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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5:35 921회 0건
살얼음판을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밟아나가듯 동민은 처제와 정사 다음날부터 어색한 일상으로 돌아와있었고, 평범한 일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 집중을 하지못하고있었다. 회사의 업무부터시작하여, 아내의 시시콜콜한이야기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들고 분리수거를 하기위해 빌라의 계단을 내려갈 때 조심스럽게 끌고가는 슬리퍼발걸음처럼 동민에게는 복잡한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동민에게는 아내를 끝없이 탐지하는 이상한 습관이 생겼다.
아내의 얼굴표정과 목소리 높낮음가 움직임, 기분등 그녀가 표현하는 모든 것에 예리한 추리력을 동원해 아내를 분석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간접적으로 처제에대한 궁금증을 대신하는것이었다.

[ 요즘..미애가 많이 아픈가봐..통 안놀러오네...]

싱크대 물소리와 함께 울려나오는 아내의 목소리엔 걱정이 묻어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허구헌날 우리집을 난입했던 처제는 아내의 동창모임이 있었던 날 동민과의 정사이후 벌써 이틀이 지나도록 그 당돌한 모습을 찾을수없었다. 아내의 걱정과 동민의 조바심이 교차하고있을때, 결국 아내는 처제네로 건너갔고, 잠시후 헬쑥해진 처제는 위풍당당한 아내의 손에 한손을 잡힌채 서먹서먹하게 동민의 거실에 등장했다.

[ 처..제...몸이 어디가 얼마나 안좋은거야.. ]

커다란 동민의 눈에는 처제에 대한 미안함과 용서를 구하는 마음이 함께 하고있었다.
동민의 물음에 수줍어하며 애써 자신의 눈길을 피하는 처제는 애써 태연스럽고, 어색한체스처로 말했다.

[ 네...그냥...감기 몸살인가봐요.형부..이젠 괜찮아졌어요~ ]

처제의 말한마디에 동민의 머릿속엔 빠른 분석이 시작됐다. 첫 번째는 아내의 손에 이끌려 들어온 처제는 최소한 자신과의 일을 아내에게 말하지않았다는점과 둘째는 자신의 물음에 대답을 한다는것은 처제 나름대로 마음의 안정을 찾았을꺼란것과 자신을 바라보며 “ 이젠 괜찮아졌어요~” 란 자신과의 관계를 냉정하게 단절하지는않을것같다는점과 처제나 동민이나 그일이 일어나기 전의 원만한 관계로 돌아가겠다는 작은 의미들을 내포하고있다는것을 조심스럽게 짐작했다.

[ 자기...미애가 많이 아팠나봐~ 얼굴봐 반쪽이 됐잖아. ]
[ 우리 소중한 처제가 몸이 많이 허한모양이군..당신 내일 한의원에가서 보약한재 알아보지 그래..원래 여자들 은 계절이 바뀔때마다 보약한재씩 먹어야된데...]
[ 어머~! 자기 와이프는 안중에도없고 미애만 보이는가보다~ 참나 ]

아내는 도끼눈으로 동민을 장난스럽게 째래보고있었다. 그러자 무안한듯 처제의 시선이 TV쪽으로 재빠르게 고정시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늘상 해왔던 익숙한 자세로 동민과 아내의 공간에 일부분으로 들어왔다. TV를 바라보고있는 처제의 눈길과는 대조적으로 날카롭게 째래보고있는 아내의 눈길은 대조적으로 동민을 위협하고있었다.
[ 아~! 그런가...하하하하...자기도 당연히 먹어야지... ]

동민의 말한마디로 아내의 도끼눈은 곧바로 귀여운 토끼눈으로변했고, TV를 바라보고있던
처제의 얼굴에서 한순간 짧은 미소를 동민은 포착했고,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지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일후 아내는 꽃사슴이 그려진 몇 개의 박스를 들고왔고, 그중의 반은 처제집의 냉장고롤 들어갔고, 정해진 시간마다 전자렌지의 경쾌한 종소리와 더불어 동민의 주변에 두명의 여자들은 오만가지인상을 쓰며, 다시는 먹지않을꺼란 표정과 함께 그것들을
하나씩 꾸준히 해치웠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후 동민은 처제에게 전화를 했고, 예전처럼 동민의 퇴근시간에 맞춰 처제와의 무거운 만남을 제시했고, 망설이던 미애는 동민과의 약속에 동의했다.

조용한 커피痔?갖가지 커피이름으로 도배가되어있었다. 코끝으로 전해오는 그윽한 커피향은 두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기엔 충분했고, 주문을 받으러 온 종업원은 마치 시험감독관처럼 둘의 커피상식을 조사하듯 우두커니 그들의 결정을 기다리고있었고, 평소 커피를 좋아하는 처제의 적절한 주문에 종업원은 기분좋게 돌아갔다.

[ 처제..무슨말을 먼저해야할지 참많이 생각했었어. 어쩌면 지난번일 때문에 처제가 나에
대해서 많은 실망을했었을꺼야..네가 처제 얼굴을 제대로 볼수가 없어. 일단은 미안하다
는 말밖에 못하겠어... ]

동민의 어색하고 난처한 말이 계속이어졌고, 오직 탁자의 한곳만을 응시하는 처제의 표정은 변화가없었다.

[ 난 처제를 정말 한가족처럼 생각하고있는것만은 알아줬으면해..그리고.. 김서방이 그렇게
되고난후부터 처제를 바라보는 난.......가슴이 많이 아팠어....처제가 웃는 모습속에서..
아니..처제와 함께하는 생활속에서.......나도 모르겠어...그냥...처제가 안쓰럽게 느껴졌고..
.......또 그런맘이....어느덧....처제를 ....더욱더...보듬어주고 아껴주고 싶었는데..... ]

어색한 그들의 공간에 JJ.Cale의 Sensitive Kind 이 흘러나왔다. 잔잔한 음악은 동민의 마음을 대변하는것과같았다. 동민의 커피 한모금을 마시고 다시 어색하게 말을 이어갔다.

[ 그마음이.....모르겟어..처제...이것만은..이해주길바래...난..형부이전에..남자라는것을....
물론 변명같이않는 이야기지만.......... ]

무엇인가를 결론을 내릴수없는 동민의 논리는 거기서 막혔다. 그리고 다시 한참을 생각을해도 명쾌한 대화를 이어나갈수없었다. 유치하게 그저 옛날부터 사랑했었다.머 어쩌고 저쩌고는 말도안될상황이었고, 거기서 난감하게 동민은 제자리에 멈춰섰다. 동민을 약올리듯 주변의 알수없는 많은 사람들의 대화가 시끄러울정도로 동민의 주변을 에워싸고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오직 한곳에 시선을 고정시키고있는 처제는 그저 아무런 미동이없었다.

[ 하..지..만....이것만은 분명해...난...세상누구보다도...처제를...아껴주고싶어... ]

동민의 힘겨운 말이 이어갈 때, 조용히 한곳을 응시하고있었던 처제가 고개를 든다.
그리고, 커다란 두눈으로 동민을 바라보며, 어렵게 입을 땠다.

[ 언니가 알면.....어떻해요....형부... ]

처제의 대답을 동민은 빠르게 분석하기시작한다. 일단 처제는 자신과의 정사보다는 언니인 아내가 알면안된다는것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하고있다는것과 그리고, 어쩌면 자신과 둘만의 비밀로부칠수있다는것과 처제만 눈감는다면 아내와 동민의 관계가 깨지는것을 원치않는다는
것을 짐작할수있었다. 동민을 바라보고있는 처제의 눈빛은 걱정과 두려움이 함께하고있었다. 그리고, 그 눈빛사이에는 서글픈 슬픔이 함께 배어있었다.

[ 처제...이런말하면..정말..난 나쁜넘이지만...난..그날..정말 나의 본능을 주체할수없었어...
그리고, 그 모든책임은 나한테있는거야...처제는...아무런 잘못이 없으니깐..절대...죄책감을
갖지마....그리고....처제~! ]
[ 우리둘이 죽을때까지 함께 가지고갈 비밀을 만들면 어때.... 처제하고 나만의 비밀... ]

동민의 물음에 처제는 아무런 표정없이 그저 동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의 수락인듯
처제는 하얀김이 모락모락나는 커피한모금을 마셨다. 그들사이에 JJ.Cale의 Sensitive Kind의 마지막 소절이 흘러나왔다.

She gets lonely
waiting for you
You are the only
Thing to help her through
Don"t take her for granted
She had a hard time
You gotta know
She"s a sensitive kind ~~

가사의 끝부분이 동민은 어찌 이해해야할줄 몰랐다. 민감한 그녀인지...난감한 그녀인지...
동민의 마음속 깊속한곳에선 민감한 그녀란 쪽으로 해석하고싶었다.

무겁고 어색했던 처제와의 대화는 동민의 부드럽고 차분한 분위기로 처제의 마음을 훨씬
편하게 만들었고, 그들만의 대화에서 동민은 자신의 행동은 남자이기 때문에 가질수있는 억제할수없었던 이성을 상실했던 충동적 본능에서 아내가없었던 그날오후 처제의 거실에서 일어났고, 그것은 항상 처제를 위하고 아껴주는 마음이 남자의 충동적인 본능에서 일어났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것은 처제를 늘 아내와 마찬가지로 아껴주고싶다는 자신의 마음을 어렵게 어렵게 처제를 세뇌시키고있었다. 그런 동민의 논리에 처제도 서서히 어려운 이해를
하는듯했다.
무거웠던 대화가 서서히 가볍고 편한대화로 이어갈때쯤. 처제의 핸드폰이 울렸다.
처제는 핸드폰을 보고 바로 동민을 바라보았고, 핸드폰 화면에는 아내의 전화번호가 찍혀있었다. 난감해하는 처제를 바라보며 동민은 자신과 함께하고있다는 제스쳐를 했다.

[ 응..언니...나 일보고 형부 사무실쪽에와서 형부보고 태워달라고 했어...지금???
좀전에 형부오셨어..바꿔줄게... ]
[ 아~ 눈치없는 사람아~ 우리 이쁜 처제랑 몰래 데이트하는데 눈치도 없냐~! ]

처제의 얼굴이 밝아지고있었다. 모기소리와같은 수신음이 들렸고, 이어 동민은 넉살좋게 말한다.

[ 당신혹시 처제시켜서 내 일거수를 감시하라고시킨거 아니야?? 수상해~! ]
[ 처제 어짜피 나왔으니깐 저녁먹고들어갈까 생각중인데.... ]

처제가 동민의 대화를듣다가 언니도 나오라는 표정을 짓자, 동민은 아차다싶어 급히 말을한다.

[ 자기도 나오지...그래.... ]
[ 그런건 다음에도 할수있잖아...그럼 머할수없지 머... ]
[ 그래 언제나처럼 내가 물주지뭐~! ]

동민의 엄살과 함께 아내와의 통화가 끝났다.
동민은 처제와 맛있는저녁을 함께했고, 그들은 식사시간 내낸 서로에게 적합한 표정과 대화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돌아가는 차속에서 동민은 조심스럽게 조수석 무릎위에있는 처제의 손을 조용히 잡았다.

[ 처제...난..항상...즐거워하는 처제의 모습을 보고싶어... ]

처제의 손을 잡고있는 처제의 손에 조그만한 힘이들어갔다. 화려한 네온싸인이 물들어있는 검은색의 도심 밤을 동민의 차는 달려갔다. 어렵게 도달한 그들만의 공통분모와 함께 깊고 깊은 블랙홀의 그 알수없는 미래의 나락으로 동민의 차는 사라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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