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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아, 차돌아 - 69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5:46 650회 0건



차돌아, 차돌아 [제69부]


차가 정차하고 덕 만과 차돌이가 내린다.
운전을 덕만이 직접하고 온 것이다.
그만큼 비밀을 요하는 큰 사건인지도 모를 일이라 직접 운전하고 온 것이다.
차가 멈춘 곳은 시골의 조용한 변두리주택이었다.
대문을 밀고 들어가자 이미 온다는 연락을 받았는지 험악한 개를 잡고 있는 덩치 좋은 두 놈이 덕만을 맞아준다.

[안에는.........]

덕만이 다짜고짜 사내에게 묻는다.

[지금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만 있어도 충분하여 형님은 볼일 보러 나갔습니다. 헤헤헤...]

사내는 덕만이 누구인지 아는 모양이다.
얼굴에 온통 비열한 아부를 담고 최대한 공경한 어조로 대답한다.

[알았네, 아가씨가 뭘 좀 먹던가,]

덕만이 다시 묻는다.

[아닙니다, 그렇게 독한 년은 생전 처음입니다.
형님의 명령만 아니라면 그냥 꽉 해버리고 싶지만......헤헤헤....]

덩치 좋은 사나이가 입을 헤 벌레 하며 웃는다.
두목의 명이 없었다면 벌써 여자를 요리했을 것이라며 여자의 매력에 깊이 감탄하고 있는 눈치였다.

[으음. 알았네, 일단 자네들은 밖에 나가있게......우리가 가서 만나봐야겠어.]

덕만은 인상을 찌푸린다.
감히 깡패라는 놈에게 농 비슷한말을 듣다니 자존심이 상했고 그런 비열한 눈초리를 하는 모습이 여간 눈에 거슬리는 것이 아니었다.

[헤헤헤......그러십시오, 그럼, 재미 많이 보십시오........헤헤......]

장정들은 덕만이 아가씨와 재미를 보러온 것으로 알았나보다.
비굴하고 아첨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허리를 굽혀댄다.
현관을 들어서고 덕만은 차돌 이에게 안방을 가러 킨다.
그리고 혼자 들어가서 설득해보라는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거실에 마련된 소파에 앉는다.
차돌 이는 덕만을 잠시 쳐다보고 방문 앞에서 옷을 고르고 호흡을 정리한 다음 세 번 노크를 하고 방문을 밀고 들어간다.
사지가 침대모서리에 묶여있고 고개를 벽으로 돌리고 누운 아가씨가 있었다.
옷은 찢어져 전신 살갗이 벗은 거나 다름없이 되어있었다.
머리는 산발이 되어있고 온몸은 반항의 흔적과 맞은 멍으로 엉망이 되어있었다.
차돌 이는 속으로 혀를 찼다.
이런 식으로 해서 얻은 결과가 무엇이 좋을라고..........안타까운 심정으로 침대가로 다가가 아가씨를 불러본다.

[이봐요, 아가씨......아가씨........]

아가씨는 정신을 잃은 것인지 대답이 없다.
아가씨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마치 죽은 송장처럼 늘어진 힘없는 육신덩어리가 침대에 있는 것 같았다.
차돌 이는 그 모습에 연민과 자애의 표정이 얼굴에 떠돈다.
그리고 그의 손은 부드럽게 꼼작 않는 여인의 몸으로 뻗쳐진다.
그리고 쇠약해지고 넝마같이 추해있는 아가씨의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점점 눈이 왕방울처럼 커지고 입에서 단발마의 부르짖음이 나오더니 목이 터져라 외친다.

[앗.....아니................누나.....누나.................]

차돌이의 찢어지는 것 같은 외마디비명과 함께 방안은 삽시간에 음산하고 칙칙하게 변한다.
어찌 이런 일이.......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것도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누나가 이렇게 처절한 모습으로 내 눈 앞에 등장할 수 있단 말인가.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이다.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누나가 이렇게 비참한 몰골로 침대에 누워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도 못했던 일이다.
얼마나 가슴 저리도록 보고픈 누나였는가.
이제까지 자기 삶은 모두 누나를 위해서였는데 이런 꼴로 무침하게 짓이겨진 모습으로 자기눈앞에 나타나리라곤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눈물이 앞을 가리고 분통에 말문이 막힐 것 같은 답답한 심정이 된다.
오직 처절하게 누나를 켜 안고 울부짖을 뿐이다.

[누나.....엉 엉엉.........누나..........엉엉............]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에 목이 터져라 누나를 부른다.
믿었던 사람에게.......그것도 자기를 돌봐준 사람이 누나를 이렇게 하다니....
절망감과 배신의 감정이 물밀듯이 가슴속에서 치밀어 올라 흥분을 자제키 어렵다.
차돌 이는 울면서 사지에 묶인 끈을 풀며 누나를 안는다.
축 늘어진 가날 픈 몸이 힘없이 딸려온다.
누나의 얼굴에 떨어지는 눈물 탓인가 죽은 듯이 정신을 잃고 있던 누나가 어렵게 눈을 뜨고 자기를 안고 통곡을 터뜨리고 있는 사람을 본다.
그리고 눈이 화등잔처럼 크게 뜨더니 나지막이 소리를 지른다.

[차돌이. 차돌이, 진정 내 동생이 아닌가.................아 차돌아. 흑..으음.......]

선영인 다시 큰 충격에 정신을 잃고 만다.
차돌 이는 울면서 누나를 켜 안는다.
그리고 방을 나오니 덕 만과 장정들이 갑자기 방안에서 나는 큰소리에 무슨 일인지 몰라 멍청하게 서서 자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차돌 이는 누나의 복수를 결심했다.
누나를 이렇게 만든 놈들을 하늘아래 같이 살고픈 마음이 없었다.
모조리 죽여 버리고 싶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른다.
차돌 이는 누나를 안고 그 자리에서 몸을 날린다.
수 미터의 거리를 한 번에 날아 오른발로 장정의 옆구리를 가격한 다음 착지하는 가 했더니 다시 몸을 회전시키며 남은 한 놈의 턱을 사정없이 가격한다.

[퍽....퍽...쿵. 쿠 당 탕............]

두 놈이 졸지에 벼락같은 차돌이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맞더니 이내 뒹굴며 넘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턱을 맞은 놈은 입에 피거품을 흘리며 기절해있고 옆구리를 맞은 놈은 두 손으로 옆구리를 안아 죽어가는 비명을 지른다.
차돌 이는 비명을 지른 놈에게 다가가 팔꿈치를 밟으며 묻는다.

[난 두 번 묻지 않는다.
네놈들의 조직이름과 형이라는 작자를 대라...그리고 어디가면 만날 수 있는가........]

시퍼런 섬광을 뿌리며 살벌하게 묻는 차돌이의 얼굴은 완전 야차나 다름없다.
도리어 너무 분노가 치밀어 목소리는 낮아지고 느려져있다.
그러나 한마디 한마디가 살기가 넘친다.

[난 모른다.]

장정이 제법 충성하는 것인지 눈빛을 쏘아붙이며 차돌 이에게 대든다.
아무리 기습적인 공격에 당했지만 어찌 적에게 순순히 조직의 금기를 발설할수 있단 말인가.
그것이 자기에게 나중에 어떤 벌로 온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흐흐흐. 그래.....
과연 대답하지 않는가 보겠다.
네놈이 하나씩 부러져 병신이 되어가도 큰소리를 치는지...]

차돌 이는 섬뜩한 안광에 다시 징그러운 웃음을 담고 발바닥에 기를 실어 밟고 있는 장정의 팔꿈치를 사정없이 눌러버린다.

[빡. 으 으 으악.............]

팔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아픔의 비명을 지르며 장정은 새파래진다.
차돌이의 인정사정없는 린치에 사내는 온몸을 오그리며 고통의 신음을 내지른다.
두 눈 똑바로 뜨고 당하는 고문이 이렇게 잔혹할 수가 있단 말인가.
움직이지도 못하는 사람을 정말 뼈를 부러뜨리고도 눈 하나 깜박 않는 그의 잔인함에 온몸이 갑자기 소름이 끼치고 무서워진다.
그런데도 놈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장정은 견딜 수 없는 무서움과 고통에 얼굴이 새파래지며 온몸을 떤다.

[다음은 이놈이다. 그러면 평생 여자보기는 어려우리라.
어쩌겠나, 한 번 더 기회를 주지.....말하라.......]

차돌이가 사타구니에 발을 올리자 놈은 사색이 된다.
조금 전에 그가 발을 누르는 정도인 것 같았는데 뼈가 부러지고 팔에서 엄청난 고통이 몰려오는데 이제 다시 사타구니 자지에 발이 올라오니 얼굴이 새파래지다 못해 사색이 되어 줄줄 아는 데로 말하고 만다.

[예, 예,........ 우린 중앙 파에 속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형님은 지금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만 중구 1가에 있는 피치라는 싸 롱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제발 그것만은......제발 살려주십시오........으.......으.....]

그는 겁에 질려버렸다.
바지한가운데에서부터 축축하게 물기로 젖어드는 것도 느끼지 못한다.
지금껏 살면서 이렇게 무지막지하고 독한 놈은 보지 못했다.
조직에 발을 들여놓고 수많은 사람을 보았지만 지금처럼 무서운 얼굴을 본적도 음성도 없었고 이렇게 잔혹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
말이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이놈은 정말 사정없이 자기의 자지를 짓누르고도 남을 놈 같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 날 것 같지도 않았다.
이놈은 자기가 알고 싶은 것을 알기 전에는 진정 목숨마저도 취할 것 같았다.
더 이상 버틸 재간도 없었고 다른 고통도 받기 싫었다.
그래서 아는 데로 토설하여 그가 멈추어주길 바란 것이다.

[놈의 이름은.]

차돌 이는 다시 얼음이 날릴 것 같은 차가운 소리로 묻는다.

[으.............이름은 문정식이라 하며 날치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전 시키는 데 로 했을 뿐입니다. 제발....용서해주십시오..으.....으.....]

장정은 새파랗게 질려 오들오들 떨면서 술술 대답한다.
한 번의 위협이 장난이 아니었고 대답을 머뭇거리다간 정말 평생불구자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차돌이의 인상만 봐도 오금이 저리고 섬 짓 해진다.
이 상황에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정말 그렇게 되고도 남을 것 같았기에 질문이 끝나자마자 즉시 대답하는 것이다.

[흐흐흐....알았다. 그리고 네놈은 오늘로 그 바닥에서 사라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가서 형이란 놈에게 전하라, 내가 수일 내로 찾아가 죽여 버리겠다고...
비겁하게 숨어도 내가 지옥 끝까지라도 찾아가 죽여 버리겠다고............흐흐흐......]

차돌 이는 분노에 떨고 있었다.
이 순간 그의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누나를 이렇게 만든 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싶었다.
아니 꼭 그렇게 죽여 버리고야 말겠다고 맹세하고 있었다.
그는 주눅이 든 놈에게 싸늘하게 내뱉고 현관을 나가려다가 또 다른 무엇이 생각난 듯 덕만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역시 싸늘한 어조로 덕만의 가슴을 천 갈래로 찢어놓는다.

[부회장님........결국 이런 식이 되고 말았군요.
난 지금 부회장님을 때려죽이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누르고 갑니다.
인연은 이것으로 모두 끝내죠.
도와준 은혜라 여기고 지금은 참고 그냥가지만 당신이 나와 누나에게 준 고통은 당신도
당신식구들 모두에게 돌려주고야 말겠습니다.
내말이 맞나 틀리나 실험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입을 봉하고 후환을 없애고 싶다면 언제든지 사람을 보내십시오.
그럴 때마다 당신이 겪는 고통은 배가될 테니.........]

덕만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을 보자 그만 멍청해버리고 말았다.
평소에 차돌이가 누나에게 향한 지극한 정성을 보아왔고 지금의 모든 노력이 누나에게 보여줄 산물이었고 누나를 위한 삶이란 것을 들어왔는데 자기가 겁탈하고 납치한 여자가 어찌 차돌이의 누나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리고 그가 조직사람의 후환도 겁내지 않고 잔혹하게 놈들을 제압하고 고문하는 것을 보았다.
항상 봐오던 차돌이가 아니었다.
언제나 사리표명하고 스스로를 낮추며 윗사람을 존경하며 살던 그가 이처럼 무서운 사람으로 돌변할줄 몰랐다.
어마어마한 무술실력도 처음 보았고 흉신악살이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변하여 치를 떠는 모습에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는가.
진정 그에게 이런 숨은 재주와 독기가 있었더란 말인가.
덕만은 부들부들 떨면서 모든 걸 지켜보아야했다.
왜 허구 많은 여자 중에 그의 누나란 말인가,
세상에 하나뿐인 혈육인 누나를 내가 못된 짓을 했으니 오직 그가 그러하겠나, 이해가 되기도 했지만 닥쳐올 후환과 지금 그의 분노에 찬 모습에 기가 질리고 말았다.
일을 원만히 풀려했다가 그만 이상한 방향으로 확대되어 버렸으니.....
기가차고 맥이 풀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장차 이일을 어찌해야 하는가........
혹 떼려다 더 붙인 꼴이 되지 않았는가.
회사로서도 그렇다, 지금 흑자를 보는 회사는 유일하게 차돌이가 성사시킨 합작회사 외에는 없는 실정이고 차돌이가 손을 뗀다면 회사의 막강한 타격은 상상하기도 싫다.
조그만 욕심이 화를 부른 것이다.
어떻게 이 일을 풀 방법도 재간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보여준 차돌이의 무술은 전혀 보지도 못한 엄청난 무위를 보여주지 않았는가.
항상 착하게 모든 법에 순종하며 살 것 같은 그에게 이런 숨겨진 실력들이 있는 줄은 까마득히 몰랐다.
허긴 망나니 같은 자식 놈이 한날에 차돌 이에게 맹종하며 자기말보다 차돌 이를 따르는 것이 지금은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실로 앞으로 다가올 앞날들이 한없이 걱정되고 가슴을 짓누른다.
그 어떤 보상을 하더라도 차돌이의 마음을 돌리고 싶다.
그가 분노하면서 외치는 소리를 듣지 않았는가,
이제 그 원한을 우리 식구에게 갚는다니 내가 알기론 미지는 그렇다 치고 혹시나 자기 처에게까지 분풀이를 하려든다면......그 아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고야 말 것인데. 내가 저질러놓은 일이 있으니 어디다 하소연 할 수도 없고 입을 봉하려고 사람을 쓰자니 마지막에 한말이 귀에 쟁쟁하다.
불연 듯 마음엔 차라리 마누라를 설득하여 차돌 이에게 주고도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내가 행했던 만큼 그에게 돌려주어 그 화를 삭이고 싶었다.
그러나 마누라는 내가 이런 마음을 알린다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
문제는 풀어야하는데 답이 없다.
단지 차돌이가 화풀이하기이전에 내가 차돌이의 화를 풀게 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게 일어날 뿐이다.
덕만은 그 자리에 넋을 놓고 멍하니 앉아있다.

........................

한편
차돌 이는 덕만의 차에 정신을 잃은 선영 이를 태우고 병원으로 달린다.
병원중환자실에서 간단한 진료를 마치고 특별입원실에 누나를 입원시키고는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차를 대리운전을 불러 회사로 보내고 차돌 이는 다시 입원실로 들어가 누나가 깨어나길 기다리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누나................흑...흑....흑....]

이렇게 만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렇게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하필 누나였더란 말인가.
차돌 이는 누나의 얼굴을 한없이 바라보며 눈물짓는 것이다.

[으...음.......]

누나가 정신이 드는 모양이다.
차돌 이는 정신이 깨어나는 누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선영이 정신이 드는지 몇 번이고 머리를 조금씩 흔들더니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차돌 이와 시선을 마주한다.
선영의 눈이 확대경으로 키운 것처럼 커진다.

[아니....차돌이. 차돌이가 맞지. 이게 꿈이 아니지 차돌아. 흑흑........]

선영이 번개처럼 일어나 차돌이의 손과 얼굴을 매만지며 어쩔 줄을 모른다.

[그래, 누나 차돌이야. 누나의 하나뿐인 동생 차돌이가 맞아 누나. 엉 엉엉........]

차돌 이도 누나의 손을 잡고 마구 펑펑 운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누나인가,
무슨 세상에 지은 죄가 많아 하나뿐인 내 누나와의 상면이 이렇게 모진 고통 속에서 이루어져야 했단 말인가.
세상이 원망스럽고 모든 것이 허무해진다.
그러나 한시도 잊지 않고 가슴속에 넣어둔 누나를 보며 감격에 격해 펑펑 우는 것이다.

[아.....흑. 흑....아...얼마나 보고 싶었다고, 너 때문에 죽지도 못했는데.
이젠 됐어, 이젠 죽을 수가 있어....어디보자, 내 동생 차돌아......]

선영 이는 손을 내밀어 차돌이의 눈물 젖은 얼굴을 쓰다듬는다.
그리고 이젠 소원을 풀었으니 여한이 없다는 말을 하며 흐느낀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동생인가,
어찌 나에게 이토록 기구한 운명을 하늘이 주어 이런 고초를 겪어야한단 말인지 모든 것이 허무해지고 서글퍼진다.
동생에게 그런 모습을 보였으니....
자의 던 타의 던 간에 보여서는 안 될 일이었고 자기의 꿈이 산산조각으로 변해버렸으니 죽고만 싶은 것이다.

[안 돼, 누나 그런 말은 정말 싫어, 나도 누나가 얼마나 보고 싶었다고........
이젠 헤어지지 않을 거야, 누나가 죽으면 나도 죽어 버릴 거야....
죽어서라도 이젠 누나 곁에 있을 거야. 절대로 누나를 떠나지는 않을 거야. 엉 엉엉.
누나, 정말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

차돌 이는 누나의 품에 안기면서 소리 내어 울고 만다.
선영이도 그런 차돌 이를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안아주고 있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둘은 떨어지지 않고 마냥 울기만 하고 있다.
차돌 이는 차돌 이대로 선영인 선영이 대로 근 10년이 되어 만나는 돼 각자가 품은 사연이 오죽하겠는가, 오누이는 그렇게 한참을 울고 있다.

[차돌아, 근데 여긴 어디냐,]

선영이가 낯선 곳이 이상한지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응...누나 병원이야........]

[그랬구나, 근데 난 병원이 싫어. 우리 집에 가자,
우리 집에 가서 그간의 네 이야기나 들어보자꾸나.]

선영 이는 무엇보다 지금 처한 몰골을 남이 아는 게 싫었다.
동생이 보고 안 것 만해도 가슴이 터질 지경인데 이곳에 있으면 다시 여러 사람이 자기가 당한 상처를 알 것 같기에 차돌 이에게 조르다시피 집에 가기를 원한다.

[그래도 괜찮겠어. 누나..........]

차돌 이는 누나가 걱정되었다.
잠시 영양제랑 응급처치는 했지만 아직도 정신과 육체가 엉망일 텐데 집으로 데려가기가 불안했다.

[그래, 여기서 얼른 나가게 해줘............]

선영 이는 한사코 집으로 가자며 조른다.

[알았어. 금방 퇴원수속 밟고 올게.............]

차돌이가 나간다.
그리고 급히 집으로 전화를 하여 곰에게 차를 가져오게 한다.
그리고 퇴원수속을 밟는다.
다행히 병원에서 큰 상처는 없고 놀라고 영양실조상태라 잘 먹이고 안정을 취하면 될 것이라 하면서 수속을 밟아준다.

....................................
선영인 차돌이가 나가자 다시 흐느끼며 운다.
10년 만에 만나는 동생에게 이런 꼴을 보여주었으니 억장이 무너진다.
이젠 동생을 만났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간의 동생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듣고 싶고 하루라도 동생을 안고 편안하게 자고 싶고 자기 손으로 밥도 해주고 싶었다.
그동안 몰라보게 훌쩍 커버린 동생이 대견하기도 했고 지금은 무얼 하는지 모든 것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단 하루라도 둘이 있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선영 이는 또 다른 아픔에 눈물짓는 것이다.
지울 수없는 상처를 동생에게 보여주었으니 다시 동생을 대할 명분도 서지 않는다.
어떻게 가꾸고 누굴 위해 이때까지 지키고 왔던 몸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변해버렸으니 가슴을 찢어버리고 싶고 자기를 이렇게 만든 세상이 저주스러워진다.
동생을 마주 쳐다보기가 민망해지고 더러운 육신을 가지고 동생을 대하는 것이 죄스럽게도 느껴진다.
그래서 모든 것이 허망해지고 낙담에 빠져 마냥 우는 것이다.
한참을 울어도 눈물이 그치질 않는다.
오랫동안 울었나보다, 그렇게 울고 있을 때 차돌이가 바쁘게 들어온다.
차돌 이는 어디서 구했는지 아주 큰 타 올을 가져와 누나의 몸을 가린 후 누나를 안는다.

[싫어, 내발로 걸어갈게....]

선영 이는 차돌이의 손길을 뿌리치려한다.
다 큰 처녀가 남자의 품에 안겨 가는 것을 남에게 보인다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아냐, 누나 올 때도 이렇게 왔어, 난 이러고 가고 싶어.]

[사람들이 본다 말이야.......제발 차돌아,.]

선영 이는 사정한다.
청년이 된 차돌이가 막무가내로 품에 안고 나가려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고 그러기엔 너무 쑥스러웠던 것이다.

[누나, 제발 지금은 나 하고 싶은 데로 하게 내버려줘.........
난 누나가 내 곁에서 한시도 놓고 싶지 않아서 그래.]

차돌이의 황소고집은 조금도 굽히려들지 않는다.
오히려 누나를 더욱 바짝 품에 안는다.

[.........................]

선영 이는 차돌이의 고집을 안다.
자기가 하고자하면 끝까지 그것이 잘못하는 일이라도 하고야마는 못된 성질을...
선영인 슬며시 차돌이의 목에 한 팔을 감아 차돌이가 자기를 들게 편하게 하고는 눈을 감아 버린다.
차돌인 그렇게 누나를 안고 병원을 나선다.
병원 현관을 나서자 곰이 차를 대기시켜놓고 기다리다가 의아한 듯 여자를 안고나오는 차돌 이를 바라본다.
차돌 이는 곰에게 뒷문을 열게 하고 누나를 태운다음 운전석으로 간다.
운전석에 앉아 곰에게 택시타고 가라며 짧게 한마디하고는 병원을 나선다.

...........................................
극동빌라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차돌 이는 다시 선영일 안는다.
선영 이는 이제 앙탈은 않고 차돌이가 하는 대로 몸을 맡긴다.
차돌 이는 선영이가 지시하는 대로 301호실로 들어간다.
집안은 호화로운 가구들과 집기들로 가득 장식되어 있었다.
차돌 이는 그런 것을 볼 여유도 없었다.
누나를 안방으로 안고가 침대위에 사뿐히 누이고는 그 옆에 엉덩이를 대고 앉는다.
선영인 차돌 이를 보며 힘겹게 입을 연다.

[차돌아,,,,,,,,,,,,]

그러나 뒷말은 할 수가 없었다. 차돌이가 말을 끊어버린 것이다.
마치 자기의 마음을 읽고 있는 것처럼 강경하게 차단한다.

[누나,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엉뚱한 생각도 가지지 마라.
이젠 하루도 누나 없이는 난 살지를 않겠어.
누나가 엉뚱한 생각을 가지고 나를 슬프게 하면 이 세상에 나도 없어진다는 것을
알아둬..
난 누나랑 죽을 때까지 같이 있고 싶은데 누나가 바라지 않는다면 그렇게 할 거야...
제발 누나, 나도 누나도 이렇게 죽기는 너무 슬퍼 잖 아............]

차돌 이는 누나가 무슨 생각을 가진지 짐작하고 만일 그러한 일이 발생한다면 자기도 누나의 뒤를 따를 것이라 엄포를 하며 절대 그러지 말라고 경고한다.

[차돌아, 내가 어찌 널 볼 면목이 있단 말이야.........흑...흑....]

선영 이는 다시 흐느낀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차돌이가 아닌가.
동생의 마음 씀이 너무나 고마웠지만 이미 늦었다는 회한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무슨 면목으로 그리고 무슨 낯으로 동생의 얼굴을 대하고 살 수 있단 말인가.
이대로 그냥 이대로 살기에는 분통이 터져 가슴이 무너져 내리거나 폭발해버릴 것도 같았다.

[누나, 누난 내게 영원한 천사며 어머니야...........
난 누나가 무슨 짓을 해도 내 누나임을........그러니 괜한 마음 같지마.......
난 이 세상에서 누나만큼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거야.
내 인생은 모두 누나를 위해서 존재해........사랑해 누나. 내 목숨보다 더.............
그러니 누나, 이제부터 영원히 떨어지지 말자. 응...누나........]

차돌 이는 그런 누나를 위로하고 다독거리며 자기의 마음이 확고함을 알려준다.
누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그리고 누나를 미칠 듯이 갈망하고 있음을....
이 말을 하지 않고는 숨이 막혀 죽어버릴 것 같은 공포가 그의 등을 떠밀고 있었다.
발을 헛디뎌 길바닥에 나동그라진 것 같은 허무함도, 오직 한사람의 사랑을 위해지금 온 마음을 보이며 처절하게 부르짖고 있다.
남매라고 보기에는 뭔가 진한 그런 말이 두서없이 차돌이의 입에서 토해지고 있다.

[아. 차돌아. 나도 너를 사랑해............나도 네가 내 목숨보다 소중하다고........흑흑.....]

선영이도 동생의 마음과 같다는 걸 말하고 둘의 만남을 기뻐하고 또 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우는 것이다.

[헤헤헤. 누나 또 운다. 모처럼 동생을 만났으면 웃어줘야 하는 것 아냐.........]

차돌이가 선영일 놀린다.
사실 이런 식으로 가면 끝이 없을 것 같았다.
같이 펑펑 울고 싶지만 누나의 마음이 더욱 아플까봐 마음에도 없는 우스개, 소리로 누나를 달래는 것이다.
그 모습에 선영이도 아주 옛날 생각이 나는지 눈물 흐르고 있는 얼굴에 미소를 짓는다.

[봐. 누나 웃으니 정말 예쁘다.
그러고 보니 우리 누나 너무 예뻐졌다.
누나 시집가면 안 돼. 나도 장가안갈 테니 나랑 누나랑 영원히 같이 살자, 누나...
헤헤헤...]

차돌 이는 얼굴 가득 장난기로 덮었다.
때론 멍청한 바보가 되어 누나를 웃기기에 바빴다.

[그래 나는 시집 안가도 되지만 너는 그러면 안 돼........
그러고 보니 아직 여자 친구도 하나 없는 것 아냐...........]

[..............................]

차돌 이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본래 자신을 숨기는 일은 잘 하지도 못한다.
거짓말을 하면 누나는 금 새 알아차리고 만다.
선영인 차돌이가 여자가 있음을 눈치 챘다.
마음이 허전해진다.
마땅히 동생이 여자를 사귀고 장가를 가길 원하지만 자기를 잊고 있는 것 같아 속으로 서운한 마음이 일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어찌 동생에게 보일 수 있는가.

[솔직히 이야기 해봐.
누나는 영원히 네 편이야..........널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누나야
그러니 마음 편하게 솔직하게 털어내 봐.....]

선영인 차돌이가 여자를 들먹이자 말이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겉으로는 좋은 여자와 교재하고 결혼하길 바란다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오직 자기만 생각하고 있기를 바랐다.
그것이 틀려버렸다.
차돌 이에겐 여자가 있는 것이다.
그의 표정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어찌 싫다고 할 수 있으랴, 속을 감추고 웃으면서 어떤 여자인지 고백하라며 욱 박 지르고 있었다.

[알았어, 누나........사실 내게 여자가 많아........
그러나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 난 누나만 사랑하기로 어려서부터 맹세했어.
다른 여자를 사랑하지 않지만 그 여자들이 내게서 떠나지를 않아.
그래서 어쩔 수없이. 헤헤헤. 누나..이해할 수 있지...........]

그는 실실거리며 변명을 늘어놓는다.
여자들은 많아도 누나처럼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는 없으니 안심하라며 장난기 가득 웃음을 지으며 애교를 떨고 있다.

선영인 조금 기분이 좋아진다.
차돌 이에게 여자가 많다는 것을 듣고 놀랬지만 모두가 여자가 원해서 있는 거라 하고 오로지 자기만 사랑한다는 소리에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를 숙이고 만다.
마치 자기마음속에 들어있고 하고 싶은 말을 차돌이가 대신하는 느낌도 든다.

[사랑하지도 않는데 여자들이 내 곁을 떠나지를 않는다고........
뭔가 내게 약점이 잡힌 것이 아냐.]

그러나 선영인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동생의 말인즉 여자들이 많은 모양인데 그 여자 모두가 스스로 동생 곁에 있길 원한다는 말이니...같은 여자로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누나,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
이젠 누나를 만났으니 모두 돌려보내 버릴 거야.
오로지 누나만 내 곁에 있어주면 난 행복해.. 지금도 얼마나 행복한데.....]

차돌 이는 이제 모든 여자는 필요 없으니 정리하리라 맹세한다.
그토록 보고파하던 누나가 곁에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안 돼......여자를 울리면 안 돼......
누나는 내 곁에서 영원히 떠나지 않아.
그렇다고 너를 위해 있는 사람을 버린다는 것은 너답지 못해........
그 여자들도 사랑해줘야 해..........
그래야 누나가 내 곁에 있기가 편해지지 그렇게 할 거지.]

선영 이는 차돌 이를 나무란다.
자기도 여자이니 여자의 마음을 안다.
사랑의 감정이 거지에게 동냥 받듯 얻어지는 것인가.
사랑의 감정이란 이성이나 자제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있다.
그래서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정인을 잊으려고 하여 온갖 노력을 다해도 그렇게 할수록 전보다 몇 배 더 격렬하게 솟구치는 그리움에 빠져드는 법이다.
사실 그들을 떼어놓는 유일한방법은 죽음 말고는 없다.
차돌 이를 위해 아니 나 자신을 위해 어찌 다른 여자의 가슴에 못을 박을 수가 있고 죽음으로 가는 압박을 할 수 있는가.....
차돌이가 자기들에게 사랑을 주진 못해도 언제인가는 주리라 믿으며 몸과 마음을 바쳐 사랑하는데 자기로 인해 모든 여자들을 헌신짝 버리듯 한다면 같은 여자로서 도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자기는 동생에게 향하는 마음을 접어야할 입장이고 그렇지 않다 해도 차돌 이에게 그렇게 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고 자기하고 싶은 데로 하며 살도록 할 참이었다.
자긴 그늘에 있고 차돌 이에게 양지의 여자들을 마음껏 안겨주고도 싶었다.
나는 그의 마음을 얻었으니 무얼 바라 리,, 우린 형제고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세상에 살지 않고 남에게 욕 듣고 살기에는 모든 것이 벅찬 세상이다.
나도 이제 그를 위해 죽기 전에 뭔가를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 여자들을 모두 물리친다니 선영 이는 절대로 그러면 안 된다고 못을 박는다.

[그럴게, 난 누나가 무얼 시켜도 할 테니.......헤헤헤..사랑해 누나.......]

차돌이가 사랑해 를 외치며 누나의 품속에 덥석 안긴다.
선영인 밀어내는 척 하더니 차돌 이를 꼭 껴안아 준다.
오로지 자기만을 위하겠다는 차돌이 마음이 진심이란 것을 알았고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 자기의 가슴에 파묻히도록 세게 껴안아 준다.


70부에 계속

약속대로 2부를 한부로 묶어 올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지속적인 응원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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