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에 빗방울이 옹기종기 맺히더니 서로뭉쳐 흘러내린다... 창문을 열면 에어컨바람보다 훨씬 시원할것만 같다. 밖으로나가 비를맞고싶다... 이 열기를 좀 식히고싶다...

`아학~ 아윽 여보!`

머리는 감고 덜말린것마냥 젖은채 눈을감고 온몸이 땀에젖어 번들거리면서도 연신 여보를 외쳐대는 여인에게 시선을 고정한채 피치를 가한다.
가쁜 내숨소리, 절정에 치달은 여인의 소프라노, 그리고 질척이는소리... 빗소리는 까마득히 멀어져간다...

`자고갈까봐요....`

샤워후 그녀의 샴푸냄새는 묘한 안정감과 나근함을 준다.

`그냥 이대로 잠들어버릴래...`

가슴에 안겨 풀죽은 물건을 만지작거리며 살며시 웃는다. 함께 잠드는날은 늘 저런웃음이다.
하사관인 아들이 제작년에 장가를 가면서 한동안 홀로 넓은아파트에 지내다가 아들,며느리 만류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평수작은 낡은아파트로 이사를했다. 우리동네로.
내성적이고 조용조용한성격이라 원래있던 아파트에서도 이웃들과 큰 왕래가 없었지만 이사를하고는 아파트주민들과 안녕하세요 인사정도만 하고지내고 반상회조차 나가질않는다. 입방아에 오르내리기싫어서..
이웃과의 단절. 원인은 또 나다.
내가 편히 드나들수있도록... 다행히 나도 여긴 안면있는사람들이 없다.
이집에 드나드는건 집주인인 그녀와 간간히 아들며느리 내외, 그리고 나.. 혹시나했지만 아직은 구설수가없나보다.
한번은 아들내외가 주말에 연락도없이 그녀랑 저녁을 같이할려고 찾아왔었다는데 집에 들어서는 아들내외에게 역정을 냈다. 어울리지않게 엄마의 프라이버시니 뭐니...생각나는대로 떠들었단다.
평소에 엄마한테 깍듯했던 아들이어서 엄마의 뜻을 쉬이 받아들였던걸로보인다.
그 역시 원인은 나인듯했다. 그녀성격에 묻는다고 당신때문이야 라고 말해줄사람도아니다.
홀로지낸지 오래인 그녀는 나와의 잠자리도 잠자리지만 그녀에게 더 큰 행복을 안겨다주는건 나와같이 잠들때가 아닌가싶다.

`은옥씨....`

`왜~~~~에? `

나름 진지한표정으로 은옥씨 라 불러봤지만 장난기가득한얼굴로 대답한다. 일부러 잘 쓰지도않는 호칭으로 불렀기에 그녀가 장난인것을 안다.

`좀 주물러줄까요?`

`아니~`

`그럼 물 떠다줘요?`

`아니 괜찮아`

`자장가불러줘요?`

`........음...... 그건 다음에`

`..............................`

`세영인 뭐 필요해? 물? 화장실?`

`아뇨.`

`그럼됐어.. 지금부터 꼼짝도말고 이대로 잠들어....자다가 팔 저리거나 그래도 빼기없어.`

가슴깨에서 올려다보고 웃으며 하는말에 꼬옥안으며 등을 쓰다듬었다.

`행복해요?`

`응`

`자주 이러지못해서 미안해요...`

`이만하면됐지 뭘...더 바랄것도없어. 차고넘치니까 그런생각마세요.`

`고민 이런거없이 살아야합니다....그런거있음 의논하고. 음.....또 노파심에서 하는말인데 내가 떠날일없어요 알죠?`

`알아...이젠 진심으로 알아. 그래서 맘놓고 행복해.`

`운동 잘 다녀요?`

`수영도 요가도 열심히다닌답니다요, 농땡이치래도 안치니까 걱정마세요 아저씨.`

풍만하게 짓눌려있는 그녀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왜 나 가슴쳐진거같애?`

`아뇨 시원해서요..`

`피....그래도 세월을 거스를순없어.`

`이미 많이 거스르고있거든요~`

`신기하게도 있잖아... 나 남자있는줄 아무도모르는데 회사가면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나이 거꾸로먹니, 피부탄력좋아졌니, 생기가도니....점점 젊어지니....하며 남자친구생겼구나 그래. 신기해신기해`

`호~ 다 나때문인거 알죠?`

`운동안빼먹고 다녀서 그런거거든요~`

`그것도 나때문이지 뭐.`

`피....안아줘`

운동말고도 나름대로 많이 신경쓰고있다는걸 안다...피부관리도 정기적으로받으러다니고 조금만 안좋아도 병원가보고 영양제도 먹고 화장품도 좋은걸로 바꾼거같다.
이여인이 자기에게 이만큼 투자할줄은 아무도 몰랐으리라. 그러니 주변서 남자생겼다고 오해도 받을수밖에.
아 오해 아니구나...

`아침 뭐해줄꺼에요?`

`음...기대해. 안가르쳐주겠어.`

`기대할께요.. 모닝커피도`

`훗..그건 자기가.... 세영이가 해주는거지?`

아직 자기라고 부르는게 쑥스러운모양이다. 문자는 이따금씩 자기라고도 쓰면서....

`음....뭐 아침먹어보구요 ㅎㅎ`

여전히 노곤해진 물건은 그녀손아귀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이여인, 김은옥. 이여인과의 만남에 비는 축복이었고 슬픔이었고 아픔이었고 쾌락이었다.
그날은 오늘보다 더 많은 비가왔었다...내가 이여인을 반강제로 탐했던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