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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 그리고 여자 - 5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3:34 1,206회 0건
따듯한 샤워기의 물로 알몸을 적시고 착잡한 자신의 마음을 적시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두 사람의 미묘한 순간 감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방울방울 샤워기의 물들은 바닥을 치며 시끄러웠다.
태식은 그 두꺼운 앨범 다음 장을 넘기지 않았다. 계야는 그 앨범 속에 사진들을 다 보라고 갖다 준 것이 아니었다. 그 한 장이면 충분했다. 태식은 어떤 감정의 정리도 하지 못한 채 첫 장만 펼쳐진 앨범을 들고 사진 한번 보다가 천정을 보고 또 사진 한 번 보다가 멍하니 저쪽 벽을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샤워를 마치고 계야는 알몸에 큰 수건을 두르고 거실로 나왔다. 감정의 변화 없이 담담하게
“많이 기다렸죠?”
그렇게 태연한 계야에게 태식도 자신의 속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태연하게
“계야 씨! 내 몰랐던 쌍둥이 자매가 있는가 봐.”
“아닌데요.”
“아니라고? 그럼 이 사진 속 사람은 누구입니까?”
“난 데요.”
태식은 아주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계야에게 그 순간 더 물을 말도 더 할 말도 없었다. 잠시 바닥을 내려보다가 소파에서 불쑥 일어났다. 샤워실에서 금방 나온 그 상태로 서 있는 계야 앞에 잠시 마주 서서 말없이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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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다보다가 인사도 없이 거실문을 열고 집을 나와버렸다. 그 길로 바로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태식의 머리 속은 딱 한 생각만이 온 머리를 차지하고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결혼 한 여자였구나. 계야가.”
태식은 이빨에 혀 물린 듯, 주택복권 1등 당첨 복권을 연탄불 속에 빠트린 듯 얄궂은 기분을 이기지 못하면서, 가게에 가서 소주 한 병을 사왔다. 글라스에 쿨쿨 부으니 반 병이 넘게 비워졌다. 단 숨에 들이켰다.
“결혼 했구나. 그러니 내 결혼하자는 요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인가?”
태식은 알듯하면서도 또 모를 것이 더 많았다. 첨이야 어찌되었던 현재는 계야가 자기를 사랑해 주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고 싶지가 않았다. 시 반 병 남은 소주를 마저 컵에 부어 마셨다.
매일 만나던 계야를 태식은 며칠 째 만나지 못했다. 만나지 못했다가 아니라 만나지 않았다. 자신이 만나자 연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며칠 보지 못하니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았고 그날 계야네 집에 갔을 때 더 사려깊게 자초지종을 들어봤어야 했는데 태식은 자신의 경솔함을 뉘우쳤다. 달랑 결혼 사진 한 장 보고는 그렇게 결혼하자 해 놓고선 가타부타 말없이 돌아서 버린 자신을 계야는 얼마나 속 좁다 했을 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실망했을까? 태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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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적절치 못 한 처신에 대해 후회하며 계야를 보고 싶어 미쳐갔다. 며칠 연락을 끊었다가 삼일을 넘기지 못했고 계야에게 밤 11시가 좀 넘어 전화를 걸었다. 전에도 계야 에게 전화할 땐 밤 늦은 시간에 하라 해서 항상 그렇게 했다.
“계야 씨! 낼 울 집으로 와 줄래요? 보고싶어서......"
태식은 약간은 망설이며 말을 이었고, 계야의 대답은 간단했다.
“예!”
계야에게 공중전화로 통화한 후 애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 볼과 귀를 얼구는 인적이 뜸해진 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에 잠겼다.
‘결혼 했으면 남편이 있나? 그럼, 남편이 있는데 나와 그렇게 놀 수 있나? 남편이 바람 났나? 그럼 이혼했나? 이혼녀? 아님 연극 속의 신부 역할? 내 골려 주려고?"
오만 가지 생각이 떠올랐으나 일단 낼 만나서 얘기해 보자 생각하며
“어~ 추워~”
방안으로 들어와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도 추운 건 마찬가지였다. 전에 계야와 한 이불 속에 안고 안겨 있었을 땐 추운 줄 몰랐는데 오늘은 왜 이리 추운지 모르겠다 생각했다.
다음날이 되고 계야가 찾아 왔다. 어제 통화 시 오늘 도착할 정확한 약속 시간을 정하지 못해 버스 정류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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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 나가지 못했다. 보통 때는 갔었는데. 태식은 좀 거북하고 쑥스럽고 미안한 맘에
“계야 씨! 어서 와. 보고 싶었어.”
계야는 웃어 보이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요새 춥지요. 어휴~ 방이 썰렁하네요.”
태식은 방으로 들어온 계야를 덥석 끌어 앉았다. 그리곤 둘은 아무 말이 없었다.
“앉아요.”
계야와 태식은 나란히 앉아 벽을 기대고 두 다리를 뻗어 이불 속으로 넣었다. 태식은 지난번 계야 집에서 그렇게 매몰차게 뒤쳐 나온 것이 미안한지 웬지 행동이 조금은 거북한 것 같이 보였다. 태식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이제야 계야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금껏 말 못한 사실들을.
“태식 씨! 전 태식 씨와 결혼할 수 없어요.”
"......"
“난 여상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에 중매로 결혼했어요.”
"......"
“결혼 사진은 모두 버렸는데 태식씨 본 그 사진 딱 한 장 남겨놨어요.”
태식은 지금껏 감추어둔 계야의 말에 숨을 죽였다. 중매로 결혼하고 결혼식 올리고, 신혼여행 갔다 와서 3 ~ 5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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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살림을 꾸렸다가 신랑의 옛 애인이 나타나 두 년 놈이 줄행랑 쳤다 했다. 그때까지 혼인신고도 하지 않아 이혼 절차는 필요 없었다 했다.
남자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가슴의 상처만 입고 결혼은 파경에 이르고 다시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산다 결심했다. 앞으로 혼자 살길을 마련코자 평소 피아노도 칠 줄 알고 하여 지금 다니는 유아교육과를 졸업하여 피아노 교습소 겸 조그마한 학원을 하며 살아가려고 늦게나마 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던 중 태식을 우연히 만났고 그 때가 공교롭게도 줄행랑 쳤던 신랑이 재결합하자며 부쩍 전화도 오고 심지어 집으로 찾아오기도 한 그때였다. 계야는 그 남자 꼴도 보기 싫은데다 못 살게 전화 오고 심지어 대문 앞 골목에서 서성대는 때가 많아 집에 들어가기가 무서웠는데 그 때 마침 태식을 만나 인간적으로 대해 주니 안심이 되고 일종의 은신처로 삼았다.
‘그건 결혼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지금 계야씨를 사랑하는데 아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태식은 이 한 마디를 계야에게 하지 못 했다. 아니 안 했다. 그 말은 하지 않고 태식은 눈물만 흘렸다. 그 말을 지금, 오늘 하지 않으면 지금부터, 오늘부터 헤어진다는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그날 서로가 시원스런 말을 주지도 받지도 못하고, 만나자 그만 만나자는 말도 없이, 자고 가라 붙잡지도 않은 채 태식은 그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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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계야를 차 타는데 까지 바래다 줬다.
한 여자에게 그렇게 사랑한다며 프러포즈 해놓고 그 여자가 한번 결혼했다는 흠 때문에 자기 말에 꼬리를 내려버리는 태식은 자신이 한 없이 속물이라 가슴치며 욕하고, 앞으로 헤어져야만 할 계야를 생각하며 밤새 눈물을 흘렸지만 , 끝내 ‘괜찮다. 결혼하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
태식은 계야를 또 그렇게 보내고 만나지 않은 채 며칠을 보냈다. 또 보고 싶어 3일을 못 넘기고 보고 싶다 만나달라 전화했다. 만나서 계야는 태식에게
“만나지 않고 참으면서 잊으세요. 도저히 못 참겠으면 전화해요. 언제든지 찾아올게요. 그러나 그 전화 거는 간격의 기간을 점점 넓히세요.”
“비록 지금은 헤어지지만 어느 여자와 결혼하여 한평생을 그 여자와 살더라도 결코 계야 씨는 잊지 않을 겁니다. 부디 잘 살아요.”
‘네가 그렇게 결혼하자 하고선 내가 이혼녀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렇게 태도가 변해버리느냐?" 며 계야는 태식을 힐책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헤어지고 태식은 그 해 2월 대구에서는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W산업에 입사하고 한 두 달 지나자 부랴 부랴 주위 사람들에게 연줄을 놓아 한 여자를 골라 결혼했다. 계야를 빨리 잊는 길은 결혼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태식은 결혼식 전날 밤 다시 계야를 만나 이별의 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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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를 허락받았다. 그 날의 이별의 장송곡이 그들의 끊어진 인연을 그대로 놔 두지 않고 그들의 인생을 따라가며 울려 퍼질 줄이야.
태식은 결혼하고 2년 정도 지났을까 계야에게 연락을 받고 만났다. 태식이 입사한 회사를 알고 있으니 회사로 전화걸어 이름대면 통화 안 될 턱은 없었다. 태식은 한 여자를 그렇게 버리고 다른 여자를 취한 죄책감에 계야를 보고 싶어도 차마 전화를 걸 수가 없었다. 반월당에서 중파 쪽 어느 커피샵에서 그들은 만났으나 서로가 서먹하였다. 태식은 지은 죄 때문에 입을 열지 못하고 하루도 지워지지 않았던 머리 속의 여자가 지금 앞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한 없이 좋았다. 커피샵 2층 창가에 마주 보고 앉아 말없이 커피 잔을 들었다 놨다 마시다 말다 침묵의 시간만 흘렀다. 고개 숙여 커피잔만 초점 없이 내려다보던 계야는 무엇인가 할 말이 있은 것 같았는데 그만 두기로 작정한 후의 홀가분한 맘인지 고개를 들어 태식을 쳐다보며
“결혼...은 했어요?”
“예.”
“언제요?”
“1년 좀 넘었습니다.”
“요새 신혼 재미는 좋으시겠네요?”
“…….”
계야에게 신혼 재미 좋으냐는 말을 듣는 것은 적어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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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선 가슴을 비수로 찔리는 아픔이었다. 그 말에 태식은 아무말도 못하며 창 밖으로 보이는 길 건너편 건물벽에 붙어 돌아가는 네온사인만 할 일 없이 쳐다 보았다.
“계야씨는 요새 뭐 하시는지?”
차마 재혼했느냐 라고는 묻지 못했다.
“학교 졸업하고 복현오거리 근처 피아노 교습소를 차려 좀 하다가 요샌 사정이 있어 그만 뒀어요.”
계야는 ‘사정’이라 했고, 태식은 그‘사정’이 뭔지를 묻지 않았다. 물어봐야 안타까움뿐일 것이고 그리고 그것이 뭔가 도와 줄 일이라면 선뜻 도와 줄 수도 없는 처지였기에.
계야가 만나자 하며 먼저 연락 와서 만났지만 정작 계야는 전에 사귈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냥 덤덤한 마음만을 내보이며 ‘보고 싶었다. 사랑한다. 나는 지금 당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내 옆에 있어 줄 수 있느냐’고 내색하지 않았다. 미안해 하는 태식의 표정을 보고는 계야는 딴 얘기를 했다.
“태식씨는 회사 내에서 아가씨들에게 인기가 좋은가 봐요?”
“네에?”
“직원이 엄청 많을 텐데 교환 아가씨에게 근무처를 몰라 태식씨 이름만 대니 그냥 알고 금방 돌려주던데요?”
“하하... 그랬어요?”
태식은 계야가 딴 얘기를 끄집어 내어주니 이제야 입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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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 여직원은 총무과 소속이고 내가 총무과 근무하니 한 부서 직원인데 모를 턱 없죠. 교환여직원들 다른 부서 직원들 이름 전부는 다 몰라요. 특히 입사한지 일이 년 되는 직원들은 더 모르고요.”
“연락처 전화 번호 알려줄래요?”
“계야씨! 미안합니다. 집 전화번호는…….”
“집으론 저도 전화 못 걸죠. 태식씨를 사모님에게 혼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태식은 사무실 번호는 잦은 부서 이동으로 알려줘도 의미 없고, 또 그때까지 휴대폰도 없었다.
“삐삐 번호 알려드릴게요.”
둘 사이 의미 있는 대화는 없었다. 태식은 계야를 보는 것 만으로 좋았다.
“계야씨! 우리 나가죠.”
계야는 태식을 따라 일어나지만 어디 가냐고 묻지 않았다. 커피숍을 나와 동성로의 붐비는 사람들 틈을 헤집고 한참을 걸어 어느 여관으로 들어갔다.
“태식씨! 나 빨리 들어가 봐야 돼요.”
태식은 계야가 왜 빨리 들어가야 하는지 이유를 묻지 않았고 계야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태식을 따라 여관으로 들어 갔다. 처음 하는 것은 아니건만 거의 2년 만에 첨 하는 것이라 그런지 태식과 계야는 맨 살이 부대끼자 서로가 몸을 움츠렸다. 치마와 펜티만 벗은 채 육중한 태식의 몸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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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리자 계야의 육체는 반사적으로 피하듯 파닥거렸다. 계야는 두 눈을 감고 미동도 없었고 태식은 본능에 쫓기어 자신의 하체를 거칠게 밀어붙이려 하였지만 마음은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대며 거칠게 여기저기 찌르는 헛수고만 하고 말았다. 무의식에 떠밀려 서로가 침대를 찾았지만 수고로움의 대가도 없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였다. 내 여자로 받아주지도 않았으면서 동물적 본능에 쫓겨 외도하는 꼴이 스스로를 우습게 만들었다. 시무룩하게 풀 죽어가는 자신의 것이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지는 않았다. 태식은 계야의 몸 위에서 내려와 마주보며 누워 계야를 꼭 끌어 앉았다. 서늘하게 식어가는 태식의 그것을 비단 잠옷 보다 더 부드러울 계야의 손길은 끝내 보듬어 주지 않았다.
이것이 그들간의 마지막 정사가 되고 말았다. 그 이후에도 일년에 한두 번씩 만났으나, 서로가 보고 싶은 얼굴 한번 보는데 그쳤다.
그러던 중 세상이 좋아져서 삐삐가 없어지고 휴대폰이 생겼으나, 계야는 태식의 휴대폰 번호를 몰랐고, 계야 집 전화번호는 결번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과거 집도 이사가 버리고 태식은 자기가 아는 방법을 총동원하여 ‘조계야’를 찾으려 했지만 허사였다. 그러던 중 태식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위해 대구를 떠났다.

윤희는 저녁을 준비하고 오늘 있을 남편, 식구들과 세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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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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