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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그리고 사랑 - 25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8:23 613회 0건

자주, 이렇게 입으로 그녀의 꽃잎을 애무하며 시작된 섹스는, 그녀를 두세 번 절정에 이르게 하고서야 끝이 난다.
그리고서 그녀는 힘이 하나도 없다면서, 온 몸을 축 늘어뜨린다.

햇살이 창으로 비껴들 때까지 잠을 잦는지, 눈을 뜨니 방안이 환 하다.
하긴 밤 늦게 왔으니 햇살을 차단해줄 커튼은 치지 않고, 얇고 하늘하늘한 커튼만을 친 상태로 잔 것 같다.
아침 잠을 느긋하게 자려면, 햇살을 차단해줄 두꺼운 커튼을 치고 자야 하지만, 그것은 창의 양쪽으로 치워져서 줄로 묶여 있다.
현석의 품 안에 예리가 새근새근 잠들어 있다.
모로 누워서 현석을 향해있고, 현석의 팔을 베고 누워있다.
팔이 저리기는 했지만, 실제로 그녀가 베고 누운 것은 베개이고 베개와 그녀의 목 사이에 현석의 팔이 들어가 있을 뿐이다.
그녀의 매끄러운 몸의 감촉이 느껴진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지만, 얼굴을 덮고 있지 않아, 얼굴이 아침햇살에 환하게 보인다.
시계를 보자 9시가 넘어있었다.
“으음.”
시계를 보려고 몸을 움직이는 동작에 예리가 깬 모양이다.
그녀는 눈을 뜨지 않고, 현석의 가슴을 손으로 문질렀다.
“흐음, 매끄러워.”
그녀가 손으로 현석의 가슴을 문지르며 하는 말이다.
현석은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현석이 고개를 돌리면 입술이 닿는 위치가 딱 이마이기 때문이다.
한쪽 다리를 현석의 다리 위에 올리고 있는데다가 올려진 다리를 이리 저리 문질러서 현석의 허벅지에는 그녀의 수풀이 닿는 느낌이 있다.
그 느낌은 참 독특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다.
무성하지 않은 숲이지만, 그것이 주는 감촉이라니.
예리는 손을 움직이며, 가슴에서 배로, 그리고 아랫배로 내려가서 현석의 수풀을 이리저리 만지더니, 힘없이 늘어져 있는 현석의 육봉에 손이 갔다.
“훗, 신기해.”
현석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눈도 뜨지 않은 상태이다.
예리의 손이 현석의 육봉을 조물락 조물락 하고 있었다.
여자의 손으로 만지면, 그것은 금방 힘을 받는다.
지난밤이 아무리 격렬했다고 하더라도, 몇 시간이나 지났으니 금방 단단해질 것이다.
“히, 벌써 단단해져.”
현석은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갔다.
“또 할래?”
낮은 말로 속삭이듯 물었다.
질문을 했다.
하고 싶으면 질문할 필요가 없다.
그냥 행동으로 옮기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해가 뜨고, 시간도 제법 되었고, 어제 밤을 너무나 격렬하게 보내기도 해서 차라리 참았다가 오늘 밤을 불태우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니 너도 그렇게 하지 않을래? 그런 물음이다.
“아니, 지금 또 하면 나 죽을 거야 아마, 밖에도 못나가고 호텔방에서 하루 종일 자야 할거야.”
“그런데 왜, 건드려?”
“흐흥, 그냥 만져보고 싶어, 실은 눈으로 보면서 단단해 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깜박했어.”
그녀가 눈을 뜨면서 현석을 쳐다 보았다.
“이런, 장난꾸러기 같으니.”
현석은 몸을 돌려서 예리를 껴 안았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엉덩이를 철석 소리가 나도록 때려 주었다.
“아야. 아퍼.”
현석은 그 말을 듣고, 방금 손바닥으로 때린 엉덩이를 문질러 주었다.
“정말 아파?”
“응, 그런데 왜 기분이 이렇게 좋지?”
“..”
“으음, 기분 좋아, 한대만 더 때려줘 봐, 이쪽 말고 반대쪽 엉덩이에.”
그러면서 몸을 돌려 현석의 몸 위로 엎드렸다.
참 할말 없다.
자세가 바뀌어서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것은 없어졌지만, 그녀로 인해 이미 부풀어 오를 대로 부풀어 오른 현석의 육봉을 그녀가 숲으로 눌렀다.
예리는 몇 번이나 요구를 했고, 찰싹 소리가 난 뒤에는 그곳을 만져 달라고 했다.
이불이 덮고 있어서 힘이 많이 들어가 않아서 살짝 때려지긴 해도, 눈으로 안 봐서 모를 뿐, 그곳에는 손자국이 빨갛게 나 있으리라.
참으로 그 심정은 알 수가 없다.
하긴, 간혹 거래처와의 업무로 술을 마시고는, 차를 두고 퇴근을 했을 때, 아침에 만원의 지하철을 타고 오면, 정말 사람이 몸을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빽빽할 때가 자주 있다.
그런데, 여름의 더운 날이 아니라면, 몸을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의 복잡함이, 무조건 싫은 것만은 아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끼는지는 모르지만, 만원 지하철에서 이리저리 부대끼다가 지하철을 내리면,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약간의 나른한 개운함이 있다.
그것은 안마를 받고 난 뒤에 느껴지는 나른한 개운함과 매우 흡사하다.
그래서 간혹, 일부러 차를 두고 퇴근하는 적도 종종 있었다.
지금 그녀가 엉덩이를 때려 달라고 하고, 그리고 그것을 기분 좋다고 하는 것은 현석이 만원의 지하철에서 내릴 때 느끼던 그런 느낌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성산 일출봉으로 가는 길에는 유채꽃이 만발해 있다.
유채꽃이 4월에 피는구나.
노란 꽃들이 상쾌한 봄을 알리듯 가득히 피어있고, 바람은 신선하다.
많은 사람들이 유채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이렇게 환하게 다가오는 봄을 만끽하고 있는 듯 하다.
두 사람 다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왔기에 일출봉을 올라가 보기로 했다.
아침 겸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는 정방폭포를 들려서 구경을 하고, 식물원을 들리고 이곳 저곳 다니다가 성산 일출봉으로 이동한 상태라 시간은 꽤 늦은 오후이다.
일출봉을 다녀오는 길은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정상에서 시간을 조금 보내기도 해서, 다녀오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현석과 예리가 일출봉의 정상에서는 몰랐지만, 일출봉을 내려오자, 제법 어둑어둑한 땅거미가 깔리고 있었다,
이제 곧 저녁이 되고, 그리고 밤이 될 것이다.
예리는 일출봉 아래의 넓게 펼쳐진 초원이 있는 곳에서 발길을 멈추고, 초원과 길을 구분하는 난간을 잡고 섰다.
일출봉을 내려오는 사람들의 발자국소리와 말소리가 주변을 시끄럽게 하고 있지만, 예리가 서 있는 곳은 정말 조용한 것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땅거미가 지고 있어서 그리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렇게 서있는 예리의 하늘거리는 옷과 주위의 풍경이 잘 어울려서 현석은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왜 그리 숙연해 보일까?
성산 일출봉 정상에 있을 때 까지만 해도 쾌활했는데, 길을 내려오면서 별로 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저리 숙연해 보이는 걸까?
그녀가 한숨을 푹 쉬는 것처럼 느껴졌다.
혼자만의 생각인가?
아니다.
현재 예리가 보여주는 모습은 뭔가 커다란 변화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석은 예리의 뒤로 가서는 그녀를 껴 안았다.
그녀의 등이 현석의 가슴에 안겼다.
그녀의 젖가슴이 호흡에 따라 조금씩 융기하고 있었고, 젖가슴의 탄력은 현석이 껴안은 팔에 그대로 전해졌다.
바람에 날린 머리카락이 현석의 얼굴에 어지럽게 흩날렸다.
그녀의 귀 뒤에 현석이 얼굴을 가져다 대자, 머리카락은 현석의 얼굴 전체를 덮었다.
“예리야.”
“..”
그녀가 대답을 않고 가만히 있었다.
다만, 그녀의 가슴 부위에 가 있는 현석의 팔 위에 손을 가져다 대고 가만히 있었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변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변화가 현석의 가슴을 짓눌렀다.
말 수도 적어지고, 이따금 멀리를 바라보는 모습.
오전만 해도 아니었지만, 오후가 되면서 약간씩 나타나는 모습이다.
“재미 없어? 호텔로 돌아갈까?”
현석이 귓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으응, 배고파, 저녁 먹으러 가요.”
그녀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저녁 먹으러 가자고 한다.
“음, 어디로 갈까? 호텔로? 아니면, 서귀포 시내로? 제주에 왔으니 옥돔구이나, 제주 갈치찌개를 먹어봐야 하는데.”
“음, 옥돔구이 먹고 싶어.”
“오케이, 호텔까지 가서 먹으려면, 돌아가는데 두 시간은 걸릴 테니, 성산에서 먹고 가자, 성산 에도 옥돔구이 잘 하는 집이 많이 있을 거야.”
“으응.”
말소리는 아까의 숙연함에 비해 많이 돌아왔다.

“자, 아 해봐.”
그녀는 현석이 잘 뜯어서 잔가시를 골라내고 집어준 옥돔구이의 살을 입으로 받아 먹었다.
“음, 맛있어.”
그녀는 현석이 입안으로 쏙 넣어주자 입을 오물거리며, 환하게 웃었다.
이렇게 음식을 입 안으로 넣어주는 것은 많은 기억이 없다.
지금 예리에게 말고는 그 전에 누구에게 또 그랬을까?
음식을 입에 넣어주고, 받아먹는 모습은 한없이 사랑스러운 느낌이 든다.
“옥돔은 잔 가시가 많고 뼈가 단단해서, 조심해서 먹어야 해. 잘못해서 목에 걸리면 큰일 나.”
“그래도 맛있어.”
“자, 내가 잔가시를 다 발라내 줄 테니까, 발라 내 준 것만 먹어. 알았지?”
“아저씨도 먹어, 나만 주지 말고.”
그래도 현석은 예리가 먹는 모습이 예쁘다.
두 사람이 네 사람 분을 먹고서야 배를 두드리며 먹기를 멈추었다.
“자, 다 드셨으면, 이제 슬슬 가 볼까요? 밤이 되어서 운전도 조심해야 하는데 이제 출발해야지.”
“으응.”

현석이 계산을 하고 나왔을 때 예리는 자동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자, 가자.”
밖은 이제 많이 어두워졌다.
헤드라이트를 켜자 앞이 환해졌고, 실내등을 켜지 않은 차 안은 상대적으로 어두워 졌다.
현석이 서귀포를 향해서 차를 움직였지만, 예리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까 일출봉에서 내려올 때 같은 숙연함은 모르겠지만, 조수석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곳은 다른 집들에서 내 비치는 불빛이 있을 뿐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무엇을 저리 내다보고 있을까?
거의 한 시간 이상을 달려오는 동안 현석이 말을 시켜도 현석을 쳐다보고 잠시 웃었을 뿐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자동차 유리에 머리를 살짝 살짝 부딪쳐서 쿵쿵 소리가 나게 했다.
그러다가 의자를 좀더 뒤로 눕히고는 눈을 감았다.
두 팔은 팔짱을 낀 상태로.

“그렇게 서로를 미워할 걸 왜 결혼했을까요?”
무슨 소리?
눈을 감고 누웠던, 그녀가 뜬금없이 뱉은 말이다. 그리고 존대로 바뀌었다.
언젠가부터 그녀는 존댓말 대신 편하게 말을 하기 시작 했었다.
말을 편하게 하겠다는 예고 같은 것도 없었지만, 현석에게도 그것이 편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였었다.
그런데, 갑자기 존대라니.
그리고 현석은 말뜻이 무엇인지 몰라 조금 당황했다.
여전히 눈은 감고 있는 상태이다.
“우리 엄마랑 아빠요.”
언젠가 그런 말을 했구나, 서로 무관심하고, 서로 거의 말도 않고 지낸다고.
그런데, 서로 미워한다고?
그때, 미워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저 말을 하는 걸까?
“예리야.”
현석이 부를 때 그녀는 약간 뒤로 눕혔던 의자를 바로 세우고는 똑바로 앉았다.
“그냥, 아무 말 하지 말고, 제 말을 들어만 주세요.
그냥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어느 여자의 독백이라고 생각하고, 아무 말 없이, 그냥 들어 주세요.”
조용히 말 했지만, 그 말에는 상당히 비장함이 어려 있었다.
“..”
현석은 예리를 잠시 돌아보았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저는, 아빠와 엄마의 무관심, 서로간의 비방 이런 것을 보면서, 사랑이란 참으로 의미가 없는 것이구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녀는 말을 빠르게 하지 않았다.
말과 말 사이에 적당한 간격을 두고 있었다.
“그래서 난, 결혼 같은 거 안 할거야. 그렇게 결심했죠.”
현석이 비록 운전을 하고 있긴 하지만,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그녀의 동작은 보인다.
“그때 만난 친구들, 다 나랑 비슷한 독신주의 친구들이긴 하지만..”
아, 졸업식 날 만난 친구들을 말하는 것이구나.
차량의 속도를 조금 늦추었다.
이미 밤이라서, 차가 많지도 않거니와 아니라고 해도, 특별히 빨리 가야 할 이유도 없다.
그녀가 손톱을 입으로 가져갔다.
“남자? 다 필요 없어. 그랬어요. 후”
그 말 끝에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남자를 만날 시간이 있으면, 내 일을 하겠다고 했죠.”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현석을 잠시 바라 보았다.
“나이도 몇 살 안된 어린 것이 별 이상한 생각을 다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남자를 만나는 대신, 일과 공부에 매달렸죠.
그래서 지금의 피에르체가 패션을 알고, 우아함을 아는, 그리고 돈 많은 부인들에게 많이 알려졌죠.
매장도 커졌고, 돈도 많이 벌어요,
지금도 여전히.
잘했어. 그렇게 사는 거야. 그랬는데.”
눈물이 흐르는 모양이다. 손으로 눈가를 살짝 훔치는 기색이다.
차는 렌터카 인 탓에 휴지도 없고, 간편 복으로 갈아입은 지금, 하필이면 손수건도 없다.
그녀는 소매 자락으로 눈가를 꼭꼭 누르는 것 같다.
아마도 자기 감정에 북받쳐서 그렇겠지.

현석은 길가에 천천히 차를 세웠다.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다.
“그냥 가요, 차 세우지 말아요.”
현석은 잠시 생각했다. 안아주는 것은 나중 문제이다.
그런데 차를 출발 시키란다.
“예리야.”
“아무 말, 저한테 묻지도 마세요. 그냥, 들어 주기만 하면 되요.”
“그래, 그러자.”
약간은 자조적으로 그렇게 말 하면서 현석은 다시 차를 출발시켰다.
그리고 아까처럼 천천히 갔다.
그녀는 발을 자동차 시트에 끌어 올려서는 두 팔로 무릎을 감쌌다. 그녀의 발이 올라오며, 무릎이 턱밑으로 왔고, 그녀는 턱을 무릎에 받쳤다.
저 작은 시트에 어떻게 그녀의 발이 올라오는지 참으로 신기하다.
“그래도, 남자란, 어떤지 궁금하긴 했어요, 남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남자 같은 건 필요 없어,
그랬던 게 조금 우습기도 했구요,
이 나이가 되도록 남자를 사귀어 보기는커녕, 실연도 당해보지 않은 주제에….”
그녀는 말 꼬리를 흐렸다.
“그렇지만, 사귀고 싶지는 않았죠.”
그녀는 턱을 무릎에 괴인 채로 약간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 생각하는 듯 했다.
현석은 저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차를 몰았다.
차는 여전히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현석의 옆으로 다른 자동차가 경적 소리를 내면서 스쳐 지나간다.
아까부터 뒤에서 상향 헤드라이트를 켜면서 현석에게 빨리 가기를 재촉했던 차다.
이 길은 공항으로 가는 길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상등을 켜고 오지도 않았으니 별로 긴급해 보이지도 않는데,
그렇게 바쁘면 그냥 조용히 지나가던지, 아니면 낮에 가던지, 그것도 아니면 어제 가지 왜 지금 이 시간에 그렇게 급하게 서두르는지,
결국 그 차는 현석을 스치면서 경적소리를 요란하게 울리고 갔다.

예리는 경적소리를 울리며 지나가는 그 차의 뒷모습을 고개를 살짝 들고 바라 보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아저씨를 만난 거예요.”
그러면서 그녀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흘깃 오른쪽을 보니 유리창에 비친 그녀의 얼굴이 흐릿하면서 크게 보였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너무 좋았죠, 목소리도 너무 좋았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어요.”
“후~”
그렇게 말 하고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런가?
내 목소리를 듣고 목소리 좋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많이 들었다.
남자, 여자를 불문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 이다.
어떤 거래처에서는 그냥 잠시 통화해서 확인만 하면 되었는데, 목소리에 반해서 꼭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에 거래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목소리가 그렇다는 것을 현석 자신은 모른다.
주위에서 이야기 해 주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여러 사람으로부터 들어도, 어떻게 좋은지 여전히 현석은 모른다.
아니 한번은 녹음을 해서 들어본 적이 있긴 하다.
그래도 현석은 왜 좋은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리고 다시 한참 동안 말을 끊었다.
정말 예리의 말처럼 나는 지금, 예리가 라디오에 출연해서 하는 말을 듣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무슨 말을 해도 예리는 알아 들을 수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런데, 4개월이 넘어 5개월이 다 되어 가지만,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다.
실제로 남녀간에 4~5개월에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긴 할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아이가 지금 깊이 감추어둔 내면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만나본 뒤에는
처음으로 남자가 이렇게 멋질 수 있구나 생각했죠.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왜 그렇게 멋지게 보였는지, 저도 이해가 안 가지만,
그런데, 그게 문제였어요.”
그녀가 눈을 감았는지 뜨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전화기를 돌려 받고도, 아저씨의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었어요.”
잊을 수가 없었다?
특별했던 것으로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왜? 그녀의 말대로 목소리 때문에?
그녀의 독백은 계속 되었다.
“전화를 통해서 들리는 목소리,
마주 앉았을 때 포근한 인상과 함께 느껴졌던 목소리.
가슴속에서,
그리고 머릿속에서 울려 왔어요.
그래서.”
그녀는 다시 잠시 동안 말을 중단했다.
“그래서, 안 되는 줄 알면서,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거의 매일 전화를 했었죠.”

맞아, 그녀의 기억처럼 매일은 아니어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전화를 받았던 것 같다.
전화를 하면, 이것 저것, 자신의 이야기도 하고, 친구의 이야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석에게도 제법 많은 질문을 했다.
“그게 문제였는데. 후~
그걸 나중에 알았어요.
아저씨의 얼굴을 보고, 아저씨의 목소리를 듣고,
계속 통화를 해 나가던 어느 날, 이런 분과 결혼해서 사는 사람이 참으로 부럽다, 라고 생각하게까지 되었고,
왜 이렇게 멋지고, 정말 내 남자 이었으면 하는 남자는, 왜 이미 임자가 있는 거지 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랬었나?
내가 한지수에게 느끼는 그런 감정.
다만, 그녀는 결혼하지 않았다.
사귀는 남자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항상 눈앞에 있는데, 도무지 접근을 할 수가 없다.
그녀가 예리, 너였으면 좋겠다.
그래, 그녀가 정말 너였으면 좋겠다.
현석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마음속으로 부르짖었다.
그러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금 예리와 함께 있으면서, 예리의 가슴 아픈 독백을 들어주면서, 또 한지수를 생각하다니.
정말 미치긴 했나 보다.

현석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리는 말을 계속했다.
“만일,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귀어 보고 싶은 사람이다.
그 생각이 너무나 강하게 들었죠.”
그녀는 또 잠시 말을 끊었다.
밤이니 눈을 들어도 응시할 곳이 없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 분이 전화 받는걸 들으면 어떡하느냐는 질문을 했고, 아저씨는 해외 연수 중이라고 했어요.
이제 다음주에는 돌아오지만.”
또다시 후욱 하고 큰 숨을 내 쉬었다.
“그 말을 듣고도, 통화를 계속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헛된 욕심을 부리게 되었죠.”
그렇다면, 자꾸 통화를 하다가 정이 들어 버린 것일까?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땐 윤가희가 옆에 있었음에도, 현석 역시 헛된 욕심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으니, 양쪽이 다 문제가 있다.
다만 서로의 선택이 잘한 선택이었느냐, 잘못한 선택이었느냐 만 남을 뿐.
“난,
남자와 사귀지도,
결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처녀귀신이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요.”
그녀가 머리를 등받이에 기대고는 몸을 시트에 푹 파묻듯 조금 더 깊이 내려 앉았다.
“그래서,
어느 날,
혼자 이런 생각을 하고,
돌이켜 보면 나쁘지만,
그때는 그것이 나쁘다는 것을 하지 않고, 한가지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또 한숨을 길게 내 쉰다.
그리고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그 아저씨는, 유부남이지만, 일시적으로 혼자이다.
그러니, 아내 분에게 정말 미안하고, 정말 죄송하지만, 아내가 돌아오면 아내에게 돌려 보내 드리기로 하고, 혼자인 기간만큼만 내 남자로 생각하고, 사귀어보면 안될까?
아니, 그 기간 동안 만 내 남자이면 안될까?
만약에, 그가 허락한다면.”
참으로 황망한 이야기 이다.

그래, 현석의 그 거짓말이 현재의 상황을 만들었나 싶다.
그런 것 같다.
그런데, 만일에 그렇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래도 그녀가 현석에게 관심을 가졌을까?
아니면, 관심을 갖지 않았을까?
“아니, 오히려 아내에게 돌아가야 할 분이라는 것이 제게 더 위안이 되는 상황이었죠.
아마 아저씨가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오직 제한 시간이 있는 독신이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으니까요.”
현석이 궁금해 하던 것에 대해서 그녀가 바로 답을 했다.
그녀는 혼자만의 생각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합리적인 계산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돌아갈 곳, 아니 돌아갈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일정한 시간 동안 내 남자일 수는 있어도,
꼭 돌려보내 드려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 아니 남의 가정을 파탄 내는 사람이고 싶지는 않은.”
그녀가 중간에 말을 뚝 끊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벌써 몇 번째 한숨을 쉬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한숨을 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니 돌아갈 사람이 있는 사람이어야,
얼마간 내 남자였지만,
내가 마음이 바뀌어서 결혼이라도 하자고 매달릴 수 있는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 했으니까요.
그리고, 제 나름대로 느낀 것은 아저씨의 말 속에, 아내를 몹시 사랑하는 느낌이 들어있었거든요.
그러니 아저씨도 꼭 부인에게 돌아 갈 것 같아서.
그렇게 생각했어요.”

들으면서도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맞다 고 말할 수도, 아니라고 말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럼, 지금 이 아이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현석이 부인에게 돌아갈 것이니, 자신과 관련된 모든 진실을 알려 준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현석에게는, 이미 그때 아내가 편지 한 통과 합의이혼 신청서류를 남겨두고 집을 나간 뒤이다.
그런데, 현석의 어떤 말이 그렇게 들렸을까?
그것도 궁금했다.
그러나 지금 방송을 듣고 있다고 생각하자.
물론 그녀가 그렇게 요구를 하긴 했었지만, 현석이 물어볼 수는 있어도, 그냥 그대로 듣기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분위기 상 도저히 물어볼 수가 없다.
그녀는 현석이 어떤 생각인지도 모른 째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어떻게 허락을 받지?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고,
그래서, 내가 몸을 던지면,
날 받아줄까? 도망갈까? 욕을 할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해게 되었죠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내 몸을 아저씨에게 던져보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무조건 던져 보자,
만일, 그렇게 해서 나를 받아준다면, 아저씨는 내가 생각한대로, 얼마 동안은 내 남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아저씨의 허락이다.
그렇게 생각했죠.”
그랬다.
그녀가 자신을 통째로 던진 것을 현석이 그대로 받아버린 것이다.
아내는 떠났고, 서류만 정리하면 되는 사이, 그리고 가희는 이민수속을 밟고 있었었다.
그것 때문이었을까?
할말이 없다.
그것이 유혹이라면, 유혹에 넘어간 현석에게 문제가 있다.
그리고, 그 유혹에 자신이 넘어가 버렸으니, 현석의 갈등과는 전혀 다른 갈등을 그녀는 혼자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이 다 다르듯이.

“그래서 아저씨가 저의 첫 남자가 되었어요.”
맞다.
그녀는 자신의 첫 정을 현석에게 주었다.
현석이 그녀에게 첫 남자이다.
“저 참 나쁜 애죠?”
그녀는 현석을 돌아보면서 질문하듯 말했다.
아니, 네가 나쁜 아이라면, 나는 그보다 훨씬 더 나쁜 사람이다.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대답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닌 듯, 현석이 말할 틈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
“너무 일방적이고, 이기적이었죠.
저도 알아요, 이기적이었다는 거.
나쁜 애라고 욕 해도….
저는 할 말이 없어요.”
울고 있는 것일까?
운전 중이라 그것까지 살필 수는 없지만, 그녀의 목소리에 습기가 가득 차 있다.
그러는 사이에 차는 목적지인 호텔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참으로 긴, 그러나 가슴 아픈 이야기 이다.

주차 공간에 차를 세웠지만, 예리는 차 안에 그대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현석도 그대로 차 안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녀는 여태까지와는 달리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현석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예리가 있는 쪽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차를 운전하느라 제대로 못 보았는데,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가득하다.
현석은 손을 비비고는 손에 호 하고 입김을 불었다. 그리고, 그 손으로 그녀의 눈물 자국을 닦아 주었다.
그녀는 현석이 눈물자국을 닦아 주는 그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우리 좀 걸을까?”
그 말에 그녀는 우수를 띤 표정으로 천천히 움직여서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리면서 예리는 비틀거렸다.
현석이 그녀의 팔을 잡으며 받치자, 그녀는 현석의 팔짱을 끼었다.
언제나 그랬던 다정한 연인처럼.

이 아이, 예리는 지금 현석을 떠나려고 하고 있다.
현석은 여전히, 예리를 아이라고 느끼고 있다.
그런데, 이 아이가 떠나려고 하고 있다.
왜,
한꺼번에 세 여자가 이렇게 짧은 간격으로 거의 동시에 떠나는 것일까?
하영이 떠날 때, 마음속이 짠 한 그 무엇이 있었다.
슬프다거나, 떠나면 안 된다거나, 그런 마음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괜한 그 어떤 것이 있었다.
가희가 떠날 때,
그녀가 떠날 때 어떠했는지, 왜 갑자기 생각이 잘 나지 않지?
분명 많이 사랑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가식이었나?
아니면, 예리가 파고든 크기가 너무 커서 벌써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잊어버린 것인가?
그런데, 예리가 떠나려 하는데, 왜 이리 가슴이 찢어지려 하는 거지?
마음 한 켠에서는 작별을 예정하고 있었으면서,
여행의 끝에 그녀와 작별할 예정이었으면서,
그녀가 떠나려 하는 것을 현석에게 알려 주는 지금, 왜 이리 가슴이 아픈 거지?

현석이 자신의 첫 남자 일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자신과 현석이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사연을 이야기 하고 있다.
현석은 이번 여행의 끝에, 예리와 작별할 예정이었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현석이 할 이야기를 지금 이 아이가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 너무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다.
현석은, 가슴 속에 묻어 둔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가슴속의 이야기를 할 생각도 없었다.
다만, 예리가 알고 있는 대로, 다음주에 돌아오는, 그 거짓말 속의 아내를 핑계로 작별을 할 예정이었다.
너무 어리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을까?
그런데, 예리는 가슴속에 깊이 묻어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 자신은 원래 자신이 생각했던, 자신의 위치로 돌아 갈 테니, 아저씨도 원래의 위치로 돌아 가세요, 라는 말을 긴 여운이 남는 독백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아무런 기대도 없는 것일까?
아무런 아쉬움도 없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있으면 어쩔 건데?
받아 줄 거냐?

현석은 호텔로 들어가지 않고, 호텔 옆으로 돌아가는 해안도로를 따라 걸었다.
호텔의 정원과 연결된 호텔 투숙객을 위한 산책로인가 보다.
그녀는 여태까지와는 달리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현석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다만, 현석은 천천히 걷고 있고, 그 걸음에 맞추어 그녀가 따라 걸을 뿐이다.
가슴이 아파온다.

“그런데.”
현석과 함께 걸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그녀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난 정말로 아저씨를 사랑하게 되어 버렸어요.
안 되는데,
그러면 안 되는데.”
그 말을 하면서 그녀는 걸음을 멈추었다.
“왜, 난 아저씨 같은 남자가 있는 줄도 모르고, 남자는 다 싫다고 했을까?”
여태까지 아무 말이 없다가 혼자 중얼거렸다.
“난 왜 사랑하면 안 되는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역시 들릴 듯 말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저씨는 왜 한번도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을까?”
뜨끔.
가슴이 뜨끔 한다.
이 애는 알고 있다.
현석이 단 한번도 사랑한다고 말 하지 않은 것을.
아니야 예리야. 너를 사랑한다. 그리고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다만, 내 마음 한구석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또 한 명의 여인이 있단다.
그 여인이 날 보고 있어서, 그 여인이 내 마음속에 있어서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마음속에서만 한 말이다.
그런 변명조차 입을 열어 말 할 수가 없다.

“아저씨는, 이런 나쁜 저를 용서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가지 청이 있어요.
우리, 서울로 가서 비행기에서 내리면, 모르는 사람이 되어야겠지만,
그리고, 정말 미안하지만, 그때까지만, 여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그때까지만, 나만을 사랑하는 내 남자가 되어주면 안 되나요?
부인에게 너무나 미안하지만, 그리고 미안하다고 말 할 수 조차 없지만,
제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건가요?”
예리는 현석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여태까지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제는 대답을 기다린다.
정말 눈물이 나려 한다.
한줄기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서, 그녀도 울고 있었다.
현석은 대답대신, 그녀를 품에 안았다.

고백해야 하나?
예리야, 내 아내는 연수간 게 아니다.
그녀는 나를 떠났다.
그래서 난 지금 혼자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가슴이 마구 울렁거렸다.
그런데, 가슴이 무너지지만, 그녀가 떠날 수 있을 때, 가능할 때 보내야 한다.
아니 떠나려고 할 때, 보내는 게 맞다.
내가 이렇게 독한 사람이었나?
이렇게 이기적이었나?
예리는 자신이 이기적이었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반대인 것 같다.
어쩌면 우리의 운명은 이렇게 엇갈렸을까?
엇갈린 운명이라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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