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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7:55 1,061회 0건
“개 같은 년, 좋냐?”

내 귀를 의심했다.

“좋아, 좋아요, 이 씨발 새끼야.”

내 귀를 다시 한 번 의심했다.

나는 이 욕지거리를 내뱉는 주인공이 내가 아는 강 중위와 지현 씨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이들을 살폈다. 그리고 이번엔 내 눈을 의심했다. 지현 씨의 구멍을 드나들던 것은, 칫솔이었다.

설마하니, 정말 칫솔?

어둠 속에 눈이 흐려 잘못 본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얇기에 그 질감, 그 색상의 막대기는 칫솔 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나는 침대에 눕기 전 내 손으로 쥐고 이를 닦은 칫솔을 생각했다. 모텔에서 지급하는 일회용치고는 꽤나 괜찮은 퀄리티였다. 길이는 한 뺨 정도 되었고, 하얀색 플라스틱 막대에 파란색 솔이 붙어있었으며 굵기는 조금 두꺼운 편으로 성인남자 집게손가락 정도 되는 것이었다.

저게 과연 칫솔 맞나, 싶은 생각에 가뜩이나 어두운 눈앞이 더욱 어둑해지는 것 같았다. 아니, 대체 왜, 저걸, 거기에? 나는 조금씩 호흡이 어려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 사이에도 지현 씨의 신음은 높아갔고, 두 사람의 욕지거리는 계속되었다. 지현 씨는 강 중위를 개새끼, 좆같은 새끼, 병신새끼라고 불렀고 강 중위는 지현 씨를 씨발년, 화냥년, 갈보년 따위로 불렀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섹스는 사랑을 확인하는 행위가 아니던가? 그런데 왜 두 사람은 욕설을 주고받으며 섹스도 아닌, 칫솔을 지현 씨 구멍에 박고 좋아하는 것일까?

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이어졌다. 지현 씨가 “이번에 똥꼬.”라고 말하자 강 중위는 엄지손가락을 자신의 입에 넣고 오물거리더니(아마도 침을 묻히는 것 같았다) 그대로 그 엄지손가락을 그녀의 아래에 넣는 것이 아닌가? 만약 지현 씨가 ‘똥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 손가락이 그녀의 질구에 들어간 건지, 항문에 들어간 건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다시 찌걱거리는 소리가 이어졌고, 지현 씨의 신음소리가 욕지거리와 함께 새어나왔다.

스물네 살의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의 나는 애널섹스가 뭔지도 몰랐고, SM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었다. 섹스라는 것은 남녀가 서로의 성기를 자극하고, 성기를 결합한 후 사정과 오르가슴에 이르는 것이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외의 행위는 대개가 변태적인 성욕에 기인한 것이고, 그런 것이 존재하지만 그런 플레이를 하는 사람은 극소수일 거라 생각하던 순진한 젊은이였다.

당연히 스물다섯 살 처녀와 스물일곱 살 청년이 하고 있는 이 기이한 행위에 대해 이해는커녕, 가능하다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화장실 변기를 잡고 싶을 정도로 구역질을 느꼈다. 그들이 하는 행위 보다 변기를 붙잡고 토악질하는 것이 더욱 깨끗한 행위라 생각했다.

또 한 가지 내가 충격을 받았던 것은, 그때 내가 어둠 속에서 봤던 남자는 그동안 내가 알던 강 중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아는 강 중위는 엘리트 군인 집안에서 자란 정직하고 올곧은 젊은이요, 아귀의 사고 속에서 나를 구해진 은인이요, 내가 친형처럼 믿고 따르는 멋진 상관이었다. 하지만 그때 내가 봤던 강 중위는 자신의 손가락과 칫솔로 여자 친구 구멍을 쑤시며 이해할 수 없는 욕설을 내뱉는 ‘검은 개’였다.

그리고 지현 씨에 대해 확신했다. 이 년은 정말 썅년이구나. 강 중위에게 무엇을 어떻게 했기에 이렇게 구역질나는 행위를 이끌어냈단 말인가? 죽은 김상택과도 이런 변태적 행위를 즐겼단 말인가? 네 년은 정녕 썅년이고 마녀이고 화냥년이란 말인가, 라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할 수 있다면 두 손으로 귀도 막아 방 안의 모든 소리에서부터 진공으로 달아나고 싶었다. 이유 모를 식은땀이 온몸을 덮어 내 귀 뒤로 송골송골 맺히는 것이 느껴졌다. 오한이 느껴졌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참 달떴던 지현 씨의 신음이 꺾인 이후 두 사람은 미리 합을 맞춘 액션배우처럼 능숙하게 포지션을 바꿨다. 강 중위가 침대에 바로 눕고, 지현 씨가 강 중위의 벌려진 다리 앞에 앉는 자세. 그리고 지현 씨는 자신의 손가락을 입 속에 넣어 잔뜩 침을 묻히더니.......

이건 또 무언가.

여자의 몸 안으로 남자의 기다란 것이 들어가는 것, 비록 그 들어가는 구멍이 질구가 아니라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지현 씨의 고 가느다랗고 예쁜 손가락이 강 중위의 몸속에 들어가 까딱까딱 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지현 씨는 다른 한 손으로 강 중위의 기둥을 잡고 주물럭거리며 말했다.

“커져라~ 커져라~”

마치 할머니가 어린 손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예쁜 우리 강아지, 라며 좋아 죽겠다는 듯이, 지현 씨 역시 강 중위의 발기하지 않은 기둥을 어루만지며 그렇게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웃고 있었다.

---

내가 강 중위에게 물었다.

“장기 복무 하실 겁니까?”

그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미쳤냐, 인마? 7년도 긴데, 이걸 더 하라고?”

나는 괜히 머쓱한 마음에 “중위님은 사관학교 성적도 좋다고 하고, 아버님도 대령으로 예편하셨다고 하고, 그리고 복무 성적도 좋으시니 잘하면 장군도 달 수 있지 말입니다?”라고 그가 듣기에 기분 좋은 말들로 다시 물어봤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그렇지! 사실 임관할 때부터 목표는 별이었어. 한 개가 되건 두 개가 되건, 달 수 있으면 끝까지 달아봐야지, 그런 생각이었어.”

“사실은 지금도 변함없으시지 말입니다?”

“그럼. 사고만 안 쳐도 중령까지는 달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지난번 일(지뢰 사고에서의 영웅적 모습)로 사단장 표창 받았으니까 대령까지는 달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애써 사고의 순간을 언급하지 않으려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거 대통령 표창 심사 올라갔지 말입니다. 저는 중위님이 스타 꼭 달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는 기분 좋다는 듯 내 머리에 손을 올리고 소리 없이 웃었다.

---

그랬던 그는 없었다. 지현 씨의 쉼 없는 손놀림에 그는 “흐억흐억”하며 신음을 내쉬며 쥐약 먹은 개처럼 온 몸을 배배 꼬았다.

나는 더는 보기 싫어 눈을 감았지만 어쩔 수 없이 두 남녀의 대화를 들어야 했다. 차라리 사고의 순간처럼 의식을 잃어버리는 편이 마음 편할 거란 생각도 들었다.

“고렇지! 고렇지! 선다! 서!”

강 중위는 헐떡거리기 바쁠 뿐.

“세게 해줄게, 우리 애기!”

익숙한 마찰음이 들려왔다.

“고렇지! 고렇지! 잘 싸네! 많이 나온다! 쭈욱! 쭈욱!”

숨 쉬기도 힘들었지만 비릿한 냄새가 느껴지는 것 같아 몹시 불쾌했다. 그래도 이젠 다 끝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애기, 먹을 거지?”

무어라? 뭘 먹어?

“고렇지! 고렇지! 우리 강현택이, 자알 먹네!”

뭘? 뭘 먹는다고?

---

나는 두 남녀가 완전히 잠들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부동자세 그대로 자는척했다. 조금도 뒤척거릴 수 없었다. 두 남녀는 그런 나에게 좁쌀만한 관심도 없었다. 그런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심한 사람이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완전히 잠들었다는 확신이 든 이후에도 나는 한동안 부동자세를 풀 수 없어 맘을 졸였다. 가만히 나를 덮고 있던 얇은 이불을 들추니 그 안에는 채 마르지 못한 땀이 송연했다. 한기가 느껴졌다. 나는 지갑과 휴대전화기를 챙긴 후 발뒤꿈치를 들고 방을 빠져나왔다. 문을 닫고 서자 모텔 복도 특유의 암울하고 흐릿한 조명이 내 눈을 괴롭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머리를 정리하려고 거울을 보니 내 두 눈은 믿기 힘들 정도로 충혈 되어 있었고, 내 표정은 장기를 적출당한 사람처럼 퀭해있었다. 실제로 쓸개 전부와 간의 일부를 잃은 것처럼 내 속은 내 속이 아니었다. 모텔에서 나와 전단지에 덮힌 번화가 골목에 발을 디딜 무렵에서야, 내가 무척 심한 숙취 중에 있다는 것과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낮인가? 밤인가? 혹은 그 경계인가? 내 눈에 들어오는 모든 프레임이 주제 없는 추상화의 배경과도 같아 몹시도 어지러웠다. 그렇다고 눈을 감으면 양쪽 귀에서부터 전해지는 근원 모를 진동이 머리를 울렸다. 코 속은 건조하면서도 딱딱하게 굳어있어 세상의 모든 퀴퀴한 냄새와 먼지들이 여과 없이 내 안으로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어딘지 알 수 없는 골목 귀퉁이 벽 앞에 쪼그려 속을 게워낼 수밖에 없었다.

올라오는 신물과 함께 눈물도 찔끔 그렁거렸다.

그렇게 신나게 속을 게워내고 나서야 나를 둘러싼 사물과 배경들에 초점이 맞추어지기 시작했다. 침을 모아 입 안에 남은 건더기와 신물을 뱉어내고, 퉁퉁 불은 손가락 끝으로 눈가를 훔쳐내고 나서야 내가 건대의 번화가 사이 좁은 골목에 쪼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었다.

가까운 편의점에 들러 생수와 숙취해소 음료를 샀다. 한여름이지만 어스름이 걷히지 않은 서울은 축축하면서도 쌀쌀했다.

나는 생수로 입을 여러 번 행군 후 숙취해소 음료를 땄고, 음료를 다 마신 후 조금 남은 생수로 목을 축였다. 이제야 내가 나인 것 같았다. 나는 그대로 편의점 앞 보도블록에 털썩 앉아 내가 지금 어떤 세상 안에 들어와 있는지 살펴보았다.

유흥의 끝을 알리는 듯한 전단지들이 검은 아스팔트를 하얗고 노란, 혹은 빨간 색으로 도배하고 있었고, 저 멀리에서 짙은 녹색의 쓰레기차가 육중한 기계음을 내며 내 쪽으로 천천히 기어 오고 있었다. 나와 같은 취객이 하나 혹은 둘 씩 무리 지어 어디론가 비틀거리며 지나갔다. 떡진 머리에 검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아가씨가 쓰다는 듯 담배를 물고 내 앞을 지나갔다. 담배 필터에는 짙은 붉은 색이 지문 같이 묻어 있었다.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렸다.

여기는 완전히 현실 세계구나, 하는 생각이 나를 안도케 했다.

가만 보니 발목을 덮는 나의 컨버스 스니커즈 위로 토사물이 튀어 있었다. 그리고 신발끈이 양쪽 모두 풀려있었다. 나는 오른쪽부터 다시 조여 묶으며 두 남녀가 잠들기 전에 했던 대화들을 끄집어냈다.

지현 씨는 강 중위에서 물었다. 왜 발기가 잘 안 되냐고. 강 중위는 술 때문이라고 말했다. 확실히 그의 목소리는 술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나는 그가 했던 그런 변태적인 행위들도 그가 술에 취해 한 실수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지현 씨는 술에서 그 이유를 찾는 강 중위의 허벅지를 찰싹 때리며 말했다.

“너 안 서잖아, 이 고자 새끼야!”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아니야! 중위님 고자 아니야!”라고 외칠 뻔 했다. 강 중위는 나와 여러 번 샤워를 같이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그의 훌륭한 남성을 보며 부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강 중위는 고자 새끼라는 그 욕설에 뭐가 웃긴지 낄낄 거릴 뿐이었다. 지현 씨도 덩달아 낄낄거렸다.

왼쪽 스니커즈를 묶으며 이번에는 지현 씨가 잠들기 전 했던 행위들을 떠올렸다. 강 중위가 다시 코를 골며 잠들자, 지현 씨는 벗어놓은 속옷과 바지를 다시 입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치 그녀는 내가 잠들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는 듯, 굳이 이불 속으로 들어가 속옷과 바지를 정리했다.

나는 어둠 속에서 그 실루엣을 보며 찔끔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지현 씨는 내가 잠들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는 일부러 나 들으라고, 나 보라고 이와 같은 행위들을 했다는 것을.

비스듬히 내 쪽을 보고 옆으로 누워 잠을 청하던 지현 씨는, 어쩐지 웃고 있는 듯 했다.

---

첫차를 타기 위해 역으로 발을 떼면서, 나는 ‘아무렴 어떠냐, 내가 왜 배신감을 느끼는 거냐, 이제 며칠 후면 영원히 안 봐도 되는 사람이다, 이제 나는 곧 민간인다’라며 애써 기분을 바꿔 보려 들었다.

하지만 ‘어쩐지’ 웃고 있는 듯한 지현 씨 얼굴을 떠올리면 팔뚝에서부터 한기가 올라왔다.

나는 최대한 방금 전의 상황들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 주변을 기웃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 새벽에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영업을 하는 횟집을 발견했다.

새벽부터 참으로 열심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새벽에 장사를 하는 사장이나, 그 횟집을 찾는 손님이나.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잠을 청하려 했지만, 눈을 감을 때마다 지현 씨의 야롯한 미소가 떠올라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동시에 조금씩 사람이 차기 시작하는 2호선 안의 공기는 내 속을 다시 매스껍게 만들었다. 나는 조금이라도 신경을 다른 곳에 돌리고 싶어 누군가 읽다 버린 무가지 하나를 집어 들고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 없이 신문의 날짜를 보고 알게 되었다.

오늘이 사고가 난 지 딱 1년 째 되는 날이라는 것을.


7. 사진


부대 복귀 날은 전역 D-20일이었다. 이미 나는 부대 안에서 없는 사람이었다. 한두 군번 아래의 후임들은 나를 ‘형’ 혹은 이름을 부르며 친구 먹으려 들었고, 나 역시 그런 농담이 싫지 않아 웃음으로 응수했다. 나는 적당히 며칠 뭉그적거리다 마지막 3박4일 휴가를 다녀오고, 휴가 복귀 다음날 전역신고를 하면 그만이었다.

“여어, 왔어?”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나를 보며 인사하는 강 중위의 웃는 얼굴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그를 보며 인사할 수 없었다. 나는 엉거주춤 경례를 하며 웃었지만 그가 보기에도 내 행동이 어색했는지 “뭐야? 벌써부터 민간인이라고 경례 똑바로 안 하냐?”라며 농담을 던져왔다.

강 중위는 나와 단 둘이 남게 되었을 때(물론 그런 상황을 안 만들려 무던히 노력했다) 그날 언제 집에 갔는지를 물었고, 술을 너무 과하게 마셔 자신은 생각나는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 말에는 진실이 느껴졌다. 실제로 그가 술이 매우 약하다는 것은 내가 잘 아는 사실이니까. 나는 나 역시 술을 못 이겨 기억나는 게 거의 없다고, 일어나보니 셋이 모텔방에 있길래 지현 씨가 아침에 불편해 할까봐 먼저 나왔다, 메모라도 남겨야 하는 건데 미안하다, 사실 모텔에서 집까지 어떻게 갔는지도 기억 안 난다, 라고 둘러댔다.

“안 그래도 지현 씨가 또 같이 보자고 그러더라.”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강 중위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또? 저랑 말입니까?”

나는 놀라서 대꾸했다.

그는 오히려 뭘 그렇게 놀라냐는 듯 “너 전역 휴가 나갈 때, 그때 같이 만나서 나 대위진급 기념 해야지?”라고 대꾸했다.

“아.......”

“잊은 거야? 진작부터 하기로 해놓고.”

“그, 그럼 우리 셋이 보는 겁니까?”

그는 정말 왜 이러냐는 듯한 표정으로 “뭐야? 우리끼리 보기 싫은 거야?”라고 뚱하게 물었다. 나는 두 손을 내저으며 아니라고 답했다.

“대위 진급 기념할 겸, 그리고 대통령 표창 된 것도 기념할 겸!”

그는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며 “형, 대통령 표창 탄다! 이젠 진짜 스타까지 달 수 있을 거 같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

잠을 뒤척이자 초소 근무를 다녀온 김얼벌이 말을 걸었다. 그는 나를 형이라고 부르며, 곧 민간인이 되니까 10시에 잠도 안 오냐며 넉살을 부렸다. 나는 녀석에게 “너 나랑 형동생 먹을 계급 아니다.”라고 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굴할 녀석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배고프면 라면 먹고 자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딱히 속이 허전한 건 아니었지만, 당장에 잠이 오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러자고 일어났다.

녀석은 쉴 새 없이 입을 놀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댔는데, 대부분 자신이 사회에 있었을 때 오락실과 클럽에서 얼마나 잘 나갔는지에 대한 떠벌림이었다. 나는 조용히 들으며 젓가락으로 면발을 휘휘 저으며 면이 익기를 기다렸다.

내가 자신의 말에 별반 반응이 없자 녀석은 화제를 나로 돌렸다. 사회에 나가면 뭘 할지 생각 하냐는 것이었다. 나는 일단 복학을 하고, 사법고시나 입법고시를 준비하고 싶다고 답했다. 녀석은 자신은 법 쪽으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며, 혹시 내가 법관이 되면 그때 아는척 해달라고 애교를 부렸다. 나는 녀석에게 사회 나가서 하고 싶은 일이 있냐고 물었다. 녀석은 디제잉을 배워 클럽에서 디제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디제잉?”

나는 생전 처음 듣는 단어를 되물었다. 녀석은 판 돌리는 시늉을 하며 “디제잉 모르십니까? 클럽에서 찌끼찌끼 하는 거.”라며 콧소리로 리듬을 흥얼거렸다. 나는 클럽 근처에도 가본 적 없다고 하자 녀석은 크게 웃으며 다음에 사회에서 만나면 좋은 곳으로 모시겠다며 넉살을 부렸다. 그 사이 라면이 다 익었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어서 녀석에게 물었다.

“너 백이십 몇 명이랑 해봤다고 그랬지?”

“실은 말입니다.” 녀석은 첫 젓가락질을 하며 호로록 거리며 답했다. “며칠 전에 심심해서 세어보니 백이십구 명이었는데, 휴가 나가서 두 명이랑 더 해서 이젠 백삼십일 명이지 말입니다.”

징그러운 녀석.

“그럼 별의 별 거 다 해봤겠네?”

“뭐, 안 해본 거 빼곤 다 해본 거 같습니다.”

“그럼 말이야,” 나는 정말 별 생각 없이 녀석에게 물었다. “항문....... 그러니까 애널에다 하고, 막 그런 것도 있나?”

녀석은 내 질문에 ‘푸흡’하며 웃더니 이내 입 안의 면발이 뜨겁다는 듯 다급히 면발을 사발 안으로 다시 뱉어냈다. 그리고 몇 번을 켁켁 거리다가 참지 못하겠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며 “형! 김지승 형! 그게 왜 궁금하십니까?”라더니 “형 혹시, 그런 거 좋아해요?”라며 계속 웃어댔다.

나는 민망한 마음이 들어서 “아니, 그게, 내가 그런 거 좋아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어디서 뭘 좀 봐서.......”라고 답했다. 답하면서도 ‘어디서 뭘 좀 봐서’라는 말이 오히려 더 웃기다고 생각했다.

“아니, 어디서 뭘 봤는데요?”

김얼벌 일병은 이젠 대놓고 형동생 먹으려 ‘다나까’를 안 썼다.

“그냥....... 그런 사람들도 있나 싶어서.”

“거 참, 순진하시네! 보기 보다!”

순진하다는 말에 왜 화가 나는 거지?

녀석은 다시 라면발을 젓가락으로 끌어 모아 한입에 베어 먹더니, 입으로 모락모락 김을 내뿜으며 면발을 우물거렸다.

“있죠, 그런 거 좋아하는 애들.”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애널 섹스라고 하는데, 나도 처음에는 더럽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니, 이게 밥 먹으면서 할 이야기는 아닌데, 아무튼, 이게 그냥 빠구리 뜨는 거랑은 달라요.(그러면서 그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손바닥과 주먹을 탁탁 치는 시늉을 보였다) 조임이 다르달까? 더 꽉 조여 주고 잘 안 놔줘~”

확실히 이런 쪽 이야기를 할 때 김얼벌은 생기를 찾는 듯 했다.

“나도 그렇게 여자들이랑 자면서 세 번 해봤는데, 근데 이게 처음 자는 애들이랑 하기는 힘들거든.......요. 떡정이 좀 쌓이고, 좀 연애하는 거 같이 만나고 그래야 애들이 허락해, 이걸요.”

이젠 아주 야자 수준이다.

“근데 이게 또 여자애들이 느끼는 맛도 그냥 떡이랑 다른가봐, 어떤 애들은 이거 맛 들리면 뒤로만 찾는다니까요?”

“더럽지 않은가?”

“나도 첨엔 멋모르고 해서 뭐 묻어나오고 그랬는데, 관장하고 콘돔 끼고 그러니까 오히려 보지 보다 깨끗하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흐음, 하고 한숨 쉬며 그 장면을 상상해버렸다.(하필 나는 짜장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궁금한 건,” 이번에도 생각 없이 물었다. “남자의....... 애널에다가 하는 그런 거도 있나?”

내 질문이 확실히 이상했는지 신나게 떠들던 녀석은 잠시 말을 잃더니 나를 황망하게 보며 “형....... 설마 형......”이라고 말을 더듬었다.

아차, 내가 오해 받을 만한 질문을 했구나, 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라면을 다 먹고 나올 때였다.

---
[IN THE CLUB] 7부에서 계속


*
믿음 소망 사랑, 그 중에 제일은 추천이니라.
성부 성자 성신, 그리고 추천 댓글 쪽지의 아름다운 삼위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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