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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회고담 시리즈 - 1부29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8:38 718회 0건
실화 ~ 선배님의 회고담~29 (지방공무원 합격 ~ 문턱료/ 하숙집)


친애하는 소라소설 애독자님들 ~ 반갑습니다

*** 새내기 작가로서 회원님들께 알려드리는 양해 말씀입니다 ~ ! ***


옥잠화2 개인사정으로 먼길 여행을 떠납니다
당분간 소라 접속이 자유롭지 못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청년시절부터 30년 넘게 ~ 기업체에 몸 담아
나름 ~ 개미처럼 부지런하고, 꿀벌처럼 성실히, 맡은바 일을 열심히 해왔는데 ~
이번에 정년퇴임을 하게되었습니다


대한민국 땅에 사내 대장부로 태어나 ....

군인의 길로 들어섰다면 스타 (장군) 되는게 꿈이요 ~!
직장인이었다면 임원 (중역) 되어 보는게 꿈이라 할 수있는데 ~!

저의 능력이 거기에 까지 미치지 못하여 보통 월급쟁이 간부직원을 마지막으로 정년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고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그렇지만 뭐 어떻게 하겠습니까?

운동경기에도 정해진 룰이 있고
아침에 뜨는 해도 저녁이면 기우는 것을 ~

봄이 아무리 좋다한들 ~ 여름, 가을, 겨울, ~ 우리 곁을 지나치는 계절을 억지로 붙잡 수 없잖아요?


이제는 ~ 제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을 때 인 것 같습니다
차분히 시간을 가지고 앞으로 제 인생을 설계해 보고저 합니다


조금 건방진(?) 이야기 같지만
경제적인 돈벌이는 이제 그만하고 ~
무언가 사회봉사활동을 실천해 보았으면 합니다 ~
제가 살아오면서 받았던 많은 혜택들을 ~ 불특정인 그 누군가를 위해 작게나마 베풀고 싶습니다

(요즈음 ~
재능기부, 사회환원, 나눔의실천, 이란 말들을 많이 하더군요 ~ 지식제공, 근로봉사, 도우미활동 ..... )


기분전환 차차차 ............

1차 : 미국에 다녀오겠습니다 ~!!!
2차 : 동남아에도 다녀 오겠습니다 ~!!!
3차 : 삼천리 금수강산 방방곡곡 산산처처 ... 금년 한해동안 두루 순방해보려고 합니다

이름없는 시골장터, 꼬불꼬불 산골마을, 돌담길 담쟁이 둘러쳐진 전통한옥마을 ....
다 가보고 싶네요 ㅎㅎㅎ
나이 비슷하고 맘에 맞는 길동무와 (담배 안피우는) 동행한다면 더욱 좋겠는데 ~ 하하하


해외여행 다녀와서 다음에 ~
멋진 경험글, 선배님회고담을 10여장 더 연재하겠습니다 ~

독자님들 ~ 그 동안 안녕히 계십시오 ~ 화. 이, 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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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장 까지는 주인공 선배님의 어린시절 ~ 학창시절의 이야기였구요
29 ~ 40장 (?) 까지는 사회인으로 발돋음하여 청년, 장년, 노년,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간혹가다가 글내용이 지루하고 답답하기도 하지만
소재 제공하신 선배님의 일평생을 가감없이 쓰다보니 가끔씩 옆길로 새는 경우가 있는데 ~
그냥 웃으며 읽어주십시오



자아 29장 시작합니다 ~~~

초 봄이면 생각나는 것들 ...
이른 봄이면 우리들을 일깨우는 것들 ...

살얼음 밑으로 졸~ 졸~ 졸~ 소리내어 흐르는 맑은 시냇물소리,
아지랭이 굼실굼실 피어오르고,
버들강아지는 꽃샘바람에 파르르 춤을 추고,

곧은 선비의 절개 청초한 매화,
노랑개나리, 분홍진달래, 흰구름 벚꽃, 화사한 배꽃,
풋풋한 소녀의 상기된 얼굴 같은 복사꽃, 능금꽃 ....


나, 김운명은 사계절 중, ~ 생동하는 봄을 가장 좋아한다 ~
그래서인지 내 인생은 봄이되면 무언가 경사(?)가 겹치곤 하였다


1963년도 봄, ~
22살 늦은 나이에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차로 응시한 명문 대학교
2차로 응시한 사대문안의 사립대학교 ~ 모두 낙방하였다 ...

실력도 없으면서 ~
하필이면 그 시절 경쟁이 가장 심한 경제학교를 선택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대학입시 불합격의 실망보다는,
"정신일도 하사불성" 피땀 흘려 노력하지 않았던 내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순심누나/ 명숙선배/
그런 관계가 없이 좀 더 열심히 공부에 매진했더라면 결과가 어떠했을까?)


고향집으로 내려와 재수 할 계획을 세우면서,
한편으론 나이 한살이라도 어릴 때
군 자원입대를 해볼까 하는 생각 등으로 허송세월 시간을 보내던 중,

이웃마을에 사는 국민학교 동창친구 (대전에서 단체전 구멍동서) 동수와 함께
우연찮게 응시한 지방공무원 9급 채용시험에 당당히 (운수좋게?) 합격하였다.

(요즈음 같이 취직문이 바늘귀 처럼 좁을 때, 공무원 합격이라면 억 ~ 심봤다~! 소리 날텐데....)


고향의 어머님, 대전 한의원 큰형님, 막내누나/ 순심누나/ 모두들
비록 서울의 대학교 입시에는 떨어졌지만 ~
지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최소한 김운명이 체면치례는 하였다고 웃으며 축하를 해주셨다.

그러면서도 정작 공무원 길로는 나서지 말고 열심히 1년간 재수하여
반듯한 대학교에 진학해야 한다고 날마다 잔소리에 성화였다.


그러나 당시 나의 마음가짐은 확고하였다...

지방공무원으로서 이름 모를 시골마을에 근무하면서
심훈의 "상록수" 소설 주인공처럼 낙후된 우리나라 농어촌의 개척자가 되어보고 싶었다.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이는 초여름 6월에,
대전의 충남도청에서 합격증과 인사발령장을 받고 첫부임지인 충남 서해안으로 찾아갔다.

(선배님 녹화록에는 지명이 나와있지만 ~ 보안상 지역명은 생략합니다)


소달구지가 뭉기적 뭉기적 걸어가는 한적한 시골길 ~
드넓은 들판에는 벼와 밭작물이 잘 자라나 짙은 푸르름으로 건강미를 뽐내며
가을날 풍년을 예약하고 있는 듯하였고

시외버스가 비포장 도로를 지나갈 때마다
흙먼지 풀풀 날리는 국도변은 이따금씩 마주치는 소달구지 뿐 ~


군청에 들려 군수님과 관계부서에 인사 드린 후,
근무지인 면사무소에 찾아가 면장님, 부면장님, 상사님들, 선배동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모든 분들이 새파랗게 젊은 초임 신규직원을 반갑게 맞아주셨으며
출신학교, 가족관계, 숙식문제, 등을 마치 친동생 일인 듯 친절하게 상담해 주셨다.


처음 일주일간은
숙소가 마땅치 않아 관사 숙직실에서 잠을 자면서
식당에서 하루 세끼 식사를 하였는데
잠자리는 물론, 아침 저녁 식사에 불편한 점이 이루 말할 수없었다.


일주일이 지날무렵 면사무소의 나이많은 기능직 직원의 소개로
면소재지에서 1km 떨어진 원촌마을에 어렵사리 하숙집을 구하였다.


마을의 입구에서 바라보면 "좌청룡 우백호"의 명당자리 ~!

뒤편으로 솔숲이 울창한 얕으막한 동산이 있고,
마을 앞에는 맑은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는 곳에 제법 큰 농업용 저수지 있어
마을 전체를 거울마냥 비추고 있었다.


남향인 탓에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80여채의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 ~~~

세칸 짜리 초가집에 올망졸망 자녀들을 넷이나 기르고 있는
벼농사, 고추농사, 감나무재배, 담배농사, ...
두루두루 농사일을 전업으로 하는 40대 부부의 집이었는데
마침 빈방이 하나 있어 하숙을 해주겠다고 승락 ! ...


"귀한 집 총각이라던데 ~ 잠자리는 몰라도 먹는게 입에 맞을랑가요?..."
"하하 ~ 아주머니 김치, 깍두기에 된장국만 있으면 됩니다"

"그래도 그렇지 ~ 하숙은 첨 해보는 것이라서 걱정이네요"
"제가 오히려 폐를 끼칠 것 같습니다... 동생처럼 잘 돌봐주세요..."


하숙집을 정하고 나니 시골생활이 안정되었다.
출퇴근 길이 신나고, 재미있었다.

하숙집 마음씨 좋은 형님, 형수(그렇게 불렀다) 아이들과의 하루하루 생활이 정겨웠다.


동네 (약 80호)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
깍듯이 인사도 드렸다.

(면사무소 선배가 마을주민들과 친화력을 갖추어야 여러가지면에서 좋다는 충고가 있었기에)


잠자리에서 눈을 뜨자마자 ~ 이른 아침에,
마을앞 리어카 (손수레) 다니는 샛길을 통해,
논두렁 밭고랑 길로 걷기운동 겸 나들이 나가면

시원달콤(?)한 농촌의 풋풋한 풀냄새, 황토냄새가 콧속에 스치는게 어찌나 좋던지 ...
바지 가랭이 촉촉히 적시는 아침 풀이슬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두 손으로 모아담아
입을 행구고,
세수를 하고,

(그 시절엔 농약이 별로 없었음 ... 무공해 농촌마을)

50년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그 때가 간절하게 그리워요

아아 ~
내 모든 걸 버리고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들녁에서 마을의 어른들과 마주치면

"어르신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허어 ~ 우리 젊은 김주사는 부지런도 하구먼...허허허"


만나면 좋은 이웃 ~
하얀이 드러내며 소박하게 웃는 얼굴이 정겹고,
텁텁하면서도 구성진 충청도 사투리 인삿말이 친절하고,

뒷동산 숲에서 깨어나 드넓은 들녁으로
날파리, 하루살이, 곤충을 잡아먹으려 날아드는
짹 짹 지지베베 ~ 참새, 소쩍새, 소리가 정겹기 짝이 없었다.


하루의 시작은 아침이라 ~~~
아침에 기분이 좋으면 그날 하루는 즐겁기 마련 ~

아침 산보 후,
하숙집 가족들(6명)과 둥그런 밥상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보리쌀, 완두콩이 조금 섞인 아침밥/
갈치구이 한토막/ 풋고추 썰어넣은 얼큰한 호박된장국/ 환상의 꿀맛이었다 ...

한그릇 뚝딱 ~!
형수님 밥 반그릇만 더 주세요 ~!

(지금은 그 어떤 고급스런 음식을 먹어도 그 때의 그 맛을 느낄 수 없다)


새파랗게 젊은 신입 면직원인지라 남들보다 제일 먼저 면사무소에 출근하면
하루일과가 꼭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다람쥐가 체바퀴 돌 듯이 사무처리, 민원상담, 문서정리, 현지방문, ....


하루 일과를 끝내고 퇴근 시간이 되면
인근 유관기관 지서, 학교, 보건소, 직원들과 어울려
면사무소 뒷편 미루나무 공터에서 정구 (테니스가 아닌 연식정구) 게임하면서
오이, 풋고추, 된장찍어/ 막걸리 한사발 ~ 쭈우욱 ~!!! 구수한 별미였다.

(군 체육대회에서 우리 면대표들이 정구 우승을 여러차례 하였음)



5.16 쿠테타의 후속조치 ~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박정희장군 지시로 ~

"잘 살아보세....."
"근면. 검소, 저축,..."
"자조. 자립, 협동 ..."
"농어촌 근대화..."

조용했던 면사무소와 농촌마을에도 활기찬 새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면직원들은 자리에 앉아 있기 보다는 현지출장이 많아졌고
퇴근 후에도 농민들을 돕고, 일깨우는 개인별 특별과제(?)가 주어졌다.



젊은 나에게 맡겨진 임무(?)는 문맹 퇴치운동 ~!

처음 시작이 막막하였다 ...
나이가 50~60세 드신 어른들에게 어떻게 한글을 가르쳐야하나?

못 배운 것도 한스러운데 문맹자라고 손가락질 비웃음 받으며 늙으막에 한밤중 호롱불 밑에서
"가나다라 ~ 아버지 어머니"를 배우려 할 것인가?

(당시 면단위 시골에는 전기가 안 들어왔음)


이웃 국민학교 선생님 한 분과 한 조를 이루어 우리마을과 이웃마을 두 곳을 맡았다

일주일에 삼일씩 ~
월, 수, 금, 한시간씩 ~
(정해진 시간 개념이 없었음, 해가 지고 저녁먹고 설거지 끝나면 자연스럽게 모였으니까)


마을에서 제일 큰 방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작은 칠판에 글씨를 써 놓고 소리내어 읽기도 하고
연필심에 침 발라서 공책에다 커다랗게 써보기도 하고

처음 시작할 때는
면장님이 직접 나오셔서 격려말씀도 하고 선물로 연필주고, 공책주고, 하니까
호기심에 많은 주민들이 참석하였으나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니까

배우기 챙피하다고,
낮에 일하고 밤이면 피곤하다고,
아저씨들은 대부분 기권하고
아줌마들 대여섯명이 단골 제자(?)로 야학에 꾸준히 출석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함께 야학(?)을 담당했던 국민학교 선생님마저 기업체에 취직 ~ 떨어져 나가고

군청 보고용 겸 면사무소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나 혼자서 주민들(아줌마들) 글 공부 야학지도를 꾸준히 계속하였다.

여름이면 감자를 삶아오고
비오는 날은 애호박 잘게 썰어 부침개 붙여오고
가을이면 홍시감 따오고
겨울이면 고구마, 호박떡, 만들어와 함께 나누어 먹으면서 .....

우리 야학반 아줌마들은 (적으면 3명, 많으면 10명,)
글 공부보다는 마을 부녀자 친목이 우선이었고
공부 한시간 중에 농사이야기, 집안 이야기, 살림살이 이야기, 옛이야기가 절반이나 되었다.

(지금의 마을회관, 경로당, 부녀회관, 역활?)



그 중에 단연 인기학과(?)는 나의 고전 야사 이야기 시간이 인기짱 ~!

가끔씩 아줌마 학생들의 출석율이 떨어지면 다음시간에는
옛날이야기 해주겠다고 미리 예고하여 많이 출석하도록 할 정도로 ~ 흥미와 관심이 많았다.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 장화홍련전,
어사 박문수, 임진왜란, 논개, 왕건, 이조역사... 삼국지 까지 ...
내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
중 고등학교 많이 읽었던 독서의 힘이 실력발휘를 제대로 한 것이다)

성춘향과 이몽룡의 신접살이를
현실감 있게 구연동화처럼 판소리 "아니리"로 흉내 내주고 ~
왕건장군과 나주댁의 돗자리 태자 탄생일화를 자상한 설명까지 곁 들여 은밀하게 이야기 해주면 ~

하루종일 뙤약볕 아래서 일하고, 밤이면 몸이 피곤할텐데도
햇볕에 그을린 까무잡잡한 얼굴에 두 눈을 말똥말똥
나의 구성진 옛 고전이야기에 해맑은 미소로 넋을 놓는 아줌마 학생들 ~


준비해온 간식거리 나누어 먹으면서 자연스레 나오는 덕담
(젊은 총각선생 놀리는 이야기....)


"우리 김주사는 키 크고, 미남이고, 부잣집 아들이라던데 누구한테 장가들려나?"

"그러게요 ~
김주사 마누라 되면 정말 좋겠다 ~ 이처럼 자상하게 날마다 도란도란 귓속말 해줄테니 ~ 호호호호"

"김주사 ~! 사귀는 애인 있는겨 없는겨 ~! 없으면 우리가 중매설까?...."

"호호호 ~ 호호호~ "


큰 방 모서리에 불밝힌 등잔불 (호롱불)이
아줌마들 밝은 웃음소리 따라 너울너울 춤을 추는 방안,

콩기름 진하게 매겨 반지르르한 방바닥 누런장판지의 구수한 냄새
진종일 논 밭에서 일하면서 무명배 적삼에 스민 땀냄새
40~50대 풍성한 몸매의 아줌마들 살내음이 뒤섞였다.

전혀 꾸미지 않은 초자연의 농촌의 향기(?)가 젊으나 젊은 나의 코끝을 자극하였다.


그렇게 야릇한 이야기로 야학을 마친 밤,
잠자리에 들면 불현 듯, 순심누나/ 명숙선배와의 섹스 추억이 생각나고

풍만한 아줌마 학생들의 펑퍼짐한 궁둥이,
삼배적삼 사이로 삐집고 튀어나올 것 같은 우람한 젖가슴을 차례차례 상상하면서
열손가락 피아노 ~ 짜릿한 자위행위로 아까운 내 새끼들(정액)을 방바닥에 쏟아내곤 하였다.



초임 후,
3개월쯤 세월이 흘렀다.
들녁의 논과 밭이 노오란 파스텔 칼라로 가을색으로 익어가는 초가을,
사전예고도 없이 어머니, 형님, 형수, 부엌일 하는 아줌마가 면사무소로 찾아오셨다.


"우리 철없는 막내아들 ~ 잘 부탁합니다 ~"
"우리 동생 ~ 부족한 점 잘 가르쳐 주십시오..."

정중한 인사를 마치고
면사무소 회의실에 집에서 정성으로 준비해온 푸짐한 먹거리 파티가 준비되었다.

육,해,공, 갖가지 ~ 진귀한 음식들 ~
내가 좋아하는 육전, 파전, 해물전, 산적,
칠채나물 ~ 도라지, 고사리, 연근무침, 골고루 ~
식후에 입가심으로 수정과에 식혜까지 ~

실로 대단한 음식상이었다 (술은 면소재지 막걸리로 현지 조달)


면장님,
부면장님,
그리고 30여명 가까이 되는 면직원들이 모여앉아 배불리 포식을 하였으니까 ...

속칭 문턱료? 라해서 예로부터 양반가 자녀의 취업시, 그 소속관청 높은 분들에게
한상 근사하게 차려 대접하는 것이 예의였다나?

(뭐 ~ 옛날부터 전해내려왔다고 하는데, 나로선 확인할 방법은 없었고 ... )


깜짝 쑈 ~~~
곱게 늙으신 어머니 ~
점잖은 한의사 형님 ~
맛갈진 음식의 형수님, 부엌아줌마의 등장 ~!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정성이 깃든 고급스런 먹거리 즉석 파티로 인해,
면사무소에서의 나의 입지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고 ....


어머니와 형님은 일부러 내가 기거하는 하숙집에 까지 들려
내가 잠자는 방을 세세히 살펴보면서
하숙집 주인내외에게 잘 보살펴달라고 신신당부 인사말씀을 하셨다.


"우리 아들 ~ 함부로 연애질 못하게 잘 단속해주세요..."
"네에 ~ 우리 김주사가 평소에 얼마나 예의바른데요..."

"그래도 혹씨나? ~ 우리 아들은 반드시 중매결혼 시킬거예요..."
"시골 아가씨들이 김주사 눈에 차기나 하겠어요... 호호호"

"하이구 ~ 어머니 제 걱정 끊으세요 ~ 염려 놓으시라구요 ~"


어머니께서는 면직원들이 먹다 남겨진 음식들을 하숙집에 몽땅 전해주면서
꼭 같은 이야기를 두번 세번 당부하셨다.

타관에서 직장생활하는 어린 자식이 옆길로 벗어나 방황할까봐 노심초사 걱정하는
따스한 어머니의 사랑을 절절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하숙집 담 넘어 이웃집 어른들과도 인사를 나누셨고 마을에 들어오고 나가면서
들에서, 길에서, 마주친 마을사람들께도 깍듯히 인사를 하였다.


어머니와 형님이 다녀 가신 후,
나에 대한 입소문이 면소재지는 물론, 하숙집 마을에 널리 퍼졌다.


"뼈대 있는 부잣집의 귀한 막내아들..."
"면직원으로 오래 근무하지 않을 사람..."

"아무 처자나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총각..."
"김주사 맘을 사로잡는 색씨는 진짜 땡 잡는거여..."

야학시간에 학생아줌마들이 나의 면전에서 대놓고 우스개로 하는 말이었다.


평소, 면사무소에서 출퇴근은 물론, 내 스스로 매사에 처신을 신중히 해왔는데 ...
마을 출장길에 만나는 어저씨 아줌마들도 대부분 나이 많으신 분들이라
자연스럽게 나의 언행도 어른스럽게 변해갔다.

22살 짜리 풋내기 총각이 짧은시간에
30살 정도의 점잖은 면의 김주사로 변모한 것이다.



5개월 가까이 야학이 계속 진행되면서, 성의 있는 가르침 탓이었는지 ~
쉬운 글자를 깨우친 아줌마들이 몇 명 나왔다.
단어 위주의 낱말 공부가 아닌 일상생활에서의 문단 읽기 쓰기가 효과가 있었다.

"짐 많이 실은 소 달구지가 기우뚱 기우뚱..."
"시아버지의 진지상을 차려올렸다..."
"막내 아들 소풍갈 때 도시락 걱정..." 등등


가르치는 동안에 제일 감동 받았던 사연은 숙제로 내준 친정집에 편지쓰기였는데 ~

비록 글씨가 엉망이고, 띄어쓰기, 받침은 틀렸드래도 ~
가슴속에만 담아두고 말할 수없었던 기막힌 사연들 ~

편지 쓴 아줌마도 울고,
그 자리에서 듣던 아줌마들도 울고,
가르친 나도 눈시울을 적셨다.....



한달에 한 두 번씩 들리는 고향집에서는
면직원 생활을 당장 그만두고 빨리 대학교 시험공부를 하라고
갈 때마다 나에게 자극을 주었지만
나는 내가 처한 현실에 만족하였고, 작은 보람을 느꼈기에 요지부동이었다.


그해,
12월 하순이 되면서 서해안에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다.

겨울에 춥고/ 눈이 많이 내리면/
다음해 풍년이 든다고 동네 어른들은 은근히 좋아하셨으며
눈사람 만들고, 눈싸움 하는 아이들도 날마다 즐거워하였다.

출퇴근 길에 동구 밖 멀리서 바라보는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농촌마을 풍경은
동양화(수묵화) 한 폭처럼 아름다웠고 평화로웠다



12월 말,
각급 학교에서는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동네 여러 어르신들의 간곡한 부탁으로 아줌마들 야학과 병행해서
방학중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지내는 국민학생, 중학생들의 과외지도를 추가로 맞게 되었다 ....

월,수,금 ~ 한 시간씩 아줌마들 야학지도
화,목,토 ~ 두 시간씩 학생들 괴외지도
나의 생활은 하루도 빈틈없이 바빠졌다.


철부지 어린학생들 ~ 국민학생 4~6학년 4명/ 중학생 2명/
동생들 같이 생기발랄한 소년, 소녀들을 가르치다보니 아줌마 야학과는 또 다른 재미가 생겨났다.

학생들이 번갈아 가면서 과외선생님(?)에 대한 소박한 선물도 가져다 주었다

삶은계란 ~ 곶감 ~ 꿀단지 ~ 런닝셔츠 ~ 양말 ~ 하하하

(지금의 쪽집게 고액과외에 비하면 비교가 안되지만 ....)


딱딱한 교과서 보다는 참고용 전과, 수련장 문제집, (지금의 학습지?) 위주로 문제풀기와 ....
그날 그날 방학과제 충실히 하기 (일기쓰기, 만들기, 그림그리기 등)

고리타분 틀에 박힌 답답한 학교수업 방식을 벗어나
독서활동, 취미활동 겸 즐기는 오락시간으로 맨날 모이면 웃고 떠들고 ~ 야단법석~!


고즈녁한 시골마을/
사르락 사르락 소리없이 눈내리는 한밤중/

집에서 무료하게 창밖을 바라보며 홀로 지내기 보다는
공붓방에 동무들과 함께 모여서 허심탄회 웃으며 지내는 것이 훨씬 좋았으리라 ~!

지금으로 말하자면 공부방 = 놀이방이었다.


겨울방학 기간에 과외수업 활동으로 어느정도 선후배 단체 (6명 ?) 가 구성되어진 탓에
무언가 작은목표를 정하고 함께 뭉쳐 협동작업 봉사활동하는 것도 쉬웠다

눈오는날 ~ 마을 안길 눈치우기 작업,
대보름날 ~ 연날리기, 쥐불놀이, 농악놀이,



한해가 덧없이 지나고 1964년이 되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
봄 안개가 자욱한 시골마을은 선계의 무릉도원? ~

하숙집 아줌마가 다섯째 아이를 임신을 하여 나날이 배가 불러왔다

형님 형수 내외가 소탈하고 인간적이어서
마음 편한 하숙집이었는데 배부른 임산부 눈치가 보였기에 어디론가 하숙집을 옮겨야 했다.



이곳 저곳 수소문한 결과 야학 아줌마 학생들의 부탁으로
나의 딱한 처지를 이해한 같은 마을의 조용한 하숙집을 (일명: 동백나무집) 정하였다.

처음에는 방은 빌려줄 수 있으나,
하숙은 절대로 못해준다는 걸,
음식 반찬 탓을 전혀 안하니, 아들처럼 여기고 보살펴 달라고
정말로 사정사정 부탁하여 어렵게 하숙을 들게 되었다.


옮겨온 하숙집은 초가대문에 울타리가 탱자나무로 잘 가꾸어진 집...
앞마당에는 몇백년 되는 동맥나무가,
뒷담 넘어로는 울창한 대나무숲이 둘러쳐진 모녀 둘이서 사는 정갈한 집이었다

(이 하숙집에서 뜻밖의 즐섹 사건이 무궁무진 피어났다 ~ 독자님들 기대하시라 ~!!! ㅎㅎㅎ)


아줌마는 58세 (할머니?)
막내딸은 18세 ... 세상에나 40살에 막내딸을 출산하였나?
아저씨는 61세 ~ 서울 거주 중,

그전 하숙에 비하면 거처하는 사랑방의 규모는 좀 비좁았지만
깨끗하게 정돈된 살림살이가 맘에 들었고
가끔씩 야학시간에 놀러와 글 공부보다
내 이야기를 웃으면서 경청하던 하숙집 아줌마의 순수한 첫인상이 좋았었다.


하숙집을 옮긴 후, 자전거를 한대 구입했다.
면사무소 까지의 거리는
전 하숙집이나 옮긴 하숙집이나 같았지만
아무래도 출퇴근 및 현지방문에 걷는 것보다는 기동성이 있어보여서 ~

문맹퇴치 야학지도는 새로 옮긴 하숙집 큰 방이 본부가 되었으며
기존의 아줌마학생들은
공부시간이면 한결같이 너댓명씩 어울려 출석하여 사제지간(?) 인연을 이어갔고.

어린학생들의 방학중 과외지도는 학교가 개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끝마쳤다.


기대하시라 ~!

젊은날의 대사건(?)이 이곳 두 번째 하숙집에서 맺어질 줄이야 ...
감히 꿈속에서도 상상하지 못할 기연들이 연이어 발생하였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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