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하면서 알게된 것들..
나이가 많은 할머니들은 수치심이 적을 거라고 흔히들 생각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수치심이 가장 적은 환자들은 경험적으로 30~40대 유부녀들이지만,
반대로 수치심이 가장 심하고 진료를 거부하기까지 하는건 오히려 나이가 가장 많은 할머니들이다.
유교적인 인식이 아직까지 남아있어선지 쭈글쭈글해진 하체를 보이기 싫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분들은 하체를 남에게 보이면 안된다는 것에 대한 방어벽과 고집이 정말 강해서,
내진을 하지 않으면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엄포를 놓아야만 마지못해 진료대에 올라가는 할머니들도 있고,
혹은 아예 치료를 거부하기도 한다.

그 다음으로 수치심이 심한 연령대는 사춘기의 소녀들이다. 보통 중학생이나 몸이 성숙해지는 고등학생들인데,
이들은 진료대 위에서 거의 패닉스런 공포감을 경험하는데 이들이 진료대 위에서 이제 성숙해지고 있는 하체를 남자에게 보이기 위해 병원을 갈까말까 하는 고민의 무게는 번지점프 대에서 뛰어내릴까 말까 하는 것과도 좀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이 20대의 여성들이다.
20대 여성들도 개인차가 있는데,
이 부분은 좀 묘한 데가 있다.
많은 진료를 하면서 느낀 것인데, 수치심의 강도와 미모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단정하고 평범한 20대 여성들이 겪는 수치심은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물론 이들도 수치심과 하체를 남에게 보여줌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병원에 와야 하는 상황에서 병원에 안오거나
끝까지 참을 정도로까지 고민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정 꺼려지는 사람도 여자 의사를 찾아가지 필요한 진료 자체를 끝까지 안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외모가 볼품 없거나, 반대로 미모가 뛰어날 수록 수치심은 증가한다는 점이었다.
체중과의 연관성 까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외모와 수치심과의 연관성은 있는 것 같다.

먼저 외모가 볼품 없는 케이스를 생각해보면,
이들은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성기의 모양마저 부끄러울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혹은 막연한 남자에 대한 공포감인지도 모르겠다..
여튼 이들이 젊은 총각에게 몸을 보여주기 싫은 것은 그리 이해못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시종 대단히 불쾌한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는 것은 업이기 때문에 진료해야 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도 그다지 유쾌한 기억으로 남지는 않는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한다.

두번째, 외모가 훌륭한 케이스.
미모를 갖춘 성숙한 20대의 여성들이 공포와 수치심을 넘어 히스테릭한 반응까지 보이는 것의 이유를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들은 하체 진료에 굉장한 모욕감을 느끼는데, 둔부나 사타구니에 의사의 손이 닿는 것에 대해서도
마치 전기에 감전되는 듯한 감각을 느끼는 모양이다.

그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기분이 나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이유는 저절로, 내 자신 안에서 찾게 되었다.
이들의 성기를 진료한다는 경험은 정말 특별하고, 그 흥분감을 참을 수 없다는걸 인정할때..
그리고 그 상황의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그냥 그걸 즐기는 것이라는걸 인정할 때쯤에는,
의사로서 미안한 감정이 솟구치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몰랐던 사실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여성을 보며 음욕한 마음이 품을때 여성들은 그것을 감지한다는 것이었다..
하체와 얼굴을 차단하는 가림수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들에게는 따로 마음을 보는 눈이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그 상황을 즐기는 것마저 절제할 수 있을만큼 나는 성인군자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