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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7:53 767회 0건


창배는 숙취로 인해 다음날 12시가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보니 자신이 친구집에서 자고 있는 걸 알았다. 창배의 친구 시현은 대학은 포기하고 20살에 군대를 다녀와 막 전역을 하고 삼촌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을 배우고 있었다. 삼촌이 소개해준 반지하의 허름한 방을 빌려 혼자 자취를 하고 있었다. 채경의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무작정 택시를 타고 와서 창배는 자고 있는 시현의 방문을 두드렸다.

-일어났냐? 씨발...

팬티만 입은채로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던 시현은 창배가 부스스 일어나자 담배를 끄고 뒤를 힐끗 바라보았다.

-나 어제 몇시에 들어왔냐?
-몰라. 한 2시? 1시인가.. 물은 냉장고에 있다.

창배는 어기적 기어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벌컥벌컥 마시자 1.8리터 물의 반이나 마셨다. 그러고 나선 꺼억 하고 트림을 길게 하였다.

-드러운 새끼... 창문이나 좀 열어라.
-니가 더 드럽다. 새꺄. 일찍 일어났으면 세수라도 좀 하고 있던가.

머리가 뻗친 채로 얼굴에 기름기가 끼어있던 시현은 팬티속에 손을 넣고 사타구니를 벅벅 긁었다.

-일찍 일어난게 아니라 니 놈 코고는 소리 때문에 깬거야.
-나 코곤다고? 나 안고는데... 술 취하면 가끔 곤다고 하더라.
-왜 그렇게 술을 쳐먹은거냐?

시현은 새로운 담배에 다시 불을 붙이면서 말했다. 그제서야 창배는 어제 있었던 일들이 생각이 났다.

-나 좆됐다.

창배는 어제 개강 모임에서 있었던 일들을 시현에게 설명했다. 담배를 뻐끔거리면서 듣고 이야기를 다 듣고 시현이 말했다.

-신고 한 대?
-몰라. 같은 사는 년이 한명 더 있을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니깐 치밀하게 알아보고 넘어뜨려어야지. 얼마나 예쁘길래 그렇게 정신을 못차렸어.
-졸라 예뻐. 나이는 우리랑 동갑인데 한학번 아래거든. 처음 입학했을때부터 아주 남자들이 줄을 섰다.
-대학은 가봤어야 알지. 나도 니네 대학 갈까?
-니 머리로는 절대 못와. 병신아.
-씨발새끼.. 사진 있냐?
-사진?

창배는 게임을 하던 시현을 옆으로 밀고 인터넷에 접속을 했다. 아마 작년에 단체로 찍었던 사진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있을 법도 했다. 오랜만에 들어가는 미니홈피를 뒤적거리다가 드디어 다같이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얘야...
-너무 작아.

시현이 모니터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보려고 하자 창배는 사진을 클릭했다. 사진은 두배정도 커져서 얼굴을 식별할 수 있을만큼 보였다.

-오~ 예쁜데? 빨통도 졸라 크네.
-실제로 보면 아주 죽는다. 어제 내가 이 손으로 그년 젖을 주물렀다는거 아니냐?
-병신... ㅋㅋ 그럼 뭐하냐. 경찰서 가게 생겼는데.

시현은 곰곰이 그 여자의 얼굴을 지켜봤다. 분명 어디서 본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시현은 자장면과 짬뽕을 주문했다. 배달이 도착하자마자 창배는 짬뽕 국물을 한사발 들이켰다.

-아... 이제 좀 풀린다. 살거 같네.
-맛있냐? 나도 짬뽕 먹을걸..
-숙취에는 역시 뜨겁고 얼큰한 국물이지. 그래도 아쉽네. 원래 계획이었으면 지금쯤 발가벗은 그년 옆에서 일어났어야 하는데.
-ㅋㅋㅋ 병신새끼...아!!!!

시현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다시 모니터 앞으로 달려갔다. 모니터를 응시하더니 시현은 더욱 확신을 가졌다.

-무슨 일이야?
-나 이년 아는거 같아.
-니가 우리 학교 애를 어떻게 알아?
-내가 저번에 00기능사 문제집 사러 서점 갔을때 졸라 쩌는 여자 하나 봤다고 했잖아. 기억나?
-뭐. 대충.
-졸라 쪽팔린데 그년한테 번호 물어봤거든. 번호 주길래 이게 웬 떡이냐 하고 좋아했는데 없는 번호라고 뜨더라고..
-아.. 그...기억난다. 그게 쟤야?
-저 씨벌년.. 이름이 뭐냐?
-채경, 현채경.
-싫으면 싫다고 하지 굳이 사람 병신 만들어 놓을건 뭐냐. 언제 한번 니네 학교 가야겠다. 이년 안 좋은 버릇 좀 고쳐줘야겠어.
-ㅋㅋㅋ 세상 참 좁네. 보통 년 아니니깐 조심해라.
-걱정마라 ㅋㅋ 니가 나보다 똑똑해도 나쁜 짓 하는 머리는 따로 있으니깐.





-저녁은 먹었어?

희주가 준기와 영화를 보고 돌아오자 이미 채경은 집에 있었다.

-응 먹었어요. 영화 보고 왔어요.
-준기가 극장에서 아무 짓도 안해?

채경이 놀리듯 말하자 희주는 머뭇했다.

-무슨 짓이요? 영화 보는 내내 손 꼭 붙잡고 봤는데...

실제로 손에 땀이 찰 만큼 꼭 붙잡고 영화를 보았다. 집 앞까지 바래다 준 다음에 볼에 키스를 해주고 돌아섰다.

-아, 그리고 준기가 언니랑 언니남친이랑 밥먹는거 오케이 했어요. 아무 때나 말씀해주시면 저희가 나갈게요.

희주는 욕실로 들어가 거울을 바라봤다. 오히려 준기를 만나고 나서야 더욱 외모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때 짧은 단발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열심히 길러야 어깨를 닿을락 말락했다. 씻고 나오면서 거실 쇼파에 앉아있는 채경에게 말했다.

-언니, 저 머리 붙일까봐요.
-왜? 그냥 지금도 좋은데.
-예전에 저희 학교가 두발제한이 있어서 너무 짧게 잘랐나, 지금도 보니깐 너무 짧은 거 같아요. 언니처럼 길었으면 스타일 내기도 편하고...
-근데 막상 길면 관리하기도 힘들고 아까워서 자르지도 못해. 지금 단발 일때 하고 싶은 스타일 실컷 해봐. 그리고 준기도 지금 니 머리길이 좋아하니깐 사귀겠지. 다음번에 머리 할때 언니 하는데로 가서 하자.
-언니 하는데 되게 비싸지 않아요?
-여자 머리는 원래 어디든 다 비싸.. 너 학교 근처에서 잘랐지? 거기나 나 하는 데나 얼마 차이 안날거야.. 그런데 너... 뭐야 ㅋㅋㅋ

채경은 말 중간에 손으로 희주의 가슴을 가르키며 킥킥 웃었다. 희주도 샤워를 하고 나오면서 티셔츠만 입고 나온것을 채경이 발견한 것이다.

-저도 언니처럼 하게요. 잘 안입어줘야 언니처럼 커지는거 아니에요? 그리고 며칠 집에서 안입어보니깐 이게 진짜 편하네요.
-응. 편하긴 하지. 근데 처음엔 잘 기억하고 있어야돼. 인식못하다가 그 상태로 나간적도 많아. 얼마나 민망한데. ㅋㅋㅋ
-알겠어요.

채경은 쇼파에서 일어났다. 몸에 쫙 달라붙는 가정용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채경의 키가 커서 그런지 원피스의 길이는 허벅지의 반조차 가리지 못하고 아슬아슬하게 엉덩이만 가릴 정도의 길이였다. 풍만한 가슴도 유방 윗 부분이 거의 노출될 정도로 보였다. 희주는 채경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언니 옷도 되게 많은 거 같아요.
-응? 아니야. 난 아예 모든 짐을 다 이리로 옮겼잖아. 넌 계절별로 집에서 옷 바꿔주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데. 주말에 언니랑 쇼핑 나갈래? 준기 만나야 하나?
-아니에요 ㅋㅋ 쇼핑하고 만나면 되죠 ㅋㅋ

희주는 채경을 바라보다가 방으로 들어왔다. 허리를 숙여도 뱃살이 접히지 않는 채경의 몸이 신기했다. 자신도 날씬한 편에 속하는 몸이었다. 그러나 채경은 꾸준한 운동과 스트레칭을 한 몸이었고 희주는 운동이라면 질색을 하는 몸이었다. 희주는 당장 다음주 부터라도 채경이 다니는 스포츠 센터에 다니기로 결심했다.

다음날 아침에 희주는 간단히 토스트를 먹으면서 컵에 주스를 따랐다. 그제서야 일어난 채경이 주방으로 들어왔다. 채경은 전기밥솥을 열고 밥을 작은 공기에 담아 밑반찬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채경이 결코 적게 먹는 체질이 아님에도 퍼펙트한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오늘 준기 만나? 명동이나 갈래?
-준기는 이따가 저녁때 만나요. ㅋㅋ 가요 언니

둘은 모처럼 주말이라 나들이를 나왔다. 명동에는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채경과 희주는 가게를 돌면서 예쁜 옷을 보았다. 그러다가 어느 한 가게에 들어갔는데 플레어 스커트 원피스가 마네킹에 전시되어 있었다.

-희주야 너 이거 한번 입어봐라.
-이거 너무 짧지 않아요?
-짧긴 뭐가 짧아. 치마가 다 이렇지 뭐.

그제서야 희주는 채경의 치마를 바라보았다. 채경의 치마는 달라붙는 H형 스커트였는데 채경의 긴 다리가 그대로 다 노출 되었다. 희주는 채경이 권한 치마를 탈의실에서 입어보고는 밖으러 나와 거울 앞에 섰다. 뒤에서 채경이 희주의 어깨를 잡고 바라봐주었다. 거울 안에는 희주와 채경이 포개어 서 있었다. 희주는 거울 속에 있는 희고 긴 다리가 자신의 다리였으면 하고 생각했다.

-너 이거 마음에 들면 내가 하나 사줄게.
-무슨 말이에요? 이렇게 비싼 걸 왜?
-그냥 사주고 싶어서 그래. 니가 이따가 커피 사.

희주는 월세도 그렇고 살림살이도 그렇고 대체로 채경이 돈을 내는 게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알바를 딱히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집이 잘 산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희주는 채경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원피스를 샀다.

-준기 넘어뜨리고 싶을 때 이거 입고 힘을 한번 빡주란 말이야 ㅋㅋ
-언니 고마워요. 언니도 옷 필요할 때 말하세요. 이거 언니한테도 더 잘 어울릴거 같은데.
-알았어. 같이 입지 뭐.

희주는 다른 가게들도 돌면서 가을 옷을 준비했다. 확실히 그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희주는 청바지 블라우스 긴 치마 등을 사려고 한 반면 채경은 미니스커트, 가슴이 파인 상의 등을 추천해주었다. 희주는 교복만 입고 사복도 부모님이 사주신 옷만 입다 보니 자신의 스타일을 낼 수가 없었다. 희주는 눈 딱감고 채경이 추천해주는 스타일대로 옷을 사 보았다. 자신이 이런 옷들을 다 소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학교를 다닐때는 입고 다니던 대로 입고 학교 밖에서 준기를 따로 만날 때 새로산 옷을 입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종이가방에 옷을 몇 개 담고 보니 채경은 옷을 하나도 사지 않았다.

-언니는 안사요?
-응.. 난 오늘은 됐어 ㅋㅋ

둘은 커피숍에 들어가 커피를 마셨다. 희주가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오는데 채경의 옆에 어떤 남자가 서서 말을 걸고 있었다. 희주가 다가가자 남자가 알아서 자리를 피했다.

-누구에요?
-몰라.. 모르는 사람인데.
-뭐래요?
-몰라..
-언니 헌팅이죠?

그제서야 채경이 빙긋 웃었다.

-미경언니가 말한게 진짜 사실이었네요. 길만 다니면 헌팅 들어온다고.. 언니 진짜 부러워요.
-아니야.. 정말 잘난척이 아니고 다들 어떻게 찔러볼까 하는 심산인거지. 진짜 부러운건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사람 한명 만나서 알콩달콩 연애하는거야.
-언니는 언니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사람도 따로 있잖아요ㅋㅋㅋ 그 청년 사업가.

희주가 해맑게 선우 이야기를 하자 채경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러나 희주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그나저나 준기는 어디서 보기로 했어?
-안정했어요.
-이리로 오라고 해. 어차피 또 이동하기 그렇잖아. 니가 산 옷은 내가 들고 들어갈게.
-그럴까요? 언니도 잠깐 볼래요? 그래도 같이 밥먹기로 했는데 그 전에 인사라도 하는게 더 좋지 않을까요?
-그쪽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그럼 잠깐 인사라도 하지 뭐. 이리로 오라고 그래.

희주는 핸드폰을 들어 준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 후에 두어시간 동안 채경과 잡담을 나누었다. 저녁먹을 시간이 다가오자 희주가 있던 자리로 준기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준기가 희주와 반갑게 인사를 한 뒤 채경에게도 인사했다.

-안녕.. 반가워.

채경은 준기에게 인사를 했다.

-여기는 채경언니고 여기는 준기야.
-응. 잘생겼다. 희주 좋겠네.

희주와 준기는 나란히 앉아서 뭐가 좋은지 계속 키득했다. 손을 잡고 꼼지락 거리면서도 마주친 눈을 떼지 않았다. 두 살차이밖에 나지 않는 희주였지만 그 순수함과 해맑음이 부러워졌다. 채경은 눈치가 없는 사람이 아닌지라 인사를 간단히 하고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남자친구 분께서 식사 같이 하자고 들었습니다. 저희는 언제든 시간 괜찮으니깐 편할 때 말씀 해주세요

일어나는 채경을 밖으로 배웅하면서 준기가 공손하게 말했다.

-응 알겠어. 둘이 재밌게 놀고 이따가 보자. 안녕
-언니,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채경이 나가고 다시 희주와 준기가 자리에 앉았다.

-웬 조심?

준기가 의아하게 묻자 희주는 며칠전에 있었던 난리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 했다.

-진짜 조심해야 겠구나. 내가 이래서 널 항상 집까지 바래다 주는거야. 요새는 진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거든. 배고프지 저녁 먹으러 갈까?
-그래.. 일어나자.

준기는 희주의 손을 잡고 명동거리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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