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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8:21 890회 0건

# 2 : 언니의 오빠

방학 시즌이 찾아오고, 처음으로 대학생스런 짓을 해봤다. 이유는 그렇다. 술자리를 찾으려면 매일같았을 것이지만,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무살의 달콤함은 예상과는 다르게 다소 심심하다는 느낌이었다. 대체적으로 스무살의 학생들은 아직 고등학생의 티를 벗어나지 못한 듯 했고, 대게 그렇듯 미숙하면서 동시에 유치했다. 대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듯 했지만, 다행히도 대학 동아리에서 또래들을 피해 인맥을 넓힐 수 있었다.

참한 언니가 있었다.

군계일학. 어디서나 눈에 띄는 여자는 꼭 단 한 명으로 간추려지곤 한다. 그 언니가 그랬다. 언니를 볼때면 여성으로서, 주목의 대상으로서, 타고 났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일대의 심볼. 꾸며지지 않은 모습으로 남자들의 눈길을, 동시의 여자들의 시샘을 받는 언니였다. 동아리에선 대들보와 같은 언니였고, 내가 동아리에 합류하기 전까진 사실상 홍일점이었다. 다른 어중이 떠중이들은 사실상 동아리에 섞이지 못한 게 대부분이었고, 얼굴을 비추는 일도 드물었다. 언니는 나를 예뻐하는 편이었다. 그건 이례적인 일이었고, 익숙치 않은 일이었다. MT를 참석하게 된 것은 다른 노림 수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언니의 적극적인 권유와 회유 덕이다.

언니에겐 남자가 하나 있었는데,

그는 복학생으로 당시에 스물 다섯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언니가 스물 셋이었으니 묻지 않아도 복학을 막해온 오빠가 언니와 어찌 짝짝꿍이 잘 맞았을 것이라 예상한다. 자세한 내용은 딱히 궁금해한 적이 없다. 오빠는 동아리에서 가장 활달한 성격이었고, 리더쉽이 강하다곤 말할 수 없지만 추진력이 좋았던 사람으로 MT의 추최자 격이자 총무를 겸했다.

MT는 속초의 펜션이었다. 남자만 일곱 여자는 언니와 나 둘 뿐. 10인 대인실 하나와 2인실을 대실하였었는데, 대인실은 그저 넓은 방에 싱크대가 설치되었을 뿐이었고, 2인실은 싸구려 모텔과 다를 바 없었다. 어느 쪽 방도 세련됨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2인실은 그나마 알록달록 해보려고 노력한 흔적은 이었다.

MT는 의외로 즐거웠다. 평소엔 과제 도움을 받을 때만 매달렸던 오빠들은 의외로 위트를 더 보이는 편이었고, 학교에서 만날때보다 더 꾸민모습이 색달라 보이기도 했다. 오후까지 바다 근처를 서성였고, 서로가 서롤 바다에 빠트리는 클리셰도 빠트리지 않았다. 한 층 친해졌다는 인상을 너도나도 주고 받았다.

진짜 즐거움은 밤의 술자리부터 있었지만.

술이 들어가면서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조금 광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장난끼 있던 남자들은 이상하게 공격적으로 변했다. 과감하게 야한 농담을 하는 가 하면, 은근히 내 몸을 만지려 들었다. 웃겨서 박수를 치듯, 괜히 더 과장스런 웃음을 연출하며 자꾸만 허벅다리를 치는 남자도 있었다. 짧은 바지를 입었던 나는 그의 장난은 모른척 넘겼지만, 남들 보는 앞에서 자꾸만 다리를 만지는 행위는 몰래 내 다리 사이를 적셨다. 자꾸만 술을 권해 나를 취하게 하려는 것, 문자를 보내 잠깐 밖으로 나를 유인하는 것.

그날 밤 나는 MT에 참여했던 누군가에게 "따먹힐 것"이란 상상에 몸이 떨리는 것을 참아야 할 만큼이나 흥분했다. 완강하게 내 팔을 풀잎 꺾듯 제압하며 내 다리 사이로 몸을 밀어 넣을 누군가를 짐작하며. 니가 나를 따먹을 거야? 아니면 너야? 너도 괜찮아. 누구든 괜찮아.

"야! 이제 그만 먹여. 얘 많이 취했어."

언니였다. 언니는 내 술잔을 가볍게 들어 시원하게 들이키곤 "이제 자자." 며 내 팔뚝을 잡아 끌었다. 언니의 오빠 때문인지, 아니면 언니 본인의 인덕인지, 남자들은 군소리 없이 나를 보냈다. 그 순간 남자들의 표정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었다. 글쎄, 지붕을 타버린 닭의 표정은 어땠을까. 기억에 없다. 뭔가 표정관리가 되지 않았던 것 밖엔.

언니는 방에 들어서며 "나 너무 취했다." 며 욕실로 향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허물을 벗는 듯 팬티까지 차례차례 방 문 앞부터 욕실로 이어졌다. 오빠가 찾아 온 건 언니가 씻겠다며 들어서고 한참이나 후였다. 적어도 20분은 지났을까. 샤워실에선 물줄기 소리가 여념이 없었는데, 아무 힌트도 없었음에도 오빠는 내게 그렇게 물었다.

"야, 쟤 많이 취했어?"
"글쎄요. 취했다곤 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쟤 언제부터 씻었는데?"
"20분?"

한숨을 쉰 오빠는 욕실문을 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언니는 샤워기를 틀어 놓은 채 욕조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애궂은 샤워기 물을 맞아가며 오빠는 샤워기를 잠궜고, 언니는 술주정을 하는지 "나 아직 씼어~." 하고 헛말을 뱉었다.

"쟨 취하면 꼭 저런다?"

언니를 욕조에서 꺼내고 젖은 몸을 수건으로 말려서, 어찌어찌 옷을 입혀 침대에 눕힌 오빠는 지쳤다는 듯 언니 옆에 나란히 누워버렸다. 씻지도 그렇다고 눕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하는 내게 오빠는

"씻어, 나 금방 저방으로 갈거야."

라고 말은 했지만, 언니 옆자리에서 요지부동이었다. 오빠는 방에 돌아간다고 해놓고도 내가 욕실에 들어가기까지 3번은 "씻어, 걱정말고." 라는 말을 했다. 언니는 술기운에 평소보다 깊히 잠이 들었는지, 차라리 기절한 것 처럼 보였다.

욕실에 들어서며 한 장씩 옷을 벗는데, 밖에 있는 오빠 생각이 끊이질 않아 아랫배부터 몸이 슬슬 뜨거워 지는 것 같았다. 귓불부터 뺨까지 벌거스름 해져있는 얼굴을 거울로 보다가, 샤워기 물을 틀으려는데, 밖에서 쿵쾅하고 발소리가 들렸다. 오빠가 남자들 방으로 돌아가려는 듯한 발소리였는데, 곧 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기, 가지마. 나랑 여기서 자자."

언니 목소리가 들리자, 절로 숨이 작게 쉬어졌다. 밖의 소리를 엿듣는 것에 온 신경이 집중 되어 욕실 밖에 작은 시계바늘 소리 마져도 들려 오는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중간중간, 오빠의 목소리가 "야, 쟤 언제 나올지 몰라." 라고 하거나 "아후~" 하고 탄성을 뱉을 때, 나는 언니와 오빠가 밖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을지 눈에 선했다. 언니는 딱히 무슨 소리를 낸 적이 없었지만, 오빠의 그것을 입에 담고 빨아주는 지, 침을 요란하게 삼키는 소리가 욕실까지 버젓히 들려오곤 했다.

언제 나가야할 지 종잡을 수가 없어서, 한참을 욕실에서 서성여야했다.

아마 한 시간은 욕실에 있었을 거였다. 문에 귓바퀴를 대가며 밖의 상황을 듣다가 흥건해진 내 다리 사이를 주체할 길이 없었다. 언니만 아니었다면 오늘 밤 누군가 내 변태같은 성향을 만족시켜줬을 텐데.

조용해진 방으로 나가니, 오빠와 언니는 침대 위에서 나란히 누워있었다. 나는 결국 방바닥 신세를 면치 못하겠다, 체념하곤 방 구석에 이부자리를 폈다. 베개도 없이 잠자리에 누웠었다.

"미안, 오빠가 침대 뺏었네?"
"..."

좀 전의 민망한 소리들 때문에 나는 별다른 대답없이, 술기운에 잠든 척을 해야했다. 아마 그때 깊이 잠든 척을 하지 않았다면, 오빠가 침대에서 내 이불로 내려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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