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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5:41 782회 0건
부정(父情)(37부)




“똑똑...! 아빠 나야, 들어가도 돼?”

깊은 상념에 잠겨있던 나를 깨우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연정이임에 틀림없었다.

“그래, 정아 구나! 들어와!”

“딸 칵...!”

허락이 떨어지자 연정은 해맑게 웃으며 들어왔다. 하지만 이내 생뚱맞은 표정으로 바뀌더니 다짜고짜 나를 재촉했다.

“아빠 내려가야겠는 데.”

연정은 목에 팔을 두르며 안겨왔다. 그리고 귓불을 혀로 핥으며 귓속말로 속삭였다. 연정의 풍만한 젖가슴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 상태에서 나는 연정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왜? 무슨 일 있니?”

“응! 아빠, 밑에 손님이 오셨어!”

“손님...누구?”

“처음 보는 사람인데, 언니는 아는 사람 같던데! 참! 언니가 그 분 보고 외삼촌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뭐...외삼촌?”

순간 놀랐다. 안겨 있던 연정을 품에서 떼어내며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연정에게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되물었다. 연정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경호가, 아니 처남이 왔단 말인 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희가 외삼촌이라고 부를 사람은 모든 것을 버리고 홀연히 유학을 떠난 ’처남 유경호‘ 밖에 없었다.

“안되겠다. 아무래도 내가 내려가서 확인해봐야겠네! 정아, 우리 같이 내려가자.”


연정을 내려놓으며 서재에서 나왔고 곧장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거실에 들어서는 순간 낯익은 사람이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처남만 왔으리라고 짐작하고 내려왔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은 연희를 포함해서 3명이었다.

“처남! 갑자기 어쩐...!”

너무나 반가워 경호를 불렀다. 그러자 소파에 앉아 있던 세 사람의 시선이 내 쪽으로 쏠리고 있었다. 세 사람 중 한 명은 내 사랑 연희였고, 다른 한 사람은 처남 경호였다. 그리고 등을 보이고 있다가 내가 경호를 부르자 뒤돌아 고개를 돌리는 여인, 즉 어디서 봤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낯설지 않은 뒷모습의 마지막 한 명의 여인이 고개를 돌리자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여인의 얼굴을 본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뻔 했다. 그 여인도 나를 발견하고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연희는 오늘도 혼자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비록 부산에서 친할머니가 올라와서 지내고 있다고 하지만 지난 해 가을 저 세상으로 떠나버린 자신의 우상 엄마와 자기를 너무도 귀여워 해주신 외할머니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아빠 선군은 오늘도 술이 떡이 되어 자기 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연희는 오늘도 자신의 방 여기저기를 앉았다가 누웠다가 뒹굴다가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원래 이 방은 선군과 결혼하기 전까진 경인이 사용하던 방이었다. 경인은 결혼 후에도 여기에다가 자신의 소중한 추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가끔씩 상념에 잠길 때면 자신 만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경인이 떠나가고 이 방의 모든 것은 연희의 차지가 되었고 후에 여기서 연희와 연정이 같이 생활했다. 연희는 이곳을 누구보다도 소중하게 여겼다. 억지로 고집을 피워 이 방을 차지한 연희는 이 방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었다. 이 방에 있는 물건 하나하나를 함부로 다루지 않았고 애지중지하며 지금까지 간직해 왔던 것이다. 현재 연희가 누워 자는 침대에서 선군과 경인이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었고, 이후 매일같이 선군이 스며들어 경인의 육체를 탐닉했던 곳이 바로 여기 이 침대이기도 했다. 침대 곳곳에는 아직도 두 사람의 뜨거운 살내가 배인 듯 했다.


“저게 뭐지?”

그 동안 무심코 지나쳐서 발견할 수 없었던 웬 반짝 거리는 물건 하나가 침대와 책상 사이 공간에 놓여 있는 게 보였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친 이유는 지금 연희가 앉아 있는 위치가 아니고는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 깊숙한 위치에 그것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희는 어둠이 내린 방 안의 불을 밝혔다. 곧장 거기를 향해 엉금엉금 기어갔다. 그리고 구석진 곳으로 손을 집어넣어 반짝이는 그것을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팔 길이 보다 더 깊숙한 위치에 놓여 있는 지 그것을 꺼내기란 쉽지 않았다. 연희는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럴 순 없었다. 이렇게 남의 눈에 쉽게 띄지 않은 깊숙한 곳에 그것을 둔 이유는 이 방의 전주인, 즉 엄마가 남들에게 내보이기 싫은 비밀스러운 물건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질 못했던 것이다. 도저히 초등학교 1학년짜리의 단순한 추리력이 아니었다. 지난 날 연희는 지나치게 일찍 철이 들었던지 일찍이 ‘애늙은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연희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긴 막대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책꽂이 위 연필통에 꽂혀있는 30㎝ 자가 눈에 띄었다. 연희는 그것을 뽑아 들었다. 뽑아든 자를 틈 사이로 넣어 그 물건을 당겼다. 연희의 의도대로 조금씩 그 물건이 빠져나오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 온전한 모습을 노출시켰다.


형체를 나타낸 그것은 보물 상자가 틀림없었다. 왜냐하면 겉에는 빨간색 루비가 ‘다윗의 별’ 모양으로 박혀있었고 상자 겉면에는 ‘당신의 마음을 담는 상자.’라고 씌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연희는 그것에 호기심을 가득 품었다. 마치 살아있는 엄마를 대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불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보석 하나하나에서 엄마의 모습이 비춰지는 것 같았다. 연희는 루비에 손을 가져가서 문질러 보았다.

‘이 안에는 뭐가 있을까?’

연희의 호기심 어린 눈이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연희는 보석함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굳게 닫혀져 있는 상자를 열기란 쉽지 않았다. ‘분명 어디엔가 손쉽게 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장에 어찌해 볼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서 조급증이 났다. 하지만 연희는 그것이 이 난관을 해결하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내 감지했다.

연희는 먼저 상자를 귀 가까이 가져와서 흔들어봤다. 안에서는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다음으로 상자를 뒤집어 보았다. 그랬더니 거기에는 ‘서 4’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연희는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감을 잡지 못했다. 방 여기저기를 왔다 갔다 하면서 돌아다녔다. 급기야 침대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저거야!”

그런데 연희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무심코 책상을 쳐다본 연희의 눈에는 확연히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책상 위에 놓인 서류함이었다. 생전에 경인이 사용했던 책상 위에는 평범한 서류함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 서류함 전면에는 위에서부터 한 칸마다 1, 2, 3, 4, 5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연희는 마침내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할 열쇠를 발견했던 것이었다. 연희는 활짝 웃으며 4가 적혀있는 칸을 열었다.




소파에 앉아다가 뒤돌아보는 여인은 다름 아닌 내 사랑 ‘혜지’였던 것이었다. 아버지의 결혼 압력에 굴복할 수 없어서, 나와의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서 언니 미진이 자신이 사는 곳으로 데려간 여인 바로 그 혜지였다. 혜지와 나는 두 눈이 마주친 채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혜지의 두 눈은 금세 빨개졌다.

“자형! 그동안 잘 계셨어요?”

혜지와 나를 제 정신으로 돌려놓는 일깨움의 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표정을 갈무리하며 처남 쪽을 쳐다보았다.

“으응...그래...! 오랜 만이네, 이게 몇 년 만이야?”

“네! 한 10년 정도 됐을 걸요...후후후!”

어두운 구석이 보이기도 했지만 웃음 짓는 모습을 보이는 처남의 얼굴을 보게 되니, 여태껏 그를 생각하면 늘 한 쪽 가슴에 아련한 아픔이 저며 들곤 했었는데 이제는 약간 안심이 되었던 것이다.

“근데 어쩐 일로...!?”

“네...집안의 아들이라고는 저하나 뿐인데, 맨 날 부모님 기일도 못 챙기고 자형에게 맡겨놔서 큰 맘 먹고 어머니 기일에 맞춰 한국에 나오게 된 거예요.”

“그랬군! 잘 왔어! 안 그래도 처남의 근황이 무척 궁금했거든!”

나는 경호의 손을 잡고 무척 반가워했다. 그리고 시선을 의도적으로 혜지 쪽으로 돌렸다.

“이 분은...?!”

“아...네...이런! 인사부터 드려야 하는데, 너무 반가운 나머지 미처 생각을 못했네요. 얼마 전에 결혼한 제 와이프에요. 자기 인사드려! 내가 전에 말했지? 돌아가신 누님이 한 분 계신다고 말이야. 그 남편이자 내 고등학교 과외 선생님이었던 한선군 선생님이야.”

두 사람의 결혼 이야기에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혜지가 경호와 결혼을 하다니!’하는 일종의 배신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내색을 감추며 웃는 얼굴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반가와요...선생님!”

혜지는 이제 나를 ‘오빠’가 아닌 ‘선생님’으로 불렀다.

“오랜만이구나, 혜지야!”

혜지를 더 이상 연인이 아닌 제자로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네, 그동안...잘 계셨어요?”

“아니, 두 사람은 전부터 아는 사이였어요?”

우리가 구면인 관계라는 것을 대화 속에서 알아차린 경호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음을 던져오고 있었다.

“응! 그래. 혜지는 내 고등학교 제자야! 내가 혜지 고3때 담임선생 이었어.”

“제자? 아...! 돌아가신 엄마가 이사장으로 계셨던 ‘××여고’ 말이죠?”

그랬다. 혜지는 10년 전까지 나의 애인이기도 했지만, 내가 고등학교 재직 시절에 가르쳤던 제자이기도 했다. 어느덧 그녀도 서른을 훌쩍 넘겨버린 완숙한 여인이 되어있었다. 내 품을 떠날 때가 스물 세 살이었다. 그때의 앳된 모습은 씻은 듯 사라져 있었지만 활짝 핀 꽃 같은 아름다움은 그대로였다.

“그래. 그 때 공부 잘하고 예뻤던 애가 하나 있었는데, 그 애가 어느덧 이렇게 처남댁이 되었군! 허허허!”

허탈했다. 아니 그녀에 대한 배신감이 몰려왔다. 우리 사랑을 지키기 위해 떠나갔던 나만의 여인이 그것을 지켜내지 못하고 이렇게 처남과 결혼해서 내 앞에 서있는 것 자체, 즉 나만의 여인이길 맹세하며 뜨거운 욕정을 불살랐던 여인이 다른 남자의 여인으로 내 앞에 나타난 믿기 어려운 사실 때문이었다. ‘이래서 여자의 마음을 갈대라고 했던 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웃는 모습으로 그들을 반길 수밖에 없었다.

“어서와...반가워!”

그때까지도 혜지는 인사 이외에는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 둘은 언제 결혼했나? 기별이라도 하지, 타향에서 친척도 없이 그렇게...!”

“아, 네! 죄송해요. 그렇게 됐어요. 이해해줘요. 자형, 하하하!”

처남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웃음 짓고 있었다.

“지난달에요. 지난달에 우리 결혼 했어요.”

“그랬군! 그러면 둘이는 이제, 들어와서 살 거야? 그렇다면 언제 쯤 들어올 건데?”

곁눈질로 혜지를 쳐다보니 혜지는 고개를 숙인 채였고 가끔씩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참! 정아, 우리 남은 일 하러 가자. 제사 준비 해야지.”

“그래. 언니!”

연희가 연정에게 제사 준비를 일깨웠고 연정도 그것에 동의하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혜지도 덩달아 일어나더니 돌아서서 눈시울을 닦아 냈다. 그런 후 부엌으로 가려는 애들에게 말을 건넸다.

“저도 같이해요.”

두 여인과 같이 부엌으로 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 혜지는 아직도 두 아이에게 말을 낮추지 않고 있었다.

“외숙모는 손님이니까 됐어요. 저희 둘이서 하면 돼요. 그러니까 가만히 쉬고 계세요.”

“아니, 나도 도울 수 있도록 해줘요. 하고 싶어요.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줘요.”

“외숙모도 참! 그렇다면 제 부탁하나 들어주시면 저도 허락할 게요.”

“부탁? 뭔 데요, 말 해봐요. 들어줄 수 있는 건 들어줄 게요.”

“외숙모...!”

“그 부탁은 바로 이제 우리에게 말 놓아달라는 거예요.”

“숙모가 조카에게 높임말 쓰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저도 부탁드려요. 헤헤헤!”

당돌한 연정이 연희를 거들었다.

“하지만, 초면에...그래도 되겠어요? 아니 되겠...니?”

“그럼요. 되구말구요. 이제 부터 말 놓는 거예요?”

“알았어요. 아니 알았어, 애도 참. 그래 벌써 해가 졌네! 얘들아, 서두르자! 부엌이 어디니?”

“안하셔도 되는데...할 수 없죠. 여기가 부엌이에요. 이쪽으로 오세요...!”

말을 놓더니 서로들 금세 가까워졌다. 세 명의 여인은 같이 어울리며 부엌으로 향했다.


둘이만 남게 된 우리는 그들의 모습에 웃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자형!”

“왜? 할 말 있으면 해봐.”

“우린 아직 귀국할 생각이 없어요. 당분간 여기에 들어오긴 힘들 것 같아요. 아니, 어쩌면 평생을 거기서 보낼 수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집안을 생각해야지. 부모님도 여기에 묻혀있고 일가친척도 여기에 살고 있는데 말이야.”

“그런 것은 다 알고 있지만 저로 서는 어쩔 수가 없어요. 나중에 다 아실 거예요. 그때까지 송구스럽지만 자형이 제 대신 지금처럼 모든 것을 맡아주세요. 여기 이렇게 자형이랑 조카가 잘 있는 것 보니까 안심이 돼요. 미안해요, 자형. 다시 한 번 부탁드리지만 앞으로도 우리 집 아니 여기 자형 집 잘 부탁드려요. 저랑 걱정 말고 말이에요.”

“허허! 사람도 참...! 그런데, 자네가 가있는 곳이 어디야? 시간되면 애들이랑 한 번 가보려고 말이야.”

“예, 호주 ××××에요. 자세한 주소는 나중에 적어드릴 게요.”

“알겠네...! 우리 제사 끝나고 나중에 술이나 한 잔 하지?”

“네! 그래요.”

“호주에서도 여전히 의사 생활을 하고 있겠지?”

“네! 옮겨가서 바로 하지는 못했지만, 1년 정도 고생을 하니까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랬군!”

“집 사람도 거기서 약사로 생활하고 있었어요. 호주 생활 삼사 년이 지난 후 쯤 약국에서 긴 머리를 동여매고 일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고 그 모습에 제가 반한 거지요. 오륙 년을 제가 매달렸지요. 그 결과 이렇게 지난달에 맺어 지게 된 겁니다. 후후후!”

처남은 그렇게 얘기하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나중에 그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다. 만약 그때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처남 내외를 그렇게 보내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1주일 동안의 짧은 만남이 처남과의 마지막 만남이 될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그랬군! 아무튼 잘 살게, 그리고 혜지를 행복하게 해주 게!”

“네, 자형. 그렇게 할 게요. 후후후후!”

“참! 그렇다면, 오랜만에 이렇게 왔는데 푹 쉬다가 가야지. 얼마나 있을 텐가?”

“네! 한 1주일 정도요. 그동안 여기저기 둘러도 보고 처리할 일도 있고 해서요.”

“알겠네. 그동안 여기서 푹 쉬어! 따로 호텔 같은 건 잡을 필요도 없으니까 말이야.”

이런 저런 얘길 나누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처남의 씁쓸한 웃음에 왠지 모를 미심쩍은 구석이 생겨났다.


“아빠, 삼촌! 상 다 차렸어요. 어서들 오세요.”

제사상을 다 차렸는지 제일 어린 연정이 우릴 불렀다.

“다 차렸나 보군. 자, 가세?”

“네, 자형!”

“허허허! 저 세상에 가신 어머님이 며느리가 차려준 제사상을 다 받으시고, 아주 좋아하시겠는 걸!”




연희의 짐작대로 서류함 안 깊숙한 곳에는 자그마한 열쇠가 숨겨져 있었다. 연희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리고 힘겹게 꺼낸 보석함의 자물쇠를 해체시켰다. “딸칵!”하는 소리와 함께 함의 뚜껑이 살짝 올라왔다. 연희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열어젖혔다. 뚜껑이 열리자 그 안에는 두툼한 다이어리 3권과 고급스러운 파카만년필 1개가 들어있었다.

연희는 그것들을 하나씩 들어냈다. 맨 밑에 있던 다이어리는 긴 세월이 지났음을 얘기하는 듯 빛바래 있었다. 긴 세월 숨 쉬지 않았음인지 들어간 상태 그대로 보존 되어있었다. 연희는 돌아가신 엄마를 보는 듯 가슴이 떨려왔다.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맨 밑에 있었던 것부터 들춰보기 시작했다.

빛이 바래 허름했지만 다이어리는 상큼하고 젊었던 엄마 모습처럼 예쁜 표지를 가지고 있었다. 연희는 그 표지를 보면서 엄마를 대한 듯 방긋 웃었지만 두 눈에서는 물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예상한 것처럼 낯익은 글씨가 빽빽하게 적혀있는 엄마의 일기장이었다. 연희는 ‘자세한 내용은 천천히 읽을 리라.’ 생각한 후 날짜와 제목만 읽으면서 책장을 넘겨갔다. 그렇게 반쯤 넘겨갔을 까, 연희의 눈을 붙잡는 제목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것은 바로 ‘드디어 나의 소원이 이루어지다.’라는 제목이었다. 그 대목에서 연희는 책장을 넘기는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 페이지를 꼼꼼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연희가 지금 읽고 있는 페이지의 내용은 바로, 경인이 여고를 졸업하고 대학 입학한 첫 날, 참석한 가족들을 모두 돌려보낸 후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그토록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선군을 만나기 위해 동아리방으로 향하는 떨리던 그 마음을 묘사하는 구절로 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마침내 경인은 선군을 만났고 그가 보는 앞에서 동아리에 가입하던 설레던 감정이 낱낱이 묘사되어 있었다. 어린 나이 인지라 정확한 내용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경인의 마음이 어린 연희에게 온전히 전달되어 연희 또한 그 설렘을 느끼는 듯 했다.

그것을 모두 읽은 연희는 일기를 또 다시 넘겨가기 시작했다. 그 날짜 이후로 경인의 일기는 모두 자신의 아빠, 즉 선군의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은 군 오빠와 단둘이 동아리방에 있었다.’, ‘오늘은 웬일 인지 오빠의 표정이 안 좋은 것 같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오늘은 오빠에게 내 마음을 고백 못 한 것이 아쉽다. 바보같이 그에게 말도 못하고 겉도는 것일까?’ 라는 등으로 도배되어 있었던 것이다.

꼼꼼하게 읽으려면 몇 달은 걸릴 것 같아서 방대한 분량은 짬짬이 보기로 결심하고는 또 다시 일기장을 훑어나갔다. 중반부 쯤 되었을까, 드디어 선군과 경인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내용이 나왔다. 비록 예상하고 있었던 내용이지만 그 구절에서 또 다시 연희의 가슴은 경인의 가슴이 되어 두 근 반 세 근 반 뛰기 시작했다.


그날은 지리산 등반 준비 마지막 날이었다. 총무를 맡은 결과 등반에 필요한 제반의 준비를 경인 자신이 맡고 있었다. 이에 선군은 경인을 도와준다는 미명하에 매번 준비를 같이했다. 그게 너무나 좋았던 경인은 그의 신부가 된 듯 행복감을 느끼며 준비를 해나갔다. 그때 경인이 가졌던 행복감이 일기장에 그대로 녹아있었다. 이 대목에서 연희 또한 행복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경인은 고1 이후로 선군을 향해 키워왔던 기대 그대로의 사람이 선군이었다는 것을 재삼 확인하고 있었다. 또한 자신이 바라는 사랑을 기필코 이루고 말 것이라는 결심을 굳힌 게 이때이기도 했다. 등반 하루 전날 그의 마음을 확인한 내용에서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가슴 벅찬 환희가 읽고 있는 연희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어왔다.

특히 취기어린 선군이 택시 안에서 경인의 머리를 쓰다듬고 귀 볼에 숨을 불어 넣었을 때의 간지러운 느낌은 잔잔한 흥분으로 변해서 하마터면 연희는 일기장을 떨어뜨릴 번하기도 했다.

“흐음!”

경인이 강제로 택시에서 내린 후 끌려가서 벽에 세워진 채 입술을 빼앗기는 장면에서 연희는 야릇한 신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첫 키스의 흥분됨에 허둥지둥 했던 19세 소녀의 야릇한 감정이 일기 속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즉, 어찌할 바를 몰라 신음소리만 냈던 자신의 수동적인 몸짓, 다리에 힘이 풀린 나머지 선군에게 매달린 채 자꾸만 주저앉아 버리려고 했던 자신의 나약함, 그런 경인을 지탱하며 자신의 욕구를 채워나간 선군의 노련함 등이 그 주된 내용이었다.

“경인아, 나는 니를 너무나 사랑한다. 그래서 오늘 내 행동을 니는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게 내 진심이다. 사랑한다.”

거친 입맞춤 뒤 한 차례 숨을 돌리는 사이, 한껏 달아오른 선군이 특유의 부산 사투리로 해준 사랑 고백은 경인의 뇌리에 그대로 각인 되었던지 단어 하나 빠뜨리지 않고 그대로 적혀 있었다. 드디어 바라던 사랑을 이룬 벅찬 감동이 까만 잉크에 묻어 있는 듯 보였다. 연희는 일기장에 빠져 깊어가는 밤을 잊고 있었다.


“똑 똑!”

삼매경에 빠져 있던 연희를 일깨우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저녁을 먹을 준비를 끝낸 할머니가 연희를 찾아 온 것이었다. 연희는 노크 소리에 놀라 일기장을 상자에 넣지도 못한 채 침대 밑으로 밀어 넣었다.

“딸칵!”하고 문이 열리면서 “안에 연희 있나?”하는 할머니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할머니...그런데 갑자기 왜?”

“으응. 저녁 먹자. 배고프제?”

“응. 알았어. 먼저 내려가, 손 씻고 내려갈 게.”

“알았다. 퍼뜩 내려온나!”




10년 만에 처음으로 온 가족이 모여 제사를 지냈다. 제사를 끝낸 후 저녁 식사를 마친 우리는 거실에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나와 경호는 내가 애지중지 아끼는 양주를 한 모금씩 목구멍으로 넘기고 있었다. 서로들 붙임성이 좋아서 그런지 음식 준비를 같이하며 혜지와 애들은 이제 친구처럼 원활하게 어울리게 되었다. 얘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덧 시계가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머! 벌써 11시가 되었네!”

혜지가 시간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

“이런 모처럼 반가운 사람을 만나 시간 가는 줄 몰랐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정말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간 것이었다.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늦잠 잘 수 있겠다! 헤헤헤!”

기지개를 펴며 연정이 얘기했다.

“그럼, 못다 한 얘긴 내일 하기로 하고 우리 어서 잘 준비를 하자. 그리고 연희야!”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모두에게 얘기했다. 그리고 연희를 불렀다.

“네, 아빠!”

“외삼촌과 외숙모 이부자리는 1층 큰 방에 봐드리도록 해라.”

“알았어. 아빠!”

“아니, 자형! 그럴 필요까지 없는 데!”

처남은 정색을 하고는 나를 만류했다.

“아니지, 귀한 손님들 오셨는데, 당연히 큰 방을 내어놓아야지...! 그러니까 아무런 부담 갖지 말고 거기서 가는 날까지 편안하게 지내도록 해!”

“오빠, 우리 아주버님 말씀대로 해요.”

혜지는 아직 처남에게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까부터 내 눈에는 두 사람이 왠지 모를 어색함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경호도 하는 수 없었던지 나의 의견에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그러면, 일주일 간 신세 지겠습니다.”

“신세라니, 자기 집에서 그런 소릴 하면 쓰나! 아무 부담 갖지 말고 편안히 지내도록 해!”

이때 마침 연희가 외삼촌을 불렀다.

“외삼촌! 자리 봐 놓았어요. 어서 들어들 가서 쉬세요.”

“고맙다, 연희야!” “고마워!”

행동이 날랜 연희는 그 사이에 이부자리를 봐 놓고 와서는 처남 내외에게 이 사실을 통보하는 것이다. 처남 내외는 그런 연희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런 다음 둘은 같이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그들의 뒷모습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내 그 눈길을 거두고 말았다.


그들을 들여보낸 후 부엌에서 물 한 사발을 들이켜고 난 나는 다시 2층 서재로 올라갔다. 큰 방을 처남 내외에게 내 준 내가 오늘 두 번째로 서재로 발걸음을 옮겨갔던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 가보니 언제 왔는지 연희가 침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어서와, 아빠!”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상체를 90도로 숙인 채 침대를 정리하던 연희가 뒤돌아보며 웃음 띤 얼굴로 반겼다.

“어떻게 여기 올 줄 알고...!”

“으응! 난 엄말 닮아 눈치가 빠르잖아!”

“후후후! 고맙다. 이렇게 미리 와서 내 이부자릴 봐주고 말이야! 연정이는?”

“지금 욕실에서 샤워 중이야! 잠시만 기다려 다 돼가니까!”

그러더니 이부자리 여기저기를 날랜 손놀림으로 다시금 정돈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침대에 올라가 무릎 꿇고 엉덩이를 이리저리 흔들며 이부자리를 정돈하는 게 아닌가. 그런 연희의 모습에 뜨거운 욕정이 올라왔다.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의 엉덩이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연희의 커다란 둔부를 두 손으로 꽉 잡았다. 동시에 계곡 사이를 좆으로 문질러대기 시작했다.

“아흑...갑자기 왜 이래? 아빠?”

“가만 있어봐. 나 지금 너무 꼴리거든, 그러니까 조금만 가만히 있어봐!”

“그렇지만...어떻게...연정이...허억! 곧 나온단 말이야!”

그것으로는 만족하질 못했다. 갑작스런 행동에 깜짝 놀란 연희는 나를 제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나의 도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나는 연희의 고무줄 바지를 밑으로 내려 버렸다. 예상대로 연희는 바지 안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새 하얀 둔부가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무성한 음모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분홍빛 음부가 속살을 드러내며 벌어져 있었다. 손가락으로 음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이내 분홍빛 음부는 젖어들기 시작했다.

음부가 젖어 들기 시작하자 손가락을 꽃 잎 안으로 밀어 넣었다. 말과는 달리 보지 살들이 손가락을 물기 시작했다. 연희의 음부는 내 마음처럼 빨리 달아올랐다. 손가락으로 몇 번 찌르지도 않았는데도 충분히 질척거리고 있었다. 둔부를 잡았던 손으로 허리띠를 풀었다. 그리고 급히 바지를 벗어 버렸다. 그리고 아까부터 껄떡거리고 있던 좆을 손가락이 빠져나온 그 자리에 끼워 넣었다.

“아흑...! 나를...나, 나...이러면 안 되는데!"

좆이 질 안으로 파고들어가자 연희의 행동은 급격히 바뀌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제지는 아무 소용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인지 좆이 맞불려있는 곳으로 자신의 손을 내리더니 빳빳하게 발기한 좆 아래에 덜렁거리는 고환을 손으로 꼭꼭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 욱...연희야...좋아...!"

연희의 그 행동은 짜릿한 쾌감이 되어 나를 급격히 자극하고 있었다.

"아빠...좆이...너무 좋아! 이제...저도...어쩔 수가 없어요...어서 박아줘요...세게...박아 주세요. 네?...아아아!"

연희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복숭아 같이 새하얀 엉덩이에 빨간 자국이 맺히도록 세게 거머쥔 채 피스톤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음부의 질척거림과 시커먼 음모의 까슬까슬함이 너무도 기분이 좋았다. 허벅지에 부딪히는 엉덩이의 탄력이 나의 감각을 더욱 자극하고 있었다. 자기 엄마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빼닮은 연희는 엉덩이 또한 경인의 탄력을 그대로 물려받아 나의 흥을 돋우고 있었다. 볼록하고 볼륨감 있는 푸짐한 엉덩이에 참을 수가 없었다.

면 티 위로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고개 숙인 머리 위로 그것을 벗겨냈다. 벗겨놓으니 큰 수박을 두 개를 엎어놓은 것 같은 젖가슴이 아래에서 덜렁거리고 있었다. 여고생으론 보기 힘든 큰 젖가슴이었다. 그것은 잘록한 허리의 굴곡과 어울려 좆을 감당하고 있는 엉덩이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연희의 등 뒤로 몸을 실었다. 내 가슴은 연희의 등과 밀착되었다. 비단처럼 부드럽고 향긋한 냄새를 가진 단발머리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 입술을 귀 볼로 가져가 숨을 불어넣으며 빨았고 혀로 간지럼을 태웠다. 두 손은 어느새 젖가슴을 움켜잡고 있었다. 연희가 어깨를 움츠리며 고개 뒤로 돌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앵두같이 빨간 입술에 입맞춤을 했다.

“우음...하음...아빠 사랑해! 허억...아빠...너무...좋아...헉헉헉...젖꼭지를 더 세게...하악..죽을 것 같아!...허응...하앙...하아앙!"

연희는 제 엄마처럼 귀 볼과 젖꼭지의 자극을 너무 좋아한다. 계속해서 피스톤 질을 하며 젖꼭지를 세게 비틀어주자 연희는 쾌락에 달뜬 신음을 높였다.

"아흑...아아흑...아빠...사랑해요...흐음...흐응...!"

"어때 좋아 죽겠지, 아빠 좆이 씹구멍을 찔러주니 죽을 것 같지?"

"응 아빠...너무 좋아...아항...허엉...!"

"아빠 좆에 환장하며 씹 물 줄줄 흘리는 걸레 같은 씹 보지가 내 좆을 콱콱 물고 있어...! 아빠도 네 씹이 너무 좋아! 이 개보지, 영원히 놓치고 싶지 않아, 계속해서 씹하고 싶어!“

“응응응응...허엉...허엉! 그래...난 아빠 꺼야...영원히 아빠의 여자야...! 죽을 때까지...아빠의 굵은 좆으로...씹하고 싶어...!”

"아 못 참겠어...네 씹이 좆을 놓지 않아. 아까보다 더 세게 물어대!"

"네! 더 세게 박아줘, 씹이 찢어지도록 박아줘! 어서 좆 뿌리까지 박아줘!"

더 세게 박아댔다. 온 몸의 힘이 한 곳으로 몰렸다. 급기야 하복부에서 사정의 기미가 느껴졌다.

"아...욱...쌀 것 같아! 좆 물이 나오려고 해!"

"그래, 아빠! 아까처럼 아빠 좆 물 씹에 잔뜩 싸줘!"

연희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정을 시작했다. 어제부터 그렇게 사정했는데도 불구하고 정액은 마르지 않는 폭포처럼 뿜어 지고 있었다. 좆 물은 터져 나와 자궁벽을 강타하고 있었다.

사정이 끝나자 좆을 물고 있던 보지의 힘도 빠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틈에 나는 좆을 뽑아냈다. 그러자 질구에서도 덩달아 정액이 빠져 나왔다.

“아빠! 다 쌌어? 이번에도 배 속에 가득 찬 것 같아! 아빤 대단해, 어떻게 매번 이렇게 많은 양을 계속 분출할 수 있단 말이야!”

연희는 새삼스레 좆의 위용에 찬사를 보내고 있었다. 이내 맑은 웃음을 지으며 뒤돌아섰다. 허벅지로 좆 물이 흘러내리는 게 보였다. 하지만 연희는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으로 좆을 잡았다. 그런 다음 으레 그런 것처럼 좆을 입으로 깨끗이 정리하기 시작했다. 선경이 죽고 난 다음부터 연희는 지금까지 경인이 나를 챙긴 것처럼 항상 나를 챙기고 있었다. 왜 그런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 철없는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연희는 항상 어른 같았다. 어릴 적부터 연희는 남달랐다. 제 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심성이 곱고 착하고 차분했다. 무엇보다도 주위 사람을 놀라게 한 것은 또래에 맞지 않은 대범함과 어른스러움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내가 돌봐도 뭣할 판에, 오히려 나를 챙기려고 하자 나는 여러 번 연희를 제지시켰지만 그것만큼은 내 말을 듣질 않았다. 오히려 만류하는 나에게 ‘자신이 좋아서 하는 것이니까, 돌아가신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한사코 거부하였다. 그래서 할 수 없었다. 그런 연희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게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좆은 군더더기 하나 없는 제 본 모습을 찾았다. 좆을 말끔히 정리한 연희는 나와의 짧은 입맞춤을 뒤로 하고 널브러진 자신의 옷을 추슬렀다. 그리고 욕실에 들어가서 간단히 자신의 뒤처리를 한 후 “연정이가 찾을 줄 모른다.”고 말하고는 이내 서재를 빠져나갔다.


연희가 빠져나가고 홀로 남게 된 나는 비록 연희가 뒤처리를 말끔히 했다고는 하지만 짧고 질펀했던 섹스의 뜨거움을 모두 식힐 수는 없었다. 그래서 욕실로 갔다. 욕실에 들어서니 다시 한 번 연희의 세심함에 놀라고 말았다. 왜냐하면 내가 올 줄 알고 탕에는 이미 물이 받아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언제 챙겨 놓았는지 몰랐지만 한 쪽 구석에는 내 속옷가지들이 가지런히 놓이어져 있었다. 연희의 세심한 배려를 몸 가득 느끼며 피곤한 몸을 탕 속에 담갔다. 그리고 욕조의 머리 받침대에 머리를 기댔다. 삽시간에 피곤이 몰려왔고 그 상태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37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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