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희철이는 오늘도 포장마차로 향했다. 그동안 간간히 봐서인지 포장마차주인은 반갑게 맞아주었다. 40줄넘어서 이렇게 가족과 떨어져 몇 달을 지방에 있으려니.. 밤시간을 보내는 것이 곤욕스러웠다. 가끔 회사동료들과 단란주점에 가서 아가씨를 데리고 자기도 하지만 들어가는 돈도 부담스럽고, 여자에 대한 흥미도 많이 줄어서 별로 즐겁지도 않았다.

이름은 김희철. 나이는 40줄이다. 대학졸업후 건설사에 입사해서 쭉 다녔다. 건설사의 특성상 지방에서 몇 달씩 머무르며 공사를 감독하는 일을 맞곤했는데 그는 지금 지방에 소도시에서 2달째 지내고 있다.

젊었을적에는 이생활도 나쁘지 않았다. 와이프랑 연애결혼했고 특별히 나쁜사이도 아니었지만 내친구들은 1-2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지방장기출장에 부러움을 표하곤했다.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욕구를 왜 나라고 모르겠냐.. 실제로 젊었을적에는 이렇게 지방에 내려갔을때마다 지방에서 세컨드를 구해서 거의 살림차리다 시피한적이 있었다. 현지에서 젊은 객기에 나이트가면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여자를 구하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기업다니고 특별히 빠지는 외모도 아니었고 몇번은 처녀들에게 총각행세를 한적도 있었다. 번듯한 직장인을 찾기가 쉽지 않은 지방특성상 대기업직원은 그녀들에게 나름 먹히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처녀는 헤어질 때 피곤하고 거짓말하기도 양심에도 걸리고 몇번하다 말았다. 그냥 이혼녀나 남편이랑 사이 안좋은 유부녀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여러여자를 만났지만 기억에 남는 여자들은 많이 있었어도 정말 죽고 못사는 여자는 없었다. 나이먹고 가정까지 있는 마당에 내맘을 완전히 사로잡는 여자가 나타난다는 것도 인생에서 골아픈일이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다행으로 생각햇다. 하지만 나에게 맘을 준 그녀들에게는 미안할따름이었다.

40줄을 넘어가며 애들도 크고 여자에게 흥미도 떨어지면서 이생활도 정말 지겨워졌다. 일할때는 정신없어서 모르지만 장기로 쓰고 있는 모텔로 저녁에 들어올때면 정말 외로울때가 많았다. 술집애들이나 조건녀들을 만나는것도 한두번이지 이건 정말 못할짓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곤 했다.

가끔 잠안오고 심심하면 모텔앞에 있는 포장마차에 들르곤 했다. 멀지않은곳에 나이트가 있어서 가끔 젊은 아가씨도 들어오곤 해서 눈요기도 하고 딱한번이지만 술취한 아가씨를 꼬셔서 모텔로 데려가 따먹은 적도 있다. 그런저런 이유로 그 포장마차는 단골이 되었다.

그날따라 구석에서 혼자서 술을 한잔하는 남자가 눈에 띄였다.
‘어디선가 본얼굴인데..’
희철이 자꾸 쳐다보다 그남자도 눈길을 의식해서인지 희철을 쳐다봤다.
그남자도 희철을 쳐다보며 갸우뚱했다.
서로 아는 사이인데 딱히 생각이 안나는 눈치이다. 희철은 저쪽도 자기를 안다는 확신이 들자 술잔을 들고 그쪽 테이블로 넘어갔다.
“저 혹시 저아세요? 낯이 익네요..”
“네.. 저도 본거같기도 하고..”
둘은 자기가 나온 학교이름을 대면서 맞춰보기시작했다..
“국민학교(옛날엔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고 불렀다) 어디나오셨어요?
“전 성동나왔는데.. “
“그럼 아닌데..”

그러던 그가 생각이 난듯..
“너 희철이지? 김희철.. 나야나.. 이기철이야.. 너랑 고등학교 2학년때 너랑 짝궁이었잖아..”
그가 희철의 기억을 건들자.. 갑자기 기억에서 기철이 불쑥 뛰어나았다.
“ 아.. 그래 기억난다. 쫌팽이..너 쫌팽이 맞지?
“야.. 반갑다..이게 얼마만이냐.. 20년이 넘지?”
“그래 졸업한 후로 보니 20년이 넘지..”

그둘은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게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맨처음에는 학창시절부터 시작해서 서로 각자 가정, 일얘기까지..
그날 그둘은 꽤많은 술을 마셨고 나름 학교다닐때는 친했던 친구의 그동안의 인생에 대해 들을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