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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6:13 862회 0건

퍽...

“윽...”

개봉교도소는 경제사범이나 선거법위반 또는 부정 부패자, 사기, 횡령 같은 범법자 위주로 수감되는 곳이다. 그래서 다른 곳보다는 비교적 자유롭다. 수감자들은 목공기술을 배워 원목을 가공하는 사회사업에 참여한다. 그것을 위한 작업장이 여러 채 지어져 있었고 그 한 구석에서 맞고 있었다.

“아..존나게 말 안 듣네...”

“말 안하고 버텨 봤자 당신만 손해야..”

“..............”

어른의 비자금을 비밀리에 은닉하고 구속된 것은 도박이었고 성공적이었다. 우선 나를 제치고 올라서려고 바동거리던 김무식과 박석두를 주범으로 만드는 것도 잘 되었고 생각보다는 길지만 3년을 다 채우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인내력 시험하지 말고..어른께 잘 말씀드려서 나올 수 있도록 힘 써 볼 테니까..응?”

“...........”

“잘 생각해 보슈..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

돈을 쥐고 있는 한 어른은 무슨 수를 쓰던 빼내 줄 거라고 예상했다. 절대로 그 돈을 포기할 양반도 아니었고 그 정도 역량은 아직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착오였다. 모든 정보는 차단되었고 기다리는 어른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러다 나타난 것이 이들이었다. 어른이 보냈다고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 신정부의 끄나풀일 수도 있고, 어디선가 고급정보를 주워듣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양아치일수도 있다.

“내일 또 봅시다..가자!”

“네!”

“...............”

늦어도 3년이면 형기가 끝이 난다. 돈은 챙길 만큼 챙겨두었기 때문에 비자금을 토해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내 돈도 아니다. 그러나 저들이 어른이 보낸 사람들이라면 나는 이미 버림을 받은 것이다. 저들이 정부쪽이라면 저들에게 정보를 넘겼을 때 어른에게 보복을 당할 것이다.

“퉤..”

일단은 최선의 방법으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저들과 거래하기는 불확실한 신원이 마음에 안 들었다. 여기는 사기꾼 천지고 저들도 그런 족속들인지도 몰랐다. 정부쪽 관계자를 만나는 것이 이롭다. 신원도 확실하고, 새로운 신분이나 신변안전, 또는 형기를 단축시켜 줄 수도 있었다.

정부관계자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처음 소환 당했을 때 담당검사면 확실한 정부의 끈이다. 그와의 면담을 교도소장에게 부탁해 볼까 한다.


---------------------


아빠가 돌아가셨다고 시신을 인수해 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작업 중 적재되어 있던 목재더미가 무너지면서 아빠가 깔렸다고 한다. 아빠는 형제도 없고 친척들과 왕래도 하지 않았다. 회사도 그만 둔 상태였다. 친구 분 중 소식을 전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끼리 장래를 치르고 화장을 해서 인천에 있는 암자에 모셨다. 재석이 말이 아빠의 부탁이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암자에는 아빠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흑흑흑....”

연주는 계속 울기만 했다. 엄마가 돌아가신지 여섯 달 만에 아빠를 잃은 충격이 컸을 것이다. 나도 정신이 혼미하고 슬프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장녀로서의 책임이 있었다. 또 재석이가 듬직하게 받쳐줘 큰일을 마칠 수가 있었다.

엄마와 아빠는 생전에 사이가 좋지 못했는데, 이혼을 하면서 조금 나아지시더니 같은 해에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부터 시작된 죽음의 행렬은 나를 너무 불안하게 만들었다. 1년 사이에 이런 일들이 생겨날 수 있는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라지만 꿈에서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

삼일 만에 돌아온 집은 깨끗했다. 얼마나 깨끗한지 아무것도 없었다. 벽지와 장판까지 다 벗겨졌다. 이사를 간다고 해도 이렇게 만들어 놓지는 않는다. 우리 삼남매가 전부 장례식장과 인천을 다녀오는 사이 도대체 누가 이렇게 만들어 놓을 수 있을까?

“도둑?”

“언니..재석아.....”

신고를 하고 10여분 만에 경찰들이 왔다. 도둑 든 집에 수십 명의 경찰들과 사복을 입은 남자들이 들어왔다. 이웃들이 몰려와 구경하고 난리였다. 남의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슨 살인사건이 났다며 웅성거린다. 집값 떨어지면 어떡하냐는 말을 듣고는 참을 수가 없어 소리의 주인을 찾아 쳐다보자 고개를 숙이며 딴 짓들을 한다.

“없어진 물품이 뭔지 아시겠어요?”

“전부요..전부 없어졌어요..”

없어진 물건이 뭔지 전부 기억할 수 없었다. 내 물건만 해도 가격으로 치면 크게는 컴퓨터부터해서 볼펜 한 자루까지다 가져갔다. 남아 있던 엄마와 아빠 물건은 미처 정리하지 못해 뭐가 있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우리 남매는 모여서 가지고 있던 물품 목록을 작성했다.

“..무서워...”

“걱정하지 마..다 잘 해결 될 거야....”

요 몇 주간 연주와 많이 싸웠고 감정의 골도 생겼지만 이렇게 큰일들을 당하고 보니 의지할 곳은 우리들뿐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고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돼야 한다. 나는 남아있는 경찰에게 도난물품을 적은 종이를 주면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물었다.

“최선을 다해 수사를 하겠지만...나도 경찰경력 20년에 이런 경우는...”

“네....저 그런데..원래 이렇게 많이 오나요?”

“...........사실 나도 놀랐다. 저들은 국정원 사람들인데...뭐 집히는 것 없어? 뭔가 찾는 눈치던데..”

“국정원이요?”

“응..이런 얘기 비밀인데..너희가 너무 불쌍해서 해주는 거니까..입조심해라..”

“네..감사합니다.”

“그래..아무튼 도둑을 잡는 일은 우리 일이니까..최선을 다해 잡아야지..”

“네..잘 부탁드려요..저..그런데..동생들이 너무 무서워해서 그러는데요..이 집 비워둬도 될까요?”

“음...그래..연락처 하나 주고...어디 친척집에라도 가 있어..”

“그럴게요..”

집에는 더 이상 있지 못했다. 희색 시멘트를 드러내고 있는 집에 앉을 곳조차 없다. 무엇보다 무서웠다. 도둑이 한두 명이라면 몇 시간 며칠이 걸리지 모르는 일을 한 것이고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도둑이 여러 명이라면 더욱 무서웠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이모와 일부러 밝은 식당에 들어가 상의를 했다. 삼촌은 대구에 살고 있고, 이모는 분당에 있다.

“당분간 우리 집으로 가자..”

“그래..누나들은 이모 집으로 가 있어..”

“너는?”

“나는...경찰조사에 협조도 해야 하고...당분간 친구 집에 있을게..”

“........절대 안 돼.........”

“....누나...”

재석이가 왜 그러는지는 안다. 이모도 재석이를 불편해 했다. 다시는 안볼 것처럼 할 말 못할 말 다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당장 오늘 저녁부터 잘 곳이 없었다. 하루 이틀은 호텔에 가서 잔다고 해도 갈아입을 팬티 한 장 없다. 안정을 찾을 때까지 안전한 장소가 필요했다.

“네가 아무리 어른스러워도...이제 16살이야..누나가 살아 있는 한..절대 너를 혼자 두지 못해..그렇게는 죽어도 안 돼..”

“.........그래..언니 말대로 해...응?”

“알았어...”

겨우겨우 이모 집에 도착했을 때는 12시도 훨씬 지난 시간이었다. 뭐를 했는지 모르게 해가 저물더니 어두워졌다. 이모 집은 2층으로 된 단독주택이고 방도 많았지만 식구도 많다. 외가도 아들이 귀한 집이다. 우리만 해도 딸만 둘 낳았을 뿐이고, 이모는 딸 다섯을 낳고 여섯 번째 겨우 아들을 얻었다. 외삼촌이 아들 하나 딸 하나를 갖았지만 대체로 외아들로 대를 이어왔다.

1층에 두 개. 2층에 3개의 방이 전부 주인이 있고 우리는 얹혀사는 형편이다. 재석이가 막내 영국이와 지내면 되지만 이모부도 이모도 달가워하지 않았고, 솔직히 버릇없는 영국이랑 지내게 하고 싶지 않다. 이모랑 합의한 끝에 2층의 방 하나를 얻었다. 첫째 미정이가 영국이 방으로 가고 비워준 것이다.

“휴...초우제도 못 지냈네..”

“그러게..”

“언니..갈아입을 옷도 없어..”

“기다려봐..”

방을 나오기는 했는데 집 전체가 쥐죽은 듯 조용했다. 1층으로 내려가 안방 앞에 서서 이모를 불러 보지만 영 소식이 없었다. 어느새 깊이 잠든 모양이다. 할 수 없이 방으로 돌아갔다. 빈손이 염치없었다.

“잠드셨네..오늘만 그냥 자자..내일 나가서 사면되니까..”

“..저기...그럼..누나들이 침대 위에서 자..”

“.............”

이불도 없다. 침대라고 해도 미정이 혼자 자던 작은 것이었다. 둘이 자기도 불편한 크기다. 이쯤 되니 은근히 이모에게 섭섭했다. 차라리 호텔로 가느니만 못했고 감정만 생겼다. 그렇다고 재석이를 맨바닥에서 재울 수는 없다.

“좀 좁아도 셋이 자자..”

“...........”

검정 정장을 입은 삼남매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앉아 있자니 서러움이 밀려와 눈물이 난다. 연주 역시 울먹거렸다. 참았어야 했는데 며칠 동안 힘들었고, 오늘은 무서웠다. 그리고 앞날이 막막했다.

“흑..흑...”

“엉...윽....”

“괜찮아..괜찮아...”

재석이가 양 어깨에 나와 연주를 안고 토닥거려 줬다. 덕분에 마음껏 울 수 있었다. 한참을 울고 나니 속이 후련하고 다시 힘이 난다.

“좋아. 우선 자고. 내일부터 또....뭘 하지?”

“우선 옷부터 좀 사고..필요한 것들을 사야지..그런데 도둑은 잡을 수 있을까?”

“음...”

“생각은 내일 하고...어서들 자자..”

말만 힘차지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 정장 안에는 거들도 런닝도 없다. 아무리 동생이라도 재석이 앞에서 속옷차림으로 자는 것은 부끄러웠다. 연주 역시 나랑 사정은 같을 것이고 재석이는 상의와 넥타이만 풀었다.

“누나들이 안쪽에서 자..내가 제일 밖에서 잘래..”

“...그럼 언니가 제일 안으로 가..”

“아냐..연주가 안으로 가..”

“언니가 가라니까..”

“넌..잠버릇이 안 좋잖아..안으로 가..”

“.......언니는 뚱뚱해서 재석이 불편할 거야..”

‘휴전 종결 이냐?’

‘언니가 원한다면..’

“왜들 그래? 그럼 내가 안으로 갈까?”

“....차라리 네가 가운데서 자..”

시비를 걸어오는 연주가 반가웠다. 재석이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싫었지만 어차피 연주나 나나 못 먹는 감이었다. 동병상련을 느낀다. 또 어려움을 격고 나니 이렇게 지내는 것도 행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 해도 나보고 뚱뚱하다니 기가 막혔다. 빈약한 연주 눈에는 그렇게 보일지라도 재석이는 다르게 볼 것이다. 블라우스와 치마를 벗고 속옷차림으로 동생들에게 육감적인 몸매를 과시했다. 지기 싫어하는 연주도 벗는다. 그러나 그래봤자 납작할 것이다.

“음...”

요즘 애들은 고기를 많이 먹어서 발육이 좋다. 침대에 옆으로 누운 연주의 허리가 S라인을 만들면서 휘었고 가슴으로 살들이 쏠리면서 더 커보였다. 나에게 지지 않으면서 더 탄력 있어 보였다. 아주 대놓고 유혹을 한다.

“어서 누워..”

“...응...”

재석이가 침대로 들어가고 이어서 들어갔다. 셋이 자기 위해서는 전부 모로 누워야 했다. 그래서 재석이 등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짜증이 났다. 이미 이모 때문에 엉망인 가슴이 울컥거렸다.

“재석아..이쪽을 보고 누워..”

“응? 알았어..”

“왜? 이쪽을 봐..”

“......흠...불편해서...그냥...똑바로 누울래...미안......”

차라리 그게 낫다. 재석이가 바로 누우니 내가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웠지만 마음은 편해졌다. 그리고 떨어지지 않기 위해 재석이에게 바짝 붙고 손을 올려 가슴을 잡았다.

“부끄럽지도 않아? 속옷차람으로 안기네..”

“떨어질 거 같으니까 그렇지. 이 계집애야..”

“흥!”

“그럼..”

재석이가 팔을 돌려 내 목을 받쳐준다. 더 가깝게 밀착되면서 품 안으로 쏙 들어갔다. 훨씬 여유가 생기면서 아늑하다.

“나는?”

“자...”

꼭 같이 하고야 마는 연주가 재석이 반대쪽 팔을 베고 두 자매가 달라붙는 모양새를 만든다. 그리고 자기도 재석이 가슴위로 손을 올리고는 나도 차마 못하고 있는 행동을 했다. 자기야 말로 부끄럼도 모르고 더듬는 거였다. 연주가 한다면 나라고 못할 것 없다.

“불편하겠다..이거라도 풀러..”

연주는 재석이 셔츠의 단추를 끄르고는 그 안으로 손을 넣는다. 단추의 위치와 틈이 연주쪽을 향해 있다. 이런 자세로는 따라 하기 힘들었다.

“그게 뭐니? 차라리 벗어..우리도 벗었는데 남자가..”

남은 단추들을 다 풀러 버리고 셔츠를 벗겨냈다. 즐겨 입는 면티가 아니라 정장을 입기 위해 입은 얇은 런닝이 나왔다. 단단하고 울퉁불퉁한 것이 섹시했다. 남자보고 섹시하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다.

“그래..밑에도 벗어..불편하잖아..”

연주는 한술 너 떠서 바지까지 벗기려 한다. 경험도 없는 것이 한손으로 벗기려고 애쓴다 싶어 도왔다. 재석이는 양 팔이 우리에게 눌려 움직이지도 못하고 입만 붕어처럼 뻐금거렸다.

“허리 들어야지..”

“왜들 그래? 갑자기..”

“너 불편할까봐 그러지....”

“어서...누나 말 들어..”

“어머! 다리에 털 났네..”

“어디..정말..”

“그만들 자자..”

속옷차람으로 재석에게 안겨 있자니 심장이 요란스럽게 뛰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연주와 토닥거릴 때는 의식하지 못했다. 맨 살의 촉감과 따듯한 체온이 교류하면서 힘들었던 며칠이 위로받았다. 더 만져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그러나 하고 싶은 데로 할 만큼 얼굴이 두껍지는 않았다. 단지 동생으로만 여기고 있지 않아 그럴 수 없었다.

‘아빠...’

아빠는 돌아가셨는데 색을 탐하는 것 같아 죄스러웠다. 아빠를 생각하면 이래서는 안 되는데 내 안에서 스멀스멀 여자가 깨어났다. 연주가 점령하고 있는 가슴 대신 배를 어루만졌다. 정설인지는 모르지만 죽음을 느끼게 되면 강한 성충동을 일으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할아버지. 엄마. 아빠의 죽음이 나에게도 그런 충동을 주는 걸까?

‘.............’

새벽까지 잠들지 못했다.


--------


피곤했는데 깊이 잠들지 못했다. 잠자리가 바뀐 것도 이유일 수 있지만 양쪽에서 꼼지락거리는 누나들 때문에 움직이지 못해 불편했고 현주누나가 떨어질까 봐 신경 쓰였다. 계속되는 선잠에 몽롱한 상태로 있었다. 어렴풋이 밝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침이면 자연적으로 발기하곤 하는데 연주누나 쪽에서 머뭇거리면서 만진다. 누나가 일어났는지 잠결인지 알 수 없었다. 현주누나도 연주누나도 밤새 그랬다. 말릴 수도 없는 상태에서 완전히 일어나 팬티가 텐트를 쳤다. 그리고 누나 손이 그 사이로 들어와 똘똘이를 잡았다. 의식적인 행동이었고 깨어난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 현주누나는 일정한 속도로 숨을 쉬는 것으로 봐서 잠들어 있다. 그걸 확인하고 연주누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

‘그러지..마.’

눈을 뜨고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내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고도 누나의 손은 물러나지 않았다. 가볍게 주의를 줘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더 거침없이 만졌다. 현주누나가 언제 일어날지 몰라 내 심장이 두근거렸다. 현주누나를 향해 눈치를 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음...”

순간 똘똘이가 꽉 잡혔고. 부지불식 신음이 터졌다. 연주 누나의 손길이 애무로 바뀌고 있다. 누구에게 배우기라도 했는지 점점 정확하게 자극해 온다. 내 눈동자가 떨리고 있다는 것을 나도 알 수 있었다.

‘원죄구나..’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 먹어 그 벌을 대대손손 자손에게 이어지는 것처럼 내가 누나의 입술을 탐한 죄가 이어진 것이다.

‘음...’

작은 누나는 똘똘이를 흔들면서 동시에 겨드랑이 사이에 얼굴을 묻고 핥는다. 누나의 머리에서 자유로워진 팔은 밤새 눌려 있던 영향 때문에 피가 몰리면서 저렸다. 또 큰누나가 일어날까봐 여전히 움직이기 망설여졌다.

“쭙...”

그래도 큰누나를 깨워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입술이 봉쇄되었다. 내가 가르친 키스가 충분히 능숙해져서 돌아왔다. 입술이 빨리면서 하체에서 올라오는 쾌감에 벌어진 치아 사이로 혀가 밀려들었다. 한 마리 살아있는 인어처럼 자유롭게 유영한다.

이 상태로는 깨울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있을 수도 없었다. 만약 현주누나가 스스로 일어나 우리 모습을 본다면 큰일이었다. 지금까지 누나들이 질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은근히 즐긴 것은 사실이지만 누나들이 서로 싸우는 것도 싫었고 그녀들에게 상처주고 멀어질까봐 조심했다.

‘안 돼..그만...’

연주누나의 손놀림이 뛰어난 것은 아닌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참을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미친소가 제법 싸였다. 연주누나가 경험이 없다면 수습하지 못할 정도의 양이다. 더욱이 갈아입을 속옷도 없고 휴지나 수건도 없었다. 냄새도 그렇고 반드시 현주누나가 알아차릴 것이다.

“윽...”

연주 누나 혀를 물었다. 뭐든지 물어야 했다. 상당히 아팠는지 혀와 함께 얼굴이 물러나고 손놀림도 멈췄다. 겨우 안도의 숨이 나온다. 화가나 눈을 훑기는 누나에게 밑을 가리키며 눈치를 줬다.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역시 아무생각 없는 듯 하다.

‘터져...그게..나온다고..’

“아...”

똘똘이는 잔뜩 골이나 혼자 껄떡거리고 있다. 연주누나는 고개를 들고 그것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 마음이 어루만지는 손끝에까지 전해졌다. 연주누나는 나를 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눈으로 묻는다. 답답하다. 여기서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냥 멈춰야지.

‘그냥..두면 가라앉을 거야..’

끄덕 끄덕..

‘좀 더 자...현주누나 일어날 때까지..’

‘응..’

화장실이 가고 싶어 한번 발기한 똘똘이가 죽지 않았다. 여자냄새와 부드러운 살결. 연주누나의 순진한 속옷과 현주누나의 핑크색 레이스. 그리고 보이는 것도 아니고 가린 것도 아닌 여자도 뚤뚤이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래서 작아지지 못하고 있는 똘똘이를 연주누나가 다시 만진다. 어이도 없고 화도 나서 돌아봤다. 그러나 연주누나는 어느새 잠들어있었다.

‘그럼...’

반대로 돌아본 순간 현주누나가 얼른 눈을 감고 자는 척 했다. 손동작도 멈췄다. 마치 잠결인양 연기를 하는 것이 보였다.

‘이 여자들이 단체로 뭘 잘못 먹었나..오늘따라 왜 이래..’

너무 놀라고 황당해 이마에서 땀까지 나온다. 연주누나가 그러는 이유는 나 때문이라는 걸 알겠는데, 현주누나는 엄마 때부터 연주누나까지 오직 집안의 질서와 평화만을 생각하는 줄 알았다. 가끔 질투도 보이고 히스테리도 보였지만 어디까지나 누나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

조금씩 움직여 만지면서 계속 자는 척 하는 누나는 볼이 빨갰다. 속아주고 싶어도 그러기 어려운. 정말 뻔히 보이는 연극을 둘이 하고 있자니 웃기기까지 했다. 그나마도 화장실이 너무 급해지면서 더 이상 할 수가 없어 몸을 뒤척이며 누나들을 깨웠다. 현주누나는 은근히 손을 빼냈다. 중심에 있던 내가 움직이자 동시에 세 명이 일어나게 되었다.

“잘들 잤어? 나 화장실 좀...”

“응...”

“어서 갔다 와..”

한껏 발기된 똘똘이를 조준해 소변을 보는 것도 어렵다. 방광이 비워지면서 말랑해지는 감각을 느끼며 누나들을 생각했다. 마음속에 항아리를 잃어버렸을 때도 누나들을 향한 욕망만은 실현시킬 수 없었다. 나를 나로 만들어주는 마지막 끈이다. 그녀들을 여자로 만드는 순간 나도 잃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이제 항아리를 찾으니 가슴이 아프다. 나 같은 사람 말고 진실하고 성실한. 그러면서 진심으로 누나들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면서 나에게서 떠나갈 그녀들을 생각하니 얼굴도 모르는 매형들에게 질투가 피어난다.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욕망이 타올랐다.

‘.................’

누나들이 좀 못생겼다면 어땠을까? 엄마의 일을 격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엄마가 만약 보통의 아줌마처럼 배도 축 처지고 얼굴도 못생겼다면 과연 그런 관계가 되고, 또 유지되었을까? 다른 애들이 근친을 하지 않는 이유가 근친이 나쁜 일이어서일까 엄마나 누나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일까? 바꿔서 그들의 엄마나 누나가 섹시한 연예인 XXX 같이 생겼다고 해도 아무런 욕망을 느끼지 않을까?

‘참아!’

대신 대답하는 똘똘이를 때리면서 명령했다. 세월의 때로 조금씩 검어지는 녀석이 반항한다. 모가지를 잡고 조였다. 말을 듣지 않는다면 죽여버릴 생각이었다.

딸깍..

“.......뭐해?”

“..................”

연주누나가 노크도 없이 들어와 쳐다본다. 뭘 하고 있었는지 설명하기 어려웠다. 연주누나는 잠깐 멍청하게 있더니 알았다는 듯 웃고는 아직 물도 내리지 않은 좌변기에 앉았다. 누나의 얼굴 앞에 똘똘이 머리가 목이 조인 상태로 검붉어진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마저..해..난 신경 쓰지 말고...”

“....그런 거...아냐...”

“호호..괜찮아. 뭐 어때..누나가 해줘?”

이 여자 말보다 손이 먼저 닿았다. 정장 치마로 인해 보이지 않는 안쪽에서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무릎 위로 험하게 말린 팬티가 보였다. 10년 쯤 같이 산 부부처럼 내 앞에서 소변을 보고 있었다.

‘......누나만 아니면......’

연주누난 나를 유혹하는 것이 분명했다. 부끄러움이 얼굴에 그대로 보였다. 똘똘이 머리를 쓰다듬는 손이 떨렸다. 내 손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점령해 갔다. 아까의 움직임이 연결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정의 기운을 느꼈다.

‘.............’

“어머!”

참지도 않았고 사정도 알리지 않았다. 미친소 덩어리가 침처럼 뱉어져 누나 얼굴과 웃 위로 떨어졌다. 주의를 주지 않은 것은 내 마지막 경고였다. 누나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나를 자극한다면 결국 참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또 미친소의 냄새처럼 유쾌하지 못한 결말을 맞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이게...그거구나....”

연주누나는 그것의 냄새를 맡아보고 이어서 조금 핥아 먹었다. 무슨 맛인지 못느끼자 더 많이 먹었다.

“윽...비려...”

똘똘이 머리가 열리고 미친소가 쏘아져 나가는 것처럼 내 머리 뚜껑이 열리고 폭죽이 쏘아져 올라가 화려하게 불꽃놀이를 한다. 불꽃은 넓게 퍼지면서 참을 ‘인’자를 만들었다.


학교에 나가시 시작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일상에 복귀했다. 한 번씩 집에 들려 보곤 했는데 아파트인데도 불구하고 흉가처럼 느껴졌다. 경찰은 도둑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경찰이 무능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단순한 도둑은 아냐..’

어느 도둑이 돈도 안 되고 처분하기 힘든 살림살이까지 들고 갈까. 노력에 비해 얻는 것이 없다. 더욱이 벽지며 장판을 뜯어냈다는 것은 찾는 것이 있다는 의미고 찾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웃도 모르게 아파트 한 채 분량의 짐을 옮기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필요할까? 보통 이사 때도 5명이 이상이 몇 시간은 달려든다. 사다리차도 쓰지 않고 야밤에 조용히 옮겼다고 가정한다면 최소 10명은 있었을 것이다. 그 정도 인원이라면 조직이다.

‘아버지...’

우리 집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사람은 아버지가 모셨다는 어른과 그 추종자들뿐이었다. 더욱이 아버지가 죽은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아버지가 뭔가를 숨겼고...그들은 그걸 찾으려고 아버지를...’

아버지 죽음도 사고가 아닐지 모른다. 의혹은 커져만 갔다. 그러나 지금은 아버지 죽음에 대한 진상을 알아내는 것은 고사하고 당장 누나들과 나의 삶이 위협받고 있었다. 모든 것이 가정일 뿐이었다. 아버지가 숨긴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또 숨겼다고 해도 뭘 찾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더욱이 그나마 아버지 물건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이 반지를 빼고..’

아버지가 준 금반지. 가족들의 생일이 새겨져 있는 표면을 만져 봤다. 아버지는 남자인 우리가 가족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이제 유일한 남자인 내가 누나들을 지킬 때였다.

이런 상황에 나의 친어머니. 아줌마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아버지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고, 저번에 아버지를 찾아낸 것을 보면 능력도 있어 보였다. 하지만 찾아가서 도움을 부탁하기 어려웠다. 마음에 벽이 그것을 막았다.

“반장~ 교무실로 오래..”

가면마녀와 교감선생님. 그리고 어떤 남자가 같이 있었다. 처음 보는 그는 얼굴이 말상에 눈이 길고 가늘어 눈동자가 보이지 않았다. 정장에 깔끔하게 차려 입었지만 보이지 않는 눈동자로 인해 어딘지 속을 알 수 없는 음흉한 느낌을 줬다.

“서울지검 박명수 검사님이셔..”

“아..네..안녕하세요..”

“그래. 네가 재석이구나? 반갑다..”

“너의 집에 도둑이 들었다며? 왜 이야기 하지 않았니..박 검사님이 그 때문에 오셨데..”

“괜찮다면 같이 가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아..강제는 아니고..어디까지나 협조 차원에서..”

“...그러죠...”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내가 죄를 지은 것은 아니라 협조 못할 것도 없다. 또 그를 통해 자세한 사정을 알게 될지도 몰라 따라갔다. 그는 자기 사무실로 나를 데리고 갔다. 학교 안에서 간단하게 이야기 할 줄 알았는데 자세한 설명도 없이 여기까지 데리고 온 그에게 경계심이 생겼다. 그건 위험신호였고, 내 센서가 작동한 것이다.

‘.............’

간접경험이라고 한다. 책이나 영화를 통해 여러 상황을 경험해 볼 수 있고, 지식을 얻을 수도 있다. 지금 떠오른 영화는 ‘의뢰인’이다. 나처럼 미성년자 소년이 살인사건을 목격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검사가 위협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때 그 소년은 녹음기로 그 상황을 타개해 나갔다.

“저 화장실 좀...”

“김 수사관님..”

“네..나를 따라와라..”

지금 녹음기는 없다. 그러나 핸드폰에는 그런 기능이 있었다. 영화와 현실은 다를 수도 있고, 미국과 한국이 차이날 수도 있다. 검사의 말처럼 그냥 의례적인 간단한 일인데 내가 과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녹음을 선택했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마음이 든든해졌기 때문이다.

“도둑맞은 물품들 말인데...”

“네..”

“이게 전부야? 더 있지?”

“물론 더 있죠..내 팬티도 다 가져갔고..가보셨다면 아시겠지만 먼지까지 다 가져갔으니까요..”

“장난쳐! 그런 거 말고..너의 아버지 물품이 이게 다야?”

“..........아버지는 이혼하시고 나가시면서 대부분 가지고 가셨어요..그 외에 더 있었는지 그건 모르겠네요. 계속 큰일이 있었고..정신이 없어서요..지금은 도둑맞아 확인할 길도 없잖아요..”

“........”

“검사님은 도둑을 잡아 주려고 저를 부른 게 아닌가요?”

“.....그러니까..뭐가 없어졌는지 알아야 잡아 줄 거 아냐..”

“우리가 적은 품목만 해도 수십 개는 되는데요?”

“어린것이 어디서 꼬박꼬박 시비야. 대한민국 검사가 만만해 보여? 이 새끼..이거 겁 대가리가 없구먼..”

“.....제가 왜 겁먹어야 하는데요?”

짝~

“이제 왜 겁먹어야 하는지 알겠지? 너..여기 잃어버린 물건 1000개 적어놔..안 그러면 집에 못갈 줄 알아..알았어?”

“............”

“하여간 요즘 애새끼들은 발랑 까져가지고...어른 알기를 뭣같이 안다니까..시발..”

“검사면...사람을 함부로 잡아다가 때려도 돼요?”

“이게..진짜..열 받게 만드네..돼. 검사는 그래도 돼. 됐어? 꼬우면 네가 검사 하던가..”

“.............”

“잔말 말고...하나도 빠짐없이 다 적어..너의 아버지 때문에 물먹어서 열 받았으니까..괜히 좋은 사람 성질 건드리지 말고..”

우선은 나가야 했다. 줄만 쳐져 있는 종이 위에 대는 대로 칸을 채웠다.

‘아버지 줄무늬 팬티. 사간에 체크무늬 팬티. 삼각에 흰색 팬티....’

짝~

“아 이 새끼..말귀 존나게 못 알아듣네..너 공무집행 방해죄가 뭔지 알아? 당장 콩밥 먹여 줄까?”

“...............”

억울했다. 분했다. 그러나 무서웠다. 눈물이 나려는 것을 이를 악물고 참았다. 우리 세계에서는 우는 것은 지는 거였다. 그리고 우는 애는 얕잡아 보이게 된다.

딱딱한 나무 책상을 앞에 두고 한참을 적었다. 시계가 없는 방은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런 시간 속에서 갑자기 생각나는 것들도 있긴 했다. 도둑맞을 당시 그 물건들이 집에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몰랐지만 그냥 적었다.

생각하고 적고 생각하고 적는다. 나보다는 나를 지켜보는 그들에게 지루한 시간이다. 어느 순간부터 혼자 있게 되었다. 머릿속에는 오직 여기서 나가고 싶은 생각뿐이 없었다. 그러기 위한 1000개의 물품을 적었다.

‘....................’

300개 까지는 기억나는 대로 적을 수 있었지만 그 후부터는 떠오르는 대로 그것이 있는지 없는지 상관없이 그저 있었던 것 같은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는 것들을 적었다. 그나마 800개가 넘어서면서 적을 것이 없었다.

“뭐야? 아직도 다 못했어? 이 새끼 이거 돌대가리 아냐? 너의 아버지가 뭘 가지고 있었는지 그걸 몰라? 이래서 애새끼 키워도 쓸모가 없다니까...”

“...............”

“약속은 약속이니까. 1000개 못 채우면 집에 못 간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했다. 그 말 뜻 알지? 열심히 해..”

“..............”

“우리는 자장면이나 시켜 먹지? 아..오늘도 야근해야겠네..월급은 쥐꼬리만큼 주면서 일은 더럽게 시켜먹어요..”

박명수 검사는 자장면 곱빼기를 내 앞에서 다 먹는다.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먹는데 추하다는 생각보다는 맛있어 보였다. 내 배에서도 소리가 날 정도로 허기가 느껴졌다. 그가 먹던 거라도 한 젓가락 얻어먹고 싶다.

‘치사한 자식...먹는 거 가지고..’

종이 위에 도난당한 물품으로 자장면을 적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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