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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그리고 사랑 - 4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8:25 781회 0건

회사 일은 순조롭게 잘 진행 되었다.
현석이 입사첫해이니 참겠다며 휴가도 반납하고 애 쓰는 탓도 있었지만 직원들이 워낙 열심히 하기도 했었다.
입사하고 몇 개월이 지나가자 직원들과는 거의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상태가 되었고 현석은 그것이 고맙기도 했지만 직원들을 잘 격려해 주므로서 그런 결과가 만들어 지고 있었다.
매일 아침 업무점검을 겸한 아침회의 시간이다.
평일에 항상 과장들과 회의를 하지만 월요일만큼은 부서 전 직원이 함께 모이는 회의이다.
"휴가 아직 안 다녀 온 사람 없지?"
"차장님이 안 다녀 오셨죠."
정찬수 과장이 휴가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야기에 현석을 보며 하는 말이다.
"차장님이 뭐냐? 우리부서 부장 대행 자격이신데. 부장님이라고 부르라니깐."

박민석 과장이 핀잔이다.
박과장은 다른 부서의 부서장이 없을 때는 현석에게 부장님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우리부서의 책임자이기 때문에 그렇게 불러야 하는 게 맞다 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
"아. 박과장. 쓸데없는 소리. 회사에서 준 공식 직책이 있는데 그러면 안되지. 자. 그리고 불어 조금 할 줄 아는 사람 없나?"
"불어가 필요한 일이 있습니까?"
"응. 이번에 우리가 필요한 아이템 중에 프랑스에 있는 회사에서 만드는 게 있는 것 같아. 조사를 좀 할 사람이 필요한데. 물론 영어는 당연히 필요하고."
현석의 말에 다들 주춤거린다.
다들 약간씩 영어는 하지만 말이 자유스럽지 않고 영작이나 해석에는 그다지 어려움을 못 느끼는 것 같아도 말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다.
현석이 입사하면서 직원들의 신상명세서를 개략적으로 훑어 본적이 있지만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가 보다.
"제가 조금..."
한지수가? 의외이다.
한지수. 꿈속에서도 간혹 나타나는 그녀이다.
지금은 회의실 저 건너편에 앉아 있고 사무실에서는 책상 몇 개 앞쪽에 앉아 있지만 너무나 멀리 있는 것 같아 보이는.
가슴 한구석을 차지하고 쓰라리게 만드는 아름다운 여인.
아니 부하직원이다.
그렇지만 너무나 똑 부러지게 주변정리가 깔끔하고 언제나 치근대는 회사의 뭇 남자직원들을 몇 마디 말에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얼음으로 깍은 미녀이다.

"한지수씨가?"
"네. 아주 조금요."
"오케이. 그럼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고 한지수씨는 잠깐 나하고 이 이야기 하도록 하자고."
다른 직원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현석은 달랑 두 페이지 있는 자료를 노트에서 꺼내 접힌 부분을 펼쳐 놓았다.
"한지수씨 불어실력이 얼마나 되요?"
"말은 대화를 할 수준은 안되구요. 독해는 사전 찾으면 가능한데요."
"그래? 그 정도면 훌륭하지 뭐. 난 봐도 무슨 말인지를 모르는데요."
"...."
"설명 좀 하게 이쪽으로 좀 당겨 앉아요."
"네."
그녀가 입구 쪽에 앉아 있다가 현석 쪽으로 이동했다. 자리를 옮기는 몇 발자국의 거리를 현석은 유심히 바라 보았다.
"음. 조금 설명해야 할거 있으니까 맞은편에 앉지 말고 옆으로 와요."
현석도 지극히 사무적일 수 밖에 없다.
그녀의 성격을 몇 달 본 사이에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 했기 때문이다.
한지수는 현석을 한 번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는 영업관리 담당이다.
부서 전체의 영업실적의 관리 및 수발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직원들과의 대화는 많은 편이었고 거의 매일 부서 내 직원들의 영업현황을 정리하고 실적을 확인하여 보고서를 작성하고 현석에게 보고한다.
또한, 동시에 영업사원들이 외근 시에 필요한 각종 경비를 정리하고 경영본부와의 자금관계 및 서류 수발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실상 프랑스 업무를 맡긴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지만, 불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유일한 사람인 것이다.
그녀가 옆으로 와서 앉았다.
알듯 모를 듯 연한 향수 냄새가 코끝에 다가왔다.
"응? 향수를 쓰는 줄은 몰랐네. 연해서 그런가?"
현석은 약한 향수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현석은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여성들에게서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업무 맡기면 나중에 프랑스 다녀와야 할지 모르는데 집에서 보내 줘요?"
"네. 그럼요. 업무 일인데요 뭐."
"그럼 안심하고 맡겨도 되겠네."
".....네."
"오케이."
"음. 사실은 기대 되요. 프랑스를 가 볼 수도 있다는 게."
"그래요?"
"저는 해외를 한 번도 안 가 봤거든요."
"그래요? 의외인데."
"차장님이 부러웠어요. 자주 출장 다니시는 게."
"그럼 이 일을 잘 해 보세요. 내가 책임지고 보내 줄 테니."
"네. 알겠습니다. 열심히 해서 꼭 성사 시키겠습니다. 어떤 일인지는 모르지만."
"출장 다니는 거 무척 피곤한 일인데. 그게 부러웠다?"
"네."
"음 내가 지수씨에게 너무 무관심 했나?"
"제 일이 출장 자주 다닐 일이 아니잖아요."
"아니지. 지수씨가 영업관리 담당이라고 꼭 출장 가면 안 된다는 규정이라도 있나 뭐?"
"그야 그렇지만..."
"음. 그럼 해외 공급처 관리 업무도 직접 하게 좀 맡겨 달라고 하지 않고?"
"...."
"왜?"
"그냥요. 직원들 해외 출장 갈 때마다 좀 부럽기는 했는데 보내 달라고 하기는..."
"지수씨 답지 않네. 업무처리는 매사에 똑 부러지면서..."
"...."
그녀는 곤란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에서는 살며시 웃기만 한다.

정말 예쁘다.
이리도 아름다운 사람을 일찌기 본적이 있었던가?
웃을 때에 볼에 파이는 작은 보조개와 얼굴 전체에 나타나는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은 그 나이의 젊은 여자들에게서 느껴지는 뇌살스러움 이라던가 유혹적이거나 천하다는 느낌이나 그런 종류와는 전혀 다른 정말 우아하고 기품이 넘치는 미소였다.
"아무튼 앞으로 그런 일에 대하서도 지금 다른 일처럼 주저하지 말고 당당하게 요구하세요."
"네."
"물론 그것에 대한 승인이나 결재는 내가 판단할 문제지만, 내가 보기에는 잘 할 것 같은 데요."
"네. 알겠습니다."
"오케이. 이 서류에 있는 내용인데. 사진하고 대략적인 내용으로 봐서는 우리가 취급하지 않는 아이템이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말을 모르겠어요. 난 불어에는 깡통이라.
그래서 일단 이 내용 좀 한글로 정리하고
가능성이 있는 품목인지 확인이 필요해요.
그리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되면 저쪽에 연락해서 타진을 좀 해 봐야 되요"
"네."
그녀는 대답을 하며 현석이 건네주는 서류의 아래위를 훑어 보았다.
현석은 훑어보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 보았다.

"쓸만하죠?"
"얼핏 보기에 그런 것 같은 데요. 검토해서 내일까지 보고 드리겠습니다."
"오케이.
이것 저것 이야기를 길게 시켜서 조금이라도 나란히 앉혀 두고 싶었던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너무 간단하게 마무리 되어버렸다.
너무나 짧은 이야기를 마치고 그녀가 일어섰다.
은은한 향기가 다시 한 번 코끝으로 지나간다.
"한지수씨."
"네."
문을 나가려던 한지수가 현석의 부름에 돌아섰다.
"사적인 질문 한가지 해도 될까?"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요."
"아. 별거 아니구요. 난 오늘 처음 느꼈지만. 정말 멋진 향인 것 같아서... 이름 좀 알려 주면 안될까요?"
"...아... 네."
그녀가 조금 놀란 표정이다.

"....."
"제가 괜히 뿌렸나 보네요."
"아니. 오해하지 마세요. 난 연하게 향수 뿌리는걸 지지하는 사람이니까."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전 또...."
"아. 내가 가진 지론은 향수를 뿌리는 사람은 매사에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거든."
"하긴 차장님도 연하게 향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는데.."
"맞아요. 그렇지만 난 향수를 선택을 못해서 그냥 애프트세이버를 향이 있는걸 사용하는데. 혹시 안 좋은가요?"
"아니에요. 저는 좋던데요."
"다행입니다. 그런데..."
"아. 정신 좀 봐..... 로리타렘피카 인데요."
"로리? 다시 한 번요."
"로리타렘피카."
"고마워요."
"사모님에게 선물 하시게요?"
"아뇨.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데요."
"무슨?"
"아내와 한지수씨가 같은 향수를 쓴다...."
"..."
"그거 별로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은 데..."
".....아....네."
"그냥. 향이 좋아서 이름만 알아 두고 싶어서 물어 본 거에요."
"네."
그녀는 웃으면서 회의실 문을 열고 나갔다.
여태까지 한지수가 향수를 쓰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니. 하긴 그런 것을 일부러 알려고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다만 어찌 해 볼 수는 없어도 마음 한구석을 자치하고 있는 여인 아닌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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