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 뚜벅...

의사의 말을 듣고 다시 나에게 다가오는 그녀... 온몸에 힘이 없어 보였다. 매우...

"뭐래?"

"술 좀 그만마셔. 몸도 안좋은디 술을 많이 마셔서 빈혈증상이 있데."

"얼마나 마셨다고."

"아무튼, 이제 술 안된다."

"뭐야.. 젠장..."

애써 어두운 얼굴을 감추려 하는 모습이 언지지 보였지만 내가 아파서 병원에 온걸 걱정해 준다는 생각에

고맙고 감사했다.

오전은 병원에서 꼼짝도 못하게 하더니 오후 늦게서야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하였다.

"병원에서 이렇게 오래 있으면 나는 진짜 환자가 된 기분이야."

"앞으로 절대 술 마시면 안되고 담배도 줄여. 알았지?"

"마누라 같네."

그녀는 이따 저녁 장사를 위해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녀가 갈 수 있도록 택시 타는 곳까지 배웅해 주었다.

그녀가 택시에 타고 나는 문을 닫아주면서 말을 했다.

"이따 저녁에 가게로 들릴까?"

사실... 정말 오늘 밤 한번 더 가고싶었다.

"아니야. 오늘은 VIP손님들 온다고 해서 예약 잡혀 있어. 와도 나 보기 힘들어."

그렇지.. 진아는 술집여자였지...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응... 고생하겠네."

"피곤하네. 나먼저 갈께."

쿵.

차문이 닫히고 택시는 멀리 떠나갔다. 아참! 한가지 잊은 말이 있었다.

하루 종일 나를 위해 옆에 있어준 진아가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 감사의 말 한마디 못하고 보낸게 내심

걸렸다. 이따 저녁에 시간되면 한번 들려야 겠다고 생각됐다.

내 호주머니에 손을 넣자 전원이 꺼진 핸드폰이 느껴졌다. 아뿔싸 하는 마음에 전화를 꺼내 전원을 켰다.

갑자기 쏟아지듯 울려퍼지는 문자 알림 소리... 들..... 삐리리리~

문자가 10통은 넘게 도착해 있었다. 하나 하나 확인을 해보았다.

<작가님, 미술관이에요. 연락바랍니다.>

<바쁘세요?>

<초고속 인터넷, 오늘 신규/변경접수시 현금 10만원 즉시지급>

<미술관입니다. 늦으신가요? 연락바랍니다.>

<호출바랍니다. 0117487XXXX>

<도현씨.. 연락바랍니다. 정인.>

<무슨일 있어요? 연락 좀 해주세요. 정인.>

등등의 문자가 확인됐다.

미술관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우선적으로 들었다. 순간 아까 의사가 한말이 기억 났다.

""한동안은 절대 안정이 필요하고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다음주에 병원에 한번 더 오세요.""

아... 의사가 한말을 기억했지만 지금 당장 눈 앞에 펼쳐질 개인전이 우선적으로 걱정이되어 불이나케

택시를 타고 미술관으로 향했다.

미술관 현관을 힘차게 달려 전시실로 달렸다.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

"내가 없는데 누가 이렇게 오래 전시실에 있지? 콘티도 없어서 일하지 못할껀데..."

유리문 밖에서 안을 쳐다 보았다. 누군가 내 작품을 열심히 나르고 있었다.

"정.. 인씨..."

혼자 그 무거운 액자를 끙끙되면서 나르는 정인씨의 뒷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예전 정인씨의 모습

처럼.... 너무 후광이 아름답게 비추었다.

스르륵....

문을 열고 전시실로 들어서자 누군가 들어왔다는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는 그녀... 그리고 그런 그녀 뒤에

서 있는 나....

"작가님..."

"미안해요. 힘들었죠?"

"작가님, 연락을 그렇게 드렸는데 어떻게 연락 한번 안하세요?"

"죽어도 할말이 없네요. 일이 좀 생겨서.... 죄송합니다."

"복수하시는 거에요?"

"네?"

그녀의 말에 가시가 있었고 또한 우려가 있었다.

"전 예전의 제 행동에 대해 복수하시는 줄 알았어요."

"................."

그렇군... 연락도 안되고 떠난 그녀에게 내가 복수하는 듯하게 보였나 보군...

"미안해요. 그런건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를 이용하실려면 얼마든지 하세요. 화가 풀리신다면..."

고개를 숙이고 나는 그녀의 말에 약간의 화가 솟아나고 있었다. 자기를 이용하라니....

"이용이라뇨? 어떻게 그런말을..."

"이 작품들 어디다가 둘까요? 정성이 담긴 것들인데..."

그녀가 작품을 들고 내 옆을 지나가려 하자 나는 지나가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 아주 힘차게...

"말해봐요."

"어머, 왜 이러세요?"

"다시 한번 말해봐요."

나는 극도로 흥분해 있었다. 분노와 화로....

"뭘... 뭘요?"

그녀가 당황했나보다. 말을 더듬고... 두눈이 커졌으니까..

"말해봐요!"

내 목소리가 커졌다. 그녀에게 꼭 듣고 싶은 말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감을 못잡는 눈치 였다.

"정작가님....."

"작가! 작가! 작가! 아!"

나는 소리를 지르며 옆에 기대어 놓은 내 작품 중 하나를 집어 바닥에 내팽겨 쳤다.

쾅!

놀랐는지 그녀는 한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며 흥분해 있는 나를 쳐다봤다.

"왜 그랬어요?!"

"네?"

나도 모르게 가슴속 깊이 있던 말을 하고 말았다. 물어보지마... 멍청아!

"그렇게 떠나서 행복했어? 난 지난 7년동안 당신 생각에 머리가 아팠는데... 왜? 왜 다시 나타난거지?"

"................."

"나를 봐."

나는 그녀의 어깨에 내 손을 집고 힘차게 벽에 그녀를 밀쳤다.

"아.. 아파요."

"말해!"

"날... 못잊었어요?"

가슴에 구멍이 뚤릴꺼 같았다. 못잊었냐는 질문이 왜 이렇게 시퍼런 멍이 들정도로 아팠던 건지...

"저라는 사람을 못잊은건가요? 아니면 그날 하룻밤을 못잊은 건가요?"

"................"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육체나 ?는 사람은 아닐테고.. 내 몸뚱아리에 미쳐사는 사람들, 몇몇 봤지만 그런것 때문에 이런거면..."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런거라면..."

그녀가 말을 끝내고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내 양 손을 치웠다. 그리고는 자신의 등뒤로 손을 돌렸다.

찌이이익....

그녀가 입고 있던 원피스의 자크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