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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04 841회 0건
여고생이 된 이후로 나는 한결 성숙한 몸매와 미모가 되어갔다. 그리고 의붓아버지와 문식오빠, 그리고 제과점아저씨에 대한 아픈 추억이 잊혀져갔다. 큰 키는 아니지만 아담하면서 통통한 살집이 오른 나의 외모는 학교친구들의 질시와 부러움을 샀었다. 긴 속눈썹과 깊게 팬 보조개를 보고 친구들은 수술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정도였었다.

연극반에서도 활동을 하던 나는 고등학교 졸업반이 되면서 배우가 되고 싶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고아원이나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받았다. 특히 졸업반이 되면서 담임을 맡은 정상우 선생님은 나를 무척 귀여워하였다. 큰 키에 건장한 체구를 지닌 담임선생님은 훤칠한 외모를 지녔었다. 학교 친구들에게도 담임선생님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조금은 나이가든 서른 살의 담임선생님은 총각은 아니었다. 결혼에 실패하여 혼자 자취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학교성적도 상위권인 나는 친구들과도 원만한 관계였다. 고아원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의 정이 그리웠기에 단체 활동에 솔선수범하였고, 담임선생님의 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왔다. 그래서인지 담임선생님이 나를 신임하였다. 그런데 나는 학생으로서가 아니라, 여자로서 선생님을 은근히 연모하였다.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고, 선생님의 총애를 받은 나는 반장이 되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담임선생님은 무척 바빴다. 며칠간 세미나에 다녀온 까닭에 담임선생님은 한 학기를 마무리 하면서 처리해야할 일들이 밀렸기 때문이었다.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방과 후에 교무실로 올 수 있냐고 물었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흔쾌히 승낙을 하였다. 다른 선생님들은 이미 처리한 일들이라 퇴근하였지만 나와 담임선생님은 늦도록 과제준비와 학적부 정리를 하였다. 분주하게 일을 마치고 끝난 시간은 밤이 늦어서였다. 한숨을 돌린 선생님이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더니 미소를 짓고 물었다.

“은미야! 고마워.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은미가 정말 귀엽고 예쁘다.”
“피 잇~ 선생님은......! 놀리지 마세요.”

선생님의 칭찬이 싫지 않았으나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 야성미 넘치는 선생님의 체격과 서구적인 이미지를 지닌 선생님의 모습은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내 삶에 있어서 처음으로 마음이 흔들렸던 남자였다. 나를 살피던 선생님이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고아원 생활이 힘들지는 않니?”
“괜찮아요........”
“........부모님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고?”
“네.......!”

선생님의 다정한 물음에 갑자기 지난 세월이 떠올랐다. 서럽고 외로운 생각에 눈물이 왈칵 솟았다. 선생님은 눈물이 맺힌 내 모습을 측은하게 바라보더니, 내 손을 붙잡고 어루만졌다. 선생님의 따스한 체온을 느낀 나는 더욱 서러워서 맺혔던 눈물이 뺨에 주르륵 흘러 내렸다. 나를 당겨서 가슴에 안은 선생님이 내 등을 토닥거렸다.

“미안하다. 아픈 상처를 건드려서.”
“.........!”

선생님의 품에 기대서 펑펑 울음이라도 쏟고 심정을 억제하고 선생님의 가슴에서 벗어났다. 선생님이 손을 뻗쳐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리고 습기어린 내 눈동자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나는 부끄러움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교무실을 나오자 선생님도 불을 끄고 뒤따라 나왔다.

교문을 나서면서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주었다. 집이 서울인 선생님은 둘째아들로 태어났고 선생님의 아버님도 교육자라고 하였다. 별빛이 아름다운 하늘을 바라보며 선생님과 길을 걷는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나는 문득 선생님이 초혼에 실패한 이유를 알고 싶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떤 분이셨어요?”
“누가......?”
“선생님 사모님이요.”

내 물음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던 선생님이 옛 추억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나야말로 공연한 질문을 했나 싶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선생님이 한숨을 들이켰다. 어디선가 슬픈 샹송 멜로디라도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선생님이 또박또박 말했다.

“음.......꽤 괜찮은 여자였지.”
“사랑하셨어요?”
“사랑!? 글쎄.......사랑 했으니까, 놓아주었지.”
“사랑했으니까, 놓아 주었다고요?”
“음.......”

사랑했으니 놓아 주었다는 선생님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더 이상 선생님의 아픔 기억을 묻고 싶지 않았고, 선생님도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았다. 발이 닿는 데로 걷다보니 어느덧 하숙집들이 있는 선생님의 숙소가 가까워진 것 같았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반 학생친구들과 나는 선생님의 숙소가 있는 지역을 알고 있었다. 선생님의 숙소는 학교에서 고아원으로 가는 중간에 있었다. 이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인사를 했다.

“선생님 안녕히 주무세요.”
“가려고?”
“네.”

선생님은 무슨 말인가 하려고 하는 것 같이 주춤거렸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서서 있는데 선생님이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공연히 서먹서먹하여 억지웃음을 띠는데 선생님이 말했다.

“다음 주 일요일에 내가 비번인데, 학교에 오지 않을래?”
“음....... 갈게요.”
“그리고........”

“네!?”
“늦었지만 고생했는데 차라도 끓여줄게 마시고 갈래?”
“........!?”

선생님의 물음에 망설였다. 늦은 시간이어서 고아원에서도 기다릴 테고, 선생님이지만 남자혼자 사는 방에 간다는 것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마음 한편으로는 남몰래 사랑을 느끼는 남자의 방을 보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선생님이 망설이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 팔을 잡아끌었다. 얼마든지 듣기 좋게 거절하고 뿌리칠 수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선생님에게 이끌려갔다.

선생님의 하숙방은 개인주택의 이층집에 있었다. 조금 긴장된 표정으로 선생님의 방에 들어섰다. 남자들이 혼자 사는 방은 특이한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섬세한 선생님의 성격 탓인지 깔끔하게 정리된 방에서는 남자의 로션에서 흐르는 냄새 같은 향내가 은은하게 풍겼다. 물론 그 향내 속에는 옅은 담배 냄새도 섞여 있었다.

나는 조그만 책상 앞 의자에 앉아 낯선 방안의 풍경을 음미했다.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선생님은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놓고 커피를 탔다. 나는 공연히 교복 스커트자락이 올라간 것은 아닌가하고 조심을 한다. 커피를 탄 선생님이 작은 원형탁자위에 잔을 올려놓고 자잘한 미소를 짓는다.

“이리 와서 앉아서 들어. 입맛에 맡는지 모르겠네.”
“고맙습니다.”

선생님과 작은 탁자를 마주하고 방바닥에 앉았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찻잔을 집어든 나는 빨리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한번 후후 불고는 한 모금을 급히 마셨다. 그리고 뜨거워서 얼굴이 벌게져 쩔쩔매다가 커피 잔을 엎질렀다. 마주보고 있던 선생님이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뭐가 그리 급해. 하하하.....!”
“.........!”

일어난 선생님이 걸레를 가지고 와서 엎질러진 커피를 닦는다. 스커트에 묻은 커피도 닦아내는 선생님을 얼굴을 붉히며 바라봤다. 커피를 닦아내고 일어나는 선생님과 시선이 마주쳤다. 왠지 자상하기보다는 이글거리는 눈빛이라고 느끼는 순간 선생님이 내 얼굴을 양손으로 보듬어 안았다. 나도 모르게 급하게 숨을 들이켰다.

“읍.......!”

선생님의 입술이 내 입술을 포개진 것이다. 나는 어쩔 바를 모르고 혼란스러웠다. 평소에 남자로 보이던 선생님이었고 처음으로 훈훈한 키스를 받은 것이었다. 나는 선생님을 밀치지도 못하고 손을 어디에 둘지 몰라서 허둥거렸다. 그러나 아늑하면서도 포근한 선생님의 가슴이 싫지 않았다.

선생님에게서 전달되어오는 체취에 몽롱하게 취할 것만 같았다. 눈을 감고 입술을 맡기고 있을 뿐이었다. 선생님의 입술에 마찰되는 입술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남자들에게 유린당하면서 느끼던 짜릿함이 되살아났다. 어쩔 바를 모르던 팔이 선생님의 목덜미를 감쌌다.

선생님의 혀가 입술을 헤집고 벌리더니 내 혀를 강하게 빨아 당긴다. 분위기와 짝사랑하던 선생님이어서인지 몸속에서 감각의 불씨가 살아 올랐다. 온 몸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아찔함을 느꼈다. 고아원 원장님의 성난 얼굴이 떠올랐다. 더 이상 지체하면 나 자신도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선생님을 밀치고 일어나서 눈을 흘겼다.

“피 잇~! 못 됐어요........!”
“........!?”

겸연쩍은 미소로 바라보는 선생님이 다시 나를 껴안을 것만 같았다. 어쩌면 그렇게 해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나는 가방을 집어 들고 혀를 삐죽 내밀어 보였다. 그리고 뒤돌아서서 선생님의 하숙방 문을 열고 나섰다. 등 뒤에서 흘러나오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층계를 뛰어 내려갔다.

“다음 주 일요일에 나올 거지?”
“.........!?”

선생님의 하숙집을 나와 부리나케 고아원으로 향했다.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는 원장님의 얼굴을 떠올렸다. 나의 예상은 틀림없었다. 기다리고 있던 원장님이 몹시 화가 난 표정으로 다 큰 처녀가 밤늦게 다닌다고 꾸지람을 했다. 호된 꾸지람을 들으면서도 선생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방학이 시작되고 내 머릿속에는 온통 선생님 생각으로 가득했다. 고아원에서는 내가 제일 나이 많은 측에 들었다. 대부분 어린 나이로 고아원에 들어와 해외든지 다른 집의 입양되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에게도 입양되어 갈 기회는 있었다. 자식이 없는 노부부가 나를 보고 예쁘고 귀엽다면서 입양을 원했었다. 그러나 다른 아이보다 늦은 나이에 고아원에 들어온 나는 의붓아버지를 떠올리며 싫다고 완강히 거절했다.

며칠간 밥도 굶으며 우는 모습을 보고 결국은 입양을 원하던 사람도 포기하였다. 고아원측에서도 더 이상 나에게 입양을 권하지 않았지만 입장이 난처해졌다. 고아원 재정상 고아원생들을 나이 들도록 보살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원장님은 재정낭비를 아끼는 차원에서 나에게 보모 노릇을 하라고 권유했다. 나는 어린 원아동생들을 보살피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었다.

방학 동안에도 나의 생활이 더욱 바빴다. 어느 때는 어린 동생들은 보모를 찾기보다는 누나와 언니 같은 나를 찾았다. 씻기고 먹이고 세탁 일을 돕지만 나는 즐거웠다.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반 여름방학만은 다른 때와 달랐다. 막막하지만 어떻게 하든지 대학에 가기위해 공부도 해야 하고, 언젠가는 고아원에서 자립해 나가야하는 심적 부담을 안고 미래의 핑크색 꿈을 꾸기 때문이었다.

더욱이나 담임선생님에 대한 풋풋한 사랑은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일을 하다가도 선생님의 체취가 남아 있는 것 같아 넋을 잃고 있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행복하고 꿈많은 시간들이었다. 담임선생님과 약속한 일요일 주말이 다가왔다. 주말이면 참석하는 교회도 미리 새벽예배에 참석하고 원아 동생들을 보살피다가 학교로 갔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교무실 창가에서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담임선생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교무실 안에는 다른 선생님 모습만 보였다. 나를 예쁘다고 하던 수학 담당 여자 선생님이었는데 처녀였다. 사실인지 모르지만 담임선생님과 연애중이라고 소문이 난 선생님이었다. 서성이고 있는데 선생님이 교무실 문을 열고 나서다가 나에게 물었다.

“너 은미 아니냐! 방학 중에 웬일이냐?”
“저....... 저희 담임선생님이 비번 아니신가요?”
“아~! 어쩌나. 내가 지난 월요일에 일이 있어서 바꿔서 근무 했거든.”

“그러면 서울 집에서 안내려 오셨겠네요?”
“글쎄, 잘 모르겠어. 무슨 일이냐?”
“그냥요. 뭘 도와달라고 하셔서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속마음이 보이는 것 같아서 얼굴이 확확 달아올랐었다. 꾸벅 인사를 하고 쏜살같이 학교를 빠져 나왔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기다렸기에 실망스러워서 마음이 쓸쓸하고 허전했다. 무심코 걷는 발걸음이 담임선생님 하숙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층 방을 올려다보니 왠지 선생님이 있을 것만 같았다.

부리나케 층계를 뛰어 올라 선생님의 하숙방 문 앞에 다가선 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혹시 방안에 선생님이 있으면 어떤 모습으로 대해야 할런지 대책이 서지 않았다. 공연히 블라우스 교복 단추를 어루만지며 옷매무새를 고쳐 입었다. 방문을 똑똑 노크하였다. 그러나 방안에서는 기척도 없었다.

다시 한 번 노크를 하는데 방안에서 무슨 소리인가 들리는 것 같았다. 문이 열리고 잠을 자다가 나왔는지 턱수염도 깍지 않은 선생님의 부스스한 얼굴이 나타났다. 러닝셔츠와 추리닝 차림의 선생님 모습을 보고 반가워서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아서 소리 질렀다.

“선생님!”
“어! 은미....... 웬일이냐?”

선생님이 야속하기만 하였다. 내 마음을 모르는지 분명히 약속을 해놓고 의아스럽게 물어 보는 것이었다. 나는 눈을 하얗게 흘기며 선생님을 쳐다봤다. 선생님은 잠이 덜 깬 눈빛으로 쳐다보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뽀로통하게 입술을 내밀면서 쫑알거렸다.

“선생님이 오늘 비번이라면서 학교로 오라고 했잖아요?”
“아! 맞아. 미안해. 내가 깜박 잊었어. 하여튼 들어와.”

뽀로통한 표정으로 어깨를 토닥거리는 선생님에 이끌려서 방으로 들어갔다. 늦게까지 잠을 잤는지 일어난 모습 그대로 침대 위는 헝클어져 있었고 식사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책상 앞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또 다시 선생님을 향해 곱게 눈을 흘겼다. 선생님은 미안한 표정을 하고 머리를 긁적거렸다. 막상 선생님을 만났으나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선생님을 위하여 무엇인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생님 식사도 안 하셨지요?”
“응. 어제 밤에 친구와 술 한 잔 하느라고.......잠간만.”

선생님의 표정이 마치 철없는 소년 같았다. 환한 미소로 바라보면서 세면장으로 들어가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다가 의자에서 일어섰다. 방 한구석에 놓인 싱크대 앞으로 다가섰다. 싱크대위의 작은 진열장을 열어보니 쌀도 없었고 라면이 보였다.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를 올려놓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세면장에서는 들리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물이 끓기 시작한 냄비에 라면을 넣고 돌아서는데 세면장에서 선생님이 비누냄새를 풍기며 나오다가 나를 바라봤다.

“뭐하려고?”
“라면 끓이는데 괜찮으세요?”
“좋지! 고마워.”

선생님은 감고 나온 머리를 말리고 나는 작은 원형탁자를 펼쳐 식사준비를 했다. 약속을 잊은 것이 서운했지만, 사랑하는 선생님을 위해 무엇인가 한다는 자체가 즐겁다. 김치와 빈 접시를 놓은 탁자 가운데에 라면이 끓고 있는 냄비를 올려놓았다. 스킨로션을 손바닥에 문질러 바르는 선생님에게 말했다.

“맛있는지 모르지만 드세요.”
“흠~! 냄새가 좋은 걸. 은미도 들지 그래?”
“저는 아침 늦게 먹어서 조금만 먹을 게요.”

나는 선생님과 마주 앉아서 수저를 들었다. 냄비 안에서 라면을 조금 접시에 덜어 젓가락질을 했다. 왠지 신혼살림이 어떤 것인가 하는 상상을 했다. 작고 볼 품 없는 하숙방이지만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마음을 설레게 했다. 식사를 마치고 탁자의 그릇들을 싱크대 설거지통에 넣었다. 보고 있던 선생님이 뒤로 다가서며 손을 내밀었다.

“내가 할 게 쉬어.”
“괜찮아요. 금방 하는 걸요.”

등 뒤로 다가선 선생님에게서 남자의 훈훈한 체취와 아직도 비누냄새가 흘렀다. 그래서인지 다가 서있는 선생님이 거북스러웠다. 그렇다고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하는 것도 어색하였다. 부지런히 설거지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거의 설거지를 마쳐가는데 들여다보고 있던 선생님이 즐겁다는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은미가 일도 잘하고, 엉덩이도 예쁘네.”
“선생님~!”

선생님의 짓궂은 말을 듣고 뒤돌아서서 발을 동동 구르며 눈을 흘겼다. 선생님은 나를 놀리는 것이 재미있는지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엉덩이가 예쁘다는 말은 나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고무장갑을 벗어던지고 세면장 안으로 들어가 소리가 나도록 문을 닫았다. 선생님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에게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수도꼭지를 틀어 입 안을 걸러내고 다시 손을 씻었다.

내가 세면장에서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선생님이 들어갔다. 아마도 양치질을 하는 모양이었다. 책상위에 놓인 앨범이 눈에 들어왔다. 앨범 표지를 넘겨보니 우리 학교가 아닌 여학생들과 찍은 단체 사진이 나왔다. 좀 더 젊었던 시절의 사진인지 미소를 품은 선생님의 모습이 더욱 싱그러워 보였다. 다시 한 장을 넘기려는데 세면장에서 나온 선생님이 앨범을 보고 있는 나에게 말했다.

“내가 재미있는 사진 보여줄까?”
“네!”

보고 있던 앨범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싱긋이 미소를 흘린 선생님이 침대를 밟고 올라가더니 선반위에서 앨범 한권을 꺼낸다. 침대에 걸터앉은 선생님이 앨범을 펴들었다. 앨범을 보고 싶은 마음에 얼른 선생님 옆으로 가서 침대에 걸터앉았다.

펼쳐진 앨범 안에는 선생님이 대학시절의 사진인 것 같았다. 대학교 건물이 보이고 친구들과 어울려 농구를 하는 모습들이었다. 한 장을 넘기니 어느 공원인가에서 캠퍼스 친구들과 찍은 사진들이 보였다. 그중에는 여자 친구들도 보였는데 선생님이 여자의 어깨를 껴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생전 처음으로 질투를 느낀 나는 선생님의 팔을 툭 치며 눈을 흘겼다.

“선생님 바람둥이였었나 봐요!?”
“하하하! 바보. 그냥 동아리 친구들이야.”
“표정을 보니까 그런 사이가 아닌 거 같은데요. 뭘 변명하세요?”

공연히 화가 나서 보고 있던 앨범을 밀어 버렸다. 의도적인 행동은 아니었지만 선생님의 무릎에 얹혔던 앨범이 바닥에 떨어졌다. 선생님은 내가 하는 행동이 맹랑하다고 생각했는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빤히 바라보던 선생님이 나에게 다가와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눈을 부라렸다.

“쪼그만 게 심술부릴 거야.”
“호호~! 하지 마요.”
“하하하......!”

손가락으로 건드리는 옆구리가 간지러워서 몸을 틀며 웃었다. 그리고 선생님의 옆구리를 손으로 긁어 간지럽게 했다. 선생님도 지지 않고 내 옆구리를 간지럽게 했다. 선생님과 나는 서로를 간지럽게 하며 침대 위를 뒹굴었다. 침대위에서 벗어난 나는 양쪽 허리에 손을 집고 버티고 서서 선생님을 흘겨보았다. 친구들과 노는 것처럼 재미있으면서도 눈을 흘기며 쫑알거렸다.

“못 됐어요! 집에 갈 거예요.......”
“하하~! 은미가 심술을 부려놓고.........”

말은 그랬으나 실상은 여자와 찍은 사진이 있기에 다른 사진들이 궁금했다. 뽀로통하게 입술을 내민 나는 퉁퉁거리는 발걸음으로 침대로 가서 걸터앉아 앨범을 집어 들었다. 펼쳐든 앨범 사진은 선생님이 등산복 차림으로 산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들이었다. 그중에 한 장은 친구를 붙잡고 장난치는 모습이었다. 그 사진의 선생님 표정이 너무 우스꽝스러워 뒤로 벌렁 누우며 깔깔거렸다.

“호호~! 선생님 모습이 개구쟁이 같아. 호호호.........”
“하하~! 그게 뭘 그렇게 우스워?”
“선생님은 안 웃겨요!? 미치겠어, 호호호........!”

침대위에 벌렁 누운 나를 멀거니 내려다보던 선생님의 눈빛이 반짝 거린다. 선생님의 시선이 나의 하복부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내려다보니 스커트가 치켜 올라가 허벅지가 들어나 있었다. 나는 놀라서 황급히 스커트를 끌어내리며 일어났다.

그런데 일어나려는 순간 선생님이 내 어깨를 누르고 빤히 내려다 봤다. 가까이 다가오는 선생님 얼굴을 마주하려니 갑자기 가슴의 박동소리가 높아지고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일어나려고 선생님 가슴을 밀치려 하였다.

“선생님.......!”

하지만 내목소리는 입 안으로 스며들어가버렸다. 선생님의 입술이 내 입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교무실에서의 첫입맞춤과 다르게 농도 깊은 키스였다. 입술이 빨리고 선생님의 혀가 귀밑을 스치며 습한 열기를 뿜어냈다. 아늑하고 짜릿한 기분이 구름 위를 떠도는 것 같았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달콤한 키스였다. 시간이 갈수록 내 몸은 달아올라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 같았다.

“선........생님......!”
“넌 참 귀엽고 예뻐......”

속삭이는 선생님의 목소리는 나의 감성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내 팔이 선생님의 목을 껴안았다. 내 혀가 선생님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내 몸속의 혼이 모두 빨려 나가는 느낌이었다. 동화 속의 주인공처럼 귀공자의 가슴에 안긴 황홀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입술과 혀가 흡입되어 애무당하고 습한 열기에 휩싸여 몽롱한 기분에 휩싸였다. 브래지어를 밀어 올리고 들어온 선생님의 손길이 젖가슴을 보듬어 안는 촉감을 느끼고 나서야 교복 블라우스가 벗겨진 것을 알았다. 젖가슴을 더듬는 선생님의 손을 뿌리치려고 부여잡았다.

“서....... 선생님, 안돼요.”
“은미는 아름다운 여자야.”

나를 여자로 느끼고 아름답다고 하는 선생님의 말에 맥이 풀렸다. 이제 피어나는 순정으로 사랑을 느끼는 남자의 말이었다. 외로움 속에 자라난 나에게는 마약보다도 진한 유혹이었다. 혀를 흡입하여 습한 열기로 애무하던 선생님의 혀가 나의 입술을 헤집었다.

뭉클하고 입속으로 들어오는 선생님의 혀끝이 감각의 돌기들을 일으켜 세웠다. 나는 진한 남자의 향기에 마취 될 것만 같았다. 스커트 호크가 툭 소리를 내며 풀려났다. 선생님의 손길에 의해 스커트가 스르르 발밑으로 벗겨지는 것을 느꼈다. 허벅지를 스치고 올라오는 손을 붙잡고 다급하게 거부했다.

“시, 싫어요!”
“은미를 사랑하고 싶어!”

거칠어진 선생님의 목소리가 달콤하게 귓가에 메아리쳤다. 나를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려고 아픈 추억을 겪어야 했던 것만 같았다. 누구에게인가 진정 나를 사랑한다는 말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외로웠던 시간들의 외로움이 한꺼번에 씻겨나가는 기분이었다. 나를 끌어안고 호흡이 거칠어지는 선생님이 다시 속삭였다.

“은미는.......! 내가 사랑하고 싶은 여자야.”
“........!”

그 목소리는 내 마음과 몸을 황홀하게 하는 유혹이었다. 눈을 뜨고 선생님을 올려다보았다. 내려다보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광채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정말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남자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부끄러움을 느꼈다. 시선을 마주할 수 없어 고개를 외면하였다.

지난 세월동안 남자들에 의해 아팠던 상처 흔적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에 순백의 여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의 손길이 나의 등 뒤로 돌아가 브래지어 호크를 풀어냈다. 브래지어와 팬티를 벗겨 발가벗은 알몸으로 만든 선생님은 불꽃이 튀는 눈빛으로 내려다 봤다.

“은미는 귀엽고 예쁘지만....... 몸도 정말 요정 같아.......”
“선생님.........!”

남자에게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는 순간이지만, 남자에게 사랑을 받아 보지는 못했었다. 선생님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라고 생각했다. 내려다보던 선생님이 자신의 옷을 벗는 모습을 보고 부끄러움에 침대모포를 잡아 알몸을 가렸다. 팬티까지 벗은 선생님의 하복부에는 정말 우람한 페니스가 발기되어 있었다.

그러나 의붓아버지나 제과점 아저씨같이 흉물스럽지 않고 우람한 조각품 같았다. 얼굴을 붉히며 모포를 당겨 얼굴까지 뒤집어썼다. 모포를 들치고 알몸이 된 선생님이 들어왔다. 매끈한 피부와 피부가 잇닿아 아늑함을 느꼈다. 내 몸 위에 체중을 실은 선생님이 다시 달콤한 키스를 했다. 선생님의 사랑을 느껴서인지 내 머릿속에는 몽롱한 안개가 피어올랐다.

선생님은 성급하게 나를 사랑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 내 몸 안의 감각의 돌기들을 일으켜 세웠다. 농도 깊은 키스에 이어 선생님의 혀가 입술을 헤집고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입속으로 들어온 혀를 선생님처럼 빨아 당기며 바르르 떨었다. 혀와 혀가 엉키고 선생님은 갈증을 느끼는 사슴처럼 내 입속의 수액을 빨아 마셨다. 그리고 나는 묘한 쾌감에 숨을 들이켰다.

“읍~! 아 으.”

젖가슴을 더듬던 선생님이 내 젖가슴을 혀로 핥았다. 젖가슴을 둥글게 때로는 아래위로 스치고 다니며 타액으로 적시던 선생님이 젖꼭지를 혀끝으로 마찰을 일으켰다. 젖가슴의 신경들이 곤두서는 예민한 감각에 빠져들었다. 젖꼭지가 선생님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 목구멍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려는 신음을 참았다. 그리고 선생님의 손길이 음부를 스치는 것을 느끼고 허벅지를 조이며 무의식적으로 내뱉었다.

“아, 거긴 안돼요. 싫어요.”
“널 사랑하는 거야........”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는 나를 다시 마취시켰다. 선생님은 적극적으로 내 몸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한쪽 젖꼭지를 입속으로 빨아 당기며 다른 쪽 젖꼭지를 돌돌 말아 마찰을 시켰다. 그리고 음부를 더듬는 손바닥에서 뜨거운 열기가 전해지고 음순과 음모가 돋아난 둔덕 사이를 오고가며 쓰다듬었다. 음부를 쓰다듬는 손바닥이 클리토리스를 건들이고 다닐 때마다 나는 흠칫 흠칫 놀라서 꿈틀거렸다. 골목을 지나는 두부장사 외침이 멀어지고 방안에는 거칠어지는 숨소리만이 흘렀다.

“으.......항........”
“하.......”

양쪽 젖가슴이 애무를 당하고 마찰을 받은 음부의 숨겨진 성감대들이 반란을 일으켜 나는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선생님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흘러나오는 신음을 참으려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뜨겁게 달아오르는 쾌감은 감당할 도리가 없어 고개를 저었다.-----------[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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