이니까 나 죽은 다음에 죽어. 바보 같은 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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