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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8:31 1,007회 0건
“여보세요?”

[누나! 왜 이렇게 전화가 안 되요~]

“미안 미안, 내가 좀 아팠어-“

[아 정말요? 괜찮아요 지금은? 말을 하지! 약이라도 사갔을 텐데!]

다정스런 후배 지상의 말에 도영이 슬그머니 미소 지었다. 그의 걱정에는 미안하지만, 그녀가 전화를 안받은 이유는 아파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서울로 온 그날부터 삼일 째 집에 틀어박혀 자위만 하고 있었다.

삼일- ‘ㅎㅎ’라는 아이디의 남자는 ‘휘’라는 아이디로 틱톡으로 말을 걸어왔다. 그들은 서로의 몸을 보여주면서 얘기했다. 불과 삼일 만에, 도영은 “아저씨 나 오늘도 꼴려”라고 말하는 아이가 되어있었다.

“지금은 괜찮아, 무슨 일이야?”

도영이 침대에서 스륵 몸을 일으켜 물을 마시기 위해 주방으로 몸을 옮겼다. 어머니와 같이 가서 산 하얀 식탁 위의 물컵으로 손을 뻗다 말고 도영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전화기를 든 채로 슬립을 살짝 잡아 가슴을 내려다보니, 그녀의 유두가 예민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말하자면 그것은, 도영의 여체가 눈을 뜬 것이었다.

그동안 ‘적당한 수준’의 자극을 받으며 자위를 했던 도영이 역치를 넘긴 자극을 받으니 그녀의 몸이 마치 개화를 하듯 피어난 것이다. 이전에도 애액이 많고 잘 느끼는 편이었지만, 지금 그녀의 몸은 스칠 때 마다 신음소리가 나올 정도로 온 몸이 흥분되어 있는 상태다. 다시 말해, 도영은 지금 온 몸이 성감대였다.

[개강총회 문에요~ 누나 혹시 오셔서 한말씀 해주실 수 있나 해서요!]

지상 뿐만 아니라 경영대 후배들에게 그녀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아름다운 외모, 우아한 말투, 과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명석함, 적당히 웃어 넘길 줄 아는 관대함. ‘저 선배는 뭔가 남달라, 뭔가 우아해.’라고 바라보는 후배들의 시선을 그녀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내가 무슨 한 말씀을 해… 내가 뭐라고, 후후”

그녀가 부끄럽다는 듯이 웃었다. 지상은 갖은 미사여구를 동원해 그녀를 칭찬했고, 끝은 ‘그래서, 해주실거죠?’로 끝났다.

[선배들도 꽤 오신대요. 부탁드려요 누나~]

“아무튼 알았어~”

그녀는 전화를 끊고 잠시 곰곰이 생각했다. 선배라면. 그도 올까.

그는 그녀가 대학에 와서 두번째로 사귄 남자이자, 그녀의 첫사랑이었다. 그러나 ‘니가 나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며 그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고, 그녀는 그것이 부담스러웠다. ‘헤어져요’라고 말하던날, 그는 그녀를 붙잡았다.. 그러나 그녀는, 미안해요, 하고 결국 돌아섰다. 그러나 여자의 마음이란- 그녀는 그가 매일매일 보고 싶었다. 최 민. 그도 올까.

그녀는 이내 침대로 가 핸드폰을 주워들었다. 골치 아파. 그냥 자위나 할래.

그녀의 머릿속이 온통 물들어갔다.


*

개강총회는 성황리에 끝났다. 예술경영 분야 국내 최고인 동대학 대학원에 진학해, 내년 9월에 해외 대학원으로 박사 과정을 이어가는 그녀의 커리어는 물론 학부생 시절 참여했던 여러가지 공모전등에서의 수상 경력은 선 후배 할 것 없이 감탄을 자아냈다. 오랜만에 보는 선배들과 후배들, 그리고 처음 보는 후배들과 인사하느라 그녀는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뒷풀이에서 그녀는 조금 과음을 하게 되었다. 알딸딸한 정신을 추스리려고 애를 쓰는 그녀의 옆에 누군가 털썩 앉았다. 그녀가 순간 긴장했다. 설마, 그가 왔나?

용기를 내어 힐끔 옆을 본 그녀는 이내 안도와 아쉬움이 뒤섞인 한숨을 쉬었다. 처음 보는 남자였다. 아마 편입이나 전과를 한 후배일 성 싶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선배님은, 그냥 편하게 불러. 그런데 처음 보는 얼굴인데?”

도영은 혀가 꼬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말했다. 그런데 가만, 이 아이, 참 잘생겼다.
훤칠한 키에 널찍한 어깨. 적당히 짧은 머리칼에 선해 보이는 인상. 남자다움과 소년스러움이 묘하게 공존된 얼굴이었다. 뽀얀 피부는 보드라워 보였다.

‘이런 아이는 섹스할 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도영은 무심코 생각하다가 흠칫 놀랐다. 내색은 않고 다시 한번 아이를 쳐다보았다. 그는, 참, 선하게 잘생겼다.

드물게 잘 생긴 그의 이름은 정우현이라고 했다. 현. 그녀는 그를 ‘우현’이라고 부르지 않고 ‘현’이라고 불렀다. 그는 작년에 기계공학과에서 전과를 했다고 했다.

“깜짝 놀랐어요. 되게 대단한 선배라고 들었는데…”

“아니어서 실망했어?”

큭큭, 그녀가 웃었다. 술기운이 조금씩 더 돌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말투에 조금씩 애교가 묻어나왔다. 그녀의 술버릇은, 참 곱게도, 애교였다.

“아뇨, 너무 예뻐서요.”

도영의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예쁘다는 말을 들은건 솔직히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눈을 정면으로, 똑바로 보고 또박또박 말하다니.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진다~”

도영이 현의 코를 검지손가락 끝으로 톡톡 친 것은 순전히 술기운이다. 그러나 현이 그녀의 검지를 살짝 잡아 테이블 밑으로 끌어 내린 것은 술기운이 아닌 듯 했다.

“거짓말 아녜요. 누나 참 예뻐요.”

“…하하.”

할말을 잃은 도영이 어색하게 웃었다. ‘한잔해 한잔해!’ 그에게 잡힌 손을 슬쩍 빼내며 그와 소주잔을 부딪힌다. 민망함에 연거푸 세 잔을 들이킨 도영은, 아찔해져 옴을 느꼈다. 그녀의 주량을 넘겨도 훨씬 넘긴 것이다.

“괜찮아요?”

현이 그녀의 눈 앞에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장 내는 이미 파장 분위기였다. 시간은 이미 많이 늦어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반쯤 필름이 나가거나 나머지 반은 토하기 직전인 얼굴이었다. 어째서 이 아이는 멀쩡한 걸까.

“너는 왜 멀쩡해?”

도영은 약간 투정을 부리듯이 말했다. 현은 그런 그녀를 귀엽다는 듯이 내려다보며 웃었다. 도영은 그 모습에 또 심장이 뛰었다. 와 얘 진짜 고수야. 주희가 보고 있었다면 그렇게 말할 것 같았다.

“저도 취했어요.”

“거짓말.”

“진짜요.”

그가 낮게 웃었다. 기분 좋은 웃음소리다.

“빨리 한 잔 더해.”

“그만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어? 선배가 주는 술을 거절해?”

“저 말고 누나요.”

소주병을 들고 있는 도영의 손을 그가 또 지그시 잡는다. 아이 참, 도영은 울렁거리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그의 손을 뿌리치고 그에게 술을 따르고, 또 자신의 잔에도 술을 따른다.



*

“누나- 괜찮아요?”

흐릿하게 그녀가 정신을 차렸다. 어떻게 온 걸까. 자신의 원룸 문 앞임을 인지한 그녀가 언제부터 입에 물려 있었는지 모르겠는 막대사탕을 빼내었다.

“누나. 열쇠, 열쇠요.”

“응…열쇠, 열쇠.”

그녀가 더듬더듬 가방 안에서 열쇠를 꺼냈다. 더듬더듬 열쇠 구멍에 열쇠를 넣으려는데 자꾸만 엇나간다. 비밀번호 키가 더 좋을거라던 아버지의 말을 무시하고 열쇠로 했는데.

도영이 자꾸만 헛손질을 하자,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곤 제대로 열쇠구멍을 찾아준다. 누가? 도영이 고개를 갸우뚱 하다 곁눈질로 그를 확인했다. 현이었다. 어떻게 된거지?

조금씩 이성적으로 판단이 가능하긴 했지만,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 현의 손이 감싸 쥔 자신의 손이 불에 덴듯 뜨거웠다. 그때였다. 갑자기 도영의 몸이, 그 몸 전체가 세포 하나까지 성감대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흐으…”

그녀가 참지 못하고 나직하게 신음을 흘렸다. 멈칫, 현이 당황했다.

“속이 안 좋아요? 택시 타고 올 때는 괜찮았는데. 잠깐만요-“

달칵, 문이 열렸다. 그리고 두 사람이 쏟아지듯 집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평범한 대학원생이라면 가질 수 없을 만한 고급스러운 원룸이었다. 흰색을 좋아하는 그녀의 취향에 맞게 깔끔한 흰색을 베이스로 인테리어 된 원룸은 I자로 길쭉한 형태여서, 현관 입구에서 그녀의 널찍한 침대가 바로 보이는 구조였다.

“어, 저기…”

도영을 집 앞까지만 데려다 주려고 했던 현이 살짝 당황한 듯 보였다. 세련된 인테리어를 구경할여력은 없었지만, 약간은 흐트러져 있는 침대가 바로 보이자 왠지 굉장히 야한 느낌이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몸을 스스로 지탱하고는 있지만 도영은 정신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상태. 현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음, 저는 이만 가볼게요 누나. 저기,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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