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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선을 넘은 것은 누나 쪽이었다 - 2부3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3:07 671회 0건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집의 인테리어는 꽤나 깔끔했다. 나뭇결 느낌이 나는 갈색 장판이나, 푸른색과 갈색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벽지. 거실로 들어가니, 소파, 책꽂이, 장식장, 시계 들이 보였다. 화려해 보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단순하지도 않은 가구의 디자인. 그러고 보니 가구도 갈색인 것이 색을 맞춘 것 같다. 거실은 베란다와 연결되어 있는데, 베란다에는 화분들이 놓여있다. 꽃이나 화초를 기르는 모양이다.

“혹시 꽃이나 화초 기르는 거 좋아해?”
“아니, 나는 안 좋아하고. 아빠랑 동생은 좋아해.”
“그렇구나.”

지은이네 아버지가 화초를 기르는 걸 좋아하는군.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지만, 격투기 체육관 관장이라는 것 때문에 우락부락한 근육 중년 남성이 이미지가 머리에 박혀있는데 화초를 기른다는 얘기를 들으니 별로 매치가 되지 않는다. 편견이지만, 식물을 가꾸거나 하는 것은 좀 더 섬세한 이미지가 있다.

“동생도 있었어?”
“응.”
“이름이 뭐야?”
“유은이.”
“여동생이구나.”
“응.”

여동생이 있었구나. 외동딸이라고 멋대로 생각해왔었다.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나이는 몇이야?”
“16살이야. 중학교 3학년.”
“너랑 닮았어?”
“난 잘 모르겠어. 맨날 보던 얼굴이라. 근데 주변에서는 닮았대.”
“너랑 닮았으면 이쁘겠다.”

지은이는 내 말에 기분이 좋은 듯이 웃어보였다. 좋은 표정이다. 지은이의 미소는 계속 바라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혹시 여기서 저녁 먹고 갈래?”

지은이가 말했다. 무심코 승낙하려다가 말았다. 누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따 집에 가서 누나랑 같이 먹어야 돼. 미안해.”
“괜찮아. 그럼 과자라도 먹을래?”
“응, 그럴게.”

지은이가 부엌으로 가서 준비를 시작했다. 나는 멍하니 서서 거실을 둘러보다가, 책꽂이 쪽으로 향했다. 책꽂이는 두 개가 있는데 위에서 천장까지 50cm 정도의 공간이 남는 높이다. 그래도 내 키에 비하면 20~30cm는 더 크다. 다양한 책이 있다. 다섯 칸으로 나뉘어 있는데, 오른쪽 책꽂이의 맨 위 칸은 화초라든지, 꽃에 관련된 책으로 채워져 있었다. 아마 지은이네 아버지가 보시는 책인 듯하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마케팅이나 경제학에 관련된 책이 놓여있었다. 그 외에도 책꽂이는 칸마다 주제에 따라 책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누가 정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공을 들인 것 같다.

책꽂이 정리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나도 책꽂이를 정리하는데 공을 들이기 때문이다.

“운하야, 오렌지 주스, 포도 주스, 우유 중에 뭐가 좋아?”
“우유.”

사실 난 우유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키 크는 데에는 주스보다는 우유가 더 나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내 키는 174cm로, 작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내 여자친구보다 키가 작은 것은 내 쪽에서 조금 걸린다. 사람의 키는 24살까지도 큰다고 한다. 지금 내가 19살이니까 5년 동안의 시간이 있다. 그리고 병원에서 검사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키가 커왔으니 아직 성장판이 닫히지 않았을 것이다.

지은이가 쟁반에 과자와 마실 것을 담아 가지고 왔다.

“아냐, 됐어.”

내가 쟁반을 받아들려는 것을 거절하고 거실 바닥에 앉았다. 나도 앉았다. 접시에 담긴 과자를 보니, 처음 보는 것이다. 쿠키인 것 같다. 초콜릿이 박힌 것, 땅콩이 박힌 것, 건포도가 박힌 쿠키가 있다.

“빵집에서 사온 거야?”
“유은이가 만든 거야. 빵이나 쿠키 만드는 게 취미거든.”
“아, 그래? 혹시 동생이 요리도 좋아해?”
“응.”

요리를 좋아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동생을 한번 만나보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동생이 중학생이면 이제 집에 오는 거 아니야?”

쿠키를 하나 집어 먹으며 말했다. 땅콩이 박힌 녀석. 맛있다. 나도 간식으로 쿠키를 만들어볼까. 누나에게 만들어주면 꽤 좋아할 것이다. 지금의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도 좋겠지.

“유은이 요즘 제빵학원 다녀. 거의 8, 9시 다 돼서 들어와.”
“그렇구나. 그쪽으로 나가고 싶대?”
“그건 아닐 걸.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것 같아.”

재미있어서, 라. 흥미가 있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집안이구나. 부럽다.

“저쪽이 안방이야?”
“응.”
“저쪽은 네 방?”
“응. 그리고 저쪽은 화장실. 저쪽은 동생 방.”

쿠키를 또 집었다. 초콜릿이 박힌 녀석으로. 나는 원래 단 것보다는 짠 것을 더 좋아해서 쿠키, 사탕 같은 것을 자주 먹는 편이 아니다. 근데 이 쿠키는 꽤나 맛있어서 손이 계속 간다. 동생이 소질이 있는 모양이다.

“맛있다.”
“그치. 요즘 계속 만들어오는데, 점점 맛있어져서 계속 먹게 돼. 먹으면 안 되는데.”
“왜?”

내 질문에 지은이 대답을 조금 머뭇했다.

“요즘 살이 조금 쪄서…….”

말끝을 흐린다.

“네가?”
“응…….”

누나도 그렇고 지은이도 그렇고 전혀 살이 찐 편이 아니다. 여자들은 몸무게의 미세한 변화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엔 전혀 살 안 쪘는데.”
“아니야. 요즘 유은이가 과자 같은 거 만들어오는 걸 맨날 먹다보니까 안 보이는 곳에 살이 붙었단 말야.”
“안 보이는 곳?”
“응.”
“어디?”
“말 못 해. 안 해.”
“그럼 억지로 확인해 볼 거야.”
“안 될 걸?”
“그럴 것 같긴 해.”

확실히 내가 지은이를 상대로 힘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이미 어제 한 번 힘으로 밀리기도 했고. 분명히 어제 봤을 땐 살이 쪘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몸매였다. 하지만 어제는 무척 흥분한 상태였기 때문에 미쳐 못 봤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번 확인해보고 싶다.

“정말로 힘으로 해보려고? 안 될 텐데.”

내가 혹시나 엎어뜨릴까 걱정돼 쟁반을 옆으로 치우는 것을 보고 지은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지은이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지은이가 경계한다. 내가 만약 테이크다운을 시도해봤자 격투기를 배운 지은이에게 먹힐 리가 없다. 하지만 나는 그런 오랜 시간에 걸쳐 수련을 쌓아야하는 기술을 쓸 생각이 없다.

“그렇게 확인해보고 싶어?”
“응.”
“그럼 날 쓰러뜨려봐.”
“그럴 거야.”

지은이도 나도 웃었다.

지은이에게 빠르게 달라붙었다. 허리를 껴안았다. 그리고 밀어붙이자 지은이가 바닥으로 쓰러진다. 쓰러진다기 보단 앉아있는 상태였으니 눕혔다는 표현이 더 알맞겠다. 여기서 끝났으면 분명 지은이가 금새 자리를 바꾸며 나를 바닥에 눕혔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윽, 꺄아아아악! 비겁해!”

아무리 몸을 단련해도 역시 간지럼에는 장사가 없는 것 같다. 지은이가 힘을 전혀 쓰지 못하고 나에게 제압 당했다.

“그렇다고, 윽, 내가 순순히 당할 것 같아?”

지은이가 간지럼을 참으며 나를 떨어뜨려 놓으려 했다. 굉장한 힘이다. 다시 몸을 긴장시키고는 지은이에게 더 딱 달라붙었다. 그리고 간지럼.

“꺄악! 그만해!”
“싫어.”

장난기가 발동했다. 어쩐지 좀 더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기권, 기권기권기권!”
“진짜?”

그 말에 간지럼을 풀었다. 처음의 목적은 잊어버리고 어느새 간지럼에만 집중했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조금 뒤로 물러서 바닥에 앉았다. 지은이도 몸을 일으켰다.

“내가 졌어.”
“내가 이겼다.”
“푸하하하!”
“킥킥, 하하하!”

지은이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웃었다. 잠시 후 웃음이 잦아들었다. 하지만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지은이와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지은이와 가까워졌다. 입술과 입술이 닿았다. 혀와 혀가 얽혔다. 잠시 후 지은이와 떨어졌다.

지은이가 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피하지 않았다. 다시 끈적이는 입맞춤. 혀와 혀가 닿는 느낌은 부드러워서 기분이 아주 좋다. 게다가 흥분감이 고조된다.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된다. 지은이 점점 다가와서 나에게 안겼다. 그리고 나를 눕힌다. 내가 움직이지 않자 지은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지은이의 움직임을 막고는 떨어뜨렸다. 지은이의 눈이 왜? 하고 묻는 것 같다.

“역시, 안 될 것 같아.”

지은이가 나를 조용히 쳐다보았다. 지은이가 어디선가 본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이런 눈을 자주 본 적이 있다. 불안함, 초조함이 담긴 눈이다. 그 이유는 다르더라도 이건 누나에게 자주 보이던 눈이다. 지은이가 무엇에 불안함을 느끼는지 알고 있다.

“괜찮아 지은아. 그렇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 넌 충분히 아름답고 매력적이니까.”

지은이가 조금 놀란 눈을 하더니 이내 미소를 짓는다. 그리곤 어느새 눈가에 맺혀있는 물기를 가볍게 닦아낸다.

“지금 그 말 닭살 돋았어.”

나도 이런 말 다시는 못할 것 같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조금 부끄러운 말이었지만, 지은이가 기분이 좋다고 하니 말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조금 닭살 돋고, 입 밖으로 나오기 힘든 말일 수록 효과는 강한 것 같다.

“그럼, 이제 집에 가볼게.”
“응.”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기지개를 폈다. 벌써 시간이 6시가 되었다. 누나가 와있을 것이다.

“아, 지은아 전화 좀 써도 될까?”
“응. 어디에 하려고?”
“집에다. 누나 이제 학교에서 돌아올 때가 됐는데 저녁 어떻게 할지 물어보려고.”
“그래.”

누나의 핸드폰 번호를 입력했다. 갑자기 번호가 기억나지 않아서 조금 고민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누나에게 전화를 하는 것은 꽤나 오랜만이다. 대체로 누나와 나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면 늘 집에서 함께 있고, 주말에는 하루 종일 함께 보내기 때문에 전화를 이용할 기회가 별로 없다. 그러고 보니 나 핸드폰을 사는 게 좋을까. 이제 여자 친구도 생겼는데. 최근엔 공짜폰이 많으니까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려면 누나에게 지은이 얘기를 해야겠지.

통화음이 1분 가까이 울렸지만 누나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혹시 집에 이미 도착해서 샤워하고 있나? 그래서 이번엔 집으로 전화를 했다. 하지만 받지 않는다.

“안 받아?”
“응. 혹시 보충수업이라도 하고 있나?”
“대학도 보충수업 같은 게 있어?”
“우리가 하는 거처럼은 아닌데, 교수가 어쩔 수 없이 수업을 제때에 못하면 보충을 하는 경우가 있나봐.”
“그렇구나. 나도 얼른 대학생이 되고 싶다.”
“어느 대학에 가고 싶어?”
“글쎄. 아직 생각 못 했어. 너는?”
“나도 아직은.”

지은이는 얼른 대학생이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나는 되고 싶지 않다. 쭈욱 이대로였으면 좋겠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는 어른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대학생이 된다는 것은 어른이 되야 할 시간이 점점 더 가까워 진다는 뜻이다.

“갈게.”
“응.”

지은이가 현관까지 마중 나왔다. 신발을 신고 전자식 도어락의 버튼을 눌렀다. 짧은 멜로디와 함께 문이 열린다. 우리 집 것과 회사도 다른 것 같은데 도어락이란 게 다들 비슷한 것 같다. 지은이가 따라 나온다.

“안 나와도 되는데.”
“나가고 싶어서.”

그렇게 말하며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짓는 지은이가 정말 이쁘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곧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 타자 지은이도 따라 탔다. 1층 버튼을 눌렀다. 그러다 주말에 데이트를 하기로 한 것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말에 데이트 어디로 가지? 놀이공원 같은 곳으로 갈까.”
“난 어디든 좋아.”
“그럼, 집에서 한번 찾아볼게.”
“나도 찾아볼게.”

나의 첫 여자 친구와의 첫 데이트다. 어째 첫 데이트보다 첫 키스라던가 첫 경험을 더 먼저 해버렸지만, 충분히 설렌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지은이가 따라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는 것을 막았다.

“괜찮아. 괜히 같이 내렸다가 엘리베이터 누가 사용하면 기다리기 싫잖아.”
“그래도.”
“볼 시간은 충분히 많으니까.”
“입구까지만 갈래.”

지은이의 고집을 더 이상 막지 않았다. 나도 말리긴 했지만 사실 입구까지 따라와 주면 기분이 좋다. 엘리베이터에서 아파트 입구까지는 별로 멀지 않았다. 열 몇 걸음 걸으면 도착하니까.

“그럼 갈게. 내일 봐.”
“응. 내일 봐.”

손을 흔들다가 걷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지은이와 눈이 마주쳤다. 자세를 바로하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지은이가 서있다. 이번엔 나도 모르게 웃었다. 지은이도 웃었다. 그렇게 몇 번 더 뒤를 돌아보다가 지은이와 눈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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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랜 그렇고 그런 장면을 넣으려고 했는데

제가 그걸 잘 못써서 쓰는데 오래걸리더군요

그래서 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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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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