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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그레이 (The Gray) - 5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8:54 975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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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그레이 (The Gray) -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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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해가 환히 뜰 무렵,
겨우 잠든 나와 경리1호녀는 오후 느즈막할 즈음에 일어났다.

하룻밤 사이에 꽤나 여러번 만리장성을 쌓인 까닭인지,
나도 그녀도 상당히 편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었다.

이후 중국집에서 배달해 온 음식으로 배를 채운 내가 한번더 덤벼들자
"거기가 쓰려서 이젠 더는 못하겠다"는 징징 우는 소리를 한다.

사실 밤새 실컷 맛보며 싸댔으니 이젠 물릴 법도 한데,
너무나 오래 굶은 티를 낸 듯 싶어서 멋쩍기까지 했다.

하지만 포만감이 들어 주위 사물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하자,
그에 비례해서 그녀의 야들거리는 속살맛이 자꾸 생각나는 현상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결국, "그럼 이건 어때?"라며 얼굴을 한손으로 감싸쥐자,
샐쭉한 표정을 잠깐 짓더니 어느새 눈이 사라져 있다.

순간, 웃는건지? 야리는건지? 헷갈렸지만
어쨋든 침대에 등을 기대며 다리를 뻗고 내 하체를 앞으로 쭉 밀어내자,
곧이어 내 다리 사이로 팔을 괴며 엎드린다.

산전수전 다 겪은(?) 연상의 여자는 눈치가 빨라서 편한 면이 있다.

그녀에게 잠깐 빌려입었던 트레이닝복 바지의 끈 매듭을 푸는 소리와 함께,
어느샌가 내 몸이 기억해버린 익숙한 쾌감이 아래쪽에서부터 밀려 올라왔다.

"쭈우웁 쭈우웁... 후루루룹.... 쭉쭉쭉....."

캬아- 좋구나.
츄릅거리는 소리.
눈을 감은채로 맛을 음미하듯 나의 검붉은 자지를 열심히 빨아주는 여자의 얼굴.
앞뒤로 흔들리는 머리카락들이 허벅지까지 간질거린다.

옆에 뒹구는 담배를 하나 빼어 물었다.
매캐하게 허공으로 흩어지는 연기 속에서 또 한번의 몽롱한 쾌감에 취해갔다.

아아- 매일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
°
°
°
°
°

티슈를 뽑아 입안에 든 허연 액체를 주룩 뱉어내는 그녀가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끗거렸다.
아까부터 은근슬쩍 이런 모습이던데..
이젠 자리를 비켜줘야 할 때가 된 모양이다.

딱히 뭐라 할 말도 없고, 그녀 역시 별다른 얘기가 없었다.
그냥 어제밤은 한동안 엄청 굶었던게 분명한 두 청춘남녀가
쿨하게 즐긴 밤으로 추억하면 될 일이었다.

대충 씻고 입은 후 신발을 신으면서 가까운 지하철역 위치를 물어보았다.

"갈게요."

인사를 하며
진정으로 고맙다는 마음을 담아(?) 이마에 뽀뽀를 쪽- 해주었다.
또 눈이 사라진다.
기분 좋은 모양이다.
다행이다.

경리1호녀가 혼자 사는 원룸 빌라를 나왔다.

어느새 석양이었다.
나도 모르게 다리가 후달거렸다.
아오-
너무 많이 싸재꼈나 보다.
흑..

°
°
°
°
°
°

몇 정거장 안되는 거리였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지하철 손잡이를 붙들고 허공에 매달려 졸음과 싸웠다.
집으로 돌아와 누웠다.
잠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어디선가 벨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받아야할텐데 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도무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저놈의 PCS폰.
지치지도 않고 계속 찢어지는 벨소리를 토해낸다.
엄청나게 많이 남은 할부만 아니면 집어 던져버리고 싶다.

그래.
걸면 걸리니까 걸리버겠지.

결국 눈 감은채로 좁아터진 지하실 자취방 구석구석을 더듬어 폰을 찾아 플립을 열었다.

"여보세요" 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보나마나 음침한 목소리의 채권추심 회사 직원일 확률이 높다는걸 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빚으로 협박해대는 거머리같은 새끼들.
상대의 목소리를 듣기도 전에 이미 머리가 뽀개지는 듯 아파오는게 느껴졌다.

음?
덜컹하는 동전 넘어가는 공중전화 특유의 소리.
그리고 수화기 너머의 거리 소음.
뭐지?

°
°
°
°
°
°

"아들~~ 너의 알흠답고 존귀하신 누나님이시다. 잘 지내?"

오만 인상을 찌뿌리고 있던 내 눈이 갑자기 번쩍 뜨였다.

쉽게 찾을만한 위치의 커피샵을 알려준 후,
남자도 외출 준비를 하려면 약간의 시간이 소요되니
커피샵 안에서 느긋하게 기다려주십사 부탁과 함께 잽싸게 외출 준비를 했다.

하지만 허둥지둥 약속장소로 달려간 나를 맞이한 건
밖에서 서성거리며 기다리던 누나의 모습이었다.

"오! 누님. 스타일 죽이는데? 오빠랑 여기 들어가서 커피나 한잔 할까?"

그래.
은근슬쩍 다가가며
쌍팔년도 이전에도 안먹혔을게 분명한,
능글거린 농담 따위를 한 내가 바보였다.

"이 좀만한 색히가!"

그~ 사람 많은 신촌 한복판에서, 귓볼을 잡힌 채...
엄한 데다 돈 쓰지 마라는 잔소리와 함께
근처 설렁탕집으로 개처럼 끌려 들어갔다.
아오-

밝은 목소리와는 달리
거의 4-5개월만에 보는 누나의 얼굴은 살짝 초췌해져 있었다.
좋게 말하면 살이 빠진 거고, 나쁘게 말하면 핼쓱해진 얼굴인데...
혹시 저거 영양실조?

선이 가는 엄마를 닮은 내 모습과는 달리
나의 알흠답고 존귀하신 영신 누님은,
다부지게 균형잡힌 골격의 168 cm (라고 우기지만 내가 보기론 반올림한게 분명해 보이는)짜리
쭉쭉 뻗은 몸매를 자랑하는 항차 망아지만한 처자였다.

사실 누나는 불과 고등학생 시절까지만 해도 여장부 소리를 들었던 체형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른바, 몸의 볼륨이 부드러워지면서 곡선이 살아나는 사춘기 여성의 특징....따위는....
애당초 우리 누나님에게는 없었던 거였다!!

그냥 단순히 울퉁불퉁 우락부락한 느낌의 그녀였는데...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다.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마치 마법에 걸린 듯...
날씬해지면서 단단해지는듯한 체구의 기묘한 변신이 발생한 것이었다.

물론 본인은 스스로의 피나는, 뼈를 깍는 노력과 수고가 있었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론 그냥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봐야지만
그나마 설명이 가능한 불가사의한 현상일 뿐이었다.

아무튼 유일한 컴플렉스였던 용가리 통뼈 체형에서 변신한 이후,
자신을 얻은 누나님께서는 부모님을 졸라 과감하게 대대적인 인테리어를 감행하셨다.
뭐 그래봐야 코와 눈 정도였지만.

결과는 대성공!
게다가 in Seoul 모 대학의 영문학과 간판.
보기 좋은 갈색 피부.
눈에 확 띄는 작은 얼굴의 오밀조밀한 미모.
군살 하나 없이 단단하고 날씬한데다 긴 하체가 쭉쭉 뻗어 있는 큰 키!

어느순간부터 캠퍼스 안의 남자들이라면 침을 쥘쥘 흘릴만큼 멋진 몸매로 성숙한
자신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점수를 주어가며 각성을 해 버린 탓에,
그녀의 자만심은 하늘을 모를만큼 치솟아 올라갔다.

당연스레 이러한 누나의 곁에는 그녀를 숭배하는 남자들이 출현했다.
X! 바보들.
얼굴 이뿌다고 헤벨레 하긴....
나처럼 시도때도 없이 온갖 구실로 쳐맞고 살아보면,
그런 소리따윈 쏙 들어갈걸...

나와 연년생인데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보다는 운동을 좋아했고
특히 태권도장, 합기도장에서 또래 남자애들 때려눕히는 폭력의 쾌감을
어린 시절부터 느껴버린 탓에
모르긴 해도 우리 부모님께서 상대방 아이의 치료비로 지출하셨을 대인 피해 보상액을
몽땅 모아놓으면 꽤 엄청난 거금일거란 실없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어쨌든 나의 누나님께서는, 대략 이러한 모습이였다.
하지만 익히 밝혔듯...
급격한 가세의 기울기로 말미암아...
하늘 높은 줄 모를만큼 기세등등하며 살아가던
누나님도 좋든싫든간에 많은 영향을 받은 듯 느껴졌다.

지금 언뜻 보기로도 지금의 누나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어깨가 약간 쳐진듯한 느낌이랄까...

°
°
°
°
°
°

마침 주문한 설렁탕이 나왔고
테이블에 비치된 통에서 수저를 꺼내 내게 건네주는 누나의 팔뚝이 언뜻 보였다.

내 눈이 그새 노안이 되어버렸나?
걸핏하면 내 목덜미를 휘어감고 조르기를 시전했던 듬직(?)했던 그녀의 팔이
왠지 앙상히 말라보였다.

코끝이 시큰해졌다.
아닐거야.
내가 잘못 본걸꺼야.
배가 고프니 헛것이 보인 게 분명한거야.
애둘러 외면했다.

그리고 솔직히 무척이나 배가 고픈 상황이기도 했다.
어제밤엔 이 몸께선 나름 역사의 한페이지를 쓰느니라 말이지.
쿠헬헬.

살짝 정신줄을 놓고 헤벌쭉 웃는 남동생을 보던 그녀가
보다못해 숟가락으로 나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조용히 밥이나 쳐먹어. 이것아!"

X.
그게 아니거든욧!

어쨋든 오누이는 걸신들린 듯 열심히 설렁탕을 쳐묵쳐묵했다.

하지만, 무려 여자인 주제에!
나보다 더 빨리 설렁탕 한그릇을 뚝딱 비워버린 친누나님께서
스치듯 한마디 던졌다.

아빠의 소재를 알았다고 했다.
으드득!
순간 깍두기를 씹던 내 어금니에서 뭔가 이질적인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함께 올까 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무슨 염치로?"

고개 숙인채 툭 던진 나의 한마디에,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누나의 침묵 속에서 나 역시도 같은 고통을 느꼈다.

화제를 바꿨다.
나의 알흠답고 존귀하신 누나님께서는 친구네 집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사실 쬐끔 걱정이 들기도 했었지만.... 내가 아는 한,
이 분께서는 지구 위의 어디에 던져놔도 잘 지낼 명랑하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으니까.
어쨌든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다.

오랫만에 만난 오누이는 할 말도 많았지만 어느샌가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다음 스케쥴(?) 있어서 이동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괜히 바쁜척 하는건 여전한 듯 싶었다.

같은 핏줄이라 끌리는 것일까?
막상 헤어지려 하니 싫어지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와 닿았다.

내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어렸을 때부터 나를 보호(?)하고 이끌어준 것은 누나였다.
자영업을 하던 부모님은 늘 집 밖의 매장에 계셨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의지(?)하려는 것일까?
마음 깊은 곳에선 아직도 응석을 부리고 싶은 철부지 꼬맹이같은 마음이 있다는 자체가
부끄러웠지만 굳이 부인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만큼 헤어지기 싫었다.
그리고...
그만큼 나는 외로웠던 거였다.

°
°
°
°
°
°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장난 섞어 물었다.
"누나님. 핸폰 하나 장만하심이 어떠하신지용?"

"이 좀만한 색히가!"

이번엔 그~ 많은 오가는 사람들 앞에서 진짜로 뒤통수를 쳐맞았다.
아오-
아프다구!
하여간, 저 짠순이 구두쇠...

괜히 쓸데없는 데에 돈 쓰지 말고
열심히 저금하라는 잔소리와 함께,
이어지는 다음의 한 마디에 나는 더이상 엄살이나 장난을 떨 수 없었다.

쾌활하기 짝이 없는 누나의 성격상
당최 이런 무거운 느낌의 말은... 결단코 어울리는 않은 듯 싶었지만...

어쨌든 그녀의 마지막 말은 "조금만 더 참자"였다.

어쩌면 다 함께 모여 지낼 수 있을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예전처럼 별반 고생없이 살던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이라는 앞부분이
생략되었음이 분명했겠지만 말이다.

지하철 개출구 모퉁이를 돌아,
플랫홈으로 내려가는 알흠답고 존귀하신 누나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손엔 한사코 받지 않으려고 그녀와 실랑이하느니라
본의 아니게 꾸깃꾸깃해진 만원짜리 지폐 몇 장이 쥐어져 있었다.

그리웠고, 보고싶은 얼굴을 봤는데도
왜 이렇게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일까?
정말이지 미칠듯이 아팠다.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가 보다.







━━━━━━━━━━━━━━━━━━━━━━━━━━━━━━━━━━━━━━━━━━━━━
1.
중간에 세로로 o o o o o o 찍은 것은,
결단코 페이지 스크롤을 늘릴려는 의도가 아닌 것임니다.
그렇슴니다.
절대 아닌 것임니다.

2.
읽어주셔서 감사함니다.
추천도 해주셔서 감사함니다.
댓글도 달아주셔서 감사함니다.

비록 아직 안해주셨어도 감사함니다.
언젠가 해주실거잖아요.

°
°
°
°
°
°

음..... 제 속내... 티 많이 나나요?
쿠쿠.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함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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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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