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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5:46 857회 0건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예?"


한순간 이해하지 못하여 반문하자 휴대폰에서 음성이 들렸다.


-대호 씨 카페 있는 곳으로 지금 가는 중이에요


…살짝 심기가 불편해졌다. 만약 내가 영화 보자는 제의를 거절했다면 그래도 이곳으로 왔을까? 아니 그보다 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만 말해줬지 장소는 말해주지 않은 걸로 기억하는데 이 여자
너무 제멋대로인 여자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아, 그럼 차 안에서 기다릴 테니 오시면 전화해주세요."


살짝 기분 나빠졌다고 이미 한 약속 깨버릴 수도 없고 좀 억지긴 하지만 오겠다는데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겠다.
전화가 끊기자 음악 CD를 틀었다. 은은한 멜로디와 함께 노래가 시작되었다. 좀 슬픈 음률의 발라드를 들으면서 살짝 의자에 기대 눈을 감았다. 힘들다. 물론 육체적으로 힘든 것이 아닌 정신적으로 힘들다. 세상 살아가기 너무 지쳐버렸다.
마치 달리기를 오랫동안 뛰다가 심장이 터져버려 가슴이 휑한 것 처럼 누군가 나의 비어 버린 마음을 채워줬으면 하는 생각뿐이다. 사랑… 그래 나는 사랑을 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좋다. 내 심장이 다 타버릴 것 같은 강렬하고 아련한 사랑을 해보고 싶다.
그렇지만 아직은 모르겠다. 소개팅도 해보고 이런 여자 저런 여자 만나봤지만 다 나의 매력은 보려고 하지 않고 그저 돈, 키, 얼굴, 섹스, 매너 모든 여자가 나를 똑바로 보려고 하지 않는다. 원하는 건 겉으로 드러나는 휘황찬란한 것들 뿐 난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모든 조건을 배제해서라도 나만을 볼 수 있는 여자. 한번은 상민 이에게 고민을 털어놓더니 "넌 장가가긴 틀렸다. 그런 여자가 어디 있냐? 있으면 정말 천사다 천사." 맞는 말이다.
어쩌면 나는 천사를 원하는지도



톡, 톡


둔탁한 소리와 소리가 들린 곳을 쳐다보자 창문에 여자가 보였다. 생각하니 어느 정도 익숙한 얼굴 혜진 씨였다. 창문을 열자 혜진 씨는 나를 보며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대호 씨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바로 앞에 대호 씨 차가 보여서 말이에요. 혹시나 싶어 살펴봤는데 정말 있었네요?"


"예, 이러고 있지 말고 어서 타세요."


"그럼 실례할게요~."


혜진 씨는 문을 열고 바로 내 옆에 앉았다. 긴 머리에 살짝 웨이브를 주고 연한 노란색이 머리끝에 물들어 있었고 귀걸이와 목걸이 완벽한 도시 여자였다. 긴 속눈썹과 살짝 미소 지은 입술은 매력적이었다.


"오늘 데이트 대호 씨에게 맡길게요."


"자신은 없지만 에스코트(escort)하겠습니다. 음, 그러고 보니 점심시간이네요. 혹시 식사는?"


"그러고 보니 배가 좀 고프네요."

"그럼, 식사 먼저 할까요? 어차피 영화 보는 데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

"네, 그럼 그래요."


자주 가는 식당 쪽으로 차를 몰았다. 정통 한정식이라 적혀 있는 간판을 보고 차를 세웠다. 대충 주차를 하고 혜진 씨와 나는 차에서 내렸다.

"들어갈까요?"


"네~."


식당 안에 들어가자 말 그대로 고풍스러운 전통 집 같았다. 분위기는 꽤 차분하고 조용해서 언제나 이곳에 많이 들린다. 우리는 대충 자리를 잡자 곧 아주머니가 메뉴판을 들고 왔다.

"혜진 씨 뭐 드실래요?"


"대호 씨랑 같은 거 먹을게요."


아주머니를 보고 말하였다.


"그럼 한정식 2인분 주세요."


"네, 한정식 2인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주머니가 나가자 딱히 그렇다 할 말도 없어서 괜히 옆에 있는 컵을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대호 씨 오늘 좀 놀라셨죠? 갑작히 연락하니까요."


"예? 아… 좀 당황했어요."


"사실 저 어제 애인에게 차였거든요. 저번에 대호 씨 만날 때도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워서 한번 당해보라는 식으로 맞불작전을 썼어요. 그다음부터 이런저런 오해 때문에 결국 헤어지자고 문자로 와서 알았다고 했어요. 그래서 기분이 울적한데 주위에 아는 애들은 다 바빠서 그때 대호 씨가 생각났어요 하하 저 나쁘고 한심하죠?"

"아니요 왜 혜진 씨가 나빠요? 그리고 왜 한심해요? 오히려 나쁜 건 그 애인… 아니 그 자식이죠 혜진 씨는 절대 한심하지 않아요. 오히려 잘 헤어졌어요. 이제부터 힘내고 다시 시작하면 되죠! 어차피 그런 놈보다 더 혜진 씨를 아껴주고 잘해주는 남자가 있을 거에요 혜진 씨는 예쁘시니까 어느 남자도 마다하지 않을걸요. 그러니 힘내요."


"…고마워요. 대호 씨 처음부터 대호 씨 같은 사람을 만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런사람 만나기 하늘에 별 따기 입니다. 제가 얼마나 잘난 사람인데요."

"풋!"

"하하, 그래요 그렇게 웃으세요. 얼마나 보기 좋아요 혜진 씨 웃는 모습 정말 아름답고 매력 있어요."

그리고 바로 아주머니가 들어오면서 이런저런 반찬과 밥을 놓고는 나갔다. 우리는 먼저랄 것도 없이 한정식을 다 먹고 식당을 나왔다.

"그럼 이제 영화 보러 갈까요?"

혜진 씨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차를 타고 좀 올라가자 CGV가 보였고 그냥 빠른 시간에 상영하는 영화를 보기로 하였다. 영화표를 받고 상영 실에 들어갔다. 얼마 안 있어 영화가 시작되고 우리는 팝콘을 먹으면서 곧 영화에 빠져들었다.


"아~ 끝났다."


기지개를 켜고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영화 재밌었죠?"


"예 정말 재밌었어요."


만족해 보이는 혜진 씨의 표정과 함께 CGV를 나왔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4시였다. 상민 이와 약속한 시간은 5섯시니까 조금은 여유로웠지만 그래도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가기 위해 혜진 씨를 보았다.

"그럼 혜진 씨 집까지 바래다 줄게요. 어서 타요."

"벌써요?"


혜진씨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자 뒷머리를 긁적이고 말했다.


"친구놈과 약속이 있어서요."


"예…."


시무룩해진 표정을 보자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고 혜진 씨가 가리키는 쪽으로 차를 몰았다.


"바로 여기에요."

끼익

차를 멈추고 혜진 씨를 바라보자 혜진 씨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갑작히 안전띠를 풀고 나에게 얼굴을 기댔다.


"아…."


"잠시만… 정말 잠시라도 좋으니 이렇게 있을게요."


무너질 것 같다. 갑짝히 여린 모습을 보니까 꽉 껴안아 주고 싶어진다.
살짝 떨고 있는 어깨를 감싸주고 싶어진다.

"신대호 정신차려!"

하지만, 그런 나의 마음과 달리 어느새 나의 손은 그녀의 반대쪽 어깨를 잡고 내쪽으로 살짝 끌어당겼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을까


"대호 씨…."


"…."


"오늘 내집에서 자고 가시지 않으실래요?"


어느새 불안 불안하게 쌓여있던 나의 둑은 무너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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