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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6:37 400회 0건
"할아버지 여기 앉으세요."

"고맙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지하철에 오르는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찾지못하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고 있는 나는

오늘도 모 회사에 이력서를 넣고 오는 중이였다. 특별히 성적이 좋은것도 아니였고,

별로 알려지지 않은 대학을 졸업한 이력을 가지고 취직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그래, 학생은 어디까지 가는가?"

"네, 약수동에서 내립니다."

"그렇군, 그곳이 집인가?"

"네"

자리에 앉은 할아버지가 이것저것 물어왔다.

"내가 짐이 무거워서 그러는데 압구정동에서 내려야하는데 내 가방을 들어다 줄수 없겠나?"

"네? .... 네 그러죠"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별다른 할일도 없고 집에 들어가긴 이른시간이고 해서 승락을 했다. 그런데 그것이

나에게 찾아온 행운이라는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후 압구정역에서 내려 할아버지 가방을 들고 할아버지를 따라갔다.

걸어서 10분정도 골목길로 들어가자 높은 담장에 집이 나오고 할아버지는 그집의 초인종을 누렸다.

나는 할아버지를 다시 쳐다보았다. 이정도의 집에 사시는 할아버지가 지하철을 타고 짐을 들고 다니는것이

이해가 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나는 또 한번 놀라고 있었다. 그야말로 영화나 티브이에서나 보았던 그런 집이였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집안으로 들어가서 또 한번 놀랐다. 그러면서 할아버지에게 묘한 배신감이 들기도 했다.

괜히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였다.

"다녀 오셨읍니까?"

"응, 별일 없었는가? 여기 수정과 좀 내 오게"

"네"

"뭘 그렇게 두리번거려 젊은 사람이 이리와서 앉게"

"네, 집이 너무 근사해서...한번도 이런집에 들어와 본적이 없어서요"

"그런가?"

너무도 고급스러운 쇼파라서 앉기에도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할아버지 맞은편에 앉자 화천댁이라고 불리던

아주머니가 수정과를 내 왔다.

"그래, 무슨일을 하고 있나?"

"네, 올해 대학을 졸업했는데 아직 취직을 못하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군.....잘하는 것은 있나?"

"특별히 잘할줄 아는것은 없구, 운동을 조금 합니다."

"그래 운동은 무슨 운동을 했나?"

"태권도와 검도를 했읍니다."

"그렇군"

"그래 부모님과 함께 사는가?"

"없읍니다."

"미안하구만, 모두 돌아가셨나?"

"아버지는 제가 태어나던 해에 병으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제가 3살때 집을 나가셨다고 하시더군요."

"음,,,,,,"

"괜히 아픈곳을 물었구만, 미안하네"

"아닙니다.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럼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작은 아버지집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니고 대학들어가면서 혼자서 살았읍니다."

"그렇군 젊은사람이 대단하구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 나이에 그렇게 대학까지 마쳤다면 대단한거라고 할수 있네 . 암 그렇고 말고"

나는 수정과 잔을 만지면서 어머니란 여자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쓴 웃음이 입가에 걸렸다.

머리를 흔들고 고개를 들자 할아버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자네 바둑 둘줄 아나?"

"대학때 배웠는데 잘은 못둡니다."

"그래? 그럼 나와 한수 해보지"

그러면서 바둑판을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바둑을 두었는데 3판을 둬서 모두 내가 이겼다.

이겼다기 보다 상대가 되는것 처럼 해 준것 뿐이였다. 나는 대학 2학년때 이미 1급정도 두는 실력이었다.

"이거 상대가 안되는구만, 잘뒀네"

"별말씀을요. 제가 잘 뒀읍니다."

그리고 얼마후 저녁상이 차려지고 한번도 본적이 없는 상차림이었다. 나는 성대한 만찬을 즐겼다.

"저녁은 잘 먹었는가?"

"네 너무 잘 먹었읍니다."

"그래, 다행이구만"

"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보겠읍니다."

"그래, 오늘 고마웠네."

"별말씀을요 제가 너무 잘 놀다 갑니다."

"그래, 그리고 내일 아침 별일없으면 일찍 집으로 오겠나?"

"별다른 일은 없지만....그렇게 하겠읍니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생각지도 않았던 경험이라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묘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찾아온 기회였고,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그때까지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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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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