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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of Fragment - 2부1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8:40 609회 0건
- 色道의 시작 -

그녀를 보낸 지도 1년이 훌쩍 넘어 버렸다

한동안 술로 보낸 세월들 때문에 속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렸고

재수를 하라고 권하는 부모님은 일단 후기 대학을 다니다 휴학할 것을 권했고

대학을 안 가겠다고 버티다가 결국 같은 학교 사촌 형의 손에 이끌려 올라갔다



대학생활이라는 것들에 대한 흥미는 없었다

그저 달라진 거라곤 남학교에서 남녀공학이라는 것

그나마 여학생이 많지 않은 과에 다닌 덕분에 그마저도 맘껏 누리지 못했다



수업도 대강 듣는 둥 마는 둥하고

학과의 행사에는 모두 불참

게다가 밤에는 술을 퍼 마신 덕분에 연약한 내 위는 고통을 호소해댔다



결국 한 학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몸 상태를 핑계로 가까스로 휴학을 하고

다시 부산으로 내려왔지만 추억이 많은 이 도시는 날 더 힘들게 했다

아들이 폐인이 되어가는 모습에 부모님은 친분이 있던 암자로 날 보냈고

그 곳에서 모든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했다



‘과연 내 삶은 어떻게 전개될까?’

‘그녀는 가고 내가 이 곳에 남은 의미는 무엇일까?’

‘난 앞으로 잘 살 수 있을까?’



무료한 산사의 생활은 내 머리 속에 생각만 가득 안겨주고

부산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산사로 들어가는 과정을 반복하며

점점 썩어 들며 단단해지는 마음을 느껴만 갔다



부모님이 바라던 재수는 그냥 물 건너 가버리고

허송 세월 아닌 허송 세월 1년의 시작이 지나가 버렸다

그렇게 그녀가 떠나간 시간이 어느새 코 앞까지 돌아와 버렸다



산사에서 부산으로 돌아와 1년간 다잡은 마음을 정리했다


앞으로 살아가게 될 내 모습과 인생이 뚜렷히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슴프레 보이는 것 같은 건

나름 산사에서 수많은 생각들과 싸운 덕분인 듯 했다



“너 어디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옷만 갈아입고 나가는 나를

어머니는 반갑지 않은 목소리로 챙긴다



“그냥 잠시 바람 쐬고 올께요

멀리 안 가니까 금방 돌아올 거예요”



그렇게 집을 나와 난 추억을 더듬어 돌아다녔다

그녀와 함께 했던 병원과 학교 뒤 아지터

그 시간에서 모습은 좀 변해 있었지만 기억만은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늘 그녀에게 꽃을 사가지고 가던 화원에 들려 꽃 한 다발을 샀다

화원 아주머니는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 듯 했지만

눈빛을 외면하며 내게 군소리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난 지금 철저히 혼자 그녀를 기억하고 싶었다



그녀와 버스를 탔던 그 곳에서 버스를 탔다

그리곤 그녀와 함께 갔던 태종대로 향했다

순환버스를 탈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먼 길을 걸어서 올라갔다

그 시간 동안 그녀를 기억하고 싶어서



그녀의 부모님 말로는 그녀의 유골을 태종대 앞바다에 뿌렸다고 했다

그녀의 유언대로 내가 준 반지와 곰 인형도 함께 태웠다고

그녀가 이 바다를 고집한 사실은 나만 알 수 있었다

그녀와 함께 온 날 그녀는 이 곳에 묻히고 싶다고 말했었다

나와의 추억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녀와 함께 키스를 나눈 바윗가에 도달해서야 생각을 멈췄다

뭔가에 홀린 것처럼 내 다리는 스스로 날 이 곳으로 이끌었다

그녀를 기억하고 있는 내 몸이 난 고마웠다



“명신아

오랜만이지?

한동안 또 산사에 다녀왔다

넌 하늘에서 보고 있었을 테니 다 알겠지

너 좋아하는 꽃 가지고 왔어

너 닮았어 이쁜게

1년 동안 널 기억하며 괴로워하며 나 스스로를 혹사하며 보냈다

그러다 문득 너라면 이런 날 원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넌 그랬을 거야

가는 순간까지 날 배려해 널 숨겼던 사람이니까

그래서 나 이제 더는 힘들어하지 않으려고 해

그래야 너도 기뻐할 테니까


그리고 나 즐겁고 행복하게 살거야 니 몫까지

널 잊지 않을 거야

내 몸 구석 구석이 널 기억하고 있을 거야

그리고 맘 속에서도 놓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너만을 생각하며 바보처럼 살진 않을게

내게 주어진 삶이라면 받아들이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거야

여자도 만나고 너와 못한 섹스도 하면서 살거야

하지만 그것뿐이야 사랑한 사람은 너야

앞으로의 삶은 너와 함께 하는 거라고 생각하며 살게

먼 곳에서 지켜봐 줘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꼭 지켜봐 줘”



그녀와 앉아 사랑을 얘기했던 바위 위에 가지고 온 꽃다발을 남겨 두었다

그리고 그녀와의 기억과 미련, 후회도 함께

한동안 그녀를 기억하지 않기로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와서 후기대학에 다니겠다고 부모님께 말했다

부모님은 재수를 얘기하셨지만 이미 시간을 허비해서 그럴 수 없었다

어차피 시험으로 판가름 나는 학과니까 그냥 시험준비를 하겠다고



한참 고민하던 부모님이 내 의견을 받아 들이셨다

어차피 계속되는 산사 행에 학업을 포기했던 부분도 있었으니까

새 학기 시작까지는 2달이 넘게 남았기에 집 근처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기로 했다

이미 1년을 허비했으니 군대 갔다 복학하는 시기를 잘 맞춰

1년을 복구하겠다는 생각도 야무지게 세워뒀다

학교는 될 수 있으면 장학금을 받고 다닐 생각을 했다

원하는 대학이 아니었던 만큼 부모님의 부담을 줄여 드려야 했고

내겐 꽤나 낯선 곳이라 친구들도 없을 테니 학기 중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대인 관계도 늘이고 용돈도 좀 벌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교수님으로 계시는 아버님 친구분의 도움으로

비교적 따스한 교수님 연구실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교수님의 대출증으로 보고 싶은 책도 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 있었고

미처 다 경험해 보지 못했던 대학생활을 미리 경험해 보며


앞으로 해야 할 공부와 생활 등을 몸에 익히고 있었다

그날도 저녁 노을이 짙어질 때 즈음 학교를 나와 집으로 가고 있었다


“희수 맞제?”

“어…누구? 우리?”

“그래 내 우리다”

“올만이네 얼마만이고?”

“독서실 다닐 때 말고 첨이니까 2년 좀 더 됐는갑다”

“그러게 올만이다 니 진짜”



규상이의 누나 상희와 함께 우리 학군에서 얼짱으로 꼽히는 우리

얼짱이라는 말도 없었을 시절 두 사람은 학군의 동서를 구분하여

남학교 학생들에게 로망의 대상이었다

200대1 혹은 300대1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학원이나 독서실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그녀들

규상이처럼 우리에게도 두리라는 여동생이 있었고

같은 독서실에 다니며 내 여동생과는 선후배 관계인 터라

자연스럽게 같이 어울리고 집안끼리도 어머님 친분이 있었다



“참 두리는 이번에 시험보지 않았나?”

“웅 두리도 나처럼 미대 지원인데 이번에 시험을 잘 못쳐서


지금 마음이 불안한갑다

옆에서 보기 안쓰럽네”

“그렇구나 우짜냐? 니가 잘 위로해주라”

“내가 별 도움이 안되드라

언제 니가 함 위로 해주라

두리가 니 윽수로 좋아하잖아”

“에이 뭘? 걍 오빠로 좋아하는기지”

“아이다 내가 두리를 좀 안다 ㅎㅎㅎ”


“가시나 넝담은

나중에 두리한테 연락 함 하라 해라

우리집 번호 안다 아이가?”

“웅 그랄께

니도 복학한담서? 내년에 우린 서울에서 보자”

“그래 그라자”



급하게 어딜 가야 하는 모양이었는지 미안하다고 연락한다고 하며


우리는 시내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떠났다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두리도 특별한 미모를 지녔다


선이 굵은 외모에 남달리 출중한 발육 상태는

지금으로 따지면 섹시 걸 그룹의 외모와 흡사한 수준이었다



‘그런 두리가 날 좋아하다? 후후’


언니 우리의 말이니까 틀리지는 않을 터

괜히 음흉한 웃음을 지어지는 게 내 안의 악마를 서서히 깨우는 것 같다

상희 그리고 명신이 이후 여자의 체온을 느껴볼 틈이 없었던 내게

또 한 명의 여자가 다가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 예감이 들어 맞은 건 대학입시 합격자 발표가 있고 난 며칠 후였다

합격과 실패로 온 대한민국이 뒤숭숭해져 있을 무렵

교수 연구실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가 전화번호 하나를 내밀었다



“너 우리 알지? 아까 우리가 전화 와서 너 찾더라”

“웅? 우리가? 저번에 봤었는데?”

“그래? 우리 엄마랑 통화했는데 두리가 시험에 실패해서 집안이 초죽음이래”



어머니의 말을 들으니 우리가 왜 전화했는지 알 수 있었다

저번에 우리가 부탁했던 두리를 위로해 주는 일을 부탁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미 용건은 알고 있었지만 확인 차 우리네 집에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우리네 집이죠?

우리 있습니까?”

“내다 희수 맞나?”

“어 맞다 전화했었나?”

“어 우리 두리 시험 떨어지삣다”

“어 어머니한테 들었다 괘안나 두리?”

“뭐 나쁘진 않은데 기운이 하나도 없어가

니가 좀 데리고 위로 좀 해달라고”

“웅 알았다 요즘 내가 대학 연구실에서 공부하니까

내일 5시쯤 대학 정문 앞에서 보자고 두리한테 전해도”

“알았다 니가 나오라카면 나갈끼다”

“어 만약 안나온다카면 전화하고”

“알았다 고맙디”



그렇게 전화를 끊고 두리의 모습을 생각했다

실망에 빠져 있을 아이였지만 그 섹시한 모습이 자꾸 눈에 선하다

그냥 모습만으로 그 정도의 색끼를 발하는 여자는

지금까지도 손에 꼽힐 만큼 드물다

두리는 그런 여자아이였다



그 다음날 하루가 참 더디게 갔다

전화가 다시 오지 않았다는 건 두리가 나온다는 의미다

두리를 만나서 무엇을 할까 어떻게 대화를 진행할까

그리고 우리는 오늘 어디까지 진전이 있을까 등등

하루 종일 잡생각이 머리를 맴돌아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두리를 생각하며 플라토닉한 상상을 하기엔 내 몸이 넘 정직하고 젊다

내 마음을 이미 두리의 옷가지를 벗겨 내었고 그녀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약속시간 조금 전에 서둘러 짐을 챙겨 학교 정문 쪽으로 향했다

언덕을 뛰어 내려가고 있는데 저 멀리 긴 머리의 늘씬한 소녀가 서 있다

얼핏 보아도 섹시한 자태의 그녀, 두리였다



“오빠야 오랜만이네”

“두리야 잘 지냈나?”

“어 보고 싶었는데 이제 보네

좀 좋을 때 봤으면 더 좋았을 걸 ㅠ.ㅠ”

“맘은 좀 괘안나?

오빠야도 실패해봐서 안다

얼른 털어버리고 다시 함 되지 안글나?”

“맞다 그랄라고 오빠야”

“오늘 오빠야가 맛난거 사줄꾸마

뭐 먹고 싶노?”

“진짜? 근데 내 술먹고 싶다 오빠야랑”

“술? 학생이 술이가? ^^”

“이제 졸업인데 뭐

이런 때 아이믄 언제 오빠야랑 술먹겠노?”

“맞다 그람 가자”



마침 대학가라 술집은 사방에 널려 있었다

미대 지망생이라서 그런지 두리는 일반 학생들보다

좀 더 자유분방하고 거침이 없었다

이미 술집에서 술도 여러 차례 마셔본 듯 했고 남자친구도 있는 듯 했다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해서 당시 유행하던 치킨 호프집에 들어갔다

구석 자리에 앉아 통닭 한 마리와 500cc 호프를 시켰다



“오빠야 어찌 지냈노?”

“나야 한량으로 지냈지”

“그랬나? 나도 입시 끝내고 걍 놀면서 지냈다”

“우리가 니 걱정 마이 하드라”

“그렇나? 내한테는 표 안낸다”



입을 삐쭉거리는 녀석을 보니 귀엽게 느껴졌다

잠시 후 닭과 술이 나오고 두리와 나는 건배를 하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오빠야랑 마시니까 술이 안취하네

내 쫌 더 마시도 되나?”

“그래 기분도 꿀꿀한데 다 마시라

오빠야가 오늘 에스코트 해줄께”

“진짜가? 완전 기분 좋네

오빠야 덕분에 기분 다 풀리겠다”



두리는 기분이 좋았는지 술을 벌컥 벌컥 잘 들이키고 있었다

나도 명신이 덕분에 술을 퍼 마셔 버릇한데다

워낙 술을 잘 먹는 유전자를 지닌 집안이라 어디서 안 뒤지는데

두리 역시 술에 익숙한 듯 많은 양을 마셔도 잘 견디고 있었다


두리와 얘기를 나누고 있노라니 우리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녀석이 중학교 때부터 이미 알고 지냈던 사이라 허물이 없었고

오랜 기간 오빠라는 이름으로 봐 왔기 때문에

녀석에게 난 첫사랑의 동경 같은 이미지가 있었던 모양이다



“오빠야는 늘 단정해서 좋았다”

“내가? 아인데?”

“아이다 내 눈에 오빠야는 늘 바른생활 사나이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더 좋았고 오빠야랑 친하고 싶었고

언니야랑 친하게 지내는 거 보면 가끔 질투도 나고 그랬다”

“맞나? 울 두리 좀 더 신경 써줘야 했는데 미안타”

“지금이라도 신경 써 도

그럼 용서해줄께 ㅎㅎㅎㅎ”

“아라따 그라자 ^^”



술이 올라서 그런지 두리 녀석은 두터운 외투를 벗어 놓고

안에 입었던 짚업티 마저 벗어 버렸다



“내 좀 덥네 술 많이 마셨나? ㅎㅎ”

“그래 천천히 마시라 누가 안 빼앗아 먹는다”



옷을 벗으니 안에 얇은 긴 팔티만 입은 두리의 몸 윤곽이 확연히 드러났다

긴 팔다리와 터질 듯 솟아오른 가슴, 뇌쇄적인 입술이 술 취한 내 본능을 자극한다

고개가 밑으로 떨어질 때마다 두리의 가슴은 출렁이며 내게 가슴골을 오픈 했고

난 시선처리를 하지 못해 이리저리 눈길을 돌렸다



술을 마신데다가 오랫동안 여자의 살내음을 맡지 못했기에

본능이라는 녀석이 이성의 장벽을 무너뜨릴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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