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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그리고 사랑 - 13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8:24 732회 0건

아내가 집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
단순히 집을 나갔다는 것, 결별을 예고하고 집을 나간 것이 집을 나가기 이전과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의 허전한 마음이 드는 것은 대체 무슨 연유일까.
달랑 편지하나 남겨 놓고 떠나긴 해도 시간적으로 함께 하는 시간이 별로 없었던 탓에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마음속으로는 큰 차이가 느껴진다.
윤가희와의 만남이 주는 크다란 기쁨이란 것이 그나마 하영이 언제나 기다리고 있었던 때문인가?
윤가희와의 만남도 이상하게 흥이 나지 않는다.

흥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육체적 욕망의 분출에 대한 기대치 마저도 떨어트리는가 보다.
윤가희와 일주일에도 두세 번씩 만나던 것을 일이 많다는 핑계로 자주자주 피하게 된다. 벌써 몇 번을 피해왔다.
지난주에 한 번. 이번 주 들어서 겨우 또 한 번.
만나서도 전처럼 그리 밝지 않은 표정에 왜 그러냐고 가희가 물었지만 그냥 요즘 일이 좀 고되다고 말했다.
하긴 몇 번의 만남을 피했으니 그 핑계가 가장 적당한 핑계인 것 같다.
그런데 그 이상한 공허함을 채워 주는 작은 울림이 있으니..

오후 일곱 시.
틀림없다. 그제도 이 시간이었다.
년 말로 치달으며 소리 없이 밀려드는 추위는 언제인지도 모르게 곁에 와서 앉은 겨울이 만들어 낸 차가운 겨울바람이 행인들의 옷자락을 잔뜩 움츠리게 한다.
이 시간이면 십 이월의 찬바람에 잔뜩 움츠리고 귀가를 재촉해야 할 그런 때인데 간혹 이 전화 때문에 길가에서 찬바람을 맞으면서 떨고 있을 때도 있다.
그녀로부터의 전화는 휴대폰을 돌려주고 난 뒤 몇 일 후부터 하루걸러 한 번씩 꾸준히 온다.
첫날에는 약간 당황했었고 둘째 날은 무심히 받았다가 깜짝 놀랐었다.

전화의 내용은 별게 아니다.
잘 계시느냐로 시작해서 학교 이야기며 책에서 무얼 봤는데 재미 있었다는 둥 웃기는 이야기도 들어 있었다.
그렇게 삼십 분 정도씩을 온갖 이야기를 하는 통에 저녁에는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져 중간에 대화가 중단되기도 했다.
얘가 내게 마음이 있나?
아니면 외로워서 그런 건가? 대학 졸업반이면 친구들도 많을 텐데.
이런저런 생각이 들지만 퇴근 후에 걸려 오는 전화인지라 부담도 없고 별로 이야기도 하지 않고 지나왔던 아내와의 관계와는 달리 현석이 별로 말하지 않아도 마치 참새처럼 재잘거리는 것이 모처럼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자주 자주 통화를 해서 그런지 만남은 한번 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친숙한 사람같이 느껴졌다.
그런데,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무척 미인이었던 것 같은데.
이예리에게서 전화가 오면 한지수의 얼굴이 떠오르는 탓인가?

사람의 몸이란 아니, 현석 자신의 몸이 정말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있다.
예전부터 비어있는 아내의 자리에 윤가희가 들어서면서 섹스에의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리라 생각했었는데도 예리와의 통화 중에 한 번씩 꿈틀대는 육체의 욕망은 현석 자신이 깜짝 깜짝 놀랄 만큼 이해되지 않는다.
오늘 예리의 전화를 받으면서 불쑥 불쑥 치솟아 오르는 육체의 욕망이 그 자신을 정말 이상하게 만든다.
조금은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고 사람이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가 지금처럼 떠나겠다는 통지를 하기 훨씬 전부터 육체적인 아내의 자리는 늘 비어 있었다.
오직 서류상, 아내의 지위로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을 뿐이다.
사실 새벽에 잠에서 깨면 그 자신이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육봉을 얼마나 힘껏 잡고 있었던지 하루 종일 통증이 느껴질 만큼 움켜쥐고 잠에서 깨어났던 기억이 많다.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찬물로 샤워를 하고도 진정이 되지 않아 고통스러웠던 기억도 있다.
그럴 때에는 사람이 왜 살까 하는 생각 까지도 든다.

회사에 가면 직원들이 있고, 언제나 업무로 바쁘고, 거래처와 만나 식사하고 술 한잔도 기울이고, 또 간혹은 단란주점 같은 데서 오래 묵은 스트레스도 풀고, 몇 달에 한 번씩이지만, 십인회 친구들과의 정기적인 모임뿐만 아니라 때때로 정기 모임 이외에도 친구들과 만나서 술 한잔 하고 헤어지는 상황에서도 불현듯 혼자라는 외로움에 부르르 떨기도 한다.
그렇지만 언제나 육체적 욕구를 채우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면서, 누군가 사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그러지 못했다.
적어도 윤가희와의 만남이 있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윤가희와의 만남 이후에 현석에게 달라진 것이라면 그것을 참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 만나고 싶으면 만날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 만으로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가능할 것 같다는 조금은 허황된 상상까지도 하게 되었다.
아내와의 결혼 이후에 현석 스스로 아내에게 지켜야 하는 어떤 기준을 정한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윤가희와의 일로 인해 무너져 내렸다고 생각했다.
살아온 환경 탓인지 성격 때문인지 억제하고 참는 방법을 배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참지 않아도 되는 환경으로 바뀌자 끝없이 욕망이 피어 올랐다.
의학적으로는 가장 왕성한 나이라는 이 십대 시절에도 느끼지 못하던 욕망이 무한대로 끓어 오르는 것 같다.

그런데 이래도 되는 것일까?
마음 한 구석에는 한지수가 들어와 앉아 있다.
그녀는 전혀 들어와 앉을 의사도 없다.
그런 느낌도 비춘 적도 없다.
오직 현석 혼자서 그녀를 마음 한구석에 자리를 만들어 놓고 그냥 스스로 그 곳에 끌어들인 것이다.
윤가희와의 섹스 후에 그녀를 내려 주고 집으로 돌아갈 때에는 괜히 한지수에게 미안한 죄의식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한 여자와 육체의 욕망을 불사르고 그 기운이 채 식기도 전에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정상일까 생각해 봤지만 현석이 윤가희에게 전화할 때나 그녀에게 오는 전화를 받을 때에는 한지수에 대한 생각은 어디로 달아났는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그리고는 곧 한지수를 그리워한다.
마음이 모질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그거라면 아내인 하영과의 관계에서 명백히 드러나는 일이다.
어떻게 본다면 하영이 기다림에 지쳐서 현석에게 먼저 말할 때까지 내버려 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회사의 업무처리에 있어서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 정말 어처구니 없도록 우유부단하고 말도 안 되는 일 처리 방식이다.
그것이 일이 아니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년 말이 가까워 지면서 거리는 캐롤 송이 넘쳐 흐르고 라디오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나온다.
이 예리가 전화를 해서는 년 말 분위기가 안 난다며 차 한잔 사 달라는 말에 그러마고 했다.
"아저씨는 제가 저녁때 전화해서 놀라지 않았어요?"
불빛이 어둑한 다이닝 바에서 그녀의 질문이다.
처음에 전화기를 전해줄 때 만났던 그 곳이지만 아직도 낮 선, 무언가 적응 되지 않는 곳이다.
다만 아주 간편하게 대각선으로 쳐진 칸막이 덕분에 독립적인 공간이 제공되어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아저씨 말 편하게 하세요."
"아니. 괜찮아요."
"제가 불편해서요."
"그럴까?"
"네. 그게 좋아요. 편하고. 마치 큰오빠 같기도 하고."
"큰오빠가 있어?"
"아뇨."
"그럼 형제는?"
"군에 간 남동생이 있어요."
만남에서의 호구조사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 인가? 사실은 공통의 대화거리가 부족하여 발생하는 것일 수도 있다.

늘 보는 얼굴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령대가 엇비슷하여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면 참으로 식상하지만 호구조사에서부터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군에 가 있으면 겨울이 제일 싫지. 면회는 가 봤어?"
"아뇨."
"누나 섭섭하다고 할 텐데 나중에."
"저번 휴가 때 물었더니 오지 말래요."
"왜? 누나를 싫어하는 모양이지?"
"그렇지는 않는데요. 집을 싫어해요."
"왜?"
"......"
"말 못할 뭐가 있는 모양이네. 일부러 말 할 필요는 없고."
"....."
"....."

잠시 대화가 끊어 졌다. 짧은 시산의 어색한 침묵을 그녀가 먼저 깼다.
"그런데 제가 저녁에 전화하면 혹시?"
"혹시 뭐?"
"와이프 분께서...."
"하하하. 와이프 분이 뭐야. 하하."
"그럼 어떻게 불러요?"
"부인이라고 하면 되지."
"부인이 화 안내요?"
"흠. 화 낼 일이 없지."
"왜요?"
"전화 받는걸 보지 못하니까."
"부인이 퇴근이 늦나요?"
"아니."
"그런데 어떻게?"
"...."

아내의 편지가 다시 생각이 났다.
그리고 윤가희와 한지수의 얼굴이 필름이 돌아가듯 한 번에 흘러갔다.
그 말에 어떻게 세 사람이 한꺼번에 생각이 난단 말인가?
"죄송해요. 괜한걸 물었네요."
"음. 아냐. 그냥... 어디 좀 갔어."
"어디? 혹시 아파요?"
"아니."
"어디 가셨는데요?"
"해외연수."
현석은 그렇게 둘러 대고 말았다.
"와. 아저씨 멋쟁이시다."
"왜 멋쟁이인데?"
"남편들은 부인이 해외 연수 가면 안 보내 준다던 데."
"왜 안 보내 줘?"
"몰라요. 왜 안 보내 주는지는."
"해외 연수가면 음... 해방이잖아?"
"해방요?"
"그럼. 와이프 없는 편안한 생활이잖아."
"아저씨 이제 보니 나쁜 사람이다아~"
"무슨 소리야. 혼자 해방인가? 다 같이 해방인데."
"피. 그래도.."
이예리는 입을 삐죽이는 흉내를 내었다.
그 모습이 참으로 귀엽다.

"마누라나 남편이나 그런 때 멀리 한 번 떨어져 있어 봐야지."
"호호호. 떨어져 있어 보니까 어때요?"
"음. 한없이 좋은데?"
"그래서 저녁에 전화해도 된다고 하셨구나, 그럼 언제 와요?"
“봄에.”
“음, 그럼 그때까진 안심하고 전화 해도 되는 거죠?”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 가고 있는 느낌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지?
그냥 그녀가 전화 왔을 때처럼 우스개 소리나 하면 되었을 텐데 이야기의 시작이 꼬여 버린 것 같다.
하기야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현석이 분명히 유부남 일 텐데 밤에 전화해도 된다고 하지 전화 받을 때 마다 길게 통화하지 이상하지 않은 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정말 궁금할 것이다.

"예리씨."
"네. 아저씨. 그런데요"
"응. 왜?"
"씨자 빼면 안되요? 그냥 예리야 하고 부르시면 좋을 텐데."
"그러지 뭐. 예리야."
"네."
"하하하. 이제 맘에 들어?"
"네. 좋아요. 그런데."
"응. 뭐?"
"저 왜 불렀어요?"
"핫하. 그렇지 다른 이야기가 있었지. 예리는 이 좋은 연말에 데이트는 언제 해? 나랑 만나면?"
"후훗. 상대가 있어야죠."
"아니. 이렇게 이쁜 아가씨를 그냥 내버려 두다니. 이 세상 남자들이 모조리 눈이 삐었네."
"사실은 제가 별로 관심을 안 가져서요."
"음. 난 대타 구만."
"앗. 아니에요. 절대. 절대 아니에요."
그녀가 손사래를 친다.

그 동작이 참으로 귀여워 보인다.
그녀의 동작 위에 한지수의 얼굴이 잠시 스쳐 지나간다. 왜 또 이런 때... 그렇지만 잠시 고개를 흔들어 한지수의 영상을 지워 내었다.
"하핫. 농담이야."
"호호. 놀랐잖아요."
"나야 예리 같이 앳되고 청순하고, 꽃처럼 예쁜 사람과 데이트 하니까 좋기만 한데 대타면 어때? 영광으로 알아야지."
"아이 참. 대타 아니라니까요."
"아니면 더욱 좋고."
"참. 크리스마스에 약속 있으세요?"
"아니. 없는데."
혹시 윤가희가 만나자고 할지 모르지만, 조금 전에 아내가 해외 연수 중이라 했으니 약속이 있다고 하기가 무언가 어색했다.
그래서 없다고 대답했다.
"음 그럼 저랑 데이트 할래요?"
"대타 해 달란 말이지? 언제라도 환영임."
"아이참. 대타 대타 하면, 이제 아저씨랑 말 안 해요."
"아이고 무서워. 그 말 취소. 취소합니다."
현석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잠깐 새침한 것처럼 눈을 흘기던 그녀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어린다.

"부인이 크리스마스에도 안 들어오세요?"
"응. 항공료가 좀 비싸야지."
"전화는 자주 하세요?"
"음. 한 달에 한 번?"
"피. 그러면 부인이 도망가요."
"도망? 가라지 뭐. 나야 손해 볼 것도 없는데."
"마음이 좋으신 건가. 관심을 없으신 건가. 모르겠네요."
"둘 다야."
"에이. 말 안 해요."
"앗. 미안. 말이 그렇지 뜻이 그런가? 그만큼 편하다는 뜻이지 뭐."
"호호 금방 실토하시네요. 포카 잘 못하죠?"
"포카도 할 줄 알아?"
"그럼요. 저도 제법 하는데요."
"그런데 왜 포카를 못 칠 것 같은 데?"
"금방 마음이 들통 나잖아요."
"아닐걸. 예리니깐 금방 눈치채지 남들은 절대 눈치 못채요."
"엉터리."
"엉터리 아니야. 그런데 저번부터 물어 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네. 뭔데요?"
"학생이 무슨 돈으로 휴대폰일까. 그게 궁금했어."
"음. 아빠가 돈이 좀 있어요."
"...."

그래 부자 같다.
옷차림이며 휴대폰까지.
웬만해서는 직장인들도 가지고 다니기 힘든 휴대폰까지 학생이 가질 정도면 부자는 부자지.
하기야 직장인들은 개인이 구입하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업무용으로 회사에서 사 준 것이리라.
지금 현석이 가진 휴대폰도 역시 회사가 사준 것이다.
"그래서 제가 가게를 한다고 할 때 무척 쉬웠죠.... 그런데 제가 무엇을 하는지는 관심이 없어요.... 저도 그게 편하기는 하지만..."
"그럼 사장님이신가?"
"사장? 에이 아니에요 구멍가게인데요 뭐."
"초등학교 뒤에서 하는 구멍가게 하는 거 아니지?"
"후훗. 네. 그냥 실장이라고 해요. 저는 디자이너 이거든요."
"직접 운영하는 디자이너라. 의상실?"
"네. 조그맣게 해요."
"음. 대단한걸."
"참 지난번에 전화기 약속해 놓고 못 찾은 그 날. 발표회가 있었어요."
"그래?"
"네. 그 날 정신 없이 바빠서요. 저녁 늦게 까지."
"음. 그랬구나."
"그런데. 아빠도 엄마도 집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
조금은 의아한 눈으로 쳐다 보았다.

"엄마는 집안일에 관심이 없고 늘 친구들과 어울려 한밤중에나 들어오죠. 어떤 때는 안 들어오는 일도 있지만...."
"..."
"아빠도 집에 잘 안 들어 와요. 물론 그러다 보니 엄마도 그리 되었지만....."
"....."
"지금은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데 두 분은 만나면 다투시죠. 동생은 그 꼴 보기 싫다고 군에 지원해서 가 버렸어요."
"....."
"그리고는 휴가 왔을 때도, 오는 날 잠깐 얼굴 내밀고는 친구 집에서 놀다가 귀대 해 버렸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휴가와도 집에 안 들어 온다고 하고 아빠 엄마랑 누나가 함께 오지 않으려면, 면회오지 말라고 선포를 하더라구요."
"음."
그녀는 조용히 가족이 그리 다정하지 못함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현석은 자신만 불행한 사람이 아닌 것은 알고 있지만 자신이나 이예리나 윤가희나 참 다들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의 눈가에 이슬 방울이 맺혔다.
그리고는 눈물이 몇 방울 흘러 내렸다.
말을 다 맺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대로 가만히 보고 있기가 민망하기도 했지만 현석은 일어서서 그녀의 왼쪽 옆자리로 옮겼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여자의 눈으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오른손을 등으로 돌려 등을 토닥거렸다.
로리타렘피카가 코 끝으로 전해져 왔다.
예리가 두 손에 손수건을 받쳐 얼굴을 감싼 채로 현석에게로 넘어졌다.
어색하고 난감했다.
젊고 예쁜 아가씨가, 아직도 학생인 이 신선한 젊음이 이러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약간은 어깨를 들썩이는 것이 감정이 격해진 듯하여 현석은 예리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토닥 토닥.
현석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얼마간 그대로 있던 예리가 자세를 고치며 몸을 일으켰다.
"죄송해요."
"죄송은. 울고 싶을 때는 크게 울어야 돼. 그래야 속이 시원 해 지거든."
"...."
"혹시 크게 울고 싶으면 말해. 실컷 울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 테니."
이예리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 내고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고 애를 쓰는 것이 보였다.
현석은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 왔다.
".... 아저씨 품이.... 따뜻했어요.... "
"따뜻했다니.. 좀 더 빌려 줄 걸."
"죄송합니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니 눈은 젖어 있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어려있었다.
그것이 자조적 웃음이든 아니든 미소 진 얼굴이 훨씬 보기가 좋다.
머리카락이 몇 가닥 흘러내려 얼굴을 가렸다.
그 모습은 약간은 매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현석은 팔을 뻗어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치워 주었다.
여자가 현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렇게 청순한 아름다움을 지닌 여자가 또 어디 있었던가?
윤가희와 비교해 보았다.
윤가희도 많이 예쁜 여자이긴 하지만 이예리라는 이 여자가 가지고 있는 청순함이랄까 순수함 이랄까 이 아름다움과는 다르다.
가희가 장미의 아름다움이라면 이예리는 백합이나 튜울립의 아름다움이다.
고고한 자태에 한 점 흠이 없는 그러면서도 흠이 날것 같지도 않은 그런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계속)

(이별 그리고 사랑)을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일 매일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야설이 야설같지 않은 느낌이라니, 좋아해야 할지, 아쉬워 해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군요.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작품을 완성시켜 나가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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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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