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후배 한 녀석이 느닷없이 말하더군요.
“선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데, ‘운명’으로 만났으면 좋겠어요? ‘인연’으로 만났으면 좋겠어요? 난 인연이었으면 좋겠어요. 운명은 하늘이 만들지만, 인연은 내가 만들 수 있잖아요. “
당시에는 뭔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고 면박을 주었지만, 지금까지 근 사십 중반을 살아오면서 제가 만났던 ‘그녀’들과의 만남을 돌이켜보매, 운명일까? 인연일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당신의 사랑은 운명인가요? 인연인가요?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그녀들’중 세번째 그녀의 고백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깊은 어둠을 안고 있었고, 눈은 늘 아래를 향해 있던 그녀였습니다.
그녀 김미란(가명)을 추억하고, 행복을 기원합니다.


「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사랑’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사랑이 그리운 것은, ‘사랑’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아침은 늘 힘겨워요. 아니 아침이 힘겨운 게 아니라, 또 하루를 살아야 한다는 것이 괴롭네요. 오늘도 남편은 출근할 때 저랑 눈 한번 마주치지 않았어요. 벌써 6개월째예요.

남편은 변했어요. 살가운 남편이었고, 자상한 아빠였으며, 책임감 강한 성실한 가장이었죠. 그런데 6개월전 그 일이 있고 난 뒤부터 남편은 변했어요. 나도 변했고, 애들도 변했고, 우리 가정도 변했어요. 지금 모든 것이 엉망이에요.

아.. 제 소개부터 할께요. 저는 올해 서른여섯, 초등학교 5학년, 3학년 아들만 둘을 둔 지방도시에 살고 있는 가정주부예요. 결혼은 25살에 했어요. 남편과는 같은 회사에 근무했는데 2년 연애하고 결혼했죠. 남편이 제가 23살 때 우리회사에 관리팀장으로 스카우트 되면서 처음 만났죠. 그 시대 여느 아가씨들이 그렇듯 전 도망가고, 남편은 쫓아오고… 그렇게 2년을 연애했네요. 애틋한 사랑 같은 건 없었어요. 하지만 남편은 성실했어요. 믿음직스러웠죠.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 이런 남자라면!’ 하는 생각…아시죠? 그런 남편을 만나 아들 둘을 낳고 지지고 볶고 그렇게 10년넘게 살아왔네요. 어때요? 평범한 아줌마죠?

아… 아니네요 평범하진 않네요. 죽고 싶다고 하루에도 몇번을 생각하는 여자이니까, 평범하다는 말은 틀렸네요. ‘평범함 = 행복함’이란 것을 지금은 절실하게 느껴요.

시간을 돌릴 수 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저 한숨과 눈물밖에 나오질 않네요. 모든 게 제 탓이에요. 2년전 그날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평온했던 제 삶이 휘몰아치는 태풍속으로 빨려 들어간 건 한통의 전화로부터 시작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