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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냥년이다. - 10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8:17 804회 0건
제10부

“이 시키가 뒈질라구 환장을 했지?”

택시 기사와 환상적인 섹스를 나눈 다음날 난 이모에게 갔고 이모의 설득에 짐을 챙겨 이모 집으로 거쳐를 옮겼다. 이모는 내 이혼보다는 막 고3이 된 아들 형식이의 유학에 관심을 더 보였다. 내가 루이지애나에서 벗어나 가을학기부터 좋은 프렙스쿨들이 있는 중서부로 옮겨가 학교를 다닌 다는 것을 알고 형식이를 미국에 보내려고 했던 것이다.

난 형식이를 어릴 때부터 귀여워했고 그 아이도 나를 잘 따라 데리고 있으면 심심하지 않을 것 같아 이모를 도와 형식이가 가을학기부터 내가 살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의 기숙학교로 입학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성적도 좋고 영어시험 점수도 좋았던 형식이는 고3을 미국에서 다니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되었다. 난 이모 집에서 지내면서 형식이의 영어 작문을 봐주었는데 그날도 그 녀석이 쓴 글을 함께 보며 첨삭을 하고 있었다.

난 늘 그렇듯이 헐렁한 셔츠를 편하게 입고 형식이의 옆에 바싹 붙어 앉아 있었는데 이 놈이 셔츠 속 내 가슴을 훔쳐보다가 들킨 것이었다. 녀석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하자 녀석이 대꾸했다.

“아~ 어디 남자 머리를 막 때리구 그래 여자가~”

“이게 아주 매를 벌어요. 이 시캬. 뭐? 여자가? 다시 말해서 이 자식아.”

형식의 머리통을 양손으로 마구 내리치자 그가 도망치며 말했다.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녀석이 방을 나가자 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고3 남자애 옆에서 가슴이 훤히 다 들여다보이는 헐렁한 셔츠를 입고 있으니 안보면 이상한 일이었고 아무리 모범생이라도 형식이 역시 피끓는 청소년이었다. 비록 욕하고 때리기는 해도 난 녀석이 예쁘고 귀여웠다.

레지던스를 나와 이모 집에 있으면서도 난 윤경 언니를 비롯한 다른 언니들과 어울려 다니기도 했고 이런저런 기회로 남자들과 섹스를 나누며 지냈다. 기억에 많이 남는 경우도 있었고 그저 그런 섹스파트너 중의 하나로 묻혀버린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것들을 다 글로 쓰려면 한정 없이 길어질 것 같아 생략하지만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한가지 경험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아있어 얘기해야 할 것 같다.

서울에서 봄을 다 보내고 6월말에 미국에 돌아가기로 일정을 잡았다. 8월말에 학기가 시작되니 먼저 가서 루이지애나의 집을 정리하고 새로 갈 학교 근처에 살 곳도 마련해야 했고 다시 시작할 학업을 위해 굳어버린 머리와 감각도 좀 풀어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일정을 다 잡고 출국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난 윤경 언니에게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다. 언니 남편이 집에 손님들을 초대하는데 도와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기로 했다.

“너 출국 준비하느라 바쁠 텐데 이런 부탁 해서 미안해.”

“아냐, 언니. 바쁠 것 없어. 근데 손님 많이 오면 도우미 아줌마라도 부르지 내가 뭐 도움이 될까?”

“뭐 특별히 할 것도 없어. 그냥 혼자는 좀 그래서 부른 거고 무엇보다 니가 재밌어 할 것 같아서 겸사겸사 부른 거야.”

“그래? 그래 그럼. 근데 음식은 어떤 거 할거야? 장은 봐놨어?”

“음식은 그냥 와인 안주 할만한 것들 조금만 준비하면 돼. 연어하고 치즈 좀 얹어서 카나페 좀 하고 새우 칵테일이랑 뭐 그런 거.”

“그게 다야? 근데 뭐 나까지 불렀어?”

“오늘 남편 친구들 모임이라고 했잖아. 부부 동반이 아니고 남자들만 온다고.”

“언니도 참…… 왜? 나 남자 소개시켜 주려고?”

“니가 남자 소개받을 애니? 그런 거 아니고 아무튼 이것부터 하고 얘기하자.”

뭔가 있는 것 같았지만 그게 뭐든 내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쿨한 윤경 언니가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건 분명 뭔가 있는 것이었다. 호기심이 솟구쳤지만 일단 언니를 도와 음식 같지 않은 음식들을 준비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음식들을 식탁 위에 부페 세팅하듯이 일렬로 죽 올려 놓았고 거실의 탁자는 어딘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만들어져 있었다.

원래 우리나라에서는 손님이 오면 거실에 큰 상하나 펴놓고 둘러앉고 그러지 않나? 하지만 이 경우에는 넓은 거실에 휑하니 빈 공간만 만들어놓았고 손님 초대한다고 거창하게 얘기한 것 치고는 준비가 너무 부실해 보였다. 좀 이상했지만 남의 집 일에 이래라저래라 할 일도 아니어서 식탁 한 쪽에 치워놓은 의자에 앉아 언니가 건네는 우유를 한잔 마셨다.

“뭐가 좀 어색해 보이지?”

내가 말이 없이 앉아 있자 윤경 언니가 먼저 말을 꺼냈다.

“글쎄…… 언니네가 초대한 손님들이니까 내가 뭐 어색할 일 있겠어? 대충 다 된 것 같은데 그럼 난 갈게.”

“아냐, 수정아. 너도 같이 놀다가.”

“아냐, 언니. 형부 친구들 모이는 거라면서? 근데 거기 내가 왜 껴?”

“그렇긴 한데……”

언니가 뭔가 말을 하려고 하면서도 선뜻 털어놓질 못했다. 그런 언니에게 속 시원히 말을 해보라는 의미를 담아 강렬한 시선을 던졌다.

“저기…… 오늘의 메인 코스는 나야.”

난 윤경 언니의 말을 선뜻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니가 어떻게 생각할 지 몰라서…… 에이~ 그래도 넌 이해할 것 같아서 부른 거야. 오늘 모이는 신랑 친구들 사실은 스와핑 클럽 멤버들이야.”

“스와핑? 그 스와핑?”

“그래, 그 스와핑.”

“근데 왜 남자들만 모여? 스와핑이라는게 원래 부부끼리 서로 같이 하는 거 아니었어?”

“원래 그런데 이렇게 한집씩 돌아가면서 그 집 와이프를 상대로 갱뱅 놀이도 하고 그래. 이번이 내 차례고.”

언니가 자기 남편에 대해 얘기할 때는 무척이나 가부장적인 사람으로 들렸었다. 이제 보니 언니는 남편에게 완전히 길들여져 있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언니도 원해서 하는 거야?”

“응. 난 남편하고 아주 행복하게 산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 모임의 정기 모임도 좋고 이렇게 돌아가면서 하는 갱뱅도 항상 기대되고 그래.”

“근데 나보고 동참하라는 거야?”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고 너하고 친해지고 나서 우리 모임 꼭 한번 보여주고 싶었어. 우리 신랑한테 네가 올지도 모른다고 살짝 얘기는 해놨으니까 너 좋을 대로 해. 관전만 해도 좋고 같이 놀아도 좋고, 내키지 않으면 그냥 가도 괜찮아.”

솔직히 호기심이 생겼다. 윤경 언니와는 몇 달 안되었지만 그래도 꽤 많은 일들을 함께 겪었고 내가 모든 걸, 특히 성적인 부분을 툭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물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언니가 좋아하는 거라니까…… 그럼 우선 구경만 할게.”

“그래, 너 편한 대로 해.”

두려운 마음과 설레는 마음이 교차하는 가운데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몰랐다. 그리고 잠시 후 말로만 듣던 윤경 언니의 남편이 집에 도착했다.

“여보, 인사하세요. 제가 말씀 드렸던 동생이에요.”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자 생각보다 작은 키에 탄탄해 보이는 그가 나를 보더니 환한 인사로 인사를 건넸다.

“아~ 네. 우리 윤경이에게서 얘기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그는 윤경 언니보다 약간 작아 보였고 골프를 해서 그런지 까맣게 그을린 피부에 얼굴은 결코 잘 생긴 편이 아니었다. 솔직한 생각으로는 언니가 뭘 보고 이런 남자에게 꼼짝도 못하고 산다고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는 그런 그에게 깍듯하게 존댓말을 했고 그는 언니를 좀 함부로 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윤경아 곧 도착할 시간 됐으니 준비해.”

“네, 여보.”

언니의 남편은 거실 한쪽에 내가 앉아 있을 의자를 하나 준비해 주고는 한쪽 방에서 푹신해 보이는 매트를 여러 개 가져와 거실에 깔았다. 그리고 얼마 후 벨 소리가 났고 안방에서 언니가 나왔다. 난 그런 언니의 모습을 보고 눈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언니는 알몸에 앞치마만을 걸치고 작고 예쁜 가슴은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언니가 문을 열자 왁자지껄하는 소리와 함께 네 명의 사내가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야~ 우리 제수씨 오늘 컨셉 죽입니다.”

“네, 어서 오세요.”

“오늘 종일 형수님 보지 생각에 일도 못했는데 역시 실망시키는 법이 없으십니다.”

“호호호…… 저도 최대표님 자지가 눈에 어른거렸답니다.”

“역시 우리 강사장네 부부는 화끈해서 좋아.”

문을 열고 들어서는 사내들의 말이 무척이나 야했고 그들에 대꾸를 해주는 언니는 더 야한 것 같았다. 윤경 언니의 남편은 들어서는 사람들과 웃으며 악수만 할 뿐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강사장, 저기 저 분은 누구……?”

일행 중 키가 가장 큰 남자가 거실로 들어서며 나를 발견하고는 언니의 남편에게 물었다.

“우리 윤경이 친구. 오늘 그냥 관전만 하신다니까 신경 쓰지마.”

언니 남편이 단호하게 말했고 사내들은 내게 눈인사만 건넬 뿐이었다. 나 역시 그들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었지만 이후 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내 시선을 고정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거실로 들어선 사내들은 이미 이런 일을 여러 번 해본 듯 자연스럽게 옷을 벗어 한쪽에 마련된 옷걸이에 걸고는 하나씩 화장실로 들어갔다가 나왔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그들은 하나같이 수건으로 아랫도리의 물기를 닦으며 나왔다. 현관문을 열어주고 그들을 맞이했던 언니는 거실 한가운데 서서 그들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언니 남편은 그들에게 와인을 건넸다.

그들은 와인 잔을 들고 거실로 나아갔다. 사내들은 언니에게 웃으며 말을 시켰고 언니도 대꾸를 했지만 솔직히 그들의 대화 내용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내들은 체형도 각각이었고 자지의 크기나 굵기도 다 각각이었다. 그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자지가 거의 직각으로 잘 발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윤경 언니의 남편을 제외한 네 명의 사내들이 언니를 둘러싸고 서서 와인을 홀짝거리는 동안 언니는 그들의 자지를 번갈아 주물렀고 그들은 언니의 튀어나온 젖꼭지를 안주 삼아 깨물었다. 한 사내가 언니의 짧은 머리를 잡고 고개를 젖히더니 자신의 입에 있던 와인을 언니의 입안으로 흘렸다. 붉은 와인이 언니의 볼을 타고 젖가슴으로 흘러내리더니 이미 앞치마 마저 벗겨져 모습을 드러낸 보지털에 맺혔다.

한 사내가 주저 앉아 보지털에 맺힌 와인방울을 빨아 마셨다. 그러자 언니는 그 사내를 그대로 눕히며 그의 얼굴을 타고 앉아 넓게 다리를 벌렸다. 사내는 그런 언니의 보지를 요란한 소리가 나도록 빨았다. 언니는 그렇게 앉은 자세로 눈 앞에 발딱 선 한 사내의 자지를 입에 물고 빨기 시작했고 다른 사내의 자지를 손으로 열심히 흔들었다. 나머지 한 사내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뒤에서 언니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한 손으로 열심히 자신의 자지를 흔들고 있었다.

윤경 언니의 남편은 꽤 커다란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들고 그들의 모습을 열심히 찍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모습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한 사내는 언니의 보지를 빨고 언니는 요란한 신음 소리를 내며 세 사내의 자지를 번갈아 빨거나 흔들어댔다. 그들은 언니의 얼굴이 시뻘개지도록 목구멍 깊숙이까지 자지를 밀어 넣고 쑤셨다. 하지만 언니의 표정은 힘들어한다기 보다 정말 맛있어 하는 표정이었다. 나도 모르게 입맛이 다셔지고 자꾸만 침을 삼키고 있었다.

“오늘은 내가 우리 제수씨 보지를 개봉해야겠네.”

아까 나에 대해 물었던 키 큰 사내가 언니를 일으켜 엎드리게 하고는 선 채로 뒤에서 자신의 자지로 언니의 보지를 문질렀다.

언니는 엉덩이를 흔들며 한 사내의 자지를 잡고 엎드린 채 입으로는 그의 자지를 계속 빨고 있었다. 키 큰 사내의 자지가 언니의 보지 속으로 쑥 들어가자 언니는 고개를 젖히며 쾌락에 젖은 통증을 표현하더니 이내 그의 자지에 보지를 완전히 맡기고는 앞 사내의 자지를 다시 빨기 시작했다.

“내일 아침에 우리 윤경이 걸어 다니면 너희 다 죽을 줄 알아. 한 사흘은 걷지도 못하게 제대로 쑤셔 줘. 알았지?”

윤경 언니 남편의 말에 사내들은 걱정 말라며 호기를 부리고는 언니의 보지를 쑤시고 입에 자지를 물렸으며 젖가슴을 주무르고 자신들의 자지를 흔들게 만들었다. 자세가 바뀌어 한 사내를 타고 앉은 언니가 요란한 동작으로 엉덩이를 흔들어가며 위아래로 들썩였다. 그때마다 시커먼 자지가 언니의 보지 속으로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했다. 네 사내의 자지는 아주 오랫동안 발기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돌아가면서 언니의 보지와 입에 자지를 쑤시면서도 금방 사정하거나 조금도 시들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내 보지에서 흘러나온 물로 아랫도리가 축축해져 있었고 난 손끝으로 딱딱해진 내 젖꼭지를 꼬집고 있었다. 바로 그 때 내 전화기가 진동했다. 혜경이였다. 난 무시하고 다시 거실의 풍경에 집중했다. 그러자 잠시 후 혜경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선아 아버지 돌아가셨대. 지금 가보려고 하는데 같이 가자.”

선아는 혜경이와 함께 고등학교 때 붙어 다니던 친구였다. 난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광경에 정신이 팔려 잠시 망설였지만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데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저~ 죄송한데 급한 일이 생겨서 가봐야겠어요. 언니한테는 내일 전화한다고 미안하다고 전해주세요.”

윤경 언니 남편에게 귓속말을 하고는 눈에 띄지 않게 주방으로 돌아 언니의 집을 나섰다. 바깥 공기를 쏘이니 정신이 들었지만 지금도 펼쳐지고 있을 그 모습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난 혜경이에게 전화를 걸어 옷 갈아 입고 만나자고 하고는 이모 집으로 가서 검은색 스커트에 흰 블라우스로 갈아입고 날 데리러 온 혜경이의 차를 타고 장례식장으로 갔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내 머릿속에서는 윤경 언니에게 향하던 네 개의 자지가 자꾸만 어른거려 나도 모르게 손이 자꾸만 스커트 속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운전을 하던 혜경이가 그런 나를 보고 물었다.

“너 어디 아퍼? 왜 그래?”

“응? 아, 아냐. 그나저나 선아 아버지는 왜 돌아가셨대?”

“위암으로 오래 병원에 계셨어.”

“그랬구나. 그래서 지난 번에 만났을 때 그렇게 표정이 밝질 못했었구나.”

솔직히 말로는 선아 걱정을 하는 척 했지만 계속 지금쯤 윤경 언니가 완전히 쾌락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겠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혜경이에게 들키기 싫어 애써 속내를 감추고 겨우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나와 혜경이는 분향을 마치고 선아를 비롯한 옛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난 이런저런 얘기 하지 않고 그저 일이 있어서 잠시 나온 걸로 하고 그들과 수다를 떨었다. 잠시 후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수정이는 하나도 안 변했구나.”

고개를 돌려보니 선아 오빠였다. 그는 우리가 고등학교 2학년때 육사를 막 졸업하고 군대에 있었다. 육사 교복을 입고 있을 때도 그랬고 소위 계급장을 달고 휴가 때 집에 온 모습을 보았을 때도 그랬고 깔끔하고 세련된 제복 차림의 그는 한마디로 나의 이상형 그 자체였던 사람이었다. 난 너무 반가워 하마터면 그곳이 장례식장이고 오빠가 상주라는 사실을 잊을 뻔 했다.

“어머~ 오빠. 잘 계셨어요.”

난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고 한껏 차분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그를 보자 아까까지 내 머릿속에 남아있던 윤경 언니네 집 거실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몇 일간 면도도 하지 않은 까칠한 얼굴이었지만 300에 나오는 페르시아 전사처럼 다부진 오빠의 얼굴은 여전히 멋있었고 오히려 그 까칠함이 더욱 섹시하다고 느껴졌다.

“시집 갔다더니 잘 사니?”

“그렇죠 뭐. 근데 오빠는 결혼 하셨어요?”

“어 그래. 잠깐만. 여보, 이리와 봐.”

오빠가 검은 한복을 입고 있는 여자를 불렀다.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한눈에 봐도 미인인 여자가 다가왔다.

“이 친구는 수정이라고 선아 고등학교 때 친구야. 이쪽은 내 와이프.”

오빠가 그 여자에게 나를 소개시켜 주었다. 그 여자는 피곤한 표정이지만 반갑게 인사를 건넸고 난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더 과장해서 반가운 척을 했다. 하지만 진심은 묘한 질투심이 끓어 오르고 있었다.

오빠는 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는 다시 손님들을 맞느라 정신이 없었다. 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자꾸만 오빠에게 신경이 쓰였다. 조금이라도 더 얘기를 나누고 싶었고 한번이라도 더 얼굴을 보고 싶었다.

“이 집 손님 진짜 많다. 안 되겠어. 수정아 우리가 좀 도와주자.”

혜경이 일어서며 말했다.

“그래? 그러자.”

난 흔쾌히 혜경을 따라 계속 밀려드는 손님들에게 육개장을 나르고 술병을 날랐다. 어느 틈에 우리 친구들은 다 돌아간 후였고 밀려드는 손님들도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더 이상 오는 사람들이 없었다. 시간은 이미 새벽 2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선아 엄마는 너무 지쳐 가족실에 들어가 누우셨고 선아 오빠 내외와 선아, 혜경이, 그리고 나, 이렇게 다섯이 텅 빈 공간 한쪽 탁자에 앉아 음료수를 나눠 마셨다.

“고마워, 너희들 덕분에 수월하게 손님 치렀어.”

“별소리를 다한다. 그나저나 언니 피곤하시겠어요.”

선아의 말에 대꾸를 하고 오빠 와이프에게 말했다. 그 여자가 웃어 보였지만 오빠가 내 말에 화답하듯 말했다.

“그래, 당신도 좀 쉬어. 내일은 더 바쁠 테니까 쉴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쉬어.”

오빠의 말에 그 여자가 미안하다며 가족실로 들어갔다.

“수정아, 우리도 가자. 난 조금이라도 자고 낼 아침에 우리 신랑 출근 시켜주고 발인 때 올게.”

“그래, 혜경아. 너 먼저 가. 난 선아 언제 또 볼지도 모르니까 여기서 자고 내일 발인 보고 갈게. 낼 아침에 봐.”

선아는 괜찮다며 가라고 했지만 난 굳이 혜경이를 먼저 돌려 보내고 선아 남매에 셋이 앉아 이런 저건 얘기를 나누었다. 그냥 어릴 적 얘기들로 기억에 남는 대화내용은 없었다.

“선아야, 수정이하고 근처 찜질방이라도 가서 좀 자고 씻고 와.”

“아~ 그러고 싶은데 나 생리해서 안돼. 오빠가 수정이 데려다 주고 와. 난 엄마 옆에서 좀 자지 뭐.”

난 초여름 밤 공기를 맡으며 오빠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인적 없는 거리를 걸었다. 분위기가 어색했는지 오빠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넌 근데 치마가 왜 이렇게 짧아?”

“호호호……. 오빠는 예전하고 하나도 안 변했네요.”

“무슨 소리야?”

“우리 고등학교 때도 오빠가 선아랑 내 옷차림 가지고 잔소리 많이 했는데…… 기억 안나요?”

“그랬나? 아무튼 선아야 뭐 얼굴이 무기라서 괜찮지만 넌 그렇게 입고 밤에 혼자 다니면 위험해.”

“오빠 농담도 다 하고 많이 힘들진 않으신 것 같아 다행이에요.”

오빠와 나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걸었다. 얼마 후 저 앞에 찜질방 간판이 보였다.

“저기 있구나.”

“저, 오빠. 전 찜질방보다 저 옆에 있는 모텔로 갈래요. 아무래도 잠깐이라도 편히 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모텔? 혼자서?”

“뭐 어때요? 오빠가 데려다 주고 가면 되지.”

우리는 함께 모텔로 들어섰고 오빠가 방값을 지불하고 나와 함께 방까지 올라가주었다. 사람이 별로 없는 듯 모텔은 한산했고 약간 허름해 보였다. 오빠는 방을 둘러 본 후 말했다.

“그럼 쉬고 천천히 와. 발인은 이따 8시에 할거니까 서너 시간 푹 자고 와.”

자상하게 챙겨주는 오빠의 미소가 아버지를 잃은 상주의 슬픈 표정에 겹쳐지는 것 같았다. 충혈된 눈, 까칠한 얼굴이 당당한 체구와 묘한 언발란스를 이루면서 그 모습이 순간 너무 섹시해 보였다. 나도 모르게 오빠의 손을 잡아 나가려는 오빠를 잡아 세웠다.

“오빠 생각 많이 했어……”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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