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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7:56 884회 0건
-너도 많이 젖었구나. 일단 이걸로 닦고 복귀해서 다시 샤워해야겠다.

한지연 하사는 자신의 몸을 닦아낸 수건을 민성에게 건냈다. 수건만으로도 야릇한 감정을 느낀 민성은 머리와 팔다리를 가볍게 닦아낸 다음 녹차가 든 컵을 두 손으로 꽉 쥐고 있었다.

-몇 시지? 우리 이러고 있는 거 알면 난리날텐데 그치?
-올때는 비 별로 안와서 되게 빨리 왔어요. 이거 다 마시고 천천히 가도 의심안할 거에요.
-그런가? 그래 그럼 ㅋㅋ

한지연 하사는 시간을 확인하려고 벗어놓은 전투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자연스럽게 민성의 반대방향으로 몸이 기울었는데 한지연 하사가 손을 뻗을 때 티셔츠가 들려 허리의 맨살이 민성의 시야에 들어왔다. 방안에 형광등이 그다지 높은 조도가 아니었음에도 민성은 그 맨살이 빛나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어? 12시 15분도 안됐네. 빨리 오긴 진짜 빨리 왔나부다.

한지연 하사는 녹차를 꼴짝골짝 마시면서 핸드폰만 쳐다보았다. 민성은 핸드폰을 보려는 척 하면서 한지연 하사 옆으로 바짝 가서 붙었다. 태연한 척을 하려고 해도 가빠진 호흡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한지연 하사도 민성의 호흡을 느낄 수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만회하려고 한지연 하사는 말을 이어 나가려는 찰나 민성의 입술이 한지연 하사의 입술을 강하게 덮었다.

-읍...

민성은 재빨리 한지연 하사를 껴안고 엉덩이를 당겨 나란히 앉아있던 한지연 하사를 자신의 쪽으로 돌려놓았다. 한지연 하사는 민성을 두어번 밀쳐냈으나 밀리지 않았고, 갑자기 당한 공격에 숨이 가빠져 결국 입술을 조금 열고 말았다. 민성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지연 하사의 입속에 혀를 집어넣었다. 한지연 하사는 처음에 당황했다가 결국엔 혀를 내밀어 민성과 교접을 이루었다. 밀어내려는 시도도 잠잠해지고 손을 민성의 갈비뼈 근처에 살포시 얹어놓았다.
창밖으로는 다시 빗줄기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둘만이 있는 이 방은 적막했다. 형광등에서는 전기음소리마저 크게 들렸다. 둘의 타액이 교환되는 소리가 그렇게 큰지 민성은 미처 몰랐다. 민성은 욕심이 생겼다. 반쯤 자신의 품 안에 들어온 한지연 하사의 등을 쓰다듬다가 조금씩 조금씩 가슴을 향해 손을 옮겼다. 한지연 하사가 민성의 손을 잡으려고 몸을 틀었을 때 오히려 그것이 민성을 더욱 부추겼다. 민성은 여전히 키스를 한 채 한지연 하사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잡았다.

-음... 음...

한지연 하사가 작은 요동을 보였다. 민성은 더욱 강하게 한지연 하사의 가슴을 주물렀다. 그동안 군복 밖으로만 보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큰 가슴이었다. 민성은 한지연 하사를 바닥에 눕히고 티셔츠를 걷어올렸다. 손을 뒤로 보내 브라의 후크를 열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브라를 위로 올렸다. 난생 처음 보는 여자의 탐스런 유방이었다. 상대적으로 작아보이는 유두가 앙증맞게 서있었다. 민성은 한지연 하사의 손목을 잡고 바닥에 붙인 다음 유두를 입으로 머금었다.

-아흑.. 아... 음....

한지연 하사의 작은 달뜬 신음이 가볍게 들렸다. 민성은 혀로 유두를 지속적으로 괴롭혀갔다. 처음으로 여자를 경험하는 민성으로서는 둔기로 머리를 맞은 듯 아찔해져갔다. 야한 자극이 오면 코피를 쏟는 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진이 빠지는 느낌이 나면서도 흥분이 주체되지 않아 몸은 점점 더 경직되어 갔다. 이미 탱천한 민성의 자지가 활동복 바지를 뚫을 듯 발기했다. 유방을 계속 어루만지면서 자지를 지연의 다리 사이에 부볐다.

-앗, 하... 잠깐만... 잠깐만..

민성의 딱딱한 그곳이 자신의 다리에 비벼지자 한지연 하사는 민성을 다시 밀어내려고 했다. 이미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민성은 다시 한번 지연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덮은 채 손은 지연의 반바지 안으로 넣었다. 트레이닝 반바지 여서 민성의 손은 쉽게 지연의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팬티 안으로 손을 넣은 민성은 까슬한 음모를 느꼈다. 음모를 지나 바로 지연의 꽃잎으로 손을 향했다. 갈라진 그곳을 손가락으로 헤집고 이미 촉촉해져 버린 지연의 가장 중요한 곳을 어루만졌다.

-흡.. 음.. 흠... 음...음....

민성의 키스에 입이 막혀버린 지연은 다급하게 콧소리를 내며 허리를 들썩였다. 지연은 딱히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린 것에 대해 적잖이 당황해하고 있었다. 민성이 아직 정확하게 여자의 신체를 모르는 듯 싶었지만 민성의 손가락이 자신의 꽃잎 전체를 아우르다가 클리토리스라도 건드릴 때는 자기도 모르게 허리를 들썩였다. 꽃잎은 이미 젖어서 민성이 손가락을 놀릴 때마다 음란한 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행동에 확신을 가진 민성은 지연의 반바지와 팬티를 한번에 벗겨 내버렸다. 바로 자신의 옷도 모두 탈의한 민성은 지연의 위로 엎드렸다. 지연은 끝까지 갈 듯한 민성을 보고 당황스러움과 한편의 불안감을 느꼈지만 그 와중에도 빳빳하게 서 있는, 의외로 커다란 민성의 자지에 눈이 갔다. 민성은 지연의 다리를 벌리고 자신의 심벌을 꽃잎사이에 갖다댔다. 이쯤이다 싶어 자지를 강하게 밀어넣었지만 자지가 들어가지 않았다. 민성은 다시한번 손으로 자지를 잡고 지연의 꽃잎을 향해 강하게 밀어넣었다. 자지는 들어가지 않고 아프기만 했다. 민성은 비를 맞아 느꼈던 추위는 이제 온데간데 없고 땀이 비오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자와의 모든게 처음이었던 민성은 지연의 은밀한 문을 찾아 노크하지 못하고 계속 언저리만 맴돌고 있었다. 두어번 더 시도를 해봤는데도 문을 찾지 못하자, 이번에는 발기한 자지가 수그러들고 있었다. 애써 손가락으로 더듬어 구멍을 찾아도 이제는 자지가 서지 않아 넣을 수가 없었다. 민성은 초초하고 당혹했다. 자신에게 실망을 했을뿐더러, 지연에게 실망감을 주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기 때문이다.

-민성아, 잠깐만 나와봐.

지연은 상냥하게 웃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작아진 민성의 자지 끝에는 물이 맺혀있었다. 목까지 벌게진 상태로 시묵룩해져 있는 민성의 입술에 지연은 쪽~ 하고 뽀뽀했다.

-너 여자 경험 처음이구나? 귀여운 면이 있었네.
-....
-잠깐만 이렇게 기대봐.

민성은 다리를 쭉 뻗고 벽에 기댔다. 지연은 민성의 다리 사이로 기어가 민성의 음낭을 어루만졌다. 민성은 어쩔 줄 몰라 했지만 자지는 다시 서서히 단단해 지기 시작했다. 지연은 민성의 자지를 입에 넣었다.

-으윽..

이번에는 민성의 짧은 신음이 터져나왔다. 지연의 입안에서 성날대로 성난 민성의 자지를 지연은 정성스레 빨아주고 있었다. 민성은 창문밖으로 보이는 번개가 하늘이 치는 것인지 자기 머릿속에서 치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아무 것도 잡을 것이 없던 민성은 급기야 지연의 머리를 잡고 오랄을 느끼고 있었다. 지연이 요도의 갈라진 부분을 혀로 찍어 누르듯이 빨아줄 때에는 민성은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지연의 입속은 따뜻하고 부드러웠고 축축했다. 민성은 사정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자신의 머리를 더 강하게 잡고 자신의 사타구니쪽으로 당기는 것을 알아챈 지연 역시 민성의 사정이 임박했음을 알고 머리를 들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뵈는 것이 없던 민성은 끝까지 지연의 머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아....앗!!!! 윽!!

민성은 지연의 입속에 정액을 있는 힘껏 뿌렸다. 자위를 할때는 보통 두세번의 울컥거림이 있었지만 지연의 입속에는 5번이 넘는 울컥거림으로 정액을 쏟아내고 있었다. 군대 안에서는 자위도 거의 하지 않아 얼마만에 느껴보는 사정감인지 몰랐다.

-윽.. 켁 . 콜록콜록

지연이 입으로 정액을 다 받아낸 다음 기침을 한 뒤 입속에 있던 정액을 티슈위에 뱉어냈다.

-야 숨막혀 죽는줄 알았잖아.
-아... ㅋㅋ 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그만.
-진짜 많이도 쌌다.
-저도 휴지좀.

때마침 지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예 중대장님,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예. 운전병 방금 저 내려다주고 갔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조금 늦는거 같습니다. 예. 예. 그럼 고생하십시오. 충성.

지원중대장에게 온 전화였다. 민성은 지연과의 스킨쉽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는 것을 알고 바로 옷을 입기 시작했다. 몽롱한 기분과 힘이 풀린 다리는 어쩔 수 없었지만 자신이 지금 얼마나 위험한 일을 했는지 잘 알았기 때문에 민성은 빠르게 나갈 준비를 했다.

-누나, 가서 연락할게요.
-응 그래. 조심히 가. 내가 늦을 거라고 얘기했거든.
-누나도 잘자요.

민성과 지연은 첫 교감의 여운을 나누지 못하고 그렇게 헤어졌다.


주중까지 이어진 며칠간의 폭풍우가 끝나고 다시 여느때처럼 일과를 하던 어느날, 일신이가 기름을 넣으려고 수송부 연병장으로 내려왔다.

-기두식 상병님, 다음주 주말에 연대장님 연가이시랍니다.
-오 그래? 그럼 그 주 밖에 없겠네. 굳이 너 챙기려고 선임들이 다 너 맞춰주는거 알지?
-예, 압니다. 감사합니다. 헤헤.

일신이는 생글생글한 웃음을 짓고는 유류고로 갔다. 레토나 커버를 구두약으로 칠하던 레토나 분대원들도 일신과 두식의 이야기를 들었다. 두식의 눈치를 보며 일을 하던 원찬은 두식이 외박 날짜를 올리려 행정반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김민규 상병에게 말했다.

-김민규 상병님, 저 배가 너무 아픈데 잠시 화장실좀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니는 뭔놈의 배가 매일 아파. 씨발. 똥을 들고오라고 확인할수도 없고.
-빨리 다녀오겠습니다.
-퍼뜩 갔다와라.

원찬은 화장실쪽으로 뛰어가다가 컨테이너 옆 공중전화 부스로 들어갔다. 소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음만 가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부스를 나온 원찬은 컨테이너안에서 티비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당연히 민성이겠거니 하고 전투화를 풀고 안으로 들어갔다. 민성이 모로 누워서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원찬, 밑에서 애들 뭐하냐?
-레토나 커버에 구두약 칠하고 있다. 근데 나 문자 한통만 보내면 안되냐? 기두식이 그러는데 외박 다음주 주말로 간다더라. 응? 한통만 보내자.
-그래? 근데 너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 알면 너 진짜 난리날거야. 너 또 화장실 간다고 하고 왔지? 너 레토나 애들만이 아니라 중대 애들 다 더 지금 벼르고 있어. 문자는 내가 알아서 보내줄게. 빨리 나가봐. 작업 끝나고 운행 나가는 차 없으면 그때 운전교육이나 나가자.

원찬은 한번 더 졸라보려고 했지만,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김민규가 찾으러 올 거 같다. 이내 포기하고 그대로 컨테이너에서 나갔다.
다음주? 민성은 관물대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원을 켰다. 잘만하면 다음 주에 유소라라는 여자애들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뭔가 흥이 났다. 연결음이 들리고 화면이 켜지자 이미 한지연으로부터 카톡이 와 있었다. 토요일 밤 이후 민성과 지연은 대단히 가까워졌다.

<너 지금 생각해보니깐 몸이 되게 좋더라. 운동 많이 했나봐. 복근 똭!>
<그럼 뭐하나.. 잘 하지도(?) 못하는데 히힛!>
<그건 연습할 데도 없을 건데 어쩌려구 그래?>

지연의 카톡을 읽으며 민성은 웃었다. 비록 삽입에는 실패를 했지만 민성은 뭔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지연이 그 자리에서 실망을 했거나 민성을 비하했다면 민성은 아마 자존심에 큰 상처를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연은 민성이 자존심을 다치지 않게 그날 밤 배려해주었다.

<다음달에 휴가 때 2차전 다시 해요>

민성은 지연에게 카톡을 보내고 곧바로 소라와의 대화창으로 옮겨갔다.

<소라씨, 원찬이 다음 주에 외박 나간대요. 전화가 계속 안된다고 하는데 이 메시지 보면 답문 주세요.>

그러자 바로 답문이 왔다.

<아, 그래요? 모르는 번호라 안받았어요. 031이면 그쪽이에요? 대충 원찬일거라 짐작은 했는데....>
<네 저희 지역번호 031 맞아요. 아무튼 다음 주에 시간 되세요? 원찬이가 많이 보고 싶어 하는거 같네요. 요새 한참 힘들때 거든요>
<누가 아니래요. 매번 전화할 때마다 우는 소리 하는데... 민성씨가 잘좀 보살펴주세요. 선임이라면서요. 고등학교때 친구였다고 하는데 친구 좋다는게 뭐에요 ㅋㅋ>

친구는 개뿔.

<네. 제가 잘 데리고 있을게요. 저도 소라씨 한번 보고 싶어요. 원찬이가 얼마나 자랑을 하는지 지금 우리 부대에서는 난리에요>
<ㅋㅋㅋ 정말요? 저 뭐 별로 내세울 것도 없는데. 다음주에 갈때는 정말 예쁘게 하고 가야겠네. 이거 부담되네요.>

민성은 지갑에서 소라의 사진을 꺼내 보면서 카톡을 했다. 하마터면 소라에게 <예쁘게 안해도 이쁜데요 뭘>이라고 메시지를 보낼 뻔 했다. 둘은 30분이 넘게 대화를 이어갔는데 2학기 때 복학을 해야 하는 민성이 이것저것 물었고, 소라도 알바하러 버스로 이동하는 와중이었는지 대화가 끊기지 않고 계속 도란도란 이어갔다. 탱탱한 몸매와는 달리 소라의 성격은 생각보다 차분하고 진지한 성격이었다. 1학년때부터 원찬과 사겼다고 하니 이미 수백번도 더 원찬의 밑에서 신음소리를 지러댔을 것이다. 다소 야한 사진을 보며 카톡을 하고 섹스하는 상상까지 해대니, 민성은 소라와 직접 섹스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체는 이미 빳빳하게 기립해 있는데 카톡으로는 태연하게 영어공부 이야기, 인턴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윤진이와 심하게 다툰 후 민성은 학교 복도나 급식실에서 마주쳐도 윤진과 별다른 인사도 하지 않았다. 꽁한 민성의 태도에 윤진도 점차 화가 나서 똑같이 응수했다. 방학이 시작되고는 보충수업만 하고 집에 갔기 때문에 더욱 윤진을 볼 일이 없어졌다. 하루는 매점 앞에서 원찬과 윤진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도 보았다. 원찬에 대한 분노와 윤진에 대한 애증이 얽히고 설켜 점점 더 복잡해졌다.

-야 꼴통, 너 지금 화장실 갈거지? 이 책 도혁이 갖다줘라.

원찬이 소설책을 민성의 책상 위에 툭 던졌다.

-니가 갖다줘. 뭘 이런걸 남한테 시켜.
-아니 그냥 화장실 가는 방향이니깐 니가 갖다달라는 거지. 난 지금 다리가 풀려서 못 걷겠다. 으흐흐~
-뭔 소리야?
-에휴... 핏덩이인 니가 뭘 알겠냐?

민성은 모를 소리를 하는 원찬을 뒤로 하고 교실 뒷문으로 나섰다. 화장실을 가려고 하다가 뒤를 잠시 보니 교실 앞문에서 윤진이 들어갈까 말까 하고 서성거리고 있었다. 윤진의 표정이 사뭇 어두워보였다. 민성은 자신에게 할 말이 있는 건가 하다가, 원찬이 앞문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그대로 화장실로 직행했다. 일을 마치고 다시 교실로 돌아오는데 복도끝에서 원찬과 윤진이 서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원찬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서 있었고 윤진은, 멀리서 봐서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울먹이는 표정으로 원찬에게 무언가를 계속 말하고 있었다. 무슨일이지? 민성은 알고 싶었지만 괜히 끼어들었다가 모양새만 우스워질까봐 그냥 포기하고 교실로 들어갔다.

원찬의 자리에 도혁이 앉아있었다. 도혁은 역시나 보자마자 민성에게 시비를 걸었다.

-야 꼴통. 너 씨발 내 책이 왜 니 자리에 있냐?
-내가 어떻게 알어? 원찬이가 던져놨나부지.
-그럼 씨발 제자리에 갖다놓던가 주인을 돌려줘야될거 아냐, 꼴통새끼야.
-나도 지금 봤어. 니꺼면 그냥 가져가.

민성은 소설책을 원찬의 책상에 올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윤진은 다급하게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한 것일까. 민성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 생각만 자리하고 있었다.

-아오, 씨발 꼴통새끼. 요새 아주 오냐오냐 해줬더니 기어오르네. 땀날까봐 참는다. 아오~

도혁은 소설책 모서리 부분으로 민성의 정수리를 탁 치고 나갔다. 지난번 싸움에서 완전히 기가 꺾인 민성은 감히 다시 대설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냥 그 자리에 앉아서 분노만 삭이고 있었다.
원찬은 자리에 돌아와 책을 폈다. 민성은 마지막 기말고사에서 원찬에게 밀렸기 때문에 윤진이와는 별도로 성적면에서도 원찬에게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윤진은 원찬 때문에 멀어졌지만 성적은 반드시 원찬을 압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여자를 내쳐버린 나약함, 불합리하게 가해오는 폭력도 어쩌지 못하는 소심함, 라이벌이라 생각하면서도 성적으로 이기지 못한 무기력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민성에게 허용되는 것은 공부가 유일했다. 단순히 성적을 올리는 수단으로서의 공부가 아니었다. 당시 민성에게는 공부가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던 것이다.





점호를 하려고 모든 중대원이 생활관 한곳에 모였다. 수송부 인원은 따로 앉았는데 두식과 민성은 관물대에 기대기 위해 2열에, 짬이 안되는 후임병들은 1열에 앉아서 허리를 펴고 양반다리로 각을 잡고 앉아있었다. 2열의 인원들은 책을 보거나 티비를 보거나 떠드느라 정신이 없었고 1열의 인원들은 입을 꾹 다물고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 조목조목 선임들에게 털리고 있었다.

-배원찬 저 새끼. 운전 졸라 못해.

두식이 오늘은 배원찬과 같이 영내 운전교육을 한 모양이다. 두식은 발끝으로 원찬의 등을 톡톡 치며 말했다.

-일 못하고 군생활이 개판이면 운전이라도 기똥차게 자알 허든가? 니가 잘하는게 뭐더냐?
-....

원찬은 뒤를 돌아보지 못하고 각을 잡은 상태로 전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오르막길 출발은 시동 다 꺼먹고, 기어도 제대로 못 넣고, 주차는 뭐 아주 개판이야. 오늘도 주차하다가 몇 번을 박을 뻔했어.

두식이 주변이 다 들리라는 투로 말했다. 원찬의 난행이 계속될 수록 몇몇 병장들이 두식이게 압박을 넣는 모양이었다. 두식도 다음달이면 병장인데 아직도 애들 관리 못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은근 짜증이 나는 모양이었다. 군용차를 처음 운전해보면 스틱운전은 입대전에 해보지 않고서는 누구나 어려워하는 게 사실이고 두식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른 후임들은 어느 정도 주의만 주고 잘 가르쳤는데 유독 원찬에게만 몽니를 부리는 이유는 아마 원찬의 평소 행동 때문일 것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원재가 두식을 향해 말했다.

-제가 기회 있을 때마다 연습시키겠습니다.
-됐어. 안될 놈은 안돼. 그냥 작업병 하나 들여왔다고 생각하면 되지. 넌 그리고 일병이 무슨 운전교육이야. 상병은 꺾여야 교육하다 사고 안난다. 원재 너는 임마 운전 교육 시키지 말고 체인치는 연습이나 완벽하게 시켜라. 겨울에 체인이나 치라고 하게..

두식은 계속 비아냥거리면서 원찬의 자존심을 완전히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점호시작 방송이 들리고 2열 인원들도 자리를 고쳐 앉았다. 두식도 뻗었던 다리를 오므리고 양반다리를 했다. 두식은 민성을 쳐다보았다. 두식과 눈이 마주친 민성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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