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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그리고 사랑 - 61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8:20 750회 0건
현석은 많은 사진을 찍었다.
대부분이 누드 사진이었지만, 프랑스 여행에서보다는 더 진한 애정표현이 사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누드사진이나 인물사진에는 강 건너의 배경 같은 것은 필요없으니 모두 아웃포커싱으로 처리하여 누드에 초점을 집중시켰다.
오후의 했살에 비친 그녀의 알몸은 정말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다웠다.
어떤 예술가가 과연 이리도 예쁜 나신을 그리거나 조각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그녀의 날씬한 몸매는 운동으로 다져진 탄력으로 팽팽함이 더해서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정면으로 보이는 헤어누드는 찍기가 매우 곤란했지만, 그녀의 꽃잎이 드러나지 않도록 약간을 비키거나, 옆으로 방향을 바꾸어서 수풀이 살짝 드러나도록 한 헤어누드의 아름다운 모습은 환상 그 자체였다.
반사판을 준비하였기에 그 아름다움이 더욱 더 아름답게 보였다.
현석의 앞에 그녀가 등을 대고 앉고, 현석이 손으로 그녀의 꽃잎을 가린 포즈와 젖가슴에 손을 댄 포즈와 같이 둘이서 함께 하는 모습들은, 눈으로 확인하고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아니었기에 아마 조금씩 다른 각도로 정말 많이 찍은 것 같다.
현석이 직접 찍어준 사진은 아름다운 그녀의 몸이 가장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연출한 사진들이어서 현상하면 어떻게 나올지 대략은 짐작이 가지만, 둘이서 함께 찍은 사진들은 아무리 구도를 미리 잡고 예상을 하고 찍기는 했더라도 인화를 하기전에는 확인이 되지 않아서 아쉬움이 많다.
그래서 실패를 줄이기 위해 더 많이 찍었다.
현석은 꽃잎이 드러나지 않도록 옆모습을 찍거나, 다리를 오므려서 꽃잎을 몸으로 가려서 찍은 사진은 대부분을 일부러 수풀이 조금씩이라도 드러나도록 찍었다.
그녀의 수풀이 너무나 예쁘게 나 있어서 그러긴 했지만, 알몸사진은 자주 찍을 수 있는 사진은 아니지 않은가.

했살 아래 보이는 그녀의 피부는 마치 빛이 나는것처럼 보였고, 반사판으로 그늘진곳이 없도록 비쳐서 더욱더 아름답게 빛이 났다.
“엘리는 수풀이 정말 어쩌면 이렇게 예쁘게 났을까?”
“정말 이게 예쁘게 난거야?”
“그럼, 정말 예쁘게 난거지.”
“너무 적어서 걱정이었는데, 예쁘다고 해서 안심.”
현석의 말에 그녀가 손으로 자신의 수풀을 만지면서 물었다.
하긴 현석은 제법 많은 수풀로 인해 육봉을 중심으로 주위가 까맣게 보인다.
대중목욕탕에서 비교해 본 바로는, 많은것도 아니고, 너무 적은것도 아닌, 보통정도의 수풀이 나 있지만 지수와 비교를 하면 꽤 무성한 편이다.
“아예 없는 사람도 있는데 뭐.”
윤가희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정말? 정말 아예 없는 사람도 있어?”
“응. 그래.”
“직접 본적있어?”
아, 참. 괜히 말은 꺼내가지고.
윤가희가 그랬었는데, 이거참. 직접 봤다고 할 수가 있나?
“직접 본적은 없고, 그걸 봤다고 하는사람한테 듣기만 했지.”
이런때에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라 했던가?
아니, 누구는 비밀을 갖고 있는 것은 좋지 못하다 했던가?
어떤 말이 맞는거야 대체?
그래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이렇게 두사람의 미래와 아무런 상관도 없고, 중요하지도 않으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두사람의 관계를 일부라도 해칠 가능성이 있는 것은 감추는 것 좋지 않을까?

“그렇지? 설마 전혀 없기야 할려구.”
“엘리는 거기에 수풀이 없는 사람을 본적이 없어?”
“응. 친구들이랑 목욕간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언니들은 나랑 비슷하거든.”
“그래? 언니들도 엘리하고 꼭 같아?”
“응. 앗. 언니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잖아? 엉큼해.”
지수는 입을 가리고 현석을 빤히 쳐다보면서 웃었다.
“아니지. 난 엉큼하지 않은데? 내가 언니들도 비슷하느냐고 물은적이 없는데?”
“훗. 그렇네. 내가 먼저 말했네. 혹시 언니들 만나도 상상하지 않기.”
“상상해야지, 아니 나중에 만나면 물어 봐야지.”
“앗, 안돼.”
현석의 놀림에 지수가 장난스럽게 현석의 입을 막았다.
“하하하.”
“장난꾸러기.”
“나도 엘리처럼 그렇게 보이게 깍아볼까?”
“으응. 그거 좋겠다.”
현석의 질문에 박수를 치면서 좋아라 한다.
“왜? 나한테 입으로 해 줄 때 좀 거추장스러웠어?”
“조금은 그렇기도 하지만, 그보다.”
“왜?”
“으응. 간혹 입에서 나와서.”
맞아, 친구들과의 이야기에서 우스갯소리로 들은적이 몇번은 있다.
이빨사이에 콩나물 봐라, 라고 했다던가?
“그래? 그럼 안되지. 그러면 깍아보지 뭐.”
“그래도 돼? 이상하지 않아?”
지수가 반색을 했다. 얼굴에는 여전히 장난스러운 웃음이 가득하다.
“대중탕 안가면 되는거지 뭐. 그리고, 깍고 난 뒤에 대중탕에 가서, 누가 뭐라고 한들 뭐 어떡하겠어? 설마 못 들어오게 하지는 않을거 야냐?”
“후훗. 재미있겠다. 진짜 깍아 볼거야?”

지수는 그러면서 현석의 수풀을 만졌다.
누드사진을 찍을 때 지수는 자신만 벗으면 불공평하다면서 기어히 현석까지 다 벗으라고 한 까닭에 함께 발가벗고 있기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둘이 함께 누드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도 현석도 벗어야 하긴 했다.
청평호 건너에서는 이쪽이 보이지 않아서 상관은 없지만, 이러고 있다가 누군가가 집으로 들어오면 그대로 다 보여야 할 상황인데, 그녀는 조금도 걱정이 안되는 것 같다.
“엘리가 불편하다고 하니까, 깍아버리지 뭐.”
현석은 마치 큰 결심이라도 한것처럼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으음. 왜 내가 고민되지?”
여전히 웃으면서 그녀는 현석을 바라보았다.
“뭘 고민해? 깍아도 시간 지나면 또 자랄텐데.”
“아. 그렇지, 그럼 깨끗한 모습을 한번 보여줘 봐, 아냐 내가 깍아줄까?”
그녀는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정말 그러기를 바라는 것 같다.
그거야 쉽지.
그렇잖아도 싹 밀어보면 어떨까 생각도 한번 했었는데.

노을에 강이 잠겨들고 있었다.
저녁 식사 후에도 주위는 완전히 깜깜해 지지 않고, 노을의 여운이 남아있다.
어두움이 슬슬 내려앉기 시작하자 여러곳에 모기향을 피웠음에도 불구하고 간혹은 귓가에 모깃소리가 들린다.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서 긴팔 여름옷을 입기는 했지만, 어두움이 내린 강가의 밤은 추위가 느껴질 정도이다.
8월 중순이 되었으니 날씨가 낮에는 아직도 여전히 땀이 흐를 정도로 덥지만, 밤에는 추위가 느껴지는데, 특히나 강가의 밤이라서 더 쌀쌀하게 느껴진다.
한쪽에 피워둔 모닥불이 그 싸늘함 속에서 따뜻함을 전해주고 있고, 모닥불로 인해 지수의 얼굴을 발갛게 보이게 한다.
현석은 썬텐의자에 백허그로 지수를 가슴에 안고 앉아서 점점 어두워 가는 청평호 건너를 바라다 보았다.
붉게 물든 서쪽하늘과는 반대로 청평호 건너편은 산그림자가 진해서 깜깜해 보인다.
그 건너편 산 아래에 드문드문 불빛이 보이는것으로 보아 그곳에도 집이 있거나, 캠프를 온 사람들이리라.

“아버지 성함이 어떻게 되셔?”
그녀의 아버지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다.
“아빠? 상자 운자 쓰시는데.”
성이야 지수와 같은 성이니까, 그럼 한상운?
귀에 익은 이름이다.
어디서 만났던가?
“익숙한 이름인데, 기억에 없네.”
“그래?”
아, 그렇다. 지금의 회사로 옮기기 전, 그 전 회사에 있을 때, 거래를 하고싶은 회사로 조사를 했던적이 있는 것 같다.
자료조사만 해 두고는 실제 거래를 성사시키지는 못했었다.

현석은 전 회사에서 자신의 부서장인 이사와 업무상의 이견으로 언쟁이 좀 있었었다.
이사는 회장의 추천으로 입사를 했다.
그는 다른부서의 부서장들보다 나이가 훨씬 많고, 그로 인해서 이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부서장으로 부임을 했지만, IT와 무관한 수산식품 무역계통에 종사했던 사람이라 함께 일을 하기가 정말 힘이 들었었다.
업무보고를 하면, 실제 업무보고 보다는 그와 관련되는 용어를 설명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고, 아무리 쉽게 설명을 해도 이사는 알아듣지 못해서 사람을 답답하게 했고, 그로 인해 일의 진행에 차질이 많았지만, 불과 어제 설명했던것을 잊어먹어서 오늘 또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수없이 반복 되었다.

전문용어라는 것은 용어가 용어의 꼬리를 물고 뒤따르는 현상이다 보니, 용어하나를 설명하느라 한시간을 보낸적도 허다하다.
어차피 부서장이다 보니 이사의 결재를 받지 않으면 안되고, 설명을 해서 이해를 시킬 수 밖에 없기는 했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현석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불만이 팽배했고, 심지어 이사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성격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타 부서의 직원들까지 구분없이 이것저것 마구 시키는 바람에 타 부서직원들까지도 틈만 나면, 이사를 개새끼 소새끼 하고 욕하면서 입에 담지못할 욕을 했었다.

현석은 이사에게 부하직원으로서 언쟁을 한것에 대해서 사과를 했지만, 이사는 업무를 잘 모르기도 했지만 옹졸하기까지 해서, 괜히 이유없는 트집을 잡아서 몇 달간 현석을 괴롭혔다.
관련되는 전문 분야에서 일하지도 않은 문외한에다가, 옹졸하고 독선적이기까지 한 상사 밑에서 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모르리라.
언쟁에 대해서도 모든 직원들이 이사가 잘못했다고 했지만, 그 일 이후로 그는 사사건건 일하는데 제동을 걸고 일이 안되도록 만들었다.
현석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현석이 이렇게는 일을 못하겟다고 반발을 하자, 다른 직원들까지 현석을 역성들면서, 그들이 같이 뭉쳐서 조직적으로 그 이사에게 반기를 들게 되었다.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
현석이 말렸지만 그들은 자기들도 같은 입장이라며 계속했고, 사내에서 이것이 문제화 되었었다.
현석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사장에게 찾아가서 면담을 신청했고, 이 일의 발단은 의도했던 안 했던 자신으로 인해 시작되었으니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내고 정리하고 싶다고 했다.
사장은 전후의 이야기를 다 들은 다음, 자기도 그 이사가 마음에 안들지만, 회장님이 데려온 사람이라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하면서, 현석을 다른 계열사로 보내 줄 테니, 그쪽으로 가서 일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었다.
현석은 다른 계열사 보다는 그냥 상관없는 다른 회사로 가고 싶으니, 오히려 그런 곳이 있으면 추천을 해 달라고 했었다.
사장은 현석을 무척 아껴 주고 격려해 주었었다.
현석이 매출을 많이 올리는 능력을 보여 주기도 했지만, 업무에 임해서는 거침 없는 의견제시와 소신과 담당책임을 강조하며 일을 해 나가는 방법이 마음에 든다고 하면서, 너 같은 놈이 몇놈만 더 있으면 좋겠다고 몇 번 이야기 했었던 사장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그런 결정을 내린 듯 하였다.
그래서 지금의 이곳을 추천해 주었고, 옮기게 되었었다.
그것이 지난해 봄이다.
그리고, 현재의 부서에 현석이 부서장을 맡으면서, 그녀. 지수를 만났다.

그 이사와 그런 트러블이 있을 때였지만, 기회가 된다면 일해보고 싶은 회사로, 그게 안된다면 거래라도 하기 위해서 조사를 해 두었던, 바로 그 회사의 오너, 그가 한상운사장이다.
그리고 그분이 한지수의 아버지란다.
이런일이.
그 회사는 회장도 없다.
그러니까 한상운 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이면서 회사의 대주주이기도 한, 실질적인 회사의 주인이라는 말이다.
그분이 회장으로 승진을 하고 회장 명함을 쓸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은것으로 조사가 되었었다.

“아. 이제 생각났다.”
“뭐가?”
“엘리 아빠회사가 H사 맞지?”
“응. 맞아.”
“그랬었구나.”
“헨리가 알아?”
“응. 기회가 된다면, 꼭 다녀보고 싶은 회사였지. 나한테는 기회가 안왔지만.”
“그랬어?”
“그런데 엘리는 왜 아빠회사 안 다니고?”
정말 궁금한 일이다.
“으응. 조금 다녔었는데, 내가 아빠 딸이라는걸 직원들이 알아버려서 조금 불편했어. 그래서.”
“왜 불편해?”
“응. 내 윗분들도 내가 말하면 무조건 동의해 주는것도 좀 그렇구, 간혹은 자기들이 잘못한걸 나한테 부탁해서 처리좀 잘 해 달라고 하기도 하고, 그런것들이 많이 불편해.”
“그럴수는 있겠네.”
“그래서 그만두고 여기로 지원해서 온거야.”
“그럼, 그런 사람을 횡령했다고 제보하는 사람이 있었던거네.”
현석은 지수와 이렇게 가깝게 된 빌미를 제공했던 그 일을 떠올렸다.
그 일이 없었어도 정말 그녀와 이런관계가 될 수 있었을까?
“후후후. 그런일을 처음 당해봐서 그땐 정말 황당했었어.”
“그러게 말이야. 그정도이면 돈에는 신경도 안쓸 것 같은데.”
“으응. 맞아. 나 제법 부자인데.”
“그래?”
“응. 아빠가, 사회도 알고 경제도 제대로 알아야 된다면서, 미리 상속을 좀 해 주는거다라고 하시면서 증여를 좀 해 주셨거든.”
“그래?”
“으응. 회사 주식 증여도 좀 있었고, 현금도 좀 많이 증여해 주셨어, 덕분에 증여세를 많이 내긴 했지만.”
“주식 증여를 해 주셨으면, 그럼 H사 주주이네?”
“으응. 지분이 얼마 안되긴 하지만, 주주 맞아.”
“그 회사 수익이 좋던데, 배당도 많이 받겠네.”
“배당은 좀 있긴 하지만, 배당받은건, 계속 아빠회사 주식사서 지분 늘리는데만 쓰니까, 그건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지분율이 어느정도이기에?”
“음, 내 지분이 7프로.”
“헛, 그게 지분이 얼마 안되는거야?”
“처음에는 좀 적었는데 계속 늘려서 그렇게 된거야.”
“그래? 지금 그정도면 완전 갑부잖아?”
진짜 갑부는 아니지만, 그정도면 상당한 부자라고 볼 수 있다. 지분이 7프로나 된다니.
현석이 그 회사의 자료를 조사하면서 자본금과 시가총액을 대략은 알고있다.
시가총액이야 주가변동에 따라서 변화하기는 하지만, 조사했던 그때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7퍼센터이면 상당하다.
“갑부? 아니야. 진짜 갑부가 들으면 비웃을걸.”
그녀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말했다.
아까 오전에, 이 별장을 보고는 움츠려 들었는데, 지금 주식 이야기를 듣고는 움츠려 들지 않는다.
이건 또 왜일까?
그녀가 품속에 등을 기대고 안겨 있어서 그럴까?
아니면, 오늘만 해도 놀란 것이 워낙 여러가지라서 면역성이 생긴 때문일까?
“그럼, 배당은 지분 늘리는데만 쓰고, 아버지께서 증여를 조금 해 주셨다고 해도, 그냥 은행에 넣어 두기만 해서는 수익이 별로 안 날텐데, 뭘로 돈 벌었어?”
“으응. 주식.”
“그래?”

뜻밖이다.
주식이라니.
현석의 거래처 중에 증권회사가 있어서, 그들로부터 꽤 설명을 들었지만, 증권을 할 생각은 못했다.
물론 돈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월급을 받아서 집 살 때 대출받은 대출금 상환하는데 월급의 대부분이 꼬박꼬박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에 대출금은 다 갚아서 이제는 여유가 생겼지만, 그 전까지는 정말 빠듯하게 살았으니 그런곳에 눈 돌릴 여유가 없었었다.
그리고 개인이 주식해서 돈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별로 없다.
“그럼, 저 차는 엘리가 산거야? 아빠가 사 주신거 아니구?”
“응. 저 차 삿을 때 아빠도 엄마도 정말 많이 놀라셨어. 그래놓고 맨날 주차장에 있지만.”
“나라도 놀랬겠다.”
“지금은 증여해 주신돈으로 많이 불려서 저 차 정도는 부담없이 살수 있었데도 아빠가 얼마나 걱정을 하시던지.”
“허. 대단하네.”
“헨리도 여윳돈이 있으면, 주식에 손 대보는것도 좋을텐데.”
그녀는 권하는 의미로 말을 했다.

저 차, 정말 비싼 자동차이다.
저차 한대값이 현석이 타고 다니는 국산 중형차 10대값도 넘는다.
유지비도 장난 아니게 들어간다.
그런데, 대체 얼마나 벌었으면 저 차를 사는데 부담이 없었다고 할 정도일까?
“그런데도 돈 있는 티도 안내고, 참 대단해. 회사 월급이야 완전히 장난이겠네.”
“그래도 월급은 매월 또박또박 주는돈이라서 얼마나 좋은데.”
“그럼, 나 같은 사람이 주식투자 하면 뭘 사야할까?”
집이 팔렸으니, 조만간 잔금이 들어오면, 사실상 여윳돈이 생기긴 한다.
그 생각이 나서 질문한 것이지만, 주식투자 경험이 없거나, 있다고 한다 하더라도 초보자는 이렇게 질문할 수 밖에 없고, 이런 질문이 참 부질없는 질문이라는 것을 현석도 알고 있다.
증권사 직원들도 다 그랬다.
그리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는데가다가, 최종의 책임은 결국 자신밖에 질 수 없다는 말을 항상 덧붙혔었다.
그 말이 맞으니까.

“응, S회사, B산업, A상사, T화학, D산업, U사 정도. 거긴 지금 사도 될거야.”
그녀는 6개 회사 이름을 말했다.
현석의 기억에 4개회사의 이름이 있다.
다른 2개사는 전혀 기억이 없다.
“S회사는 부도설 난지 오래 되었는데.”
거기도 IT계통이니 웬만한 정보는 어느정도 알고있다.
사실상 부도설이 난지가 꽤 오래 되었다.
그럼에도 용케 부도나지 않고 가고있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으응. 맞아. 꽤 오래되었고, 그래서 지금 주가가 바닥인데, 그리 쉽게 넘어질 회사가 아니야.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건 아니지만, 당분간은 괜찮을거야.”
완전히 자신있는 표정이다.
이런면도 있구나.
그런데도, 평범한 회사원들처럼 아무런 표시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당분간이라는 것이 몇 달정도로 보는거야? 아니면, 몇 년정도로 보는거야?”
“몇 년.”
이렇게 장담을 하다니.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현석은 대체 그녀가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하는 것이 궁금해서 물었다.

S회사에 대해서 현석도 대략은 알고 있다.
아니, 대한민국에서 IT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치고 S회사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대기업 그룹은 아니지만 IT분야에서는 알아주는 회사이고, 이미 오래전에 증시에 상장된 회사이다.
다만, 지수와 같이 주식투자 입장에서 검토하고 분석해서 알고 있는 수준과는 다를 뿐이다.
“헨리도 잘 알고 있지? 그회사? 그리고 초대 대표이사가 지금도 정, 재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가가, 그리 쉽게 부도나게 버려 둘 수가 없는 이력을 가진 회사잖아?”
“나도 그런정도는 알고 있기는 하지만, 음. 엘리는 대체 몇 년이나 주식을 했는데?”
“나? 5년.”
참, 사람이 달리 보인다.
얘가 여태까지 현석이 알고 있는 한지수 맞는걸까?
어느쪽이 진짜 한지수 일까?
지금의 모습?
횡령제보로 인해서 가슴아파하며 울던 그 모습?
한강변에서 현석이 살며시 안았을 때 뜨거운 가슴을 느끼게 하며, 조금은 바르르 떨던 그 모습?
프랑스에서 긴 기간동안, 아니 오늘 오전에 이 별장에 도착해서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불같이 타 오르던 그 모습?
거의 모든 것을 현석에게 맡기고 기대어 있는 한 여자로서의 모습?
어느것이 진짜 모습일까?
이런 여러가지 모습을 보인 사람이 누가 또 있었던가?
사람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라는 것이 참 우습기도 하다.

“아참, 헨리.”
그녀가 맥주를 한모금 입으로 넘기고는 생각난듯이 불렀다.
“왜?”
“지난번에, 나 혼자 좀 살아 보겠다고 엄마한테 말 했다고 했잖아?”
“응. 그랬었지. 그랬긴 하지만, 어른들이 쉽게 허락 해 주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런데, 엄마가 승락해 줬지롱.”
“그래? 불가능 할줄 알았는데, 가능했던 모양이네?”
“엄마한테 떼쓰고, 아빠한테는 아양도 떨었지 뭐. 일주일 넘게 계속 그랬더니 결국 넘어 오셨지만.”
“그럼 언제쯤 나갈건데?”
“응 몇군데 알아 봤는데, 집이 좀 크긴 하지만 전세로 비어있는 빌라가 하나 있어서 그리 갈려고 해.”
“비어 있으면 빨리 입주가 되겠네.”
“으응. 이달 23일에 가능하도록 준비 할거야. 지난해에 준공된 집이라 수리할건 없구, 도배만 새로 하면 되니까, 아마 문제 없을 것 같아.”
“2주 뒤인데, 그렇게 빨리?”
“응. 빈집이어서 가능할 것 같아. 안되면 30일로 하면 되구, 아 30일은 쉬는 토요일이 아니구나.”
“그렇지. 그럼 위치는 어딘데?”
“반포.”

반포라.
현석이 집을 구한 서초동과는 그리 멀지 않는곳이다.
그녀가 따로 나와서 살게 되면 참 여러가지로 좋아진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두사람의 밤을 위해 호텔 같은 곳을 찾지는 않았지만, 그런 문제에서 완전하게 해방될 수 있다.
여태까지는 현석이 밀려있는 일을 하느라 지수와의 데이트 시간도 부족했지만, 이젠 둘만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니 호텔 같은곳을 찾아 가야할 수도 있다
물론 지금 현석의 집으로 오라고 하면 되긴 하겠지만, 하영의 잔재가 남아 있는 집으로 지수를 부르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긴하다.
그러나, 그런것 보다는 그녀가 외박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기에 그나마, 호텔에 같이 간다고 하더라도, 밤을 새지 못하기에, 초저녁에 들어가서는 이른 시간에 나와서 집에 데려다 주어야 될 것이다.
그렇지만, 혼자 따로 나와서 살게되면, 적어도 그런 모든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모기가 한입 먹어보자고 자꾸 달려드는데, 이제 우리 집으로 들어갈까?”
“아니, 조금 더 있으면 안돼?”
그녀는 그렇게 물으면서 현석을 돌아보며 입을 맞추었다.
선텐의자를 반쯤 일으킨 상태이지만, 앞쪽에 등받이를 눕힌 썬텐의자를 하나 더 두고 그쪽으로 발을 뻗고있다.
썬텐의자 위에는 침대형 튜브를 놓고, 커다란 수건으로 그 위를 덮은 위에 현석이 앉고, 현석의 앞에 그녀가 등을 대고 앉아 있는 상태이다.
현석도 지금 집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이 분위기가 너무 좋기 때문이다.
늦여름의 깊은 밤.
약간은 쌀쌀하게 느껴지는 밤공기.
붉게 이글거리는 모닥불, 그리고 모닥불 속에서 장작이 타는 냄새.
그 모닥불을 한쪽으로 바라보면서 그녀를 품 안에 안고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잔의 맥주를 마시고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그럼 잠시만, 장작 좀 더 넣고 올 테니까.”
“장작을 넣어야 하는구나.”
“장작 더 넣고, 모기향도 몇 개 더 피우고 해야지.”
“헨리 품속이 따뜻해서, 이대로 더 있고 싶은건데.”
“장작 더 넣고 와서, 따뜻하게 안아줄께. 그럼 되는거지?”
“응. 알았어.”
“가만, 우리 이렇게 모닥불 피워놓고 누드사진 몇장 더 찍을까? 꽤 분위기 멋있을 것 같은데.”
“그거 좋겠다.”
현석은 그녀의 귓가에 볼을 비볐다.

몇 개의 장작을 더 넣고 장작불이 잘 타오르도록 서로 얼키게 만들었다.
장작은 허공으로 불꽃을 날리며 타 올랐다.
이정도면 꽤 오랬동안 탈 것이다.
그리고 늦여름에 내려 앉는 강가의 추위를 충분히 막아줄 것이다.
현석은 모기향도 몇 개 더 피웠다.
장작불은 연기가 많이 나지 않고 오래타서 좋긴 하지만 모기를 쫏는데는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
그래도 모기향을 사방에 켜 놓으니 모기가 그다지 기승을 부리지는 않는다.
카메라의 뷰 파인더를 통해서 보이는 그녀의 몸은 장작불로 인해서 붉게 타오르는것처럼 보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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