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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5:58 809회 0건



Chapter 1. [카사노바와 브라콘 여동생과 여름축제]


"새액... 새액."

옆에서 들려오는 작은 숨소리와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눈부신 햇살에 나는 감겨있던 눈을 살짝 떴다.
내가 덮고 있던 이불은 잠결에 발로 걷어 차인듯 침대밑으로 늘어져 있었다.
흐릿한 시선으로 다리 아래를 보자, 그곳엔 총 4개의 발이 있었다.

"사유리?"

혼자서 자는게 외로웠던 것일까? 사유리는 내 팔에 매달린채로 작게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살짝 그녀를 떼어놓고 난 뒤에야 난 내 티셔츠가 뭔가로 젖어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엔 그게 뭔가 했지만, 눈가가 약간 부어있는 사유리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내 옷을 적시고 있는게 그녀의 눈물이란것을 알았다.

"..."

가만히 사유리의 얼굴과 내 티셔츠를 번갈아 보다가 무심코 스테이터스 창을 켜 보았다.
그리고 그 반투명한 창에 나타난 수치에 난 조금 놀라고 말았다.

"호감도 40%... 예상했던것 보다 더 많이 떨어졌네."

스테이터스 창을 끄고, 난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렇게 잠시동안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 옆에서 부스럭 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아아아아암..."

부비적부비적, 사유리가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우와아아아아아앗?! 오, 오빠가 왜 내 침대에서..."
"그건 내가 하고싶은 말인데?"
"후, 후에?"
"여긴 내 침대란 말이야."

사유리는 멍하게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린듯 황급히 내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얼굴을 확 붉히더니 냅다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버렸다.
나는 다시 한번 스테이터스 창을 켰다.

[으아아아아아~ 어떡해... 한번만 오빠옆에 누워본다는게 그만 잠들어버렸나봐... 부끄러워어어어...]

"아아, 과연. 그랬던건가."

그건 그렇고 호감도란건 대체 얼마나 정확한 것일까? 라는 생각을 무심코 했다.
어제보다 반 정도나 줄어들었지만, 사유리가 특별히 날 싫어하게 된 것 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덜컥

사유리가 화장실의 문을 열며 나왔다. 얼굴과 손에 물이 묻어있는걸로 봐선, 아마도 정신을 차리겠다고 세수라도 한 모양이다.
나도 따라서 화장실에 들어간 뒤 얼굴을 씻고 머리를 감았다.

"그러고보니, 왠지 말수가 줄어든것 같기도..."

화장실에 걸려있던 수건으로 머리를 싹싹 닦으며 화장실에서 나와 침대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 사유리에게 말을 던졌다.

"사유리, 아침 먹으러 가자."
"으, 응."

어차피 아직 퇴실시간이 된 것도 아니고, 짐은 방 안에 놔두고 가기로 했다.
긴 복도를 지나서 엘레베이터에 탈 때까지 사유리와 나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띵

로비에서 엘레이베이터 문이 열리자, 나는 사유리의 손을 살짝 잡았다.
사유리는 흠칫 하고 놀랐지만 거부하지 않은채로 나의 손을 되잡아 주었다.

[호감도가 5 상승했습니다.]

"하아, 왠지 미묘한 수치다."

그렇게 손을 마주잡은채로 우리들은 식당으로 향했다. 테이블에 앉아서 잠깐 메뉴를 보고 있으니, 웨이터가 와서 주문을 받았다.
원래가 식사를 많이 하는 편도 아니고, 아침은 보통 거르는 주의였기에 나는 토스트와 커피를 주문했다.

"넌 뭐 먹고 싶어? 오빠가 다 사줄테니까. 말만 해."
"아니아니... 나도 그냥 토스트 먹을래."
"그래?"

웨이터는 계산서에 뭔가를 휘갈긴 뒤, 음식을 만드는곳으로 보이는 개방된 주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기다리자 주문했던 음식이 나왔고 그것은 곧 배가 고파진 우리들에 의해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잘 먹었습니다."
"..."
"사유리, "잘 먹었습니다" 는?"
"잘 먹었습니다..."

사유리는 상당히 기운이 없어보였다. 아무래도 이번 식사가 최후의 만찬이란것을 짐작한 것이겠지. 만찬이라 하기엔 꽤나 싸고 평범한 음식이지만 말이다.
식당을 나와서 다시 엘레베이터에 올랐다.

"이제 슬슬 돌아가자. 너도 피곤하지?"
"별로 그렇지는 않지만..."
"뭐야, 더 놀고 싶은거면 말 해."
"아, 아니..."

[호감도가 5 감소했습니다.]

조금 고압적인 태도로 말하기만 했을 뿐인데도 순식간에 태도를 바꿔버리는 사유리.
결국 그렇게 우리들은 방으로 돌아가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놔두고 온 건 없지?"
"..."

사유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고개만 끄덕거렸다.
이젠 정말 말도 하지 않을 정도가 되 버린건가. 왠지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로비로 내려와서 전자키를 반납하고 차가 주차되어 있는곳까지 걸어가는 도중, 우리는 손을 잡지도, 말을 주고받지도 않았다.
역시나 조금 긴장하고 있는지 난 자동차에 올라타다가 또 조수석에 타고 말았다.

"어엇?! 이거야, 또 실수해버렸네. 아하하하..."
"..."

사유리는 아무말 없이 날 쳐다보다가 가만히 뒷자석에 올랐다.

"이, 이거 왠지 엄청 불길한데? 이번엔 자리까지 바꾸는 겁니까?!"

결국 난 원맨쇼를 끝내고 머쓱한 표정을 지은채로 운전석에 앉았다.
키를 꽂아서 시동을 걸고, 네비게이션을 켜서 우리집의 위치를 찾았다.

-부르릉

자동차는 낮은 소리를 내며 주차장을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
"..."

차 안은 낮게 흐르는 라디오의 슬픈 노래 외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고 있었다.
난 애꿎은 머리만 벅벅 긁으며 어제보다 더 막히는 고속도로에게 욕을 퍼부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마음속으로.
신호가 바뀐건지 앞의 자동차들이 천천히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나 역시 조심해서 차를 몰아서 그 꼬리를 따라갔다.
그렇게 거북이 걸음을 하며 천천히 가다보니 어느새 자동차는 고속도로를 벗어나 한적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사유리, 이제 곧 도착하니까, 조금만 더 참아줄래?"
"..."
"사유리?"

사유리는 머리를 뒤로 젖힌채로 쿨쿨 자고 있었다. 결국 그녀 역시 초등학생 이라는 것이다.
멀리서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끼이익

집 옆에 있는 개인 주차장에 차를 대고, 뒤로 돌아가서 사유리를 흔들어깨우려 했다.
하지만 사유리는 내가 다가가기도 전에 깨어서 시트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
"일어났어?"
"으, 응... 일어났어. 내릴께. 비켜줘."

평소의 사유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꽤나 차가운 목소리였다.
나에게서 조금 떨어져서 걷고 있는 사유리의 등을 바라보다가 문득 스테이터스 창을 켜 보았다.

[어떡해... 오빠를 화나게 해 버렸나봐... 내가 괜히 고집만 부려서, 난 바보!]

솔직히 말해, 안심했다. 난 스테이터스창을 끄고 사유리에게 달려가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사유리는 문을 열쇠로 열다가 깜짝 놀라며 나를 쳐다보았다.

"오빠...?"
"으응. 착한 아이, 착한 아이."
"아앗, 오빠아아..."

[호감도가 10 상승했습니다.]

"갑자기 뭐야... 바보."
"자, 자. 빨리 들어가자."

-덜컥

현관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집은 어제와 변한것 없이 그대로 있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거실에 있는 쇼파에 길게 드러눕고, 고개를 들어서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았다.
시곗바늘은 오후 4시를 가리키며 조용히 똑딱거리고 있었다.
쿠션을 하나 꺼내와서 머리를 받치고 길게 드러누웠다.
그렇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사유리가 내 옆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저기... 오빠."
"응? 왜 그래?"
"역시 안 되는 걸까나...? 그, 여름축제 같이 가는거..."

이 말만을 기다렸다. 지금이야말로 잃어버린 호감도를 다 돌려받을 수 있는 찬스다.
나는 입을 천천히 열고, 느긋하게 대답했다.

"미안해. 오늘은 다른 친구들이랑 놀아줘."
"...그, 그래? 아... 알았어. 그러면 슬슬 나갈 준비라도 해 볼까나...?"

비척비척 사유리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향하는 곳은 전화기가 있는 곳이 아닌 자신의 침실일 뿐이였다.

-탕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릴때 까지 나는 그녀의 침실 문 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대체 무슨짓을 한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쿵, 쿵, 쿵

난 쇼파에서 벌떡 일어나서 벽에 머리를 쿵쿵 찧기 시작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대체 내가 무슨짓을 한 거지?! 나도 모르게 그마아아아안!"

그렇게 한참동안 벽에 머리를 부H히며 괴성을 지르던 나는 다시 쇼파에 드러누워버렸다.
머리도 아프고, 마음도 아팠다.

"대체 어떻게 해야되는거지? 아아아... 망했다."

나는 쇼파에 앉아서 마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지금 사유리의 호감도는 30%. 70%까지 끌어올리기가 쉬운것만도 아니다.
그러다가 문득, 사유리가 내 절규를 들은건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만약 방금전의 원맨쇼를 봤다면 호감도는 커녕 "신뢰도" 를 하나 더 만들어서 마이너스 수치까지 끌어내려야 할 판이였다.

-끼익

살짝 사유리의 방문을 여니, 그곳엔 핑크새그이 이불을 덮고 잠들어있는 사유리가 있었다.
일단은 듣지 못한것 같네. 라고 안심하며 문을 닫으려던 내 눈에 들어온것이 있었다.
이불위에 곱게 개어져있는 작은 옷감. 아니, 그것은 옷감이 아니라 작은 "옷" 이였다.
몰래 그 옷을 손에 들자 그것은 주르륵 펼쳐지며 그 형태를 드러냈다.

"이건... 기모노?"

그렇다고 해도 꽤나 멋없는 기모노였다. 굳이 설명하자면, 보라색의 칙칙한 원단에 울긋불긋한 선이 죽죽 그어져 있을 뿐이였다.
그것을 다시 사유리의 침대위에 접어놓으려다가 문득 생각이났다.

"혹시, 오늘 축제에 입고 갈 생각이였던건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내 머리는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난 문을 살며시 닫고 사유리의 방에서 나와 집 앞에 있는 주차장으로 뛰어갔다.

-부르릉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여름축제의 시작은 저녁 7시 부터다. 그때까지는 충분히 살 수 있을 것이다.

"사유리의 새 기모노. 좋아, 가자!"

-----------------------------------------------------------------------------------------------------

네, 본격적인 축제의 시작입니다(?)
으음... 앞으로는 제 글에 리플을 달지 않겠습니다. 리플수 많아보이려고 수작부린다는 분이 계셔서요... -_-
그래도 여러분의 리플은 전부 다 읽어보고 그 다음글에 이런식으로 답변해 드릴테니까, 댓글좀 많이 달아주세효...
아오 나 거지같아... 연재속도도 느린 주제에 나 왜이러니...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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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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