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님~~]

[응….왜?]

[모레 양대리님 결혼식 가실 거에요?]

회계팀의 박수지 대리 ! 같은 동네에 사는 그녀가 묻는 이유는 뻔했다.

근처에 사는 친한 여직원들 두 세 명이 모여서 내 차를 얻어 탈 심산인 것이다.

어차피 가는 길에 태워서 가는 거 기름값 더 드는 것도 아니고, 심심하지 않아서 좋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여자라는 동물들은 도대체가 세상 남자는 다 자기를 기다려주는 줄 안다.


[응…그래야지…]

[그럼 저희도 좀 태워 가세요용…차장니임….~]

[그래..그럼… 그 대신 약속 시간에 제때 안 나와 있으면..난 그냥 간다…]

[네에에…~]

대답은 항상 잘하지…

그래도 어찌되었건 회사에서 나름 장기 근속중인 직원의 결혼식에 빠질 수는 없다.

양대리와의 일에 대해서는 아는 직원이 아무도 없으니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는 않았다.




일요일 아침… 나름 깔끔하게 준비를 마친 후에 약속 장소로 차를 몰았다.

두 명은 나와 있었고 한 명은 5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수원까지 가는 길은 일요일 오전인데도 의외로 막히는 구간이 꽤 있었다.

[차장님…우리 음악 들어요…~]

예의 코맹맹이 소리로 아양을 떠는 박수지 대리….

[응… 이거 눌러 줄 테니깐… 이 중에 골라봐….]

박대리는 이쪽 저쪽 눌러보더니 왠 듣보잡 채널에 고정을 시킨다.

클래식인지 뮤지컬 음악인지…모…그런 류의 채널이었다.

[박대리님… 클래식 안 듣잖아요….깔깔깔…]

뒤에서 마케팅 팀의 진희연씨와 조진영씨가 깔깔 대면서 웃어댄다.

세 명 모두 서울대입구역 반경 1 킬로미터 이내에 사는 친구들인데 어찌나 죽이 잘 맞는지 항상

이렇게 몰려 다니는 친구들이다.

[ 야…무슨 소리야..내가 얼마나 좋아하는데….끄래에..쉬익….]

[호호호호 ..깔깔깔….]

아….시끄럽다….

때 마침 음악이 흘러나오는 거 같아 볼륨을 키웠다.

흘러 나오는 음악은 노트르담드 파리의 주제곡이였다.

이른 일요일, 오전의 차 안에서 듣는 명곡의 느낌도 모…나쁘진 않았다.

어쩌면 내가 그나마 아는…. 아니 거의 유일하게 봤던 뮤지컬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문화생활이라고 해 봐야 만원 좀 안 되는 영화나 보던 내가 무려 한 장에 12만원이나 하는

노트르담드 파리를 세종문화회관에서 24만원을 지불하고 나름 로열석에서 보게 되는

일종의 내 인생에 있어서 독특한 경험이었다.




대략 몇 년 전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공연을 했던 시기였겠지…

예전에 한참 중독이다시피 빠져들었었던 스카이러브 접속을 한동안 하지 않다가

어느 일요일 너무 할 일도 없고 심심해서 간만에 한번 접속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날 채팅을 통해 한 여자를 알게 된다.

적당한 방제를 써서 방을 만들어 놓은 후 방은 쳐다보지도 않고 티브이를 보거나 내 할 일을

하다가 가끔 한번씩 누가 들어왔나 확인을 하고는 들어왔던 사람에게 귓속말을 보내서

다시 대화를 하곤 했는데… 그날은 우연히 모니터를 힐끗 쳐다보는데 누군가 방에 들어와 있었다.

나는 혹시라도 다시 나갈까 싶어 재빨리 인사 먼저 보냈다.


JUNO : 안녕하세요….~

PINKNK : 네..안녕하세요…

JUNO : 반갑습니답….ㅋㅋㅋ

PINKNK :네….

JUNO : 일요일인데 어디 안나가셨네요?

PINKNK : 네… 귀찮아서요…

JUNO : 네에…. 경기 어디 사세요?

PINKNK : 아…전 여기 서울인데요….

JUNO : 아..그래요? 경기라고 표시되는데….

PINKNK : 네에… 이사한지 좀 됐는데…아직 그렇게 표시되나 보네요…

JUNO : 네… 그럼 설 어디신데요? 전 설대입구역 살거든요.

PINKNK : 전 내방동이에요.

JUNO : 앗…그래요?…가깝다….

PINKNK : ^^

JUNO : 전 몇 살 직장인이구요…음… 혼자 살아요…ㅋㅋ (몇살이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PINKNK : ^^ 네… 전 28 이구…취업 준비중이에요…

JUNO : 아네… 여기 자주 오세요?

PINKNK : 아뇨… 오랜 만에 들어왔어요….

JUNO : 네.. 번개 해 보신적 있으세요?

PINKNK : 아뇨….

JUNO : 집도 가까운데… ^^

PINKNK : ^^

JUNO : 술 좋아하세요?

PINKNK : 잘은 못해요.. 한 두잔 정도…

JUNO : 네… 저도 잘은 못해요…

PINKNK : 네에…

JUNO : 오늘 저녁 식사는….?

PINKNK : 글쎄요… 그냥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사다 먹을려구요….

JUNO : 그럼…그냥..저랑 같이 식사하시는 거 어때요?

PINKNK : ….

JUNO : 만약에 만나 보구 같이 밥 먹기 싫으신 정도면 그냥 가셔도 되구요…^^

PINKNK : 글쎄요… 처음 보는 사람이랑 밥이 넘어갈까요?

JUNO : 음…모….

PINKNK : …

JUNO : 솔직히 전 여기 여자친구 만들려고 들어 온 거 아니거든요.

PINKNK :…

JUNO : 더 솔직히 말하면… 그냥 술친구…

PINKNK : 네…

JUNO : 조금 더 솔직해지면… 술친구에서…조금 더 발전된 관계….?

PINKNK : 네…그래서 구하신 적 있으세요?

JUNO : 아무래도 실패한 적이 더 많죠…^^

PINKNK : 네에…

JUNO : 그래도 정말 좋은 친구 만날 수도 있지 않겠어요? 확률이 낮다 하더라도….

PINKNK : 술 친구에서 더 발전된 관계를 원하신다면서요?

JUNO : 모..그건 저의 욕심이긴 하지요…쩝…

PINKNK : 결국은 잠자리를 원하시는 거 아닌가요?

JUNO : 흠….험….

PINKNK : …

JUNO : 모…솔직히..그렇습니담.

PINKNK : 네…솔직해서 좋네요…

JUNO : ^^

PINKNK : 그래서 만나서 술친구 하고..잠자리까지 성공하신 적 있으세요?

JUNO : 네… 두 세 번 정도….

PINKNK : 음… 능력 있으시네요…

JUNO : 모…능력이랄거까지야….쩝.

PINKNK : 저도 솔직히 말씀 드릴게요.

JUNO : 네..말씀하세요…

PINKNK : 전 솔직히…

JUNO : ??

PINKNK : 돈이 필요해요.

JUNO : 아……

PINKNK : 집에서 쉰지도 좀 됐구… 생활비도 떨어져 가구…

JUNO : 아….글쿤요….

PINKNK : 제가 한번 만나서 잠자리를 가지면 얼마 주실 수 있으세요?

JUNO : 음…. 얼마 원하시는데요?

PINKNK : 글쎄요… 해 본 적이 없어서….

JUNO : 음… 만나서 결정하면 안될까요?

PINKNK : 얼굴 보구 결정하시게요?

JUNO : 아무래도..그러는 게….흠….

PINKNK : 사진 보여드릴게요…

JUNO : 아네…. 메일주소 드릴게요….

PINKNK : 네…



처음에는 좀 나른한 듯 대화하던 그녀가 갑자기 노골적으로 돈 이야기를 하고 사진까지

서슴없이 보내 줬을 때 난 솔직히 좀 당황하고 겁도 좀 났던 게 사실이다.

이런 쪽으로 완전 걸레인가? 꽃뱀인가?

이런 사이트 통해서 돈 받고 몸 파는 애들이나 집창촌 여자랑 모가 달라.

오히려 이런 곳에서 몸을 파는 여자들이 집창촌이나 술집 여자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녀를 만나봐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왜냐하면…사진상의 그녀가….흐….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뽀o인가? 아님 얼짱 각도? 어쨌든 그녀가 보내 온 사진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그녀가 나에게 사진과 함께 보내 온 폰번으로 전화를 걸었다.