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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6:01 1,098회 0건
## 띠룩띠룩 님의 지적 감사합니다. 내적 갈등을 다루고 싶었는데, 2년의 시간이 그걸 어렵게 만드네요. 제가 생각할 때 제 글 중, 가장 못된 비약은 정수진... 소영의 대학 때의 할머니... 그리고 조폭입니다. 할머니와 조폭은 성수의 가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며, 사실 조폭은 자신 없습니다(제가 다니는 헬쓰클럽에 그 분들이 운동을 자주 오십니다만...). 킥복싱은 제 고등학교 때 친구의 주특기 였습니다. 그 친구 말이 두 달 동안 주전자 들고 다녔다고 하더군요.

야설의 주인공에게 많은 조건을 부여하는 것이 사실 불가피한 듯 합니다. 그래도 저는 그간 세 편에서 항상 주인공을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그려왔습니다. 제가 좀... 그래서요... 하하하.

저 역시 결혼 후 불법적(?)인 남녀관계를 가진 편에 속합니다. 그런 저를 쪼금은 합리화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그리고 거기에 대한 제 스스로의 딜레머도 만만찮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그나저나... 술자리에서 우연히 그런 화제가 돌아서, 누군가 제게 말했습니다. 요즘 유부남들 주제파악 못하고 "못된" 마음 가진다고... 그 분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었습니다.

마음이야 조절할 수 없는 거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드러내지 않는다면 문제 없는 것 아닌가요? 하고...
제 생각이 잘못된 걸까요?

=================================================================================================



누나가 다시 내 몸 위에 자신의 몸을 실었다. 마치 열병에 걸린 것처럼 뜨거운 그녀의 몸... 조금 전 내 정액이 담겨져 있던 그 입을 내 입에 맞췄다. 입술 사이를 벌리고 들어오는 혀끝.... 그걸 입술로 잡아 빨아 주었다. 누나가 가슴을 내 가슴에 비벼왔다. 그녀의 몸뚱아리를 내 팔로 안아 품에 가뒀다. 그리고 몸을 돌려 이번에는 내가 누나의 몸을 덮었다. 어둠 속에서 누나의 두 눈이 샛별처럼 반짝였다. 그리고는 다시 키스... 그간 하지 못했던 키스를 한꺼번에 하겠다는 듯 열렬하게 혀를 나누는 동안, 내 손은 그녀의 크지는 않지만, 탄력 있는 유방을 쓰다듬고 있었다.

누나가 내게 했던 대로 나도 누나의 몸을 입술로 쓸며 아래로 내려갔다. 귓불을 지나 목줄기를 훑은 다음, 작은 꼭지를 물었다. 뭔가 내달라는 듯 그걸 강하게 빨아 주었다. 꼭지 대신 그녀의 입에서 ‘하아...’하는 탄성이 흘러 나왔다. 손바닥에 쓸리는 반대쪽의 꼭지마저 단단하게 굳어갔다.

마지막일 거야... 아마...

누나를 향한 내 마음을 최선을 다해 보여 주고 싶었다. 우선 손바닥으로 쓸어 주고, 쓸어 준 곳엔 어김없이 혀끝으로 침을 발랐다. 살이 만나 움푹 패이는 곳은 더 세심하게 핥아 주었다. 작은 몸뚱아리지만 빠진 곳 없이 혀를 대느라 치골까지 내려가는 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 그 사이 누나도 거친 숨을 내쉬며, 몸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삼각지를 우회해 허벅지의 융기를 타고 내려갔다. 이제는 혀가 닫을 때마다 누나의 근육이 굳는 걸 감촉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참 동안 무릎에서 머물다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발목을 지나... 발등을 지나... 발가락 끝까지...

“으응...”

발가락 사이 사이를 지나는 동안, 누나가 간지러워서인지, 쾌감 때문인지 몸을 심하게 꿈틀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무안해 할까봐 인지 발가락을 빼는 대신 침대의 시트를 움켜 쥐며 참고 있었다. 반대쪽 발로 넘어가 다시 무릎을 향했다. 공평해야지... 한참 만에 허벅지 시작 부위까지 도착한 다음 입술을 떼고, 엉덩이 한 쪽을 받쳐 올렸다. 누나도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몸을 굴려 엎드렸다.

손바닥으로 몸 전체를 쓸어주는 동안 누나는 머리를 한쪽으로 한 채, 그 감촉을 음미하고 있었다. 누나의 손을 잡아 등 쪽으로 구부려 올린 다음 손가락 하나하나를 입에 넣어 세심하게 씻어 주었다. 그 감촉을 기억하고 싶었다. 누나의 몸 부분 부분의 다른 감촉들... 나중에 다 기억할 수는 없더라도 그 느낌만큼은 언제까지 머리 속에 남아 있을 거라 믿었다.

그렇게 몸 전체를 침으로 도배하는 동안, 누나의 몸은 델 것처럼 뜨거워졌다. 그리고 호흡 마디마다 주체할 수 없는 신음소리가 섞여 나왔다. 마지막으로 엉덩이 사이의 고랑을 혀로 핥아준 다음 누나의 몸을 다시 돌렸다. 이제 남은 곳은 그녀의 중심 뿐...

성행위보다는 그냥 의식이라 생각했다. 그녀도 나도 말없이 그 의식을 행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 의식을 새로운 시작이라 여겼고, 나는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다리를 부끄러워하지 않을 만큼 벌려 놓고, 치골 아래의 중심에 혀끝을 꽂았다. 작고 단단한 공 알을 혀끝으로 이리저리 굴렸다. 누나가 간간히 하체에 힘을 주며, 치부를 내밀어 왔다. 손가락 끝을 잡아 당기는 건 손을 잡아달라는 요구 같았지만, 그걸 들어 줄 수가 없었다. 대신 그 손가락으로 축축히 젖은 그녀의 속 입술 사이를 훑어 주었다.

“흐음.... 아....”

손가락과 혀가 교대로 양쪽 속 입술을 서로 벌려 놓았다. 속입술을 손가락으로 움켜쥐어 부드럽게 당기면서, 닿을 수 있는 곳까지는 최대한 혀끝을 밀어 넣어 핥아 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위로 올라와 음핵을 강하게 눌러주었다. 허전해진 입구에는 대신 손가락을 슬며시 밀어 넣어 막아주고... 그녀의 입에서 처음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흘러 나왔다.

“아... 수호야... 이상해... 하아...”

음핵을 밀고 빨고 하면서, 손가락을 움직여 주었다. 찌걱거리는 물소리... 들뜬 신음소리... 허벅지가 오무려졌다 펴졌다 하는 게 뺨을 통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움직임이 점점 빨라졌다.

“흐응... 흐응... 흐응... 흐응...”

그녀가 하체를 비틀어 대는 통에 내 입술이 가끔 목표를 놓쳤다. 그래서 그 때마다 쩝! 쩝! 하는 천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녀가 절정을 향해 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녀의 두 손이 내 머리를 잡아 제지하는 것이다.

“넣고 싶어... 응? 수호 네 꺼... 몸 속에서 느끼고 싶어....”

엉금엉금 위쪽으로 기어 올라갔다. 그러면서 그때까지 몸에 아무렇게나 걸쳐져 있던 잠옷을 모두 벗어 버렸다. 뒤쪽에서 누나의 머리를 손으로 감아쥐고 내 얼굴을 향하게 했다.

“후회하지 않을 거지, 누나?”

그녀가 급하게 머리를 끄덕여 왔다.

“약속할 수 있지?”
“으응...”

다시 단단하게 굳어져 있는 기둥을 쥐고 그녀의 입구를 찾아 맞췄다. 슬며시 허리를 밀자.. 부드러운 점막이 귀두 주변을 감쌌다. 점점 심해지던 압력이 어느 순간 작아지면서 기둥이 그녀의 몸 속 깊숙이 파고 들었다.

“흐으응~~~! 아~~~!”

누나와의 첫 정사가 기억났다. 그때는 삽입할 때 오만상을 다 찡그렸는데... 지금의 그녀는 아픔 따위는 없는 듯 했다. 신음은 그저 쾌감 때문인 듯.... 누나가 내 목에 팔을 감고 매달려 왔다. 그녀의 기다림 대로 허리를 서서히 움직여 빽빽하게 좁은 구멍을 기둥 전체의 길이로 마찰시켜 주었다. 누나가 참을 수 없다는 듯, 팔로 내 어깨를 짓누르며 조금씩 위쪽으로 도망쳐 갔다. 나도 그녀의 어깨를 당기며 쫓아 올라갔다.

“후아~~ 후아~~ 후아~~”

하나가 됐네, 누나...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우리. 이 순간의 행복만큼은 평생 추억으로 간직하자...

“후아... 후아... 사랑해! 수호야... 사랑해... 으응~~~!”

그녀의 절정을 알았지만, 멈추지도 더 빠르게 하지도 않았다. 그저 느리고 묵직하게... 이제는 뚫기도 어려울 만큼 좁아진 그녀의 점막 속에 내 기둥을 왕복시켰다. 누나 어른 됐네... 히히... 오르가즘도 알고... 아주 어렸을 때부터 기억나는 대로 누나의 모습을 회상해 보았다. 누나의 가슴이 돋아오르고 엉덩이가 커지기 이전의 모습까지... 그저 깡마른 여자아이였던 그 시절까지... 어느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모습이 없었다. 나도 사랑해, 누나. 세상 누구보다...

첫 절정이 가시고 조금은 늘어졌던 누나의 몸에 다시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경험이 부족한 그녀에게는 조금 가혹했지만, 허리를 좌우로 옮겨가며 또 다른 자극을 가해 주었다. 일부러 치골 쪽을 더 밀착시키고, 음핵을 짓누르며 문질러 주었다. 내 체중에 깔린 그녀가 사지를 버둥거리더니 허벅지로 허리를 감아왔다.

“하아... 하아... 나 이상해... 수호야.. 이상해... 기분이... 아... 멈춰봐...”

하지만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대신 한 손을 내려 풍성한 엉덩이 한쪽을 쥐어 주었다. 나를 밀어 내려는 듯 허벅지에 힘을 주는 그녀... 신음소리가 지나치게 커져서 입술로 그녀의 입을 막아야 했다. 나도 모르게 쳐올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너무 자극이 큰 지 있는 힘껏 저항하는 그녀의 허벅지...

“읍.... 읍....”

나를 밀쳐내던 그녀의 손이 어느 순간 목 뒤로 돌아가더니 있는 힘껏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질문을 해야 하니 부득이 입을 놓아줄 수 밖에 없었다.

“안에 해도 돼?”

고개를 끄덕거리는 걸 확인하고 다시 입을 막았다. 혀를 밀어 넣어주니 문어의 빨판처럼 있는 힘껏 빨아들이는 누나... 나도 흥분을 참지 못하고 누나의 몸을 뚫을 듯 허리를 쳐올리고 있었다. 절정이 임박한 듯... 혀를 놓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도망가려는 누나의 입... 기어이 그 입을 ?아가 맞추며 절정을 맞이하게 했다.

“으으읍~~~~! 으으읍~~~!”

뭐 나올 게 남아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내 자지가 그녀의 몸속에서 다시 한 번 폭발을 일으켰다. 하나 된다는 거... 이런 거구나. 피부만 없었으면 누나와 내 몸이 서로 섞일 것 같았다. 아무 것도 없이 텅 빈 머리 속에 나와 붙어 있는 누나의 감촉만이 각인되고 있었다.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는 여행에서 내가 가장 절실하게 느낀 건, 내 자신이 혼자 있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애초부터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을 느껴보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는 둥... 그런 숭고한 목적을 가진 여행이 아니었지만, 자극이 없는 낯선 곳을 돌아다닐 때, 내 머리 속을 그렇게 많은 상념들이 파고들 줄은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 공허한 생각들을 나는 묻어버리거나, 정리하지도 못했다.

결론 없는 사고의 연속이 괴롭게 이어지는 여행을 쉽게 끝내버리지 못한 것은 오로지 자존심 때문이었다. 다시 말하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여행을 한 게 아니라, 내가 납득할만한 기간 동안은 충분히 생각했다는 핑계를 줄 수 있는 만큼 여행을 지속하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감수한 것이다. 그래서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나는 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서둘러 강제로 정리했다.

인간 관계를 떠올릴 때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는 정의하고 분류하는 것이다. 즉, 친구 중에는 ‘그냥 아는 친구’, ‘친한 친구’, ‘죽고 못 사는 친구’로 분류하고, 남녀 관계는 모조리 ‘그냥 아는 사이’, ‘단순한 친구 사이’, ‘애인 사이’로 분류해 버린다. 그 분류의 중간쯤에서 서성이고 있는 관계에 대해서는 기어이 한 쪽으로 정리해 버리고 만다. 하지만, 어떻게 사람 사이를 두부 자르듯, 여기까지는 일 단계, 여기까지는 이 단계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내가 아는 여자, 나와 관계한 여자 누구도 사람들이 하는 대로, 어느 쪽으로 분류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인연은 굳이 나누지 않아도 인연이고, 사람 사이의 관계의 깊이는 실시간으로 변하는 아날로그니라... 으하하... 그러니 내게 있어 김 유미는 누이도, 연인도 심지어 암컷도 될 수 있느니라.... 그리고, 그 사이의 무엇이라도...

내 자신에 대한 핑계였을 것이 분명한 그 정리가, 내 일관성 없는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정리였다. 그러니 일주일 만에 집에 돌아온 나는 의기양양했다. 나는 잘못된 인간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맺을 인간 관계에서 잘못된 것이란 없을 것이다...

내 책상 위에 두 통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e-mail이 광범위하게 판치기 시작하던 시기이고, 나는 핸드폰까지 가지고 있는 소위 ‘얼리 어댑터’였기 때문에 내게 편지가 온다는 것은 의외였다. 한 통은 박 은혜 선생님으로부터... 다른 한 통은... 발송자가 없었다. 우선 박은혜 선생님의 편지부터 읽었다.

「......중략.....

네가 그 날 내게 굳이 그런 말을 한 건, 네가 생각하는 나를 내가 오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일거야. 어쩌면 우리가 서로를 마지막으로 보는 날일 수 있기 때문에. 나를 배려해준 네가 고마워. 내가 앞으로 남은 평생 동안 나에 대한 네 감정을 잘못 기억하지 않도록 해준 것... 하지만, 나도 알고 있었어. 네가 날 어떻게 여기는지, 그리고 그건 내겐 별로 의미가 없었어. 너한테 아무 것도 기대한 게 없으니까.

하지만, 네가 날 배려했듯, 나도 너에게 뭔가는 말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에 대한 내 감정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 물론, 넌 당황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해야만 내가 널 충분히 존중하고 있다는 걸 너도 알겠지?

너는 경험이 없어 서투르고, 어쩔 때 보면 정말로 우유부단해. 그리고 무척이나 감정적이고 즉흥적이면서도, 그걸 잘 합리화하지. 솔직히... 좋은 성격은 아니다. 미안해라...히히.

하지만, 결심하고 난 후의 너의 모습은 무서워. 자신만만하고 저돌적이지... 네가 책임져야 할 뭔가가 있으면, 모든 걸 감수하고라도 책임지고 말지. 너는 유연하지 않아... 바람이 불면 절대 고개 숙이지 않고, 오히려 빳빳하게 몸을 일으켜 맞서려고 하지. 그것도 좋은 성격은 아니다. 거듭 미안해라... 히히.

나는 너의 그런 면이 좋았어. 내 인생에서 가장 치욕적인 사건이 있던 그 날... 너에게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나는 느꼈어. 사직서를 쓸 때는 내가 내 인생의 몇 년을 기울여 왔던 노력이 실패였다는 걸 인정해야 했지만, 그래도 너 때문에 마음이 편했어. 교직 생활을 하며, 제2, 제3의 김 수호를 쭉정이로 만들어 버리지 않기 위해 교사를 그만 두는 것이었으니까...

나쁜 놈. 나는 너한테 아무 의미가 없다고? 후회해라, 김 수호. 난 최소한 너한테 제자 이상의 감정... 그냥 아는 남자 이상의 감정을 느꼈다. 평생 마음의 짐이나 되어 버려라. 체~~~~!

............ 중략 ...........

읽기 싫어하는 건성인 네게 이렇게 긴 편지를 써서 미안하다. 아래에 내 주소를 적어놓을 테니, 언제든 네가 미국에 올 때, 나를 찾아줬으면 해. 내가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있더라도.

뉴욕의 플러싱이라는 데는 부족한 네 영어 실력으로도 충분히 나를 찾을 수 있는 곳이니까. 내가 네 성공을 바라는 만큼, 너도 내 성공을 기원해 주기를 바래. 사실... 두렵다. 응원해 줘.

.......................


박 은혜 선생님. 저 그렇게 똑똑하고 대단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언젠가 미국에 가면 분명히 증명해 드리겠습니다. 좀 과장해서 표현하면, 분량이 책 한 권이던 박은혜 선생님의 편지에 비교할 때, 발신인이 없는 그 다음 편지 봉투는 내용물이 없다고 생각될 만큼 얇았다. 열어보니 달랑 A4 용지 한 장....

「네가 미운 건지, 고마운 건지 잘 모르겠다. 천사 같은 그녀의 수호신이니... 유미를 마지막으로 본 날, 널 사랑한다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알기론 그런 패륜을 용납할 여자가 아닌데... 근데, 너하고 부모님이 다르다고 하더구나. 그렇지, 그 때 알았어. 이십 년을 함께 살아온 너를 넘을 수 없다는 거. 유미한테 나는 남자일 뿐이지만, 유미한테 너는 신앙이라는 거.

네가 미웠다. 네가 항상 유미 곁에 있어 더 미웠다. 착한 남동생인 척 가장하고 있는 네 가증스러운 위선이 정말 미웠다.

그래도... 유미 곁에 내가 없으면, 네가 있어야겠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다. 지금은...

모든 게 귀찮지만... 주제넘게 너에게 부탁하나 하려고, 어렵게 펜을 잡았다.

유미 행복하게 해 주렴.

그리고, 혹시 먼 훗날 유미가 내 이야기 물으면

내가 항상 보고 있다고

좀 전해 줘.」

「○○○○년 ○○월 ○○일
사랑하는 데, 살아가는 데 실패한
진 규」

“...........”

설마... 아니겠지.




여행에서 돌아왔던 그 날, 나는 다시 버스를 잡아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있었다. 두 번째의 여행은 부모님의 허락을 구하지도, 다른 누구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어두컴컴한 버스 안에서 다른 승객들이 다 곯아 떨어져 있을 때, 나는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눈을 감았다 뜨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진규 형의 하숙집에 전화했을 때, 주인 아줌마가 했던 말이 머리 속에 끊임없이 맴돌았다.

[세상에... 이게 먼 일인지 모르것어. 집에 찾아온 경찰 말이 아주 퉁퉁 불어 있었다는디... 뛰들기 전에 수면제도 겁나게 먹었대니께, 춥지는 않았것지... 요즘 물이 얼매나 찬디... 하이고, 부모님들이 불쌍허재... 자식 다 갈쳐 놨은께 인자 사람 구실 좀 헐만 할 때 됐다 그라셨을 건디...]

세상의 모든 사람이 두려웠다. 버스 안에 타고 있는 낯선 그 사람들 모두가 나를 탓하는 것 같았다. 아무도 날 발견할 수 없는 곳에 숨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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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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