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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그리고 사랑 - 77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8:17 734회 0건
“지금 뒷문 앞에 와 있는데, 좀 볼수 있을까?”
예리의 전화번호는 알고 있다.
그래서 무작정 예리의 침실로 연결되는 뒷문 앞으로 가서 전화를 했다.
누군지 말 하지 않아도 알것이다.
예전에는 열쇠를 가지고 이 문으로 자주, 꽤 자주 드나들었었다.
현석이 사용하던 그 열쇄는 지난해 봄, 제주여행을 다녀 오면서 그녀에게 돌려 주었었다.
정문으로 들어 갈 수는 없었다.
지난해, 예리와의 만남을 아는 피에르체의 직원은 없다.
그런만큼 직원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뒷문으로 온것인데, 과거에 뒷문으로 드나들던 그 관계로 보일까봐 조금 걱정도 되긴했다.
‘꼭 그래야 하나요?’
전화기 저편에서 그녀가 감정이 없는 낮은 톤으로 물었다.
현석이 무었을 확인하러 왔는지 알것이다.
“그래. 꼭.”
전화기 저쪽에서 침묵이 흘렀다.
현석은 인내심을 갖고 대답을 기다렸다.
‘잠깐 기다리세요. 지금 하고 있던일도 있고 해서, 조금있다 올라 갈께요.’

딸깍
문소리가 들린 것은 전화를 끊고도, 족히 30분은 지나서였다.
다시 한번 더 전화를 해 볼까 했지만,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그녀는 문만 열었을뿐, 현석을 쳐다보지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항상 미소띤 얼굴이었지만, 지금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없다.
원망하지 않았을까?
이별, 그 이후에도 혹시 현석이 이 문을 두드려 주길 기다리지는 않았을까?
잠깐 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바보같으니.
속으로 그렇게 자신을 나무랐다.
문을 열어준 그녀의 얼굴에 미소는 없지만, 알수없는 표정이 지나갔다.
“들어가도 되지?”
현석은 마치 잘못을 들킨 소년처럼 조심스럽게 물었다.
“…”
그녀는 말없이 비켜섰다.
현석이 들어서는 것을 기다려 문을 다시 잠그고 그녀는 엉거주춤 서있는 현석을 지나쳐서 자신의 그 방으로 들어갔다.
참으로 자주 드나들던 곳이다.
눈을 돌려 방안을 휙 둘러 보았다.
그때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바뀐 것은 없다.

그녀는 아무런 말 없이 차를 준비했다.
현석이 좋아하던 원두커피.
이미 그것은 준비되어 있었다.
문을 열어주기 전, 그녀는 이곳에서 무슨생각을 하면서 커피를 준비했을까?
“고마워.”
“…”
커피 한모금, 그리고 커피잔만 만지작거렸다.
“…”
“…”
그리고 긴 침묵.
현석은 무슨말부터 해야 할지를 몰랐고, 그녀는 묻지 않았다.
재촉도 하지 않았다.

“아이.”
“…”
“볼 수 있을까?”
그 말에 예리의 어깨가 잠시 움찔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현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현석의 시선 잠깐 응시했다.
알고 왔나요? 하고 물어보는것처럼 그녀는 현석을 응시하다가는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잠시후, 아기들이 잠을 잘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바구니에 눕힌 아이를 바구니째 들고 들어 왔다.
비록 실내이긴 하지만, 아직은 초봄인지라 따뜻하게 해 주기 위함인지 아이는 포근해 보이는 이불에 폭 쌓인 상태로 부드러운 옷을 입고 있다.
아이는 생글생글 웃고 있다.

저 아이가 내 아이, 내 딸이다.
이직 예리에게 확인하지 않았지만, 꼭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것이다.
방금, 아이를 볼수 있겠느냐는 말 한마디에 데리고 들어온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것이다.
너무나 예쁘다.
어쩌면 저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그래, 지수의 말처럼 정말 인형보다 더 예쁘다.
아직은 어리긴 하지만, 제 엄마를 쏙 빼다 박은 듯한 저 예쁜 콧날과 눈매, 그리고 저렇게 작은 입까지.
아이는 그 작은 손을 허공에 들고, 오므려 주먹을 쥐었다가 펴기도 하면서, 똘망똘망한 눈으로 현석을 쳐다보았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그 무언가가 뭉클뭉클 솟아 올랐다.
안아보고 싶다.

“이름은?”
현석의 물음에 예리의 시선이 아이를 향해 환하게 웃더니, 현석에게로 향했다.
“현아.”
어제 지수에게서 들었던, 그이름이 아이의 이름이었구나.

오늘 예리를 만나, 그녀가 처음 입 밖으로 내 뱉은 말이다.
현아, 딸아이의 이름.
“안아봐도 될까?”
그녀는 대답대신 현아를 조심스럽게 안아서, 현석에게 넘겼다.
아이를 바라볼 때의 그녀의 환한 미소, 다정한 눈길, 행복에 넘치는 표정은 옆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현석이 함께 바이러스처럼 옮겨오는 행복감이다.
그렇지만, 표시 할 수가 없다.

현아가 까르르 웃는다.
아직, 너무나 어리기에 그 웃음은 얼굴과 입가에서만 나타나고, 목소리 대신 호흡으로만 나타난다.
그러나, 그것이 까르르 웃는 것임을 현석은 안다.

아이의 손에 현석이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아이가 손가락을 꼭 잡는다.
이 작고 부드러운 손.
이렇게 앙증맞은 손가락.
너무나 예뻐서 얼굴에 환한 웃음이 절로 어린다.
마치 예리의 몸을 빌려 하늘에서 보내준 신의 선물같다.
아이와 눈을 맞추어 보았다.
아이는 환하게 웃으면서 마치 현석의 얼굴을 만지려는듯, 손을 마구 흔들었다.
현석은 예리와 아이의 상태와 상관없이 스스로의 가슴속에, 그리고 얼굴에 웃음이 번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이 내것 같은 환희가, 지수가 임신을 했다고 알려왔을 때처럼 그 기쁨은 현석을 소리없이 감싸는 것 같다.
현석은 아이의 손에 얼굴을 가까이 했다.
그 작은 손이 현석의 얼굴 이곳저곳을 잡을듯이 움직였다.
현석은 아이의 손이 얼굴을 더듬듯이 스치고 가는 느낌이 온 몸으로 마치 이봄의 기운처럼 스치고 지나감을 느꼈다.

아이를 조심스럽게 바구니에 내려 놨다.
내려 놓아도 현아는 환하게 웃는다.
“순하구나.”
이런 바보 같은 말이라니.
이렇게 예쁜 아이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사랑스러운 아이를 보고 기껏 한다는 말이라니.
이렇게 어여쁜 딸을 보고 기껏 한다는 말이라니.
사랑한다. 내 딸아. 내 딸 현아야.
속으로만 그렇게 말했다.

성이 무었이냐고 물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이현아 일까? 아니면 김현아 일까?
아니, 출생신고를 하긴 했을까?
현석도 그간 아이가 없었던 터라, 출생신고를 해 본적이 없으니, 출생신고를 어찌 하는지는 모르지만, 출생신고를 했다면 성을 뭐라고 했을까?
“출생신고는?”
“…”
그녀는 현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 속에 현석이 비친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세요? 그렇게 물어보는 것 같다.

숨이 턱 막힌다.
저렇게 처연한 표정으로 현석을 바라보다니.
그녀의 눈에 눈물이 어렸다.
참 바보 같은 질문이지만, 어떨결에 나온 질문이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그녀는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가로 저었다.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지금 성도 없는 상태인 셈이다.
왜 안했느냐고 물어보면 안되겠지.
가슴 한가운데가 아려온다.

“왜 말 안했어?
“…”
“왜 알리지 않았어?”
“…”

현석이 질문하는 의도를 알면서도 그녀는 그냥 말없이 아이만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말 하지 않았지만, 아마, 그녀는 현아가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감출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행여, 아니라고 한들 믿겠는가?
낮은 목소리로 물어보는 현석의 질문에 그녀는 대답대신 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조용한 어투로 말을 입을 열었다.
“아세요? 사는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
대답은 못했지만, 안다.
알고 말고.
예리가 외롭게 혼자 아이를 낳고 기르는 그 기간동안, 지수와 행복에 취해 살아왔지만, 그 이전에 이미 힘든 경험을 한 바 있다.

“사는 것, 산다는 것,
살아 가는 것과 살아 지는 것,
그리고 살아내는 것과 살아 보는 것,
조금씩 의미는 다르지만, 어떻게 다른건지 설명은 못하겠지만.
그러나, 아저씨를 만나기 전까지 난, 그냥 그냥 살아내고 있었어요.
누구에게도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
“그런데, 살아 가는것에 대한 의미를 알게 된 것은 내가 아저씨를 떠난 뒤였어요.”
이 아이는 여전히 아저씨라 부르는구나.
그 이유, 살아가는것에 대한 의미를 알게된 것이 현아의 임신을 말하는것일까?
아마, 그러리라.
“아니, 살아가야할 이유가 생긴거죠.”
“…”
“아저씨를 만나기 전에는 그냥 살아내고 있었지만, 아저씨를 만나면서, 살아보는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그녀가 현석을 떠날때와 같은, 그러나 다른 의미를 주는 독백.
현석은 그녀의 독백 같은 이야기를 말없이 듣고 있었다.

스물다섯 나이의 미혼모 입에서 나올만한 이야기인가?
세상을 달관한, 세상의 일에서 초월한 고승에게서나 들어야 하는 이야기 아닐까?
“그런데, 아저씨를 떠난 뒤에,
그 얼마 뒤에, 그때서야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해 졌어요.
그것은 아이가, 내 뱃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안 그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래, 지금 그녀가 현아가 내 아이임을 말하고 있는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과 내 아이임을 말하고 있었다.
“…”
“아저씨를 떠났어도, 전혀 외롭지 않았어요.
다만, 아저씨가 그 사실을 모른다는것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아주 작았지만, 알면 좋겠다는 기대감 그런거 있었죠, 부질없는 기대와 미안함이었지만.”
“…”
그리고 그녀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그녀의 눈에서 두줄기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난 아기가 생겼다는 것을 안 바로 그 순간부터, 그 전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희망이라는 말이 온 몸을 감싸고 돌기 시작했어요.
여태까지의 삶이 그냥 살아내는 것이었다면, 아니 그냥 살아지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살아가야 할 뚜렸한 이유가 생긴거죠.”

그녀는 거기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고개를 들었지만 두 눈에 맺혀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런데.”
그녀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 말고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았다.

그녀가 떠나갈때, 아니 현석과 만나고 있던 그때, 예리의 모습이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었는데.
현석에게 힘든 모습을 감추었다는 말인가?
항상 환하고 밝았었는데.
너무 예쁜 모습이어서 느끼지 못한것일까?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얼굴에 드러난 수심을 감출 수는 없는데.
이해 되지 않는 일이다.
그녀는 아버지와 엄마의 관계, 동생과의 관계등을 조금 간단간단하게 말했었다.
참으로 힘이 든다고.
그렇게 힘들었었니?
그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왜 말 안했니?”
“…”
“왜, 그때 알리지 않았니?”
그녀는 현석을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그녀의 눈이 현석을 바라보고 있다.
저 눈속에 담긴 그 많은 이야기들은 다 무었인지는 모르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것은 분명하다.
“아저씨를 붙잡고 싶었어요. 솔직히, 그렇지 않았다면 거짖말이겠죠.
그때는, 내 뱃속에 현아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기 전이었지만, 정말 붙잡고 싶고, 매달리고 싶었어요.”

쿵~
가슴속에 커다란 울림이 있었다.
그녀가 떠날 때, 잡지 못했다.
그것은 지수를 가슴속에 담고 있었기에, 그러지 못한 것이었다.
그때, 지수와는 무었이 어떻게 될 수 있을것이라는 기대도, 가능성도 없던 때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붙잡지 못했다.

하영과 같은, 전철을 다시 밟고 싶지 않은, 마음속에는 떠나간 한 사람을 담아두고, 하영과 결혼해서 가졌던 아픔, 그리고 하영이 아이를 가지지 못해서, 두사람이 끈끈한 부부의 정을 느끼보기도 전에 조각난, 현실의 아픔을 다시는 격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그녀를 붙잡지 못했었다.
다시는 그런 슬픔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그녀가 떠나는 것을 마냥 바라보기만 했을 뿐이다.

그녀는 고개 한번 돌리지 않고, 떠나갔었다.
그런데, 지금 이런 모습으로 현석의 앞에 서 있다니.
“…”
“나를 붙잡아 달라고 떼를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붙잡을 수가 없었어요.”
“…”

“하나… 물어보고 싶어요.”
“부인이 해외 연수 중이었던거, 맞나요?”
아니지, 그땐 혼자였단다.
현석은 말없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럼, 혼자 였었나요?”
현석이 고개를 가로 젖는 것을 보고 한참 뜸을 들이던 그녀가 다시 물었다.
현석은 예리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
현석은 대답대신 잠깐동안 그녀의 눈을 쳐다보다가는 시선을 발끝으로 향했다.
그리고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현석을 쳐다보는 그녀의 시선이 느껴졌다.
거짖말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 언니와 사귀는 중이었었나요?”
“…”
현석은 가슴이 뜨끔 했다.
그게, 그런것들이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 나라도 확인하고 싶었을것이다.
그리고 두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이미 지수에게 들었을 수도 있다.
현석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그냥, 알고 싶었어요.”
어제, 지수언니와 들어와서, 언니가 결혼할 분이라는 말을 했을 때, 정말 너무나 많이 놀랐어요.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 한동안 무었을 하고 있었는지 조차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 였으니까요.”
“…”
“그리고 생각했죠.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지만, 최소한 내게도 기회가 있었었구나, 다만 내가 그걸 모르고 있었을 뿐, 아니, 내가 조금 더 적극적이지 않았을 뿐.”
“…”
그래 기회가 있었지.
있었었다.
네 사랑을 느끼고 있었고, 나도 너를 사랑했다.
그런데, 내 가슴 한곳에 한사람이 먼저 들어와 있었는데, 어쩌겠니?
지수가 가슴속에 차지한 크기가 너무 컸었다.
그래서.
하영과 격었던 그 전철을 다시 밟게 될까봐.
그래서였다.
그렇지만, 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가슴이 쓰라린다.
숨을 쉬기 힘들정도로 답답하게 가슴이 조여졌다.
그녀를 안아주고 싶다.
그리고 등을 다독거려 주고싶다.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느냐고, 그러나 이젠 걱정하지 말라고 달래고 싶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울고 있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간혹은 몸이 흔들릴 정도로 떨리는 몸으로, 울음을 참으면서 담담히 말하고 있는 그녀를 꼭 껴안으며, 포근하게 감싸주고 싶다.
그러나, 그러나,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왜 알리지 않았느냐구요? 왜 말하지 않았느냐구요? 그때, 아저씨는 해외 연수 보낸 부인을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이 말은 원망이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작은 원망이다.
“…”
“거꾸로 물어볼께요. 왜, 혼자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어요?”
“…”
말을 할 수가 없다.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그때 난, 아저씨의 부인에게 죄를 짓고 있었거든요. 내가 아저씨 부인의 입장이라면, 그걸 용서할 수 있을까요?”
“…”
“용서되지 않는 일이죠. 그랬으니, 난 떠나야 했고, 아저씨에게 알릴 수 없었어요.
많이 아쉬웠지만, 조금은 원망도 했지만, 그래도 행복했어요.
현아가 제 뱃속에서 자라고 있었기에.”
그녀의 목소리에 울음이 배어났다.
“…”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현아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말았어야 하는데, 알게 되어버렸어요.”
그게, 결국은 모두 현석의 잘못이다.
솔직하게 그 상황을 제대로 말하지 않은 것.

“할말은 없지만,
아니, 이런말 참으로 우습긴 하지만.”
“…”
현석이 다음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한참동안 뜸을 들였지만, 그녀도 아무말 하지 않았다.
“그때라도 알렸으면, 지수에겐 미안하지만, 정말 미안하지만, 난 네게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을지 모르겠다.”
“…”
“그런데, 우린 이미 혼인신고도 했지만, 예리도 알다시피, 지금은 지수도 임신 중이야. 대체 날보고 어쩌라고, 어떻게 하라고 일을 이렇게 만든거야?”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했지만, 책망하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책망이 되어 버렸다.
“…”
“여름, 그때 정하니가 했던 말이 이제야 나도 이해가 되긴 한다만, 그때라도 알렸으면.”
“…”
“아니 변명을 꼭 하자면.”
“하지 마세요. 변명.”
큰 소리로 말을 막는 그녀의 말소리는, 이제는 울음소리가 섞여있다.
“…”
“그리고, 지금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죠. 그건 언니에 대한, 언니의 사랑에 대한 배신이에요. 언니가 얼마나 아저씨를 사랑하는지 저는 알아요. 그리고 아저씨가 얼마나 언니를 사랑하는지도 알아요.”
“…”

그럼, 너는 어떡하고, 현아는 어떡하니.
그렇게 물어보고 싶다.
“언니에게 들었어요. 얼마나 아저씨가 언니를 사랑하는지, 그리고 언니도 얼마나 아저씨를 사랑하는지. 그리고, 난 나 스스로 아저씨를 떠난 사람이잖아요?”
“…”
따지고 보면 그렇지만, 그걸 따지러 온 것이 아니잖니?
“그리고, 책임감 때문에 돌아오는것, 난 원치 않았어요.”
“…”
할말이 없게 만든다.
“어차피 아저씨는 현아의 존재도 몰랐을테고, 나 역시 알리고 싶지 않았어요.”
“…”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언니와 결혼하게 되지 않았으면, 아니, 언니의 웨딩 드레스를 내가 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어쩌면 영원히 몰랐겠죠.
서로 연락할 일도, 마주칠 일도 없었을테니까요.”
“…”
“그랬던, 몰랐던 상황, 알리지 않은상황, 그대로 유지 되었으면 좋겠어요.”
“…”
“언니가 함께 가자 하더라도, 이제 여긴 오지 마세요, 아저씨와 얼굴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내가 다른도시로, 아니면 다른나라로 떠날 수는 없어요.”
“…”
“현아를 잘 키우기 위해서라도.”
현아를 혼자 키울거라고?
“그렇지만, 그걸 떠나서 그럴 수는 없다.”
“왜요?”
“현아가 내 아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어떻게 모른체 할 수가 있니?”
“그럼 어쩌실건데요?”
“…”
“대체 어찌 하실건데요?”
“…”
할말이 없다.
“어찌 할 수 없죠?”
“언니한테 고백해야지.”
망설이다그 그렇게 말했다.

“뭐라고 고백하실건데요, 숨겨둔 아이가 있다구요?
그 숨겨둔 아이의 엄마가 나라구요?
그 아이의 엄마가 나라구 언니한테 고백을 한다구요? 그럼, 이제 언니와 나 사이도 찢어놓고 싶으세요?”
“…”
“…”
두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한참동안 흘러갔다.
“그럼, 아이를 사생아로 키울거야?”
그 침묵의 끝을 현석이 뚫으면서 물었다.
“그건 생각 안해봤어요. 난 사생아가 뭔지 몰라요. 그러나 잘 키울 자신은 있어요.”
“…”
이 결론없는 말꼬리잡기 논쟁을 계속해야 할까?
현석이 어떤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녀가 수긍하거나 승락하지 않으리란건 이미 예상하고 왔다.
그러나 달리 방법도 없다.
고백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다.
현아를 사생아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생각만 강하게 했을뿐, 어찌해야 할지는 도무지 떠 오르지 않는다.

예리와 결론없는 논쟁을 하고, 다음에 다시 이야기를 하자고 하고는, 결론 없이 되돌아 나왔지만,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는다.
책상앞에 앉아, 지수의 빈 책상을 바라보았다.
저기 저 자리에 지수가 늘 앉아 있었는데, 지금은 집에 있을것이다.
집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너무나 면목이 없다.
고백해야 할까?
예리의 말대로 고백하면?
책임을 지고 예리와 결혼?
웃기는 소리다.
지수의 뱃속에 있는 아이는?
그녀와는 이미 혼인신고도 했다. 그리고 지금 지수와는 법적으로 완전한 부부이다.
예리와의 관계를 복원해야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복원 되어서도 안된다.
조선시대라면 어쩌면 가능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다.

현아는?
현아는 어떻게 할건데?
현아는, 대체 현아는 어찌할건데?

말도 안되는 상상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만일에,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만일에 지수, 그녀와 헤어져야 한다면, 아마도 살아가기 힘들것이다.
바로 그 여인, 지수와 다음주 일요일에 결혼식을 올린다.
이제 열흘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대체 무슨생각을 하는거냐?
도대체 머릿속에서도 정리가 되는 것이 없다.

* * *

“차장님, 뭐 걱정 있으세요?”
이정희가 그런 현석을 보고 물었다.
“아, 아니에요. 걱정 없어요.”
얼버무리고 서류에 눈길을 돌렸다.
걱정이 없긴.
지금, 심정을 말 하라고 한다면, 딱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다.
정말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 * *

“혹시 드레스 마음에 안들어요?”
현석의 표정을 보고 지수가 물었다.
조금은 어두운 그늘이 있었을것이다.
예리와 현아를 생각하면, 금방 가슴 한쪽이 아려오기 때문이다.
“아니, 아주 좋던데. 왜?”
“헨리가 드레스 보고 온 뒤부터 간혹 표정이 없어서, 난 또 드레스가 마음에 안드나 해서요.”
“아니야, 드레스 정말 너무 마음에 들어. 세상에 오직 엘리만을 위해서 만든 최상의 드레스야.”
“정말요?”
“그럼, 당연하지.”
“그런데, 요새 간혹 표정이 왜 그래요?”
“왜? 내가 어땠는데?”
“몰라요? 간혹 전에 안쉬던 한숨도 쉬고,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기도 하고.”
“그랬나?”
몰랐다.
그랬었나보다.
“새로 회사 준비하는 것 때문에 걱정되요?”
회사 분사와 관련해서 제출한 신청서를 몇번 보강을 했다.
그래서, 그걸 보완해 주느라 거의 밤을 샐뻔한 적도 있다.
회사에서는 이달중에 모든결론을 내릴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걱정은 그것이 아니다.
그나마, 그녀가 그렇게 생각해 주어서 다행인가 싶다.

혼자 생각을 해 보았다.
만일,
이건 순전히 의미없는 가정이긴 하지만.
지수가 아이를 갖지 않았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로 예리의 소식을 알았다면, 그땐 어찌 했을까?
지수와 함께하지 않고, 예리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이성은 가슴속에 있는 감정과 상관 없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모르겠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기적인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지수 이외의 여자와 어떻게?
아니다.
절대로 어떻게 될 수 없다.
이예리.
현아.
내 아이.
아니, 내 딸.
어떡하면 좋니?
어떡하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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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컨텐츠
1304 이별 그리고 사랑 - 76부 08-24   678 최고관리자
1303 나의 질내사정기 - 法大녀 편 - 2부 08-24   690 최고관리자
1302 나의 원나잇파트너 - 2부 08-24   671 최고관리자
1301 나의 원나잇파트너 - 4부 08-24   826 최고관리자
1300 나의 원나잇파트너 - 5부 08-24   489 최고관리자
1299 이별 그리고 사랑 - 80부 08-24   968 최고관리자
1298 나는 화냥년이다. - 9부 08-24   647 최고관리자
1297 붉은빛 여우의 향기 - 프롤로그 08-24   724 최고관리자
이별 그리고 사랑 - 77부 08-24   735 최고관리자
1295 나는 화냥년이다. - 10부 08-24   805 최고관리자
1294 현아의 자위일기 - 4부 08-24   754 최고관리자
1293 현아의 자위일기 - 5부 08-24   934 최고관리자
1292 이별 그리고 사랑 - 78부 08-24   567 최고관리자
1291 나는 화냥년이다. - 11부 08-24   669 최고관리자
1290 음란한 나의 이모 - 상편 HOT 08-24   1178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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